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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f Black Comedy and Creativity Elements in Joon Ho Bong's Films -With Emphasis on -

봉준호 감독 영화에 나타난 블랙코미디 요소와 창의성 연구 - 영화<기생충>을 중심으로 -

  • 김성훈 (한서대학교 디자인.엔터미디어학부)
  • Received : 2021.07.19
  • Accepted : 2021.08.24
  • Published : 2021.11.28

Abstract

is a film that lifted Director Joon Ho Bong and Korea to the world-class level. A number of researchers have released findings of studies on based on their own interests and perspectives. The current study discussed the historical facts of black comedy in film and how black comedy from play has been used for epic characteristics and formal measures, although it was not a specific rule, through the perspectives of contemporary writers, such as Beckett, Ionesco, Durrenmatt, and Brecht. Some tools used for comedies and tragedies shared the same concept with black comedy in film and black comedy was a unique characteristic of film. The study analyzed how black comedy was signified in for paradox and nonalignment of purpose/intent and consequences as epic characteristics and parody, grotesque, and coincidence as formal measures. It also discussed the meaning of Director Bong's black comedy in and how the audience accepted it. Both the contemporary writers and Director Bong has a compassionate perspective, but the his was different from the work of other contemporary writers. Therefore, the study discussed his creativity behind .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수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시선으로 자신들의 관심분야에 따라 <기생충>에 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본고는 블랙코미디 장르가 영화에 도입된 역사적 사실들을 알아보고 연극에서 출발한 블랙코미디가 베케트, 이오네스코, 뒤렌마트, 브레히트 같은 현대작가들의 시선을 거치면서 규정된 법칙은 아니지만 서사적 특징과 양식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진 장치들이 나타났다. 희비극 연극에 사용된 장치들은 영화의 블랙코미디 개념과 동일하며 영화만의 특성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블랙코미디의 서사적 특징인 역설, 의도·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그리고 양식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진 패러디, 그로테스크, 우연이라는 요소로 영화<기생충>에 나타난 영상의 의미를 해석해 본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에 사용한 블랙코미디는 세상에 어떤 의미를 던지고 관객은 그 의미를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작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봉준호 감독이 바라보는 연민어린 시선이 전혀 다르지 않지만 작품의 결과는 현대작가들과 사뭇 다른 그의 영화 <기생충>의 창의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Keywords

I. 서론

영화<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에게 새로운 영화의 지평을 열어준 영화이자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국가 반열에 올린 작품이다. 그의 영화<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후 또 한 번 우리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일로 평가받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 콘텐츠가 골든글로브에서 상을 받기는 처음 이다. 더욱이 이 영화는 <페인 앤 글로리>, <레 미제라블>, <타오른 여인의 초상>등 쟁쟁한 경쟁작을 물리치고 수상을 했기에 더더욱 값진 쾌거로 기록된다.

그의 영화<기생충>수상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그리고 감독상을 수상하여 세계 명장 감독반열에 등극했다. 영화 <기생충>은 많은 국내외 평론가들의 찬사가 줄을 잇는 가운데 그 영화에 대한 해석과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분분하다. 이는 봉준호 영화만이 갖고 있는 힘이기도 하지만 그가 간직하고 있는 인간과 사회계층에 대한 고민이 없이는 이루기 힘든 업적이기도 하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전문가들과 일반 관객들 사이에서 봉테일이라 불리 우며 특유의 섬세함을 영화 속에 켜켜이 전개를 잘하기로 유명하다. 영화를 많이 아는 사람이나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관객이나 영화에서 얻는 감동과 메시지 전달은 그의 전매특허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 대한 문제의식은 좀 더 보편적이고 상징적인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되어 왔다. <설국 열차>에서계급적 지위는 기차의 구조적 특성에 맞춰 수평적으로 배치되어 앞으로 전진 하는 개념으로 진행되었다면 <기생충>은 동일한 문제의식을 수평적 배치 대신 계층적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인간들의 주거지와 주거 형태를 수직적으로 배치했다. 이 공간의 표현은 영화의 주제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주거 공간은 그 인물이 가진 사회 경제력을 시각화 하며 그 공간을 벗어나거나 점유하려는 투쟁이 영화의 주요한 갈등으로 진행된다.

봉준호 감독은 이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양상에서 블랙 코미디 기법을 차용한다. 블랙코미디란 일반적으로 위험하거나 불행한 상황을 눈앞에 두고 하는 풍자의 유머를 이용한 코미디 작품을 말하며 우울하거나 무서운 내용을 익살스러운 요소와 결합시키는 스토리 구조를 통해 사회에 대한 우울한 유머나 잔혹하고 통렬한 풍자를 내용으로 한다[1]. 블랙코미디의 핵심은 익살스럽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한 상황, 혹은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잔혹한 장면들 속에서 익살스러움과 풍자를 자아내는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기생충>에서 ‘가난하지만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은 없다’라는 명제를 시작으로 나보다 가지지 못한 사람을 인간들이 대하는 태도를 블랙코미디 요소로 표현했다. 또한 집주인 모르게 공생하는 바퀴벌레 또는 기생충인 두 가족 간의 혈투를 잔인하지만 웃음이 묻어나는 방식으로 선 보였으며 전등을 통해 보내는 모르스 부호는 같은 공간에서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계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만연되어 있는 학연, 지연, 혈연의 관계를 블랙코미디 요소로 표현했다. 이런 블랙코미디 요소가 영화 곳곳에 나타나며 영화 주제와 플롯을 구성한다. 여기에 사용된 플롯은 할리우드에서 사용되는 전형적인 플롯과 흡사하다.

본 연구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 등장하는 블랙코미디 요소를 영화 전반에 걸쳐 살펴 볼 것이다. 연극에서 출발한 희비극의 개념이 영화에서 블랙코미디로 나타났다. 이 블랙코미디의 구축과정을 살펴보고 블랙코미디만의 서사적 특징인 역설(paradox).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그리고 양식적 수단으로 사용되어진 패러디(parody), 그로테스크(grotesque), 우연, 이라는 요소로 영화를 분석해 보겠다. 그 분석의 결과가 어떤 창의성의 결과로 나타났는지를 검토해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에 대한 근원을 알아 볼 것이다.

II. 영화 <기생충> 선행연구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이후로 국내에서 봉준호 감독의 연구는 폭발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RISS에 영화 <기생충>으로 검색한 결과 총 88편의 국내 논문이 검색되나 그중 16편은 영화<기생충>과 전혀 다른 논문이고 그중 9편은 영화 <기생충>과 다른 영화를 복합적으로 쓴 논문이며 영화 <기생충>으로 쓴 논문은 63편으로 나타났다.

저서로는 전찬일의 「봉준호: 장르가 된 감독」(작가, 2000)과 이동진의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 (워즈덤하우스, 2020)를 들 수 있으며 두 저서는 감독과의 인터뷰에 본인의 견해를 첨가했고 이동진은 영화를씬 별로 나누어 설명을 곁들였다. 학위논문은 박사학위 논문이 두 편이고 석사학위 논문은 3편이다. 허민회 박사 논문은 영화산업의 해외진출 전략에 관한 것이고 오남무는 <기생충>의 공간 서사를 통한 사회 부조리 연구이다. 석사논문은 라현명의 <기생충>의 서사특징에 대한 연구로 중국 유학생의 논문인 것이 특이하다. 김유진은 영화의 영상표현에 관한 연구를 했고 이주경은 <설국열차>와 <기생충>의상에 나타난 아노미 현상에 관한 연구이다. 학술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다. 조흡은 <기생충>과 국가적 알레고리에서 약자들끼리의 치열한 경쟁과정에서 이차적인 비극적 파국이 안정망 속에 존재한 것 같은 소수의 국외자에 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다고 보았고 이상철은 <기생충>이내게는 종교영화인 이유에서 영화가 본인의 종교 관성화에 대해서 삐딱하게 바라보게끔 하는 단서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손성우는 <기생충>을 욕망의 자리와 환상의 윤리를 중심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한다. 이다운은 계급적 패배감과 모멸감이 만연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같은 계급을 겨냥하는 불운한 사회를 이야기 했다.

송다영은 <기생충>에 나타나는 혐오의 표현과 양상을, 강병호는 <기생충>에 나타난 생명자본의 관점을, 한송희는 가난 재현의 정치학을, 육정학은 가족과 사회를, 심영덕은 질 들뢰즈의 시간과 이미지를 <기생충>에나타난 상상력 연구를, 오세은은 공간사회학적 의미연구를 하였다. 개인적으로 눈에 띠는 연구는 권승태의 <기생충>의 시각 정체성과 서사 정체성 연구와 양세욱의 음식의 플롯, 미각의 미학에서 음식과 미각의 시야로 분석한 논문, 그리고 문관규의 <기생충>의 신파성과 글로벌 한류 콘텐츠의 성과 논문이다. 그 외에도 건축의 공간에 대한 연구와 의상과 색체에 대한 연구, 정신분석학과 종교 신앙에 관한 연구, 그리고 법정 신분석학적 비평, 자막번역의 압축의 미학, 영화음악에 관한 논문들을 볼 수 있었다. 모든 연구자들이 자기 위치에서 자신의 전공과 영화를 살펴 다양한 논문이 양산되는 현상은 봉준호 감독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에 있다고 하겠다.

그 많은 연구들 중에 블랙코미디에 관한 언급들은 있었지만 <기생충>이 블랙코미디 영화라는 이야기 외에 블랙코미디로 심층 분석한 논문은 없었기에 본고를 통해 <기생충>을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분석해 보겠다.

III. 블랙 코미디의 이론적 배경

1. 블랙코미디의 근원

블랙코미디의 근원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연극에서 가져온 용어이다.

비극은 고대 그리스에서 제도적으로 아테네 시에서 관장하는 예술행사이며 디오니소스 축제의 일환으로진행되어진 체계적인 연극에서 출발하였다. 희극은 비극과 달리 고전적 이론 없이 거리축제의 일환인 카니발에서 발생했으며 희극의 이론과 정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과 르네상스 시대의 신고전주의 이론과 실제를 바탕으로 연극 무대극에 기원을 두고 있다.

희극은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포도주를 마신 참가자들이 동물 분장을 하고 남근상을 메고 행진을 할 때 주변 사람들과 참가자들이 주고받는 농 짓거리가 유래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다.

연극사적으로 비극과 희극의 혼합장르인 희비극이 언제부터 존재했는가는 고대 로마의 희극 작가 플라우투스(Plautus, BC 3세기-184)에서 비롯한다고[2] 전해 진다. 르네상스시기에 등장한 구아리니 (Goivanni Guarini)는 희비극 이론의 대표자였는데 그에 의하면 희비극은 단순히 비극과 희극이 온전한 형태로 결합 된 결합체가 아니라 마치 말과 당나귀가 교배해서 노새라는 제 삼의 가축을 낳고, 구리와 주석을 결합해서 청동이라는 제 삼의 금속을 생산하듯이 희극과 비극이 결합해서 완전히 새로운 장르의 극으로 된 것이라고 하면서 희비극에 대해 “무대에서의 연출을 통해 박진감과 관행을 가지고 단일한 극의 형태로 결합될 수 있는 그 모든 비극적 및 희극적 요소들이 혼합된 허구의 행위를 모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3]. 18c에 이르면 희비극은 눈물을 자아내는 코메디로 정의되며 그것이 현대의 멜로드라마로 전승되기도 하였다.

19 ~ 20c의 현대 희비극은 고전 희비극과는 전혀 다른 극단적인 요소와 결합하여 새로운 종류의 예술로의 길을 열어갔다. 이 희비극이라는 용어가 보다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오네스코(E. Ionesco), 뒤렌마트(F. Durrenmatt) 등 현대 극작가들이 희극에 나타나는 비극성과 비극에 나타나는 희극성의 양면성을 문학(희곡)의 주제로 삼으면서부터이다[4].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극도의 소외와 목적의 의미 상실로 삶의 근원적인 토대가 무너져 버린 비극적 경험을 한 작가들이 느낀 허무와 환멸은 인간 세계의 절대적 진리나 믿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인간은 목적의식을 갖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의미나 목적도 없이 소외되고 고립된 삶을 살아가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끌었다. 따라서 인간은 이 세계에 대해 책임이 없으며, 어떠한 기존의 가치관이나 질서와도 무관하고 단지 자기 자신이 행하는 사고와 행위에만 책임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5]. 이런 사고들이 현대 사회로 넘어오면서 신앙의 부재와 사회의 복잡화 및 여기서 기인하는 인간의 좌절과 불안은 사회적 불안을 야기 시켰고 이에 따라 출연한 것이 현대의 희비극이다.

베케트(Samuel Beckett), 이오네스코, 뒤렌마트, 브레히트 등 현대 극작가들은 모두 현대극의 커다란 주제이자 과제인 삶의 아이러니를 투사하는데 필요한 대조적인 요소들을 극에 투입시키고 있는데 과장된 명암의 대비, 웃음과 눈물의 결합, 하나 이상의 각도에서 그 대상을 표현했고 그들이 선호하는 희비극적인 것의 조롱과 부조리, 그로테스크함은 희비극을 모더니즘 극의 대표적인 형태로 거듭나게 만들었다[6].

그로 인하여 그들이 행하던 현대극의 서사적 특징으로 역설과 의도· 목적과 불일치를 태동시켰고 양식적 수단으로 패러디, 그로테스크, 우연을 탄생시켜 블랙코미디로 전승되고 있는 것이다. 서사적 특징은 극이 함유하고 있는 전체적인 구성이며 정신세계이다. 양식적 수단은 극중에 필요한 주요장치와 효과다.

2. 블랙코미디의 서사적 특징

2.1 역설(paradox)[7]

역설은 표면적으로는 반대되는 개념의 결합으로서 모순적이고 불합리하지만 사실은 그 속에 진실과 타당성을 담고 있는 언술이자 비평용어이다. 역설은 고대 수사학자들에 의해 비유적 표현의 하나로 인식되었고 중세에는 논쟁과 설득을 위한 궤변의 도구로 사용되어졌으며 수사학과 문학의 범주 내에서 유머와 아이러니를 익히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되었다.

희비극(블랙코미디)은 용어 자체에서 역설적 성질을 내포하고 있고 인간과 세계의 모순이나 양면성, 애매모호함이 내재 돼 있다. 현대사회가 인간과 사회, 기성세대와 젊은이, 여자와 남자 등 복잡하고 다의적인 사회 가치관과 현상을 해명하기 위해서 역설이 필요해 졌다. 사람의 인격자체가 선과 악, 사랑과 미움, 자비와 혐오, 겸손과 오만 등의 모순과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인식한다면 사람이 속해있는 세상 또한 모순적이고 양면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식한다. 블랙코미디에서의 사건은 결론이 나는 법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극은 관객을 위하여 결정을 내려주지 않으며 양쪽 면을 강조하는 특성이 있다. 블랙코미디에서 역설이 서사적 특징으로 사용되는 것은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들의 인성이 작품에 표출되기 때문이다.

2.2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블랙코미디의 구조는 ‘해피엔딩’을 구조적 관습으로 사용하는 코미디와는 달리 원인과 결과에 관계없이 결론으로 도달하거나 비극으로 종결되고 혹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하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결말이 아니며, 그것은 인물들의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에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를 블랙코미디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목표한 삶을 위한 여정을 떠나지만 원하는 삶의 결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인생의 컨트롤 능력을 상실한 인간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불행은 어떤 과실 때문이 아니라, 세상의 부조리함 때문이다. 그래서 주인공의 비극적 종말은 전 인류의 불행으로 판명된다. 여기서 나타나는 오늘날의 세계는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질서가 파괴되거나 회복될 수 없는 집단적인 혼돈의 세계로 표현된다[8].

3. 블랙코미디의 양식적 수단

3.1 패러디(parody)

페러디는 다른 노래에 병행하는 노래란 뜻의 그리스어 파로데이아에서 유래한 말이며 단순히 다른 작품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폭로하는 것이니, 대상이 되는 작품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다[9].

뒤렌마트1는 역사나 전설, 신화를 그 소재로 삼을 경우는 기존의 관점이 아니라, 정반대의 관점에서 다루어 새로운 ‘거리감’ 즉 희극의 ‘거리효과’를 창출시키기 위해 ‘착상’에 의한 새로운 이야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보완 수단으로서 패러디 기법을 이용한다 [10]. 이처럼 희비극 작품들은 역사나 전설, 신화, 음악 등의 패러디를 통해 역설적인 현실 묘사와 그로테스크 적 웃음창출을 가능케 한다[11]. 또한 패러디는 일종의 오마주(hommage) 기능으로써 존재하기도 한다[12].

3.2 그로테스크(grotesque)[13]

그로테스크(The Grotesque)의 개념은 ‘기교적인 것, 무서움을 일깨우는 것, 부조리한 것, 초현실주의적인 것, 낭만적으로 이상야릇한 것, 그리고 인간적인 것을 보기 흉하게 창작한 것들이다[14]. 그로테스크라는 용어는 15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로마 유적이 발견되면서 생겨났다. 이 유적지의 벽과 천장의 디자인에는 식물과 인간 머리, 그리고 동물의 몸과 새의 꽁지 및 물고기의 꼬리가 결합되어 있었고, 온갖 신화적 형상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그것들은 보는 이들에겐 낯선 형상이었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근 천년동안 기독교 문화에만길들여졌던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이미지들에 대해 놀라움, 불편함, 매혹, 공포, 호기심 등의 여러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새로운' 이미지들은 충격적인 동시에 매력적이기도 해서 당시 미술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그로테스크는 보통 이미지로부터 드러난다고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접한 사람에게 공포와 웃음, 천박함과 두려움, 혐오감과 매력 등의 이질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로테스크의 주요한 특징 및 기능을 보면, 그로테스크는 민중적, 중심적 문화에 반하는 민중적, 반 주류적 특징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세계가 온전하게 이성적이며 질서정연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그로테스크는 특히 사회적 격변기나 혼란기에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경향이 있다.

그로테스크는 역설과 결합하여 기괴하면서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으며, 형태가 없는 비가시적인 세계에 형태를 부여하고 가시화시키는 그로테스크가 바로 역설 그 자체일 수 있으며 겉과 속이 맞지 않는 역설이 크로테스크와 일치하게 된다[15].

3.3 우연[16]

희비극의 극작에 있어서 조화로운 세계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필연과 인과율에 의해 이성과 질서에 입각한 사건이 진행되어야 한다. 어떤 사건도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으며 항상 타당한 이유와 원인에 의한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현대 극작가들이 바라보는 현실 세계에는 결코 이성과 질서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조리한 역설의 세계가 있고 그들의 눈에는 무질서한 그로테스크로 규정되는 세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세계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며, 이 세계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 역시 ‘우연’으로 보았다.

현대 작가들의 정신세계에서 ‘우연’이 작용하는 세계는 통일성이 결여된 세계이며 모순이 가득 찬 세계이고 부조리한 세계이다. 즉 인간의 삶의 존재방식을 바꿀 수도 있는 ‘우연’에 의한 착각이나 오해가 펼쳐지는 세계는 온갖 질서가 무너진 혼돈의 세계로 규정한다.

희비극에서 사용되어지는 ‘우연’은 인물의 운명을 보통 비극적인 결말로 마무리한다. 현대 세계에서 그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우연’은 주인공들을 파멸시키게 되는 결과로써 작용하는데 그들의 파멸은 인간과 인간사 이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빚어낸 비극으로 인식한다. 희비극에서 ‘우연’은 파국의 장치로 사용되어진다.

오늘날 ‘블랙코미디’란 용어의 개념은 현대 희비극의 개념과 동일하며 영화만의 특성으로 자리매김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상으로 블랙코미디 서사적 특징인 역설과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그리고 블랙코미디 양식적 수단인 패러디, 그로테스크, 우연을 살펴봤다. 영화 <기생충>을 이 5가지 요소로 살펴보고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을 논의해 보겠다.

IV. 영화 <기생충>블랙코미디 요소와 창의성

1.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본 <기생충>

1.1 <기생충>의 역설(paradox)

영화 <기생충>의 시작은 두 개의 서사의 동력으로 출발한다. 첫 번째 동력은 친구 민혁으로 부터 선물 받은 산수경석이며 다른 하나는 과외 선생 자리이다. 산수경석은 민혁이 기우에게 오면서 선물이라고 가져온 수석으로 영화 전체에 등장하며 서사에 관여한다. 그 수석이 가지는 능력이 가정에 재물 운과 합격 운을 가져다준다고 민혁이 운을 띄우자 기우는 수석을 살피면서 상징적이라고 받는다.

이 장면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민혁이 하는 말을 다 믿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서사의 동력을 가장하면서 관객들에게 역설적인 질문을 던진다. 민혁은 순수한 호의를 가지고 기우를 만나러 왔나?

민혁은 할아버지께서 육사 시절부터 수석을 모으셨고 집안 곳곳에 수석이 가득하다고 말한다. 혹시 민혁의 할아버지가 너무도 많은 수석을 정리하다가 버리려던 것을 민혁이 기우를 만나야 하는데 선물로 포장하여 가져온 것은 아닌지 의심을 할 수 있다.

민혁은 교환학생으로 떠나기 전에 자신의 과외선생 자리를 오랫동안 친구인 기우에게 소개하기로 이미 결정하고 찾아왔다. 이 과외선생 자리가 두 번째 서사 동력이며 수석과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

그 자리는 민혁의 표현대로 부자 집 예쁜 여자아이영어를 지도하는 것이고 금전적 대가도 좋다고 말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여동생과 기우에게는 이미 큰 선물이 주어진 셈이다. 굳이민혁이 기우를 위해 호의적인 선물을 들고 왔다는 자체가 역설적이다.

이 수석은 운과 요행이라는 상징을 가지고 있고 자연 어디에서나 눈썰미만 있으면 누구나 주울 수 있는 돌에 산수경석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높은 가치를 정해 놓은 것이다.

수석이 갖는 본질은 자연에 있는 돌인 것이고 기우가 갖는 본질은 상황과 처지가 어려운 인간이라는 것이다. 흔한 돌이 운이 좋게 선택 받아 수석이라는 이름으로 기우에게 온 것처럼 기우도 운 좋게 민혁에게 선택 받아 과외 선생이라는 이름으로 박사장 집으로 입성한다. 수석의 두 번째 등장은 집안에 있던 수석을 들고 노상 방뇨하는 행인을 응징하러 갈 때 기우가 들고 나간다. 그 전에는 집안에서 쳐다보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수석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난 후에 수석에 의해 집안 형편이 풀리고 역설적으로 용기가 생겼다고 볼 수 있겠다.

수석의 세 번째 등장은 물난리가 나서 집안이 온통 물에 잠겼을 때 집에 도착한 기우 앞에 떠오른다. 기우는 이 장면에서 수석과 자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연이 있다고 믿고 그것이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재민 임시 보호소인 학교 체육관 바닥에 누워있을 때도 가슴에 수석을 꼭 부여안고 기택에게 자신이 책임지겠다고 말하면서 수석이 자꾸 따라온다고 말한다. 이는 돌을 수석이라고 부르며 지위를 격상시켰듯이 자신이 민혁을 대신할 신분을 만들어 다혜를 숙주로 기생하는데 자신감이 붙은 역설이라 하겠다.

수석의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는 씬의 연결로 되어있다. 다송의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아 기우는 다혜와입맞춤을 나누고 근세 가족을 처리할 목적으로 수석을 들고 지하실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상황을 살피다가 실수로 수석을 놓쳐서 계단 밑으로 떨어트린다. 그리고 근세의 함정에 빠져 가까스로 탈출하는 순간에 올가미 줄을 잡은 근세에게 붙들리고 수석으로 두 차례 머리를 맞고 피를 흘린다.

이 장면에서 수석은 운과 요행이 아닌 기우의 부를 이어줄 살인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이었던 돌에 맞아 쓰러진다. 겨우 빈부의 격차를 줄였다고 생각할 때 한 단계 아래의 기생충에 의해 좌절되는 역설이 발동된다.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수석은 자연 상태의 돌로 돌아간다. 이는 수석이 산수경석의 지위를 버리고 자연의 이름 없는 돌로 돌아가듯이 기우 역시 위조로 취득한 과외선생에서 지위를 상실한다.

반지하 삶을 영위하던 오수생 기우로 시작해서 다시 반지하에서 삶을 이어가는 빈민 기우의 모습으로 끝이 난다. 기우 또한 수석처럼 원래 위치로 돌아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 수석은 시종일관 영화에 등장하며 모티프로서 <기생충>의 주제를 강화하는데 쓰인다. 영화의 주제는 누구나 공감하는 극심한 빈부의 격차를 소재로 계급적 갈등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모티프로 봉준호 감독은 블랙코미디 서사구조를 역설적으로 선보였다.

영화 <기생충>에서 기우가 박사장 집에 가정교사로 가기 위해 기정의 도움으로 서류를 위조한다. 이 서류를 들고 기택에게 하는 말이, “아버지, 저는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 뭐 서류만 미리 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대사에서 볼 수 있듯이 기우는 자신에게 찾아와 준 신분 상승의 기회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하려 하고 일정부분 성공한다. 그는 이런 사고를 가지고 아버지의 계획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자 상승하고 있는 자신의 기세를 이용하여 근세를 살해하려는 생각도 품게 된다.

기우가 면접을 가기 전 기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당시 충숙은 민혁으로 부터 받은 수석을 닦고 있다. 온 가족이 기우의 기운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애 쓰는 모습이 뒤에 나타날 사건의 역설로 보여 진다.

영화 <기생충> 박사장과 연교의 부부관계 씬에서 기정의 팬티를 차 안에서 발견한 박사장은 자신의 상상을연교에게 이야기하며 윤기사를 파렴치한으로 말한다. 그의 상상은 차 안에서 성관계는 물론 마약까지 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그로 인해 자신이 제일 싫어하는 자신의 영역을 침범한 윤기사를 해고하도록 연교에게동의를 구한다. 이 부부가 다송의 정원 캠핑을 지켜보며 나누는 부부관계 장면에서 겉으로 내세우는 체면과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 원초적인 행동이다. 오히려 발견한 팬티를 떠올리며 더 흥분하면서 없는 마약을 사 달라며 윤 기사의 행위를 상상하는 모습이 역설로 다가온다.

영화 <기생충>에는 일반 가정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 펼쳐진다. 그것은 가족들 간의 욕설이다. 아내충숙이 남편 기택의 엉덩이를 발로 밀며 “야, 김기택, 씨발 자는 척 하지 말고....” 기택가족이 박사장 집에 모두 입성한 후에 집에서 맥주파티를 할 때 취객이 노상 방뇨를 하는 모습을 보고 기택이 “에이 씹할 한잔만 하려고 하며는...” 곧이어 기우가 일어나 수석을 잡으며 “씨발” 기택가족이 박사장 가족이 캠핑간 사이 거실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는 쇼파에 있던 기정이 기택과기우가 자기들 음모로 쫓겨난 윤기사 얘기를 하는 도중 기정은 “에이 씨발 진짜.”

이어지는 장면으로 기택이 충숙의 바퀴벌레라는 말에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는 장면에서 충숙이 “리얼 이었으면 죽었지 씨발아....” 추가 욕설 장면은 기택이 운전하며 트럭이 급하게 끼어들자 하는 욕설이나 기택가족이 문광가족과 처지가 바뀌자마자 문광도 욕을 하지만 위의 상황과는 결이 다르다.

문광가족과 기택가족이 싸우는 장면에서 욕을 했을 것 같은데 감독은 음악으로 처리하고 소음과 외침 정도를 작은 소리로 믹싱 해 놨다. 영화 전체를 보면 욕설 장면이 몇 번 안 나오는데 많은 욕설이 난무한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위 4개의 씬 중 처음 씬을 보면 아내와 남편의 힘이 역전된 장면으로 볼 수 있다. 사업이 망해 반지하 방으로 밀려난 가장은 무기력하고 삶의 목표가 없어 보이고 이런 저런 잡일들로 가족의 생계를 꾸리는 아내가 가장이 되어있는 모습이다.

두 번째 씬은 가족 모두 박사장 집에 취업해서 전체적으로 기분이 상승곡선을 타고 있을 즈음으로 전에는 노상 방뇨 하는 모습을 보고도 무관심한 기택과 아무런 말도 조치도 취하지 않던 기우까지 욕설을 내 뱉는다.

세 번째 씬은 기정이 다른 사람을 얘기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에게 집중 좀 해 달라며 쌍욕을 뱉는다. 이 상황에서 부모들은 그 욕설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기우만 ‘얘 또 왜이래’ 하며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 기우 대사로 보면 이전에도 기정은 욕설을 가족들 앞에서 했던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 장면은 가정의 위계질서가 파괴되어 가는 현 사회의 실상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낸 장면이다.

반증으로 박사장 집을 탈출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하실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기정이 기택에게 물어볼 때 상황으로 보아서는 험한 욕설이 나와야 하는데 정상적이고 차분하게 질문한다.

네 번째 씬은 충숙이 기택을 바퀴벌레로 비하 할 때전에는 별 생각 없이 듣다가 지금은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신감이 상승한 기택이 정말 화를 냈지만 현실을 인식한 후 웃음으로 상황을 종료하는 장면이다. 충숙의 대사에는 진심이었으면 혼났을 거라 말하며 욕설을 뱉는다. 남편에게 할 수 있는 욕설은 아니다.

감독은 몇 번의 찰진 욕설로 기택가족의 무너진 가족관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가족을 대한민국 빈민층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현상에 대한 울분과 가난에 대한 원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1.2 <기생충>의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기택은 영화<기생충> 속에 나타나는 과거를 보면 치킨 집과 카스텔라 사업을 했던 전직 사장님이었다. 모든 사업이 망하고 지금은 반지하 집으로 내려와 삶의 목표도 의지도 별로 없다. 그에게 아들 기우를 통해 박사장 집의 운전기사로 취업을 하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평생을 새로운 계획 속에 살아온 경험이 그로 하여금 새로운 계획이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기택의 의도와 목적은 단순하다. 박사장 집에서 오랫동안 운전기사로 일하며 살고 싶고 자녀들이 자신과 같은 실패를 하지 않는 자녀들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는 박사장을 살해할 의도도 목적도 전혀 없었다. 단지 냄새로 자신을 평가하는 박사장이 조금 불편하고 인간적인 모멸로 심기가 뒤틀려 있다. 인디언 깃털 장식을 씌워 줄 때 기택의 표정은 불편함이 역력하자 박 사장은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이때 기택은 인격적인 무시와 계급적 단절을 느끼며 같은 동질감 있는 인간이 아님을 상기한다. 어젯밤 테이블 밑에 숨어있을 때 자신에 대한 평가를 연교에게 하던 말을 상기했을 것이다. 그래도 기택은 이 직장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기정이 근세의 칼에 찔려 피를 흘리고 그 와중에 자동차 키를 던지라고 소리 지르는 박사장에게 한없는 서글픔을 느꼈겠지만 살해 할 만 한 동기나 목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가 근세에게 나는 냄새로 인해 코를 쥐고 돌아서는 모습에서 자신에 대한 모욕감이 살인 충동으로 일어났고 실행하고 만다. 기택의 의도·목적과는 결과가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기우는 <기생충>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문제 있는 인물이다. 친구 민혁의 권유로 과외선생 자리에 가기 위해서 기정의 디지털 솜씨로 서류를 위조한다. 또한 다혜와 아무런 연애감정 없이 부잣집 딸이라는 이유로 다혜의 입맞춤을 받아주고 사랑하는 척 한다. 계급적 신분세탁을 하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뿐만 아니라 문 광과 근세 가족을 묶어서 가둬둔 지하실에 수석을 들고 가서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기우는 의도를 가지고 과외선생 자리에 안착하고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산수경석이 자신에게 큰 부와 행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실행에 옮기지만 결과는 다 실패한다. 지하실에 있는 문광과 근세를 살해하려 내려가지만 오히려 근세에게 수석으로 머리를 두 번씩이나 맞고 쓰러진다. 영화 결말부에 기택의 모르스 부호를 해독하고 터무니없는 계획을 세우지만 영화의 플레쉬 훠워드(flash forward)로 허무하게 끝난다. 기우의 의도·목적의 결과는 이루어지지 않고 반지하로 돌아온다.

기정은 <기생충>에서 결단력과 과감성이 있고 순발력이 있으며 컴퓨터에 능한 미대 지망생 재주꾼으로 등장한다. 영화 전체 기저에 깔려있는 상류층과 하층민의 계급 간의 갈등을 디지털 능력으로 극복 한다. 기우의 연세대학교 재학 증명서 위조를 필두로 윤기사가 집에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순간 팬티를 벗어 차량 뒷좌석에 집어넣는 과감성을 보인다. 연교와의 대화에서 인터넷에서 본 정신분열병(조현병)을 ‘스키조프레니아 존 (schizophrenia zone)’이라고 원어로 얘기하며 연교에게 믿음을 줌과 동시에 본인의 몸값을 올려 받는 대담함을 선보인다. 기정은 다송의 마음을 어떻게 얻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수업동안에 스킨쉽이 그리운 다송을 엄마처럼 돌보았을 거로 유추 할 수 있다. 기정은 다송의 트라우마를 완전히 해결하려는 의도를 보이지만 트라우마 해결 전에 근세의 칼에 치명상을 입고 목적은 이루지 못한다.

충숙은 <기생충>에서 드러나는 의도는 집안 식구들이 잘 먹고 살 수 있는 것이 그의 의도이자 목적이다. 충숙은 민혁이 산수경석을 들고 왔을 때도 ‘먹을 것 사 오지’라고 말하며 서운해 한다. 기택 사업이 망할 때 마다 겪은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가족들을 잘 건사했고 다송의 캠프를 떠났을 때 충숙은 ‘내가 부자면 더 착하다’라고 말한다. 문광의 비밀을 알았을 때 문광이 내미는 돈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 가족들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그녀의 소박한 의도와 목적은 기정이 죽으면서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다.

문광과 근세는 <기생충>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헌신적으로 보여준다. 기택의 가정과 마찬가지로 남편 근세는 대왕 카스텔라 사업으로 망하고 사채를 써서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는 신세다. 문광은 지하실에 남편을 숨겨두고 생활한다. 영화 전체에서 문광, 근세부부가 세상 욕망을 가장 적게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자녀들이 없다 보니 새롭게 뭔가를 해야 할 일도 없고 박사장 집이 비면 햇살 속에 두 사람은 차를 마시고 음악을 들으며 함께 춤도 춘다. 그들은 지금 이대로 박사장에게 감사하며 살기를 원하지만 그들의 목적은 기택의 가족들의 침범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둘 다 세상을 하직하고 만다.

박사장은 <기생충>에서 전형적인 성공한 자산가이지만 상 하류 계층은 굳이 어울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단지 필요에 의해서 사람을 쓰면 된다고 생각한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동류의식이나 더불어 함께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자신과 가족의 영역에 누가 들어오지만 않는다면 별 문제 없는 사람인데 사람들의 체취인 냄새에 대해서는 어찌 할 수 없어 그 냄새를 싫어할 뿐이다. 문제는 그 냄새에 대한 그의 견해를 기택의 가족이 들었다는 것이고 다송의 생일파티 때 난입하여 자신을 존경한다는 근세의 찌든 냄새에 노골적인 태도를 취하다가 기택에게 살해당한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가족을 지키지도, 자신도 지키지 못한 역설적인 상황이 되었다.

연교는 <기생충>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제일 떨어지는 인물이다. 그녀는 상류층의 부를 과시하며 별 문제없어 보이지만 그녀에게는 다송의 트라우마가 마음의 병이자 무서운 현실이다. 아들 대신 강아지를 안고 다니고 자신의 고상함을 피력하려고 노력하며 어렵지 않은 영어를 구사한다. 민혁도 연교를 심플하다고 표현하지만 자생력이나 판단력이 다소 뒤 떨어지는 인물로 다 송의 트라우마를 생일에 극복시켜 주려했지만 그것마저 의도·목적과 결과의 불일치로 끝난다.

다혜와 다송은 태생부터 어려움을 모르고 자라서 가난이 무엇이고 어려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물난리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할 때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도 모르고 맑은 공기와 햇살을 맞이한다.

다송은 그날의 주인공으로 엄마의 계획이긴 하지만 멋진 인디언 놀이를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근세 귀신을 다시 보고 기절한다.

다혜는 그 혼란스러움 속에서 기우를 업고 뛰고 있다. 그 덕분에 기우는 생명을 건졌지만 그 둘은 그들의 의도와 목적은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1.3 <기생충>의 패러디(parody)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패러디는 초창기 영화에 등장하는 코미디물 ‘어느 정원사의 하루’에서 등장 하는 것처럼 노상 방뇨하는 사람을 응징하기 위해 물을 뿌리는데 정작 물을 맞아야 하는 사람보다 기택이 뿌린 물이 기우에게 쏟아진다. 기정의 제시카 송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에 자신의 이력을 기우와 정확히 입 맞추는 패러디다. 문광의 리춘희 식 대사는 기택가족을동영상으로 협박하면서 한반도의 상황을 북한의 핵으로 패러디한 장면이다.

다송의 인디언 놀이는 영화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 죽음으로 투쟁했던 항쟁정신을 정복자인 미국인들이 정복 후 그들의 항쟁정신을 볼거리로 상품화 했으며 역사도 왜곡하여 인디언은 야만인이며 난폭하고 잔인한 사람들로 그린 패러디다.

영화<기생충>에는 영화 장면들이 오마주 되어있다. 봉준호 감독 영화<플란다스의 개>에 등장하는 지하실의 남자의 모습이 근세의 지하실 모습으로, 영화<괴물> 에서 수직의 계급구조가 <기생충>에서 지하, 반지하, 지상으로 구분되어 졌다. 영화<마더>에서 도준이 사용한 살해 도구도 큰 돌이며, 혜자와 도준이 식사하는 장면이 범행 전과 출소 후 2번 나오는데 그 장면이 기택가족의 필 라이트 맥주 파티와 삿뽀로 맥주 파티가 바로 그것이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에서 두 사람(상현, 태주)의 관계에서 죽은 강우는 가슴위에 돌을 얹고 나타나는데 기우가 수재민 보호소인 학교 강당에서 보인 모습과 흡사하다.

문광이 굶주린 근세에게 젖병을 물리는 장면은 김기영 감독의 <육식동물>에서 낮에는 호스티스와 밤에는 아내와 살게 된 동식이 젖병을 물고 사육당하는 모습과 흡사하다. 근세의 옆구리에 꽂힌 대형 바베큐 꼬치에 꽂혀있는 고기를 물어뜯는 강아지 모습은 성경에서 나오는 거지와 나사로 이야기를 성화로 그려 놓은 그림에 나오는 개가 거지를 핥는 모습의 성화를 패러디한 것이다.

기우가 근세의 수석에 맞아 죽은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깨어난다. 이 장면은 스텐리 큐브릭 감독의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가 가해자에서 피해자로 병원에 누워있는 장면과 유사하다.

박사장이 CEO로 일하는 회사 이름이 Another Brick 인데 핑크플로이드의 명곡 “Another Brick in the wall”에서 차용한 이름이라고 유추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이 핑크플로이드 팬이어서 넣은 이름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기택의 대사에서 “가장 완벽한 계획이 뭔지 알아? “무계획이야.” 이 말은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조언 중에서 “규칙이 없다는 것은 가장 좋은 규칙이다.”라고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생각된다.

1.4 <기생충>의 그로테스크(grotesque)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이미지들은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면서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영화 시작 장면에 집안에 널려있는 양말 모습은 영화에 3번 등장한다. 시작과 함께 등장하고 집안에 물난리가 났을 때 물에 닿은 양말이 포착된다. 마지막은 영화 끝날 때 눈 내리는 밤에 같은 위치에 나타난다.

다송이 그린 근세 그림은 기우는 침팬지로 보고 연교는 자화상으로 본다. 이 이미지가 연교의 마음속에 그늘로 작동하고 있어 기정의 간단한 물음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옛 이야기를 토로하게 한다. 다송이 본 귀신은 지하실에서 올라오던 근세를 본 것인데 누가 봐도 그로테스크하다.

박사장 일가족이 다송의 생일을 위해 캠핑을 갔던 날밤에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고 모니터에 등장한 문 광의 얼굴은 일그러지고 비에 젖어 흉물스럽다. 두 가족이 기생충의 패권을 놓고 싸웠고, 그 사이에 박사장 가족이 비로 인하여 캠핑에서 돌아왔는데 지하에 가둬 논문 광이 계단으로 올라오자 충숙이 아무렇지도 않게 뒷발 차기로 지하실로 떨어트리는 장면은 끔찍하고 오금이 저린다.

기우는 다송의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오면서 운과 부가 따른다는 산수경석을 가방에 넣어 가져온다. 그 수석을 살인에 쓰려고 가져왔다는 자체가 끔찍한데 오히려 수석을 떨어트리고 근세의 올가미에 잡혀 그 수석으로 머리를 두 번 가격 당하는 장면은 인간의 잔인한 면모를 그로테스크하게 보여준 장면이다.

근세의 기정살인 장면에서 근세는 기우머리에 수석을 한 번 더 내리치고 얼굴 자체가 피 범벅인 상태에서 아주 편안하게 칼을 뽑아 들고 밖으로 나간다. 잠깐 햇빛에 멈칫 하더니 거침없이 백주 대낮에 기정을 살해하는 장면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충숙의 근세 살인은 날카로운 칼이 아닌 대형 바베큐 꼬치의 두툼한 것을 힘으로 근세 몸에 박아 넣어 살해하는데 마지막 꼬치가 끼워지는 듯한 모습이 기괴했고 쇳덩어리가 몸에 들어가는 소리가 그로테스크하다.

기택의 박사장 살인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벌어진 일로 황당하고 경악스럽다. 기정과 기우가 PC방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범죄는 장난처럼 이루어져 그 안에 숨어있는 엄청난 범죄가 아이들의 놀이처럼 보여 더욱 끔찍하다. 복숭아 알레르기 범행은 충숙이 기도가 막혀 죽을 수도 있는 범행이자 살인행위인데 기우와 기정은 가족 이익을 위해 서슴없이 시도하는 단호함과 과감성에 소름끼친다. 마지막으로 기택가족이 문광 가족들에게 정체가 들어나자 순식간에 변화하는 문광의 욕지거리와 태도는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 그로테스크한 장면들은 서사구조와 맞물려 서사구조를 탄탄히 하고 관객의 상상력과 흥미를 돕는데 일조한다.

1.5 <기생충>의 ‘우연’

영화<기생충>에 등장하는 ‘우연’은 역설에서 제기했던 민혁이 기우에게 우연히 과외선생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연쇄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기우가 처음 다혜와 수업을 마치고 연교와 대화를 하다가 다송이가 인디언 화살을 쏘자 그 미안함에 다송에대한 이야기를 하며 미술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기우는 자연스럽게 기정의 이야기를 제시카로 둔갑 시켜 소개하고 제시카가 연교에게 온다.

그 후 기정은 기택을, 기택은 충숙을 박사장 집에 입성 시켜 서사를 이어간다.

세익스피어 극에서 환경에 관한 상황이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영화 <기생충>에서는 폭우가 내린다. 이 우연한 폭우로 인하여 영화가 파국으로 전개된다.

2. 블랙코미디의 요소로 본 <기생충> 창의성

영화<기생충>을 블랙코미디 서사적 특징인 역설과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그리고 블랙코미디 양식적 수단인 패러디, 그로테스크, 우연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기생충>은 서사적 특징과 양식적 수단이 잘 어우러진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블랙코미디 작품 속에 나타난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창의성은 창조적인 영화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의미하며, ” 미학에 의해 우리가 영화를 창조적으로 판단하도록 이끄는 과정을 의미한다. 영화가 참신함과 영향 모두를 주장한다면, 영화는 창의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영화는 새로운 것이고 효과가 있다(It’s new and it works)[17].

창조라 함은 신의 영역으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을 의미하지만 창의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모아 다시 조합하여 그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 내는 것이다[18].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창의에 대한 개념이 철저히 습득이 된 인물이다. 영화 <기생충>은 그런 의미에서 최적화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 초반에 관객들이 어떤 영화인지상황 파악을 하기 전에 민혁을 통해 산수경석을 선보인다. 친구 집을 방문하면서 들고 오는 선물치고는 어처구니없고 생뚱맞은 물건임에 틀림없다. 그 선물을 받아든 기우의 대사 ‘야 이거 상징적인 거네.’ 도 특이 하다. 민혁은 기택과 기우의 반응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이 수석은 영화 전체에 등장하여 인간들의 삶의 공간에 드나들며 그들의 거주 방식으로 계급이 나뉘는 것을 바라보는 무언의 감시자이자 방관자로서 그 역할을 다 한다.

반지하와 2층 호화저택, 그리고 지하세계이다. 수석은 반지하에서 시작해서 2층 호화저택과 지하세계까지 이동하며 서사를 주도한다. 한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높은 언덕에 위치한 박사장의 2층 호화주택과 그로부터 한참을 내려와야 나타나는 동네에서도 반지하라는기택의 집을 계급간의 극명한 차이를 물리적인 높낮이로서 보여준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연에 놓여 있으면 돌에 불과 하지만 사람의 손으로 주워오면 수석이라는 이름으로 신분이 바뀐다. 이 역설로 영화 전체의 서사를 주도한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이 돋보인다.

또 하나의 서사특징은 몇 번에 걸친 등장인물들의 욕설이다. 욕설은 누구나 내 뱉을 수 있는 것이지만 <기생충> 에 나타난 욕설은 매우 특이하고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감독은 광고 매체전략에서 적은 수의 광고를 TV와 신문 매체 그리고 잡지나 빌보드에 적절히 배합해 놓으면 시청자들이 그 광고를 가는 곳마다 봤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매체전략을 영화에 적용했다.

이로 인하여 하층민들의 찌든 삶을 대변하는 기택기족들의 욕설은 가족 간의 주고받은 욕설이 아닌 이 사회의 현상에 대한 불만과 동조를 구하기 위해 관객들에게 던진 욕설이라고 읽혀진다. 이 또한 감독의 창의성이라고 평가된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의도·목적과 결과의 불일치는 공통된 결과로 도출된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말했듯이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그의 작품은 작품마다 창의적인 소재와 시대를 뛰어 넘는 이야기를 전개한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까지 그의 작품세계는 사회 계급문제와 거기에 동반하는 갈등을 주된 이야기로 설명한다. 특히 영화적 공간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함축된 의미를 계급간의 갈등과 차이로 표현한다. 봉준호 감독에게 영화적 공간은 시간과 더불어 감독의 창의적 의식공간의 확장이라고 볼 수 있다[19].

영화 <기생충>에서의 패러디는 오마주와 더불어 재미와 주제를 강화하는 모티프처럼 쓰였다. 노상 방뇨에 나타난 패러디는 을과 을의 투쟁을 상징했고, 제시카 송은 하나의 캠페인처럼 재미를 선사했다. 리춘희식 대사는 북한이 전 세계에 발표하는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패러디함으로써 관객의 웃음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비유한 것이다.

인디언 놀이는 자본주의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잠식당한 하층민들의 삶을 정복자들이 놀이로 희화화 했다.

영화의 오마주는 자신의 영화와 인상 깊은 영화들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선보임으로써 친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영화의 이해를 돕는 창의성으로 쓰였다. 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그로테스크는 서사적 특징인 역설과 어우러져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번 등장하는 널려있는 양말은 영화 시작과 물에 잠긴 반지하에 위태롭게 걸려있고 영화 마지막 부분에 계절의 변화에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하층민들의 삶의 변화가 시간이 지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쉽게 바뀌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다송의 그림은 다송이 근세를 보고 충격적인 기억을 재생해 낸 것이지만 연교는 자화상이라고 평가하고 기우는 침팬지라고 말한다. 이 그로테스크한 그림은 일상에서 똑같은 상황과 똑같은 일에 있어서 사회적 가치와 평가가 상류계급과 하층계급의 시선이 다름을 상징한다. 다송이 케익을 먹다 보게 된 근세의 모습은 누가 봐도 무서운 얼굴이다. 이 상징은 상류계급 사람들이 하층계급 사람들을 불편하지만 필요에 의해 공생 한다. 그러나 상류계급은 알 수 없는 두려움에 거리를 두고자 하는 심적인 이미지로 표현했다.

비오는 날 등장하는 모니터에 비친 문광의 모습은 같은 을과 을이지만 순간의 상태와 환경에 따라 공존할 수 조차 없고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하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그로테스크하게 표현했다. 기우는 문광과 근세를 제거하러 지하실로 내려가나 오히려 들고 간 수석으로 머리를 맞고 피 흘리며 쓰러진다. 영화 후반에 병원에서 깨어난 모습을 보지 않았다면 이 장면에서 기우는 죽었다고 관객은 생각할 것이다.

이 장면의 그로테스크함은 밖에는 생일파티가 벌어지고 있는데 그 와중에 을과 을이 잔인하게 수석으로 머리를 내리치는 싸움이 벌어진다. 이 사회에 들어나는싸움이 갑과 을의 전쟁이 아닌 을과 을의 전쟁임을 나타낸다. 근세의 기정 살인은 아내 문광의 죽음에 대한 분노 표출을 은밀함이 없는 적나라함으로 나타난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고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밑바닥 하층계급인 근세가 저지르는 백주대낮에 일어난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갈 곳 없는 하층계급을 핍박하면 이런 끔찍한 사건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사건이다. 을과 을의 전쟁에서 박사장이 근세의 출현에 당황하면서 찌든 냄새로 인한 경멸의 모양새를 취하자이미 냄새로 인격살인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기택은 박사장을 살해함으로 하층계급을 멸시한 대가를 돌려준다.

기우와 기정 남매가 저지른 범행 가운데 학력위조사건은 범행의 심각성에 비해 귀여운 해프닝으로 보여지지만 충숙에게 복숭아 알레르기 범행은 치밀하고 정확하며 잔인하다. 자신들의 욕구와 목적을 위해서는 가족을 제외한 그 누구도 적이며 그들을 제거하고자 하는 행동을 단호히 실천한다.

이는 현 사회의 각박함과 갑에 치여 을과 을 사이의 전쟁이 치열해 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하겠다. 영화 <기생충>에 나타난 ‘우연’은 많지 않다. 영화 시작에 서사의 동력으로 쓰인 영어 과외 선생 자리는 온 가족이 박사장의 집에 기생하는데 흥미진진하게 쓰여졌다. 이 ‘우연’으로 서사구조가 탄탄해 졌으며 관객들에게는 빈자들의 삶의 희노애락으로 전해진다. 비가 내리는 ‘우연’은 영화<기생충>을 한층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고 보여 진다. 비는 언제든지 올 수 있고 안 올수도 있지만 상황에 대한 관객의 공감을 얻게 하는 분위기와 처지를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다.

동양의 세익스피어라 불리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영화에서 많은 계절적인 요인인 환경을 테마로 만든 영화가 다수 존재한다. 이처럼 봉준호 감독은 기택의 가족을 폭우 속에서 끝없을 것 같은 하강을 계속하게 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하층계급의 삶과 상류 계급 간의 물리적인 차이를 눈으로 확인하는 결과를 나타내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Ⅴ. 결론

영화<기생충>을 서사적 특징인 역설과 의도· 목적과 결과의 불일치, 그리고 블랙코미디 양식적 수단인 패러디, 그로테스크, 우연으로 살펴보고 봉준호 감독의 창의성을 논의했다.

봉준호 감독은 주제에 대한 표현에서 사회 전반적인 모순과 불합리한 현실상황을 약자의 입장에서 전개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주제를 강화하는 모티프 선정도 기상천외하며 모티프를 이용하여 서사를 펼쳐가는 능력 또한 매력적이다. 영화 제작에서 감독의 역할은 영화적 창조성에서 가장 두드러진 역할을 한다[20]. 봉준호 감독은 이 말을 <기생충>을 통하여 증명하고 있다.

누구나 산 혹은 강가에서 주의를 기울이면 주울 수 있는 돌 하나를 산수경석으로 둔갑시켜 영화 전체에 등장시킨다. 영화 시작에 등장한 산수경석은 그 지위를 유지한 채 영화에 종횡무진 활약하다가 소임을 다하고 이름 모를 계곡에 자연과 동화된다.

돌 하나의 선택으로 서사적 동력을 유지시키는 그의 창의성은 단연 돋보인다. 주요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의도와 주된 목적들은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실패나 좌절로 결론을 맺는다. 이는 블랙코미디에 서사적 특징 중의 하나이며 영화 <기생충>에서 철저히 지켜졌다.

영화 <기생충>에는 패러디와 오마주가 절묘하게 배합되어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영화의 주제를 강화하는 데 쓰였다. 사회 모순과 갈등을 이질감 없이 표현하는데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로테스크는 함축적인 이미지로 영화 곳곳에 역설과 함께 서사구조를 탄탄히 하여 세계적인 영화가 되는 논리를 형성했다.

우연은 전체 요소 중에 가장 적게 쓰였으면서도 영화 초반의 박사장 집에 입성하는 서사를 담당하여 관객들에게 긴장과 재미를 선사했다. 또한 우연한 폭우를 등장 시켜 위기의 순간을 만들어 냈고 그 우연한 폭우로 인하여 계급간의 물리적 거리를 만들어 낸 창의적 발상을 높이 평가한다. 5가지 요소로 분석하면서 지면의 한계를 느껴 냄새에 대한 역설을 다루지 못한 점이 많이 아쉽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에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연교가 다혜의 영어 과외 선생님을 대학생으로 선택한 것인데 유명 영어 선생님들이 많이 있는데 굳이 대학생을 쓰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문이다.

둘째는 기정이 까다로운 다송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술 과외 장면의 소개가 없다는 점이다. 경력을 사칭 한기정이 어떻게 다송을 휘어잡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난다.

셋째는 4명의 희생자가 나온 살인사건(외형적으로 3 인)에 대한 수사의 허점이다. 기택가족과 문광부부의 다툼으로 빚어진 참상의 희생자는 문광, 기정, 근세, 박 사장이다. 그런데 지하에 있는 문광의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허점은 아니지만 궁금한 점은 가장이 없는 연교와 다혜, 다송의 삶은 그 후 어떻게 진행될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기생충>은 현재 대한민국뿐 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감하고 동의하는 계급간의 갈등과 빈부의 격차에 대한 공감대를 끌어냈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고 인간에 대한 연민의 정이 있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그의 관찰과 시선이야말로 진정한 그의 창의성이며 그 부분에 대한 창의성은 다시 주목받아야 한다고 생각된다. 그는 블랙코미디의 모든 요소를 주제로 변주하고 주제를 강화시키는 모티프를 곳곳에 배치했으며 일반적인 관습을 조금씩 변형시키는 창의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봉준호 감독의 앞날을 더욱 기대하고 그가 인터뷰에서 얘기한 차기작을 기다리며 소고를 마친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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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변성미, 뒤렌마트의 희비극 구조 연구, 부산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논문, pp.5-6,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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