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문화담론은 너무 늦었거나 너무 일렀다. 왜 늦었느냐 하면, 그 담론이 '80년대의 목적 의식적 세력이 존재할 당시에 전개되었다면 그 기반 위에서 '90년대 대중문화의 새 동향을 변별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왜 빨랐느냐 하면, '90년대의 문화담론은 그 현실적 기반을 내생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문화상품에 기우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오늘날은 문화담론 자체가 대중문화의 소비를 강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치 정보화 운동이 정보의 소비를 강권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문화담론이 도전해야 할 대상은 바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