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우리 몸의 맨 바깥을 둘러싸고 있어 신체를 보호하며 생리적으로 중요한 기능들을 수행하는 인체 기관의 하나이다. 그러나 생리적 기능을 넘어서 사회문화적 차원을 포함하는 인간 정신의 다채로운 내용들이 그 위에서 풍부하게 표현되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본 논문은 분석심리학의 관점을 바탕으로 피부가 가지는 다양한 상징적 의미들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층으로 구성되며 방어막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체온 조절, 비타민 D합성, 감각 기능 등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여러 역할들을 담당한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심리적 요인과 생리적 변화 사이의 상호 관련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려 노력하고 있어 향후 피부에서 나타나는 현상들과 정서적 관련성에 관해 좀 더 체계적인 이해가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데 일찍이 융은 정신양 기능에 대한 가설이나 동시성 이론을 통해 물질과 정신 사이의 연관성을 직관적으로 시사한 바 있다. 논문에서는 일상의 언어에 나타나는 피부 관련 표현들을 통해 피부의 사회심리학적 측면을 살펴본다. 언어는 한 집단의 정신세계를 담지하는 전달자일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피부는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증상이 있을 때 특별한 사회적, 심리적 반응을 유도하고 환자에게 큰 고통이 될 수 있다. 페르조나는 인격의 외피로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성립되는 역할인데 이는 자주 신체의 외피인 피부를 통해 표현된다. 자아 이미지, 자아 정체성은 피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다양한 모습으로 피부 위에 표출된다. 융은 에로스를 관계 원리로 규정한 바 있는데 피부야말로 에로스가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민담과 신화 속에 나오는 짐승 가죽을 뒤집어쓰거나 허물을 벗는 이야기들에서 개성화 과정에서 변환의 의미를 내포하는 피부의 상징성을 읽을 수 있다. 또한 피부질환이 전체정신의 중심으로부터 의식으로 전해지는 메시지 일 수 있음을 이해할 때 자기실현에 중요한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