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나날이 훼손되어 가는 문화재가 많다. 온도변화에 따른 팽창계수의 차이나 풍화작용 등으로 유물 일부가 떨어져 나가고, 표면의 균열 부분으로 물이 스며들면서 얼어붙었던 부분이 녹아 구조 불균형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산성비나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오염으로 산화 문제가 발생하는가 하면, 비둘기 등 조류 배설물이나 세균류 지의류 이끼류 같은 생물학적 요인으로 파손되기도 한다. 종교나 예술 활동에 따른 인위적인 훼손(반달리즘, Vandalism)도 일어난다. 자연재해로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문화재도 있다. 불에 타 한 줌의 재로 변한 양양의 낙산사가 그 대표적인 예다. 낙산사는 8년 7개월의 복원 작업을 거쳐 되살아났다. 그래도 '낙산사'하면 '불'이 먼저 떠오르는 것은 천년고찰의 화재가 우리에게 상처로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편 어렵게 발굴했지만 이미 때를 놓쳐 위기에 처한 소중한 문화재도 있다. 2009년에 발굴된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 석탑의 사리장엄구(사리를 봉안하는 일체의 장치)에 들어 있던 유리병은, 오랜 세월 공기 속의 수분이 풍화작용을 일으켜 두께가 얇아진 데다 0.04mm라는 수백 개의 미세한 조각으로 부서져 복원이 어려운 상태이다. 워낙 두께가 얇아진 탓에 살짝만 압력을 받아도 부서지기 쉬워 접합 자체가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