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저리학계는 서양의 이론과 연구경향은 받아들였지만, 그것이 나오게 된 역사적 배정, 오랜 세월 동안 누적된 경험적 연구, 야외조사 연구에는 무관심하였다. 어느 지역이 어떤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는 채 지역의 공통성을 추구하고 model화, 이론화하게 되면, 그 model은 다음의 연구에 인용되지도 않고 다음 세대의 연구를 위한 기초로서도 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 결과가 틀렸기 때문이다. 결국은 연구성과가 누적되지 않고 개개 연구의 하나하나는 사상누각(砂上樓閣)이 되고마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시대적으로 연구성과가 누적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간법칙(空間法則)을 추구하기에 는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계량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에서 사용되는 인자(因子), 지수(指數), 나아가서 model들은 대부분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 검증되고 시험되거나 도출한 것들이다. 우리의 지리적 조건에 맞는 방범과 방법론이 나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번도 연구해 본 주제가 아니더라도 외국에서 이미 오래전에 연구한 것이면 '오래되고 밝은 연구(硏究)'라고 비판하면서 '좀 더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고의 편협성은 우리나라 지리학 발전을 저해한다. 이것은 결국 성급한 일반론을 도출해내려는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학제간(學際間) 접근(接近)을 하면서 system approach를 시도하고 있는 연구를 보고 이것이 지리학 논문인가 하는 거부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다른 학문분야가 지리학의 영역을 침입 내지는 장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것은 사고의 모순이다. 학문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한 세대내에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다음 시대인 21세기 100년간의 어느날, 우리들의 후세들이 공간법칙을 발견했을 때, '20세기 말에 우리 선배들이 이런 법칙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학회를 창설하고, 우리나라의 지역을 발로, 눈으로 뒤지면서 기초연구를 해 두었다. 그리고 그에부터 누적된 연구가 오늘의 이 법칙을 발견할 수 있도록 했다'는 평가를 받로곡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