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개항 이후 조선 말기와 대한제국 시대를 찍은 사진기록물은 당시의 기술적 수준이나 대외 개방의 정도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한다. 한국 관련 사진기록은 서구 사회에 한국을 소개하기 위해 인쇄한 서적의 삽화, 화보 신문이나 잡지의 도판, 빈티지 프린트, 사진엽서, 스테레오 사진, 카드형 사진, 랜턴슬라이드(Lantern Slide) 등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었고, 현재도 상당량이 남아 있다. 관련 연구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조선 사람이 처음 사진에 찍힌 1863년부터 1910년 이전에 촬영된 한국 관련 사진은 최소 3,000점에서 4,000점 이상이고, 같은 사진이 중복되기는 하지만 발행된 사진엽서의 수는 25,000점 이상이며, 그중 대부분이 현존하고 있다고 한다. 본 논문은 근대 초기인 구한말 한국 관련 사진기록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경로를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하고, 이를 전형적인 사진가 또는 기관의 활동 사례를 들어 분석했다. 사진에 찍힌 대상은 분명 한국 또는 한국인의 모습이지만, 사진의 생산 주체는 거의 대부분 제국주의의 부역자들인 서양인들과 일본인들이었다. 사진의 경우 생산 주체의 필요나 관점에 따라 사실 관계의 왜곡 가능성이 무척 크다. 그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사진의 내용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의도와 생산 및 소통 경위가 파악되어야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실제 경험자가 없는 시대의 사진기록을 정확하고 공정하게 판독하는 문제는 근대 한국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한국의 근현대사를 폭넓게 연구하기 위한 초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