지난 약 십년사이 급변하는 한국의 가족환경 속에서 대중매체들은 혼인신고 지연 등을 포함 하여 동거(cohabitation)가 많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본 연구에서는 동거자의 특성을 검증하고, 한국가족에서 동거가 가지는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였다. 조사의 초점은 아니었지만 동거의 일면을 밝혀줄 수 있는 2개의 전국조사, 즉 혼인신고와 사회통계조사, 자료를 바탕으로 다변인 로짓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들은 대체로 서구문헌에서 제시하는 이론적 틀을 수용한다. 첫째, 동거는 이혼의 증가 등 가족제도의 전반적인 변화와 관련되어있다. 혼전동거의 비율이 초혼보다 재혼에서 높았고, 초혼과는 달리 이혼 후 재혼에서는 교육수준에 따른 혼전동거비율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둘째, 취업이나 학력 등의 면에서 사회경제적 자원이 적은 남자들이 많은 남자들에 비하여 결혼보다 동거를 택할 확률이 대체로 높았다. 셋째, 부부간 취업, 교육수준, 연령차이 등 사회경제적 지위를 비교해 보면, 결혼커플보다 동거커플에서 성역할 평등 혹은 성역 할 반전이 더 활발한 것 같다. 학력, 취업, 가족가치관, 연령 등 동거커플들의 특성이 미혼자 및 이혼자뿐 아니라 결혼부부와도 특별히 유사하지 않다는 면에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해지는 동거를 단순히 결혼의 연장선으로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결혼을 하되 당분간 두고 본다는 의미를 넘어서, 동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혼을 유지하기 어려운 사회적 여건 때문에 동거가 확산되고 있는지, 그 원인, 과정 및 결과에 관한 보다 체계적인 후속 연구가 요청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