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한국무용을 사적 흐름으로 살펴보았을 때 전통춤은 서양식 무대의 유입과 함께 무대무용으로 발전하면서 이미 변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 전통춤은 근대화 과정으로 인한 무대 무용으로의 전환, 전통춤의 유형화 작업, 전통춤의 재구성 또는 재창작화라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며 지속해서 진화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국 전통춤 전승에 있어서 시대성을 반영한 재구성·재창작화 경향은 2000년대 이후 공연되어진 전통춤 현장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전통춤 공연은 원형 복원과 보존을 수행하는 공연과 시대성을 반영한 전통춤 진화현상이라는 두 가지 방향성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러한 전통춤 진화현상은 과거 전통춤과 미래의 전통춤을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하는 새로운 시도로서 전통춤 진화현상의 경향은 전통춤 원형을 보존하면서 군무화시키는 경향인재구성과 전통춤 원형을 보존하면서 무대 공간에 적합하게 새롭게 만드는 경향인재창작 두 가지로 규정할 수 있다[1].
이들 진화현상에서 주로 수행되는 창작의 방식들은 주로 무대 구도의 변화, 무용수의 배치, 의상, 장신구, 춤가락 배치의 변화 등등으로 일컬을 수 있으며 이러한 모든 수행 과정을 통해 얻어지는 결과물은 새로운 예술 활동으로서 제고되어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현재 전통춤 공연에서 종종 등장하고 있는 전통춤의 재구성 또는 재창작화의 경향에 대한 진단과 함께, 실제로 새롭게 전승되어지고 있는 작품 중 화성재인청에서 발생하여 이동안에 의해 전승된 진쇠 춤을 선정하여 전통 재창작화 과정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진행되었다.
이에 본 연구의 목적은 전통춤 재구성화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화성재인청의 이동안류 진쇠춤의 변형과정을 분석하고, 전통춤의 전승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탐구를 통해 그 예술적 가치 및 의미를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방법으로는 진쇠춤 원형과 재구성 작품을 비교분석하는 사례분석을 통해, 전통춤의 전승 패러다임에 관한 변화 양상을 도출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의 제한 점으로는 다양한 전통춤 재구성 사례 중 화성재인청의 이동안류 진쇠춤만을 분석 대상으로 제한하였으며 전통춤 재구성의 비교 작품으로는 이동안류 진쇠춤을 전승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윤미라 교수의 재구성 사례만을 비교분석 대상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Ⅱ.전통춤 전승 양상
1.전통춤의 전개
전통춤은 지난 세대에 만들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해 내려오는 율동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개화기 이전의 전통춤의 개념은 없었지만, 그 형태는 존재하고 있었다. 전통춤이라는 개념으로 구분을 짓기 이전의 춤의 형태는 관기에 의한 연행으로 이루어진 춤이었다[2]. 이런 관기의 역할은 왕실의 연희에서 춤을 추고 연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의 관기에 의한 춤 연행은 연행자의 표현적 예술 활동이라기보다는 춤을 계승하고 교육하는 원형 보존의 계승적 역할이 전부였다.
고려시대 이후 조선시대 말까지 이어졌던 관기제도(官妓制度)는 1900년대에 이르러 일제통감부 간섭을 시작으로 축소되면서 일제의 정부기구 개편과 통치 속에 1905년 관기가 완전히 폐지되었고, 1908년 7월에 태 의원 및 모든 관기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궁 내부를 비롯한 모든 관기는 일제히 해체되어 관(官)에 의한 여악의 행사는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3]. 이에 권번에서는 조선시대까지 관에서 주도했던 여악이 해체된 후 궁중무용과 민간에 추어지던 민속무용 등을 수용하면서 전통적인 춤을 전승하는 역할을 수행[4]을 하면서 궁 안에서 추어지던 춤들이 궁 밖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렇게 춤추는 공간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전통춤은 활발하게 전개되어가기 시작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것이 근대의 전통춤까지 이어지게 된 것이다.
춤추는 공간의 변화는 1902년 고종 등극 40회를 경축하는 칭경식(稱慶式)을 거행하기 위하여 원각사라는 서구식 극장이 건립으로 한 번 더 변화하였다. 궁에서 기방이나 권번의 연희장소로 이동되고 또 서양식 극장의 등장으로 이동되면서 비로소 무대에서의 전통춤이 공연예술로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궁중에서만 상연되던 정재는 서구식 극장 무대를 통해 일반에 소개[5]되어 정재를 포함한 민속적 전통춤들까지 대중에게 파급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전통춤을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1910년부터 1945년 즉 일제의 식민지 정책으로 우리 고유의 문화가 계승되고 이어져 오는 것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우리 전통춤도 계승되는 것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리의 정신문화유산을 말살시키기 위해 민족말살 정책을 펼쳤으며, 이에 우리의 민족성이 담긴 전통춤도 위축되었다[2]. 이 시기를 힘들게 견뎌낸 이후 국가는 우리 전통의 문화를 지켜내기 위해 전통예술을 무형문화재 제도로 보호하고자 하였다.
1962년 1월 10일에 ‘문화재보호법’이 성립되고 1964년 2월 15일에 ‘문화재보호법 시행규칙’이 시행됨에 따라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1964년 12원 7일 종묘제례악(1호), 양주별산대놀이(2호), 꼭두각시놀음(3호)을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6]. 이러한 제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문화재의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것이다. 문화재는 우리의 문화유산으로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존, 계승하여 지켜내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하지만 예술도 시대에 따라 향유하는 대상에 따라 맞춰 변화하기 때문에 우리 전통춤도 시대에 따라 정책에 따라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우리의 전통춤은 변하지 않는 그 무엇을 고집하며 원형의 보존을 중요시하는 반면 그 원형들이 현시대에 와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진화하고 있으며 그 산물인 전통춤 공연들이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과정 중, 원형 보존의 뜻을 이어 무형문화재 중심의 공연들과 그 전수과정을 중요시하던 분위기에서 이제는 전통춤의 본질적인 생성의 의미 중 하나인 지역별 특성과 성격을 담은 전통춤들을 발굴해내면서 그 춤들 또한 공연되고 있으므로 인해 우리의 전통춤의 다양한 측면을 보게 되었다[7]. 이에 21세기에 들어서는 문화재로 전통춤의 원형을 지키는 것 외에 계승하는 형태의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80~90년대 무용가들이 창작 작업에 몰두해 활동하다 보니 표현 능력과 작품 연출 능력이 향상됨에 나타나는 무용계 전반의 영향에 따른 결과[2]로 전통춤을 추는 무용가들도 영향을 받아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2. 전통춤 전승의 새로운 패러다임
한국 전통춤의 형태나 형식의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연스럽게 전개되어 왔다. 궁 안에서 행하던 연희로서의 춤이 관기제도의 폐지로 궁 밖으로 나옴으로써 춤의 연희 형태가 궁의 행사가 아닌 기방이나 춤의 전승 형태로 바뀌게 되었고 궁중무용 외에 민속무용까지 포함하여 전승되는 춤의 다양성, 추어지는 공간의 이동이 있었을 것이다. 춤의 전승 주체가 관기에서 재인청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후에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며 서양식 극장의 등장으로 춤이 공연예술로서의 무대화가 진행되었다. 이때 춤의 구조 형태는 많이 변할 수밖에 없었다. 마당 형태의 사방이 열린 공간에서의 동작과 시선 등이 극장형 무대로 한쪽 면이 보여지는 형태의 변화로 시선. 동작의 크기, 동선 등의 변화가 생겼을 것이다. 이러한 서양식의 무대 도입으로 이전 전통춤의 양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춤의 양식과 형태를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무형문화재보호법의 적용으로 전통이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목적이 성격이 강해지며 전통춤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전승하는 방식의 전승구조가 이루어졌다. 전수과정과 이수 과정을 거쳐 춤의 형태와 구조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의 공연이 주를 이루었을 것이며 그러한 전승방법이 전통춤의 원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이후 80~90년대 서양식 춤 양식과 창작무용이 활발히 전개되며 무용가들의 작가적 능력 향상으로 전통춤을 추는 무용가들에게도 예술적 활동으로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영향은 전통춤을 전승하는 형태에도 구조의 변화를 가져왔는데 바로 전통춤을 재구성하거나 재창작하는 작업들을 통한 전승 구조이다.
전통춤 변형의 과정은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 바로 이 시대의 시대성이다. 사실 신전통춤은 21세기에만 존재하는 무용현상은 아니다. 신전통춤은 개방성을 가지는 공연 현상을 규정한 형식이기 때문에 신전 통춤의 변형은 필수불가결한 요인 중에 하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신전통춤 변형에 필요한 시대성은 지금 여기라는 시ㆍ공간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미감 등과 같은 요인이라 할 수 있다[2].
이처럼 전통춤은 처음에 연희공간의 이동으로 자연스럽게 춤의 변형과 형식의 재구조가 불가피했고 또한 관객, 즉 대상이 변화되면서 상황에 맞게 재구조화되었을 것이다. 그 이후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원형의 중요성에 따라 원형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목적으로 전통춤이 이어져오다가 현시대에 무용가들의 작가적 의미와 활동으로 전통춤도 자발적 형태의 변화를 두게 되었다. 원형을 유지하되 작가 즉 무용가의 미적 감각과 현시대가 요구하는 현대적 감각이 더불어 영향을 미치며 전통춤이 전승되는 것이다. 전통춤의 구조적 변형과 재구성은 춤의 미감을 더해주고 대중들에게 전통이라는 이질적이고 고지식한 감성에서 벗어나 현대의 감성에 가깝게 전통춤을 감상하고 느끼도록 하며 발전적인 방향으로 전승해 가는 데 역할을 하고 있다.
Ⅲ. 이동안류 진쇠춤의 전승 변화 과정
1. 이동안류 진쇠춤의 원형
1.1 진쇠춤의 유래
이동안 진쇠춤의 기원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이동안의 구전으로 이어져 오는 유래이고 또 한 가지는 경기도당굿과의 연관관계에서 설명되어진 것이다.
첫 번째 이동안의 구전에 의하면 나라에 경사나 행사가 있을 때 만조백관(滿朝百官)을 불러 연희를 베푸는데 8도 원님들이 농악단의 꽹과리를 들고 노는 모습을 본떠 왕 앞에서 꽹과리를 들고 춤을 추었는데 이것을 보고 왕이 흡족하여 이르기를 “사회 연풍하고 좋을 때 내 환갑이 돌아왔으므로 내 아들이 춤을 춘 것을 태평무라 부르고 고을 원님들이 춘춤은 진쇠춤이라고 하라”[8]고 했다는 데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가지는 경기도당굿과의 연관성에서 내려오는 설은 현재 진쇠춤이 경기도당굿에 삽입된 장단을 사용하고 기본으로 하고 있다는 것에서 진쇠춤이 단순히 경기도당굿 무속을 수행하는 재인들에 의해 전승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는 경기도 도당굿 장단을 사용한다는 점과 김창석의 기록에 도당굿에서 진쇠춤을 추는 복식에 대한 설명을 보아도 유래에 관한 설에는 이 주장이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1.2 무구와 무복
원형인 이동 안 선생의 진쇠춤복식은 원님들이 입는 복식인구군복을 입는다. 허리에는 전대를 두르며 전대위에는 끝이 동그란 황색병부를 내렸다. 이런 복장은 관원들이 주로 입었었으며 전립을 쓰고 목화를 신었다. 원손에는 꽹과리를 손목에 끈으로 연결하여 감아 잡고 오른손에는 오색끈을 늘여 꽹과리채에 달았다. 이 춤은 연주를 하는 것과 동시에 채에 달린 끈을 휘두르고 뿌리며 춤을 추는 연주 혼합 형태의 춤이다. 이 때문에 예능적 요소가 많이 들어가 있는 춤이다. 복식과 유래에서 보듯이 진쇠 춤은 고을원님, 즉 양반이 추었던 춤으로 위엄을 갖춘 절제미와 꽹과리의 연주로 신명과 흥의가락이 흥과 멋을 혼합시켜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춤이라고 할 수 있다.
1.3 장단
진쇠춤 장단의 특징은 경기도당굿에서 사용된 장단을 주로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낙궁으로 시작하여 등장하고 춤의 시작부터 차례로 부정놀이, 반설음, 엇중모리, 올림채, 진쇠장단, 경상도 엇굿거리, 넘김채, 터벌림, 자진굿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반주음악은 삼현육각(三絃六角)의 편성에 북을 대신하여 징을 사용하였으며 꽹과리가 포함된다. 반주 악기로는 꽹과리, 징, 장고, 피리, 대금, 해금으로 편성되어 흥을 더한다. 이동안류 진쇠춤의 음악적 특성은 10박의 엇모리 장단을 엇중 모리로 쓰고 있다는 점과 일반 타악 연주자들은 반서림을 터벌림으로 부르는 반면, 이동안은 반서림을 반서림 장단이라고 고 주장하고 겹마치기 장단을 터벌림 장단이라고 부른다는 점, 진쇠장단을 춤으로 끌어들여 32박으로 사용하고 있다[9]는 특색이 있다. 사용된 장단별의 특징은[표 1]과 같다.
표 1. 이동안 진쇠춤의 장단
2.4 춤사위
진쇠춤은 꽹과리를 들고 연주와 춤의 복합적 형태를 진행하는 예능적 요소를 지닌 춤이다. 반주와 더불어 직접 장단을 치면서 채에 달린 오색 끈을 뿌리고 돌리며 춤을 추는 연주와 춤의 혼합 형태로 구성된다.
춤의 진행에 따른 장단에서의 춤사위적 특징을 살펴보면 낙궁은 무대에 등장하는 장단으로 사용하여 무대 중앙까지 걸어 나와 춤이 진행되기 전의 준비한다. 부정놀이장단부터 한 장단을 치고 춤이 시작되는데 한 발을 들어 고관절을 회전하며 돌리는 사위나 쇠를 사선으로 굴려들고 채를 아래에 원을 그리듯 돌리거나 위로감아 돌리며 어르는 사위, 어깨에 짊어졌다 뿌리는 사위, 한 발을 딛고 바로 다른 한 발이 빨리 따라붙은 사위, 한 발을 돋아 감아도는 사위 등이 절제미와 더불어 위엄 있는 동작들이 구성되어 있다. 반서름은 부정놀이보다 조금 더 큰 동작의 구성으로 한 발을 들었다 호흡을 풀며 진행 방향으로 자진 걸음을 가거나 채를 돌려서 어깨에 얻었다가 앞으로 뿌리는 동작들이 있다. 마지막 장단은 무대 중앙으로 돌아 들어가며 엇중모리가 시작된다. 엇중모리 시작 첫 장단은 연주의 형태를 가지며 한발 돋음이 주를 이룬 발동작으로 한 박자에 한 번 돋을 때 박자의 시작을 위에서 올라갔을 때 받는 것이 특징이다. 채의 움직임이 더욱 생동감 있게 그리고 다니며 위에서 아래로 크게 원을 굴리며 그리는 사위나 꽹과리와 채 모두 뒷짐을 지었다가 혹은 도포 자락 안으로 넣었다가 의상과 함께 펼치며 뿌리는 사위 등이 나타난다. 마지막 장단도 무대 뒤로 들어가며 중앙에 돌아 위치한다. 올림채는 이전과 다르게 빠르게 진행되며 한발을 들어 사선으로 진행하며 돌기도 하고 쇠와 채를 머리 위에서 굴려 뿌리기도 하는 빠르고 큰 동작들로 구성되어 있다. 진쇠 장단은 장단을 치며 원을 도는데 연주의 대목이 잘 보이는 부분이다. 경상도 엇굿거리에서는 쇠를 앞면과 뒷면으로 뒤집으면서 채와 번갈아 돌리며 장단을 타고 발 전체를 딛고 걸음으로 첫 박에 무게감이 실리는 동작들과 한 발로 건너뛰며 이동하는 독특한 발사위가 구성되어 있다. 넘김채에서는 총 4장 당만 사용되는데 한 발씩 건너뛰어가며 이동하는 동작이 포함되어 있다. 터벌림 장단에서는 양쪽 발을 번갈아들고 디디며 양팔을 머리 위로 휘둘러서 뿌려내리는 동작을 한다. 마지막의 자진 굿거리 장단에서는 한 발로 건너가 체중을 모두 실으며 채를 크게 돌려 원을 그리는 동작과 양팔을 번갈아가며 감고 채고 또 감아서 뿌리는 등 이 춤의 신명이 최고조에 달하는 매우 흥이 나는 대목이다.
2.진쇠춤 작품의 재구성화
2.1 무대 구도의 재구성
진쇠춤의 재구성 작업은 홀춤, 16인의 여자 군무와 남자 1인의 솔로로 구성된 17인무, 여성 5인무, 남성 3인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재구성 작업은 이동안의 제자 윤미라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재구성된 작품은 이동안류 진쇠춤 보존회가 주축이 되어 현재 활발히 공연활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재구성 작업의 큰 특징 중의 하나인 무원에 따른 다양한 동선 및 구도 변화는 전승 패러다임의 대표적인 변화 양상이라 할 수 있다.
홀춤은 이동안의 진쇠춤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며 춤사위를 포함한 모든 외적 형태의 요소에 있어서 원형을 그대로 재현하며 계승하고 있다. 단, 이동안 선생의 실연 시 낙궁장단을 사용해 무대로 등장하는 부분은 무대화로 인한 재구성과정에서 무대 중앙에서서 춤을 시작하는 것으로 변형되었다. 춤을 시작하는 부분을 제외한 무대의 구도 및 동선의 특징으로는 제자리형, 직선구조의 전진·후퇴 이동, 대각선 이동 구도를 들 수 있으며 장단의 변화에 따른 춤의 시작 위치가 모두 무대 중앙이라는 점이다. 이밖에 원으로 말아도는 형, S자로 이동하는 형, 제자리도는 형구도 등이 있다.
17인무는 남자 솔로 1명과 여자 군무 16인으로 구성된 군무이다. 이 구성은 진쇠춤 재구성 작품 중 구도의 변화가 가장 다양하고 변화의 속도감이 가장 빠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솔로를 중심으로 가로 11자형 구도, 사선구도, 원형 구도, S자형 구도를 비롯해 일렬 구도와 삼각구도의 혼합구도. 일렬 구도와 원형 구도의 혼합구도 등 한 가지 이상의 복합적 도형 구도가 혼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이는 무원이 많다는 요인뿐만 아니라 빠른 구도 변화를 용이하게 적용할 수 있는 올림채장단의 특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였기에 가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장단의 특성에 따라 무대의 동선을 고려한 재구성 작업은 여러 형태의 구도들이 순간적으로 변화하면서 춤의 역동성과 화려함을 더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다.
2006년에 초연된 여성 5인무는 작품부제로 “영신금무(迎神金舞)”라 칭한다. ‘쇠를 들고 신을 맞아들이는 춤’이라는 뜻으로 경기도당굿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의미를 더하였다. 이 작품은 여성 5인무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각 구도, 라운드 구도, 사선구도, 일자 구도, 삼각구도, 큰 원을 말아도는 구도, S자형 구도 등 오방위의 구도와 더불어 대형 없이 흩어졌다 두·세 명씩 다시 만나는 변화를 주는 구도가 특징적이다.
2009년에 재구성한 남성 3인무는 솔로 남성 1명과 2명의 군무 남성으로 구성되었다. 이 재구성 작품의 구도는 다소 단조로운 듯하지만 남성 춤 특유의 힘 있고 강한 춤사위가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구도로는 사선구도. 삼각구도 원으로 말아도는 구도, S자형 구도 등이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에 의하면 무대 구도의 재구성 작업은 무원수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으며, 무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다양한 구도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변화의 전개가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17인무, 5인무, 3인무, 홀춤의 순으로 구도의 변화가 다양하고 복잡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특징이 나타났다.
2.2 복식의 재구성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동안류 진쇠춤 원형의 복식은 구군복이다. 하지만 윤미라가 이동안류 진쇠춤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17인무에서는 남성 솔로와 여성 군무 모두 구군복의 이미지는 유지하되 춤을 추기 용이 하도록 약간의 변화를 주어 구성하였다. 여성은 치마저 고리를 속에 입었으며 군무를 두 팀으로 나눠 8명은 노란 저고리에 빨간 치마, 8명은 연두저고리에 푸른색 치마를 입고 겉옷을 구군복의 형태에 맞춰 입었다. 그 이후 여성복식에 관해 연구하였는데 여성의 복식으로 구군복보다는 현대적 미감을 더하면서 원형적 연구를 더하여 재창 안 하였다. 이 춤이 경기도당굿에서 유래되었다는 유래설과 경기도당굿 장단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보아 경기도도당굿의 화랭이 이용우의 진쇠춤 복식에서 붉은 <철릭>에 앞에는 학의 <흉배>, 뒤에는 용의 <흉배>, 요대에는 3개의 <근랑>을 달았고 (김창석, 2006)[10] 철릭에 붙어 있는 긴 흰색의 <한삼>을 늘어뜨리고 춤을 추었다는 연구가 있는데 이것에서 착안하여 진쇠춤 여성복식을 재구성하였다. 모시로 된 철릭에 흉배를 달았으며 춤을 추기 용이하도록 긴소매의 한삼을 허리 뒤에 접어 고정시켰다. 안에 빨간 모시치마와 흰색 모시저고리, 자주 고름을 달았으며 의상을 입을 시 겉치마을 말아 입어 항아리 형태로 만들어 입었다. 이것은 진쇠춤의 동작이 외발 뛰기, 건너뛰기 등 독특한 발사위가 잘 드러나도록 함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의상의 색감에 맞도록 미감을 더하기 위해 진쇠채에 늘인 오색끈의 색을 파스텔 톤으로 여성의 부드러움을 더 했다.
남성의 복식은 원형에 따른 홀춤과 17인 무의 남성 솔로는 구군복을로 착용하였으나 춤추기 용이하도록 목화를 벗고 버선을 신고 춤을 추었다. 진쇠채에 늘인 오색 끈의 색도 원형 그대로 원색의 색감을 사용하였다.
현대적 미감과 재해석을 통한 재구성 복식으로 남자 솔로의 복식은 왕을 상징하는 금색에서 착안하여 현대적 미감을 더한 노란색으로 겉도포를 입고 양 어깨, 가슴과 등에 용배를 달아 왕의 위엄을 상징하고 있으며 도포의 배래는 춤 동작 수행의 용이함을 고려하여 용의 그림이 수가 놓인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였다. 진쇠채에 늘인 오색끈은 왕의 위엄과 화려한 의상 때문에 원색의 끈을 채도를 낮추어 분위기를 눌러주는 역할을 하였다.
표2. 진쇠춤 복식의 재구성
2.3 장단의 재구성
이동안류 진쇠춤 장단은 재구성 작업 과정에서 장단의 종류나 구성의 변화 없이 원형이 가지는 장단의 특수성을 유지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즉, 경기도당굿 장단이나, 이동안 선생만 사용하는 진쇠 장단과 같은 특징적 요소를 원형 그대로 유지하여 장단의 특성을 보존·전승하는 것에 그 가치를 둔 때문이다. 단, 무원수에 따른 군무의 구성에 따라 장단의 진행 구성을 재조합하는 과정으로 재구성 작업이 진행되었는데 이는 첫째, 작품의 분위기와 연출적인 면에서 차별성을 두기 위함이고 둘째, 남·여성별에 따라 춤사위의 표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함이다. 장단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하는 과정은 이동안 진쇠춤의 재구성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한 춤 진행의 연출적 분위기 전환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 간과해서는 안 될 작업의 과정이다.
첫 장단이 올림채 장단으로 시작되는 작품 구성은 남성 무용수의 역동성을 중요시한 것이며, 첫 대목부터 힘 있는 장면을 연출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올림채 장단 뒤에 나오는 부정놀이 장단은 상대적으로 더 위엄 있고 절제미를 돋보이게 하는 극적 분위기로 유도하며 전환의 효과를 가중시킨다. 반면 엇중모리장단으로 시작하는 여성 5인무 작품 구성에서는 장단 특유의 무게감이 부드러운 분위기의 연출로 시작할 수 있게 하고 있으며 그 다음 부정놀이장단의 위엄과 절제미를 돋보이게 하는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이와 같은 구성은 그 뒤에 나오는 장단들이 점점 신명을 더해 흥이 최고조에 이르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장단의 재배치로 인한 전승 패러다임의 변화는 연출적 의미로 보았을 때 작품 전체 분위기를 극적으로 전환하고 있었으며 예술적 미감을 더해 새롭게 전개하는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하겠다. 이상의 구성 변화 및 차이는 [표 3]과 같다.
표 3.진쇠춤 장단의 재구성
Ⅳ. 결론
전통춤의 전승은 원형의 보존을 중요시함과 동시에 원형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춤의 형태, 복식, 음악, 춤사위 등 전통춤의 원형을 급변하는 문화의 수준을 고려하여 무대에 맞게 점점 더 발전된 형태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시대 무용인들의 원형 보존과 동시에 발전적 진화의 방법론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와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춤의 미래지향적인 전승방안으로는 원형을 파괴하지 않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원형의 재창작, 재구성 작업으로서 시대성을 반영하고 시대적 흐름을 통해 현시대의 관점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전통춤 공연에서 새로운 전승 양상을 띠고 있는 전통춤 중 이동안류 진쇠춤의 전승 패러다임 변화 양상을 연구하는 데 목적을 두고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전통 재구성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이동안류 진쇠춤의 전승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사례 분석을 통해 다음과 같은 관점을 도출하였다.
첫 번째, 무대 구도의 재구성 작업은 무원수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았는데 솔로를 중심으로 한 가로 11자형, 사선형, 원형, 삼각형, S자형 등을 비롯하여 두 가지 이상의 구도를 혼합한 구도 등 무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복합적이고 다양한 구도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변화의 전개 또한 빠르게 진행되어 관객을 압도하는 속도감이 춤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이와 같은 구도 변화 양상은 17인무, 5인무, 3인무, 홀 춤의 순으로 다채롭게 이루어지고 있는 특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 무복의 변화 양상에서는 작품 구성 변화에 따라 복식의 변형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데 17인 무의 경우는 솔로인 남자 무용수는 구군복의 원형을 유지하고 군무 여자무용수들은 바지를 치마로 변형하고 저고리와 치마 배색을 다르게 하여 구도 변화에 대한 다양성과 통일감의 특성을 동시에 겸할 수 있는 효과를 주었다. 여성 5인무의 경우 춤의 유래에 근거하여 경기도당굿의 무당이미지를 가져오고 현대적 미감을 더한 파스텔 톤의 오방색의 모시 철릭, 치마, 저고리, 큰머리의 사용은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남자 솔로의 복식은 왕을 상징하는 금색을 현대적 미감을 더한 노란색 겉 도포로 변형하고 도포의 배래는 춤 동작 수행의 용이함을 고려하여 용의 그림이 수놓인 아대를 착용하는 점은 근거와 타당성에 부합하는 변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장단의 변화 양상은 장단의 종류와 가짓수는 원형을 유지하면서 장단의 진행 순서만 재구성하는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이동안 선생만이 춤장단으로 사용하였던 진쇠장단을 그대로 사용함으로 진쇠 장단의 특유의 예술성에 대한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함이다. 또한 장단 구성의 변화는 각 장단의 특성을 부각시켜 춤의 연결을 더욱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표현할 수 있는 특징이 있었으며 이러한 과정으로 인한 전체적인 작품의 예술성을 높이고 신선함을 줌과 동시에 연출적 요소를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전통춤의 전승 패러다임의 변화는 원형이 가지고 있는 의의나 형태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대적 흐름을 통해 무대화되었다는 점에서 시대적인 관점을 수용하고 전통춤의 현대화를 꾀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다양한 구성 방식의 활발한 변화가 수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으며 또한 전통춤의 전승 패러다임은 미래지향적인 전통춤의 전승방안으로서 새로운 면모를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향성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사실상 고착화되어진 전통춤이 현대 대중에게 외면받는 현실에서 전승 패러다임의 변화는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활동일 것이며 전통춤의 형성에 관한 이론적인 접근을 통해 전통춤 문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가치에 대한 제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전통춤의 정통성과 역사성에 대한 이론적 근거의 올바른 이해 및 해석은 꼭 지켜야 할 과정이며 원형의 올바른 전승과정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통의 뿌리를 보존함과 동시에 급변하는 시대의 미적 감각을 수용할 수 있는 변형의 구조에 관한 연구와 역사적 근거에 관한 이론적 연구가 병행돼야만 즉흥적이고 근거 없는 변형으로 인한 전통춤 훼손 행위가 아닌 발전적인 전통춤 전승 패러다임은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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