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1990년대 이후 발표된 여화(余華)의 "재세우중호함(在細雨中呼喊)"(1993), 소동(蘇童)의 "성북지대(城北地帶)"(1994), 왕강(王剛)의 "영격역사(英格力士)"(2004)에 나타난 가족결핍과 그 서사적 대응방식을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소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인 결핍된 가족은 존재의 부재를 뜻하기도 하지만 그 기능과 역할의 부재를 의미하기도 한다. 결핍을 야기하는 원인은 작품마다 서로 다르며 대응 양상 또한 차이를 보인다. 중국의 성장 서사는 오랜 시간 동안 전통의 유제와 여러 가지 정치적 압박 속에서 성장과정에서 일어나는 부모와의 갈등, 성장자 자신의 내면의 고통들을 집단의 경험 속에 매몰시켰다. 성장의 기억을 개인에게 돌려주기 시작했던 1980년대의 선취에 힘입어 1990년대 성장 서사는 지나간 연대의 강박과 피로에서 벗어난 작가들의 다양한 시도 속에서 더욱 풍부한 함의를 지니고 있다. "가랑비 속의 외침"은 친부모와 양부모에게 의도치 않은 '버려짐'을 당한 주인공의 심리적 고아의식을 보여주었고, "성북지대"는 부재된 가족에게 염증을 느끼고 또래 집단 속에서 위안을 받는 아이들의 서로 다른 성장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 나의 잉글리쉬 보이"는 동일시의 대상을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중국 성장소설의 주류적 서사와 구분된다. 개인의 성장은 그를 통해 진일보하고 결국 성장자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성장소설의 모범사례로 여겨진다.
이 글은 페미니스트 범죄서사인 양귀자의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을 1990년대 여성운동과 페미니즘의 대중화, 강남 중산층 소비 문화와 미디어 문화의 전면화를 배경으로 중산층 가정의 사회적 도덕적 규범성이 강화되는 맥락을 보여주는 텍스트로 읽고자 하였다. 이 소설의 여성 주인공인 강민주와 백승하는 모두 1990년대 텔레비전과 광고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가시화하기 시작한 강남의 거주자이다. 다른 한편으로 남녀 주인공에게 각각 할당된 페미니스트이자 강한 소비적 정체성을 지닌 여성과 부드럽고 가정적인 남성은 모두 당대 여성운동의 성장과 대중화된 페미니즘의 이슈를 체현한다. 소비주의 미디어 문화, 여성운동, 민주화의 결합은 무엇보다 중산층이라는 물질적 토대를 가시화하는 가운데 부드럽고 가정적인 남성상을 창출했다. 이 소설에서 가정적 남성상은 페미니스트 범죄 서사를 중산층 가정의 안정과 위엄을 공격하는 팜므 파탈의 서사로 전화시키며, 바로 그 전화의 순간에 강민주는 자신을 흠모해온 하층계급 남성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양귀자의 이 소설은 1990년대 본격화된 강남을 배경으로 한 중산층의 사회문화적 재현과 페미니즘 이슈를 중첩시킨 텍스트로서 시사적일 뿐만 아니라 징후적이다. 1990년대 말 이후 한국에서 펼쳐질 범죄 서사의 핵심 코드로서 여성 혐오 살인의 사회문화적 맥락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베트남전쟁 소설에 나타난 기억의 전승과 트라우마 양상을 연구한 것이다. 연구방법으로는 문화학 이론에 일조한 알라이다 아스만의 기억이론을 활용하였다.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베트남전쟁에서 배제된 타자의 목소리를 제기하였다. 1990년대 이후 발표된 베트남전쟁 소설은 타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여 문화적 기억을 새롭게 전승하였다. 공식기억에서 배제된 민간인학살, 고엽제 피해자, 혼혈아 라이따이한 등의 이야기가 소설화되면서 대항기억으로 부상한 것이다. 방현석의 베트남전쟁 소설인 <존재와 형식>에서는 베트남전쟁을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를 제기하였다. 방현석의 <랍스타를 먹는 시간>에서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과 반성 없이는 한국은 미군의 정체성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밝혔다. 둘째, 베트남전쟁의 비극성을 다룬 것으로 몸이 기억하는 트라우마 양상을 제시하였다. 안정효의 <하얀 전쟁>은 기억 투쟁의 과정에서 과거로 퇴행하였음을 밝혔다. 이대환의 <슬로우 불릿>은 고엽제로 인한 피해 양상이 가족사의 비극으로 이어짐을 밝혔다. 오현미의 <붉은 아오자이>는 한국계 베트남 혼혈인이 아비 부정을 극복하고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서사임을 밝혔다. 하림의 <사이공의 슬픈 노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혼혈인 샤이랑의 이야기가 서사성의 약화로 인해 연애소설로 전락하였음을 밝혔다.
본고는 최근 5년간 중국어로 번역된 한국현대소설의 현황 및 이들의 독자수용에 대해 분석한 것이다. 최근 5년간 한국현대소설의 번역현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다양성이다. 이광수, 김유정, 김동리, 박경리, 신경숙, 공지영, 김영하, 박민규, 천명관, 김애란 등, 다양한 색깔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이 고르게 번역 소개되고 있다. 둘째, 당대 여성작가 작품들에 대한 번역이 상당히 활발하다. 마지막으로, 한국문학번역원이나 대산문화재단의 지원 없이 출판사에서 자체적으로 번역 출간하는 작품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 결과, 양적인 증가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도 탄탄해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현대소설에 대한 중국독자들의 관심은 매우 미약하다. 이러한 가운데, 김영하, 천명관, 김애란, 박민규 등 1990년대 중반 이후 등단한 작가 작품들이 중국에서 비교적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서사방식이 참신하며 현실과 밀착되어 있고 가독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중국독자들의 관심은 다음 두 가지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 중국에서 한국현대소설이 주변에 놓여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나, 그 안에서도 읽히는 작품은 읽힌다는 사실이다. 둘째, 한국현대소설에 대한 중국독자들의 냉담함은 한국현대소설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번역을 '잘' 이행할 수 있는 전문번역가의 양성 및 '정전'번역을 통해 '한국'의 현대소설이 갖는 다름을 소개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한국현대문학 연구자, 번역자와 출판주체 간의 협조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영화 <네버 렛 미 고>를 푸코의 권력이론 중 생명권력과 규율권력이 억압하는 사회적 구조에서 권력에 함몰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실현하려는 인간의 가치로 분석하고자 한다. 과거 생사여탈권을 쥔 군주권력이 시행하던 신체형은 18세기 이후 생명권력으로 변모하여 인간의 신체를 교정하고 규율에 맞는 능력을 부여하여 기계처럼 작동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생명권력의 통제 속에서 인간은 질병을 치료받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안전 욕구를 달성하며, 생산재로서 기능한다. 학교는 생명권력이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훈육을 통해 신체를 통제하고 규율을 내면화시킨다. 이 영화는 기존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과 차별성이 있다. 복제인간들이 장기 기증자의 역할을 별도의 저항 없이 순응하거나 원본인간과 복제인간의 갈등이 드러나지 않는 점이 그러한 예다. 또한 기존 소설과 영화가 미래를 배경으로 한 것과 달리 1970년대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과거 회고 형식을 띤 점도 그렇다. 이들은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관계에 의존하거나 상실을 경험하며 독립적 자아를 찾고 유한한 삶의 한계 속에서 삶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이 연구의 목적은 최근 미국 공공도서관의 주요한 독서운동의 한 형태인 '한 책, 한 도시' 독서운동의 성장과 확산 현황을 분석함으로써 개혁적. 지속적 및 집합적 독서운동으로서의 의의를 평가해보는 것이다. 또한 '한 책' 선정 작가 및 도서의 주제, 장르, 간행연도 등을 분석함으로써 특정한 지역사회가 함께 '한 책'을 읽음으로써 이해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문화적, 사회적, 공동체적 목표를 이해하도록 시도한다. 미국국회도서관(LC) 도서 센터 웹사이트의 '한 책' 프로젝트의 지역별 및 작가별 리스트를 분석하고, LC OPAC에서 조사한 '한 책' 선정도서의 서지 레코드를 분석한 결과는 1990년대 이후 간행도서에 대한 선호, 전기 및 전기적 소설의 중요성, 다민족, 다문화 사회의 이해라는 주제의 집중성 등의 특성을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일련의 사건들은 - 1995년 러시아 국립공원에서 매설된 오염폭탄발견, 2001년 9/11 테러, 2003년 알카에다 오염폭탄 실험 증거 발견등 - 방사성물질 (본 논문에서 언급한 "방사성물질"은 "핵물질 사용후핵연료 방사성동위원소"를 말함)을 이용한 핵테러 및 방사능테러 (본 논문에서는 "핵테러 및 방사능테러"를 간단히 "핵테러/방사능테러"로 표시함)가 공상과학소설이 아닌 실제적으로 발생가능할 심각한 위협임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세계는 새롭게 대두된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사성물질에 대한 보안(security)과 물리적방호(physical protection)를 강화하고 방사성물질 불법거래 예방 및 대응체제를 구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부응하기 위해, 관련 법 체제를 제 개정하고 국제협약 혹은 기구에 합의하거나 가입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핵테러/방사능테러 예방의 일환으로 방사성동위원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한 붕괴 과정을 가진 핵물질의 물리적 특성을 살펴보고, 현재 운영되고 있는 핵테러/방사능테러 탐지 장비들의 특성을 파악한다. 검토된 장비들의 특성과 함께 국외에서 국내로 불법 유입된 방사성물질이 목표 지점까지 도달되는 과정, 국내 지형적 특정 그리고 다중 방어적 개념을 고려하여 핵테러/방사능테러 탐지체계 구축 방안을 제안한다. 본 논문은 핵테러/방사능테러로부터 국민의 건강, 안전 그리고 환경을 보호하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주변부적 관점에서 그리고 젠더적 관점에서 1996년 8월 '연세대 사건'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이 질문을 두고 본고에서는 한국문학에 나타난 1996년에서 2016년에 이르는 시기 동안의 혁명의 기록과 기록이 누락한 기억들을 검토하였다. 1996년의 학생운동에 대한 낯선 회상이 이루어지는 소설들, 윤이형의 「큰 늑대 파랑」(『큰 늑대 파랑』, 2011), 최은영의 「몫」(2018), 황정은의 『디디의 우산』(2019)을 중심으로 정치적으로 비가시화되었거나 젠더적으로 배제되었던 존재들이 경험하고 기억하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복원해보고자 하였다. 주변부적 위상에 대한 인식과 '기억될 수 없는' 혁명에 대한 호명의 상관성은,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과 체제 재편의 열망을 나누는 혁명의 한복판을 '함께' 통과할 때에도, 혁명이 모두에게 동일한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혁명의 순간에도 여전히 배제와 위계의 논리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역설하였다. 이러한 검토를 통해 1996년 '연세대 사건'의 역사적 복원과 계보화 작업이 단지 학생운동에 대한 재고에서 나아가 1990년대 한국사회에 대한 젠더적 관점의 재평가를 요청한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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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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