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가 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한 지[1] 19개월째 접어들면서 세계는 빠르게 ‘위드코로나(with corona)’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백신 개발로 COVID-19 감염력 및 치명력을 일정 수준 통제하게 된 반면, 그간 방역의 핵심 전략이 되었던 격리정책이 사회 · 경제적 손실 증가 및 국민적 수용의 한계에 부딪히게 되면서 더 이상 정책수단으로 유지해가기 어려운 현실이 국내외 공감대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2].
이미 백신의 시대를 빠르게 예감하고 선도적으로 백신접종을 추진해온 이스라엘을 필두로, 미국, 영국, 싱가포르 등의 국가들은 방역을 해제하고 ‘일상으로 회복’을 선언하였다[3]. 물론 델타변이 확산으로 감염환자 수가 증가하면서 격리정책의 완급이 조절되고는 있으나 이미 ‘위드코로나 시대’를 받아들이고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으로 방역체계를 전환하겠다고 밝히면서[4] 이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제기되고 있다[5].
‘위드코로나’ 시대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간의 대응전략들을 되돌아보고 미비한 과제들을 개선하는 한편, 대유행 시기와 달라진 정책수요에 선제적으로 부응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제안되는 정책 쟁점들과 개선과제들을 종합한다면 크게 세 가지 방향, 즉 첫째, 백신접종 확대를 통한 대상인구 면역개선, 둘째, 중증환자 진료 및 사망 최소화를 위한 의료체계 정비, 셋째, 사회적 수용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역학조사 및 환자추적관리체계 정비 등으로 정리될 수 있겠다.
이상의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점검, 개선되어야 할 세부과제를 짚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백신접종 확대를 위해 다양한 백신접종 유인방안들을 마련하는 한편, 백신접종의 장애가 되고 있는 백신 부작용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백신 부작용 피해를 적극적으로 구제하는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 특히 백신 부작용 피해에 대해 현재 피해자 입증책임을 부과 하고 있어 피해구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국회에서도 지원 법령 준비를 하고 있으나 인과성 입증의 수위를 둘러싸고 이견들이 제기되고 있다[6,7]. 그러나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재난상황에서 백신접종의 국민적 참여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반 피해구제 기준과는 별도로 유연하고 신속한 피해보상 접수와 구제방안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
둘째, ‘단계적 일상회복’을 위한 사회활동 허용은 불가피하게 감염자 증가를 동반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비한 의료체계 대응역량이 핵심 관건이 될 것이다. 그동안 감염자의 중증도에 따라 생활치료센터, 감염병 전담병원, 전담병상 진료의 단계로 구분하여 나름대로 감염자 진료체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현장인력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하였고 자원동원 또한 여의치 않아 의료체계 정비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감염진료 역량을 높이기 위한 감염전담 공기관 확충이나 공기관 중심의 감염진료 담당 등은 단기간 내 중증 진료역량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고 국가 차원의 의료자원 확충을 위한 효율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자원 다수를 차지하는 민간자원 활용정책을 중심에 두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다.
민간 병원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선 공익적 기능부여에 따른 보상이 필수적이나, 메르스 유행을 포함하여 그간 감염병 진료협력에 따른 보상수준 및 재정의 신속성을 놓고 의료계의 불만과 불신이 높아진 관계로 실제 동원될수 있는 가용자원은 정부 추정보다 낮은 실정이다 [8]. 의료계와 병원계의 적극적 참여가 위드코로나 시대의 의료대응 역량을 담보하는 핵심 요소이니만큼, 행정명령 등의 규제보다는 전향적인 보상방식이 위드코로나 정책전환 시 적극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 단순하게 병상 수 집계에 그치지 않고 중환자진료가 가능할 수 있도록 의료인력 확보방안도 연장 대응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전략이 될 것이다. 그 외 모든 감염자를 의료기관에서 진료하는 현재의 방식을 재택진료로 전환하고 의료기관 간의 단계별 역할분담과 회송체계를 재정비하는 방안[5], 중앙단위와 지방단위의 실정에 맞게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현실적인 의료전달체계 등도 함께 강구되어야 한다.
셋째, 일상회복을 위한 단계적 사회활동이 완화되어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효과적인 감염차단 전략을 수립하기 위하여 역학조사와 감염자 추적관리시스템이 좀 더 정교하게 개선되어야 한다. 역학조사의 경우에는 역학조사 인력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역시 보상과 유인체계로 확충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간 감염관리 정보체 계를 통해 누적된 정보와 QR (quick response) 코드 등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디지털 정보 기반 추적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운영할 필요가 있겠다[9].
COVID-19 대유행 초기에는 국가적 재난을 함께 극복하자는 사 적 의지들이 모이고 국민들의 인내에 힘입어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 있었지만, ‘위드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은 더 이상 국민의 헌신과 전문가의 봉사에 기대어 헤쳐나갈 수 없게 되었다. 각 이해 주체들이 각자의 역할과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가 효과적이고 균형감 있는 정책수단들을 설계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장에서 정책이 적절히 작동될 수 있도록 현장의 이해 주체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개선해가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COVID-19 대응정책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휘둘리지 않도록 해야하며 근거 중심에 기반한 정책결정과 추진이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ORCID
Sun-Hee Lee: https://orcid.org/0000-0002-9694-1977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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