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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of Homosexuals in Korea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의 삶

  • Kim, Hyun Ji (Department of Nursing, Graduate School, Kyung Hee University) ;
  • Jang, Mi Young (Department of Nursing, Graduate School, Kyung Hee University) ;
  • Kim, Jung Ho (Department of Nursing, Graduate School, Kyung Hee University) ;
  • Song, Ji Hyun (Department of Nursing, Graduate School, Kyung Hee University) ;
  • Kim, Ran (Department of Nursing, Graduate School, Kyung Hee University) ;
  • Hong, Hyon Joo (National Center for Mental Health) ;
  • Shin, Sung Hee (College of Nursing Science, Kyung Hee University)
  • 김현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과) ;
  • 장미영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과) ;
  • 김정호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과) ;
  • 송지현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과) ;
  • 김란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간호학과) ;
  • 홍현주 (국립정신건강센터) ;
  • 신성희 (경희대학교 간호과학대학)
  • Received : 2019.04.19
  • Accepted : 2019.05.20
  • Published : 2019.05.31

Abstract

Purpose: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understand the nature of life among homosexuals in Korea. Method: Phenomenological methodology was used for the study. From February 2015 to January 2016, data were collected from 8 homosexuals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analyzed using Colaizzi's framework. Result: Five theme clusters and fourteen themes were identified for the life experiences of homosexuals. The five theme clusters were 'alien in an intolerant society', 'a fateful gender that can't be denied', 'process of coming out', 'endure as a homosexual', and 'future perspectives where expectation and anxiety coexist'. Conclusion: This study provides deep insight into the experience of homosexuals's lives in changing society and culture of Korea. Nursing practices should be improved for supportive attitudes.

Keywords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동성애(homosexuality)는 타인에 대한 정서적, 애정적 끌림을 가지는 성 지향성(sexual orientation)이 동성에게 향하는 이성애와 구분되는 다른 성정체성(sexual identity)이다[1]. 동성애는 일시적인 동성과의 신체접촉이나 성행위인 동성연애의 개념과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한다. 동성연애는 일시적이고 선택적 행위로 설명되지만, 동성애는 한 인간의 삶의 과정이고 삶 자체로 보는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2].

국가인권위원회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닌 정상적인 성적 지향이라고 발표하였으며, 2016년 개정된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항[3]에 의하여 성소수자의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및 인권보호를 위하여 개인의 성적 지향을 이유로 차별하는 행위가 입법을통해 규제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유교문화권인 우리나라의 경우전통적인 가족체계와 성 역할을 중요한 가치체계로 여기고 있어,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성적 일탈 혹은 비윤리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성적지향에 대한 배타적인 태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4]. 일반적으로 동성애는 비정상적이거나 혐오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5], 이로 인하여 억압이나 차별을 정당화하는 사회문화적인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 최근국가별 동성애에 대한 인식조사[6]에 따르면, ‘동성애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한국은 전체 응답자의 59.0%로, 미국의 33.0%, 캐나다의 14.0%에 비해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 외에도 국내 선행 연구들에서 동성애자 집단이 많은 차별을 받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강력한 낙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2,7,8]. 이러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은 동성애자들의 사회불안을 증가시키거나[9], 자아존중감을 저하시키며, 스스로에게 자괴감을 가지게 하여 부정적인 심리적, 행동적인 반응을 야기할 수 있다[10]. 또한 지속적으로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되는 경우 그들의 정신건강이나 삶의 질이 위협받을 수도 있으므로[11], 동성애자의 정신건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측면에서도 그들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최근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를 확인한 연구들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가 과거의 편향적 시각에서 이중적인 양상으로 변화되고 있음이 나타났다[12,13,14]. 동성애자를 여전히 심리적으로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느끼지만, 비정상적이거나 성적 일탈로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동성애에 대해 수용의 단계까지 접어들지는 못했지만 인지적 인식 자체는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13]. 이러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는 동성애자의 생활양식과 그들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외에서는 이미 동성애를 정상, 비정상이 아닌 또 다른 하나의성 지향성으로 수용하고 있으며, 호주를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하여 그들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려는 움직임까지 그 흐름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의 동성애에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은 더디게 변화하고 있어, 국외 변화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금지, 동성결혼 등의 새롭게 대두될 사회적 논의에 대한 준비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동성애자나 성소수자에 대한 연구가 늘어나고 있지만 그간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양적 연구의 접근방법으로 이루어졌거나, 이성애자의 관점에서 동성애에 대한 태도나 인식, 정신질환 유병률이나 정신건강 관련요인을 이성애자 집단과 비교한 연구가 대부분이었다.[15]이러한 선행연구들은 변화되고 있는 사회적상황에서 동성애자들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대변해주기에는 부족하다. 그 외 질적 연구들로는 동성애자의 성정체성 발달과정[16, 17]이나 스트레스가 미치는 영향[18], 커밍아웃[19]등의 세부적인부분을 보고자 했던 연구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여성 동성애자혹은 남성 동성애자만을 대상으로 연구하였거나[5,12] 스스로의 정체성에 수용적인 동성애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17]로, 시대의흐름을 반영하여 남녀 동성애자를 직접 대상으로 그들의 전반적 삶의 모습을 확인하고자 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변화하고 있는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그들의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에서의 이해가 필요하며, 한국 사회에서의 동성애자의 삶을 그들의 입장에서 전반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동성애자의 삶에 대한 경험을 본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질적 연구의 접근방법이 요구된다. 질적연구 방법은 관심현상에 대한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을 탐색하고 알아보는데 적절한 방법으로 관심현상이 지닌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를 돕는 방법이다. 현상학적 연구방법은현상에 대해 개인의 경험의 공통적 의미에 대해 기술하여 보편적 본질을 확인하는 방법이다[20]. 본 연구에서는 현상학적 접근방법을 통하여 동성애자의 삶의 경험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 그 의미 및 본질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의 관점에서 동성애자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의료인의 입장에서 그들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하여 현상을 파악하고 정신건강 요구를 탐색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동성애자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도모하고 동성애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간호중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가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삶의 의미와 경험을 규명함으로써 그 본질을 기술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의 질문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서의 삶은 어떠하였습니까?”이다.

연구 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체험하는 삶의 의미와 경험을 탐색하여 그 경험의 본질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기술하기 위해 Colaizzi [20]가 제시한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적용한 질적 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선정

본 연구는 만 19세 이상의 성인으로,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스스로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자를 대상으로 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를 하여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풍부하게 나눌 의지가 있는 참여자로 하였다.

3. 연구자 준비

연구자들은 대학원 과정에서 질적간호연구를 수강하고 질적 연구학회 회원으로 워크숍과 학술대회에 다수 참석하여 질적 연구 수행을 위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또한, 연구자들은 정신건강간호사 2급 이상으로 임상경력 5년 이상의 정신간호 상담 실무 및 교육 부분에 종사하는 자로 연구 참여자들의 삶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준비를 갖추었다. 연구자들은 연구자간의 일관성 유지와 자료 분석의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총 15회 이상의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본 연구의 진행 사항과 결과에 대해 논의하였다.

4. 자료수집기간 및 방법

자료수집기간은 2015년 2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약 1년 동안이었으며, 서울에 소재하고 있는 K대학교의 커뮤니티의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어 본 연구의 목적을 설명하고 동의를 얻은 뒤 자발적 참여 의지가 있는 참여자 3명을 소개받는 방식의 의도적 표집방법을 사용하였다. 이후 연구에 참여한 참여자들에게 다른 대상자를 추천을 받는 방식의 눈덩이 표집법을 사용하여 3명의 대상자를 더 모집하였다. 또한 연구자와 개인적 친분이 있는 동성애자의 추천을 받아 2명의 대상자를 더 모집하여 총 8명의 대상자를 선정하였다. 반구조적 개인 심층면담 방법을 통해 연구자가 직접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면담 시 사용한 주요 질문은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경험한 삶은 어떠하였습니까?”라는 개방형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동성애자로 정체성을 확립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후에 삶은 어떤 변화를 하였습니까?”, “동성애자로서 사회적 편견을 겪은 적이 있나요? 있다면 어떠한 것이었나요?”라는 질문이었다. 연구자는 참여자의 진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판단이나 의견을 제시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였으며, 참여자와의 면담 시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연구 참여자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든 면담은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 및 심리적 편안함을 위해 독립된 공간이 확보된 예약제 카페나 대상자의 개인 사무실 등 연구 참여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초기 면담 동안 일반적인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담이 이루어지도록 지지하였다. 면담시간은 5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되었으며, 각 참여자마다 2회 이상의 면담이 이루어졌다. 면담은 참여자의 사전동의를 받은 뒤 모두 녹음하였으며, 녹음과 동시에 연구의 정확성을 위해 참여자의 행동, 표정, 어조 등을 메모하기 위한 연구 노트를 병행하여 기록하였다. 녹음 내용에 따라 참여자의 진술을 그대로 필사하여 자료로 이용하였으며, 이후 내용에 대한 추후 보완이 필요한 경우 추가 면담은 전화통화나 대면면담으로 이루어졌다. 면담은 새로운 내용이 발견되지 않고 내용이 반복되어 자료가 충분히 포화되었다고 생각될 때까지 이루어졌다.

5. 자료분석방법

연구의 자료 분석은 Colaizzi [20]가 제시한 분석 방법을 이용하였다. 분석 방법은 연구 참여자 각 개인의 특이성 보다는 연구 참여자 전체의 공통적인 속성을 도출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연구 참여자의 동성애자로서의 삶의 경험을 얻기 위해 심층면담을 진행한 후,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하며 면담 당일에 연구 참여자의 진술 그대로 옮겨 필사하였다. 필사된 자료를 반복해서 여러 번 읽으며, 이해가 부족한 부분은 현장노트 및 연구 참여자와 면담을 통하여 깊게 이해하려고 노력하였다. 이후 동성애자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진술을 추출하였고, 그 추출된 진술들을 연구자의 언어로 재구성하였다. 이렇게 연구자의 언어로 재구성된 의미 있는 진술들을 다시 분류하여 주제를 도출하였고, 최종적으로 주제모음들을 타당화하기 위해 연구 참여자 3인에게 그들의 경험과 일치하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구체적인 분석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녹음된 내용을 경청하면서 필사한 후 필사본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각 참여자들의 경험에 대한 전체적인 의미를 추출하고 정리하였다. 둘째, 참여자가 기술한 내용 중 경험의 본질적 의미를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진술문과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진술문을 주요 진술문으로 추출하였다. 셋째, 연구자들은 주요 진술문 속에 숨겨진 의미를 충분히 검토하고 파악하였으며 참여자들 경험의 본질적인 의미를 잘 나타낼 수 있도록 연구자들 간의 의견을 조율하여 한 단계 더 추상적인 의미로 진술하였다. 넷째, 진술된 의미들 중 유사한 것들을 모아 통합하고 분류하고, 주제 선정 및 주제 모음을 조직하였다. 다섯째, 주제모음들이 나타내는 현상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기술하였다. 여섯째, 동성애자의 삶의 경험의 주제모음, 주제로 기술하였다. 일곱째, 참여자의 3인으로부터 분석 결과와 그들의 경험이 일치하는지 타당성을 확인하였다.

6. 윤리적 고려

연구를 진행하기 전 K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KHSIRB- 14-077)을 받았으며, 특히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동성애자의 윤리적 배려를 위하여 자료수집 전 연구의 목적과 자료의 익명성 및 비밀유지, 자료수집방법, 연구 도중이라도 참여를 원하지 않을 때 언제든 그만둘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자발적으로 동의한 참여자만을 대상으로 하였다. 면담에 들어가기 전에 개인정보에 대한 안전한 처리 방법에 대해 설명하였으며, 연구 참여 동의서에 대하여 연구자가 직접 설명한 후 동의 여부를 확인받았다. 연구 참여자의 익명성 보장을 위해 이름이나 서명 등 개인정보가 될 수 있는 내용은 연구참여자 동의서에서 제외하였다. 면담 내용의 녹음은 참여자의 동의를 얻어 진행하였으며, 모든 참여자들에게 연구 참여에 대한 답례로 소정의 사례비를 제공하였다.

7. 연구의 엄격성 확보

본 연구에서는 신뢰성(credibility), 적합성(fittingness), 감사가능성(auditability), 확인가능성(conformability)의 네 가지 기준을 고려하여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21). 첫째,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자로부터 나온 자료가 실제적으로 일치하도록 하기 위해 사전 설명을 충분히 하였고, 참여자의 개방을 통해 생생한 경험을 이끌어내려고 노력하였다. 참여자와 면담 시 참여자가 편안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경험을 나눌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선정하였고, 연구자는 중립적인 태도로 선입견을 배제하고 경청하였다. 내용이 모호하거나 의문이 드는 경우는 다음 면담을 통해 확인하였다. 분석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이 수시로 필사한 원자료와 비교하면서 검토하였고, 오류를 수정하고 확인하였으며, 토론하면서 연구 결과의 진정성을 확보하였다. 둘째, 연구의 적합성을 확립하기 위해 동성애자로서 삶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진술해 줄 수 있는 참여자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참여자의 진술이 포화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하였으며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을 포함하여 결과를 최대한 풍부하게 기술하였다. 셋째, 감사가능성 확보를 위해 현상학적 방법에서 제시하는 분석 방법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고 연구자의 분석 과정 및 결과를 질적 연구 수행 경험이 풍부한 간호학자 2인에게 연구 자료로부터 도출된 주제가 타당함을 검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넷째, 확인가능성 확보를 위해 연구의 전 과정을 통해 중립성을 확보하여 참여자의 경험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참여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여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 결과

연구참여자 8명에 대한 일반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성별은 여자 6명, 남자 2명이었고 연령분포는 20대가 4명, 30대가 3명, 40대가 1명이었다

동성애자가 살아가면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하여 Colaizzi [20]가 제시한 현상학적 분석 방법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진술은 276개였다. 이중 반복되거나 유사한 의미를 가진 진술을 연구자들이 함께 원자료를 확인하며 유사한 것을 묶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14개의 주제를 구성하였고, 보다 추상적이고 포괄적인 5개의 주제 모음으로 통합하였다(Table 1).

Table 1. Theme Clusters and Themes on the Life of Homosexuals in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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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모음: 다름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이방인

이 주제모음에는 동성애자가 주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망각하고 있는 사회로부터 받는 상처들과 참여자들을 끊임없이 따라다니는 사회적으로 잘못 알려져 있거나 부정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인식과 낙인, 편견들에 대한 참여자들의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1) 주제: 드러나지도 드러낼 수도 없음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스스로를 ‘시각화되지 않은 존재’로 여겼다. 동성애자가 지금 옆에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그들의 존재는 너무나 당연하게 존중받지 못했다. 동성애자가 인간이 아닌 동물로 폄하되는 말을 듣거나, 술자리에서 유희나 조롱의 대상으로 취급되는 것을 보았으며, 심지어 동성애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현하도록 강요당하는 현실을 겪어야 했다. 참여자들은 이런 상처를 받고도 부당함에 대항하지 못하고, 도리어 동성애자임을 들킬까 마음을 졸이는 자신을 보며 자존심이 상하고, 존재 가치에 대한 공허함을 느꼈다.

작년에 퀴어퍼레이드 하고 나서 그게 뉴스에 난거예요. 무슨 단체인지와 충돌이 있었다고. ...(중략).. 다른...... 별다른 얘기들은 기억이 안나요. 근데 그때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선배가 했던 말이 ‘이렇게 이해해달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동물이랑 하는 것도 이해해달라고 하겠네?’ 이랬어요, 진짜 어이가 없어서...... 그건 동물이랑 동급으로 취급한 거잖아요. 그건. 1년이 지났는데 그 말이 토씨 하나 안 빠지고 다 기억나요. 표정이랑. 주변에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해서 그렇게 말을 했겠지만......(참여자 2)

그냥 사람들은 당연히 주변에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내 주변엔 없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죠. 얼마 전엔 직장상사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분이 계시거든요. 저한테 오더니 뭘 이렇게 내밀어요. 사인해달라고 그래서 뭔가? 하고 봤더니 교회에서 무슨...... 동성애자 반대...... 그런 서명을 받더라구요. 그걸 저한테 해 달라고 내민 거예요. 와...... 이건 뭐. 당연히 해 줄 거라고 생각해서 저를 말똥말똥 쳐다보는데. 그때 기분은 진짜...... (헛웃음)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저 사람들은. (참여자 8)

2) 주제: 비정상적 부류로 취급받음

참여자들은 사회에 만연하게 퍼져 있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부정적이고 비틀어진 시선 때문에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동성애자를 손가락질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동성애자는 자살을 생각할 만큼 우울하고 힘들 것이며, 결국에는 잘못된 선택을 버리고 이성애자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잘못된 존재’로 취급된다고 느꼈다. 또한 여자 같은 남자, 혹은 남자 같은 여자 등 비정상적인 부류로 치부하는 사회적 선입견도 소리 없는 폭력으로 다가왔다. 이외에도 ‘동성애는 전염된다, 더럽다, 역겹다, 성적으로 문란하다, 누구든 성적 대상으로 여길 것이다’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니며 순간순간 참여자들을 괴롭혔다. 이러한 사회의 배타적인 시선들은 참여자들의 생활 속에까지 깊이 젖어 들어와 있었고, 직접 겪어내며 화가 나도 어디에도 표현하지 못하는 답답함과 순간순간 그들을 압도하는 씁쓸한 감정은 오롯이 참여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부정적인 인식이라고 하면 다 똑같죠. 뭐. ‘자연의 섭리에 어긋난다. 그렇게 살면 안 된다. 그걸 보고 내 자식이 그럴까봐 무섭다.’ 이런 식이죠. ...(중략)... 그래서 제가 어이가 없어서. 그거 외에도 막. 어쨌든...... 너희는 더럽다. 그랬던 것 같아요. 인터넷에 그런 말도 있었던데요. ‘너희들이 이래서 내 아이들이 영향을 받아서 내 아이가 동성애자가 되면 어떻게 할 거냐.’ 라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참여자 2)

오해? 편견? 그런 거일 수도 있어요. ‘소수자이니까. 일반적이지 않으니까. 쟤네는 당연히 힘들 거야.’ 뭐. 물론 힘들어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렇다고 다 힘들어서 죽고 싶고 우울하고 그렇지 않거든요. 제 친구들만 해도 너무 잘 살고 있고. ...(중략)... 당연히 힘들어야 된다고생각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해요. ‘우리가 정상인데, 쟤네는 비정상인데 왜 아무렇지 않아?’ 하는 거죠. (참여자 5)

2. 주제모음: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확립하게 되면서 경험하는 내면의 감정과 관련된 부분이다. 동성애적 정체성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을 거부하고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인식하기도 하였으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한 후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정립하는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1) 주제: 스스로 씌운 낙인 해결의 몸부림

참여자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움으로 다가왔다.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과 낙인을 스스로에게 덧씌우게 되었으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이 ‘비정상적’이고 ‘잘못된 생각’이라 여기게 되었고,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거부감에 혼자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참여자들은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려 하거나, 억지로 이성을 사귀어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고, 상담이나 종교모임 등을 통하여 스스로를 ‘정상적인’ 존재로 바꾸어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성 정체성은 참여자들에게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로 남게 되었다. 스스로를 잘못된 존재로 여기고 부정하는 이러한 인식은 참여자들에게 또 한 번 덧씌워진 상처로 존재하게 되었다.

‘왜 나는 남들하고 다르지? 왜 나는 남자가 좋지?’ 라고 하는 걸 먼저 두고 시작을 했고, 그 부분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서 그거를 해결해 보고자 하는 노력들을 했었어요. ...(중략)... 첫 번째는 종교였어요. 이 부분들이 가지게 되는 어떤 해악들이라던지. 그런 것들을 종교 속에서 찾아보려고 했었죠. ...(중략)... 그 다음에 그런 부분들을 보면서 종교적인 부분들을 결합해서 계속 종교적인 모임에 건실하게 참여하고 그런 공간(여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교회)에 내가 계속 의도적으로 접하게 되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시도도 있었고, 또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여자 친구를 사귀어 보라라는 거든지, 그렇게. 그런 식으로 많이 생각해보려고 했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 4)

2) 주제: 자연스럽게 해소된 의아함

일부 참여자들에게는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은 처음에는 ‘나는 남들과 다른가?’하는 의아함으로 다가왔을 뿐 잘못된 문제처럼 인식되지는 않았다. 참여자들이 접근하기 쉬웠던 많은 동성애와 관련된 정보들을 통해 참여자들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아함을 점차 자연스럽게 해소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정체성의 고민을 하기 전에 이미 대중매체나 외국문화에서의 동성애에 대한 표현을 자주 접하며 넓어진 시각도 동성애적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정립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고등학교 때였는데. 뭐랄까. 그냥 그때 동성애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아요. 만화 그리는 거에 워낙 관심이 많았으니까. 그러면서 만화에서 얘기하는 동성애물? 그런 거를 어려서부터 접했던 거죠. 그래서 그런지 그냥 그런 사람들이 있구나 했었어요. 그래서 사실 나 스스로가 동성애자인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중략)... 아무래도 요즘은 인터넷이나 이런 매스미디어들이 너무 많이 발달을 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까 사실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찾고자 마음만 먹으면 너무 쉽게 정보를 찾을 수도 있고, 그렇다 보니까 도움이 많이 되는 건 사실이죠.. (참여자 8)

3) 주제: 발견된 인생의 이정표

참여자들은 성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은 자신의 내면에 주의 깊게 귀 기울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시간들은 타인의 시선에 비추어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닌,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되었다.

'이래서 달랐구나. 사람을 만날 때 달랐던 느낌이 있었구나.’ 했어요. 그때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저를 알았으니까요. 그때 저를 알았던 거니까요. 제가 갈 길이 뭔지 알았으니까요. ...(중략)... 제가 오히려 그걸 못 찾았으면 더 불행했을 것 같아요. (참여자 1)지금으로선 그때가 사실 좀...... 요즘 친구들이 자기 스스로를 정립을 하는 시기라든지 그런 것들을 접해보면 저는 꽤 늦은 편에 속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때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했던 것처럼 ‘아 이렇게 살아야겠구나. 나는 게이구나. 내가 게이로서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하고 스스로 정립했던 때. (참여자 4)

3. 주제모음: 나를 드러내는 과정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이 동성애자로 살아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수용되었던, 혹은 거부당하고 상처받았던 여러 경험을 포함하고 있다.

1) 주제: 있는 그대로 수용됨

참여자들은 성 정체성을 자신의 일상에서 드러나게 되는 당연한 부분으로 여기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에게 자연스럽게 밝히기도 하였다.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커밍아웃 이후 친구나 형제들로부터 자연스럽게 포용되는 경험을 했으며, 동성애자로서의 삶의 어려움을 걱정해주는 주변인들의 격려를 받으며 깊은 긍정적인 내면의 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

어쨌든 간에 이것도 나의 일부니까. 애초에 처음부터 애기를 했어요. 처음에 좀 친해졌다 싶으면은. ...(중략)... ‘나는 그냥 동성인 사람이 좋은 것 같아. 그러니까 네가 이걸 나쁘게 본다면 어쩔 수 없지만.’ 하고 편하게 얘기하면 친구들도 대부분 ‘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다들 그런 반응이었어요. (참여자 1)

전혀 예상외였어요. 언니랑 동생이 ‘네가 좋아하는 게 여자건 남자건 그건 중요하지가 않다. 그런 걸 왜 혼자 그렇게 힘들어 했냐.’ 동생이 그런 애기를 하더라구요. ‘왜 언니 혼자 힘들어했어. 말을 하지. 언니가 어떤 사람을 좋아해도 괜찮아.’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저 때문에 집안이 완전 발칵 뒤집어지고 나서, 그렇게 위로를 해주더라구요. ‘왜 혼자 힘들었냐.’ 면서.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좀 울컥하기도 해요. (참여자 8)

2) 주제: 묻혀진 존재가 된 나

참여자들은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부모님이 자신과의 대화를 피하려고 하거나 그냥 덮어둔 채 모르는 일인 것처럼, 혹은 아예 듣지 않았던 것처럼 그대로 가슴 속 깊이 묻어버린 채 회피하려는 것을 고스란히 경험해야 했다. 이러한 반응에 자신의 존재를 ‘땅을 파서 묻어버리는 느낌’까지 들었고, 그때의 서운함, 좌절감은 아직까지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며 동성애자인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도, 버리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대처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동성애자 가족’이라는 짐을 떠안겨주는 것 같아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에 복잡한 심경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부모님은 알아도 언급을 안 하죠. 뜨거운 감자...... 저희 집도(부모님도) 그랬던 것 같아요. 오픈하면 폭탄이 터진 것처럼 그렇게 되니까. 드러내면 안 되고. 입 밖으로 꺼내서 말하면 안 되고...... (참여자 3)

안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생기긴 하죠. 물론 그렇게 얘기를 안 꺼내지만 제가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선택가능 했다면 그렇게 선택했을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게 회피해서 될게 아니라고. ...(중략)... 땅 파서 묻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 그냥 날 묻어버리고 가는 것 같이...... (참여자 7)

3) 주제: 차가운 현실에 남겨진 상처

일부의 참여자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당하며 그들의 기준에 맞추도록 변화를 강요당하는 가슴 아픈 현실을 겪어내야 했다. 참여자의 성 정체성에 대해 ‘철 없는 행동’으로 받아들이며 혼내고 타이르거나, 정신과나 무당집에 데려가기도 하였다. 심지어는 이성과의 성관계를 강요받아 매춘여성과 함께 방에 가둬지기도 하는 등 성 정체성을 바꿀 것을 강요하는 부모에게 당혹스러움을 감추기 힘들었다.

어머니가 저한테 자세가 바뀌시더라구요. ‘왜 이렇게 철없이 행동을 해? 왜 이렇게 앞뒤 분간을 못해? 네가 나이가 작아?’ 뭐 이런 식의 것들을 하시다가. ...(중략)... 어머니의 경우는 ‘정신과에 한번 가보자.’ 그리고 ‘무당집엘 가보자. 굿을 한번 해보자.’ 심지어는 제일 마지막에 어머니를 대동해서...... 소위말해서...... 그...... 방석집엘 갔었어요. 요즘 시대에 애길 하자면. 그러니까. 음...... 여자들이 매춘하는 곳이요. ‘아직 여자를 제대로 몰라서 그런 것 같으니까. 내가 어디어디 어떻게 아는 사람을 통해서 좋은 처자를 물색해 놨으니 하룻밤을 자보도록 해라.’ 이런 것 까지요. 그래서 거의 반강제이다시피 어떤 여성하고 같이 방으로 들어간 적도 있었죠. (참여자 4)

또한 커밍아웃 이후 함께 일하던 직장 동료들의 편견 가득한 시선을 견뎌야 했다. 평소 잘 지내왔던 동료들이 한순간에 멀어지고 함께 하는 자리를 피하는 등의 경험을 하며 심리적 괴로움을 겪었다. 이후 옮겨간 부서에서까지 동성애자라는 소문이 돌아 지속적으로 따라다니는 차별을 경험하였으며 이러한 상황에 분노감까지 치솟았다. 이후 직장 진급시험에서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 때문에 불이익을 받고 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결국에는 직장을 그만두게 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직장에서 받은 차별은 커밍아웃에 대한 후회감과 더 큰 분노감, 깊은 상흔으로 남게 되었다.

다음 발령지에 갔어요. 그 회식자리가 있는데 제가 초대가 된 거예요. 해서 같이 갔더니. ...(중략)... ‘야. 나 너 인계받을 때. 너 남자 좋아한다며. 걔 나쁜 새끼다’ 라고 그렇게 표현을 했다고. 그냥 동성애자라서(나쁜 새끼라고)...... ...(중략)... 너무 놀랐어요. 내가 정말 이렇게 반박도 안하고 그냥 끄덕끄덕만 했는데, 같이 또 앉아 있던 애들이 듣고 이게 소문이 계속 연결된 거예요. 그거와의 싸움이었어요. 그래서 3개월 동안 사이가 안 좋았었어요. 왜냐하면 좋을 것도 없었어요. 나를 이렇게 대하니까요. (손으로 밀어내는 듯 피하는 제스추어). (참여자 3)

4. 주제모음: 이반으로 살아가기

이 주제모음은 참여자들이 동성애자에 대한 배타적인 사회의 시선에서 자신의 정체성과 내적으로 소통하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반(異般)’이라는 단어는 동성애자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용어로 일반인들과 다른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준다. 그들은 사회 속에서 이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찾기 위해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1) 주제: 평생 짊어지고 가야할 숙제

대부분의 참여자들은 끊임없이 상대방이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탐색하게 되며, 매순간 자신을 드러내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게 되었다. 상대방의 가치관에 연연해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사람들에게 이해받아야 마땅한 존재’로 여겨지는 상황에 자존심이 상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한 생각조차 타인의 눈치를 보아야 했으며, 불쾌감을 표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내면적 갈등은 ‘평생 가지고 가야 하는 숙제’로 여겨지게 되었다.

나를 드러내는 것 자체가 너무 불안하잖아요. 나를 다 공격할 수 있으니까. 그게 평생의 과제인 것 같아요.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한 커밍아웃이 언젠가 독으로 올까봐 그게 무서운 것 같아요. 커밍아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것 같아요. 뭐랄까? 친구들을 평가하게 되잖아요. ‘얘랑 내가 얼마나 친하지? 나 이거 말해도 될까?’ 받아들일까 말까도 중요하지만 내가 말을 했을 때 이게 나한테 파장이 어떻게 올지도 중요하니까. (참여자 6)

2) 주제: 유리가면 쓴 이중생활

참여자들은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에 자신들을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자 언제 깨어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유리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이중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커밍아웃 이후 직장에서의 위협과 가족의 무시, 폭력적인 사회에서 상처받은 참여자들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의 범주를 오가며 이성애자인척 연기하며 살기도 하였다. 이성교제나 결혼에 대한 화제가 나오면 외줄타기 하는 것처럼 거짓과 사실이 뒤섞인 잘 포장된 자신을 보여야 했고, 그러한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은 온전히 참여자들의 몫이었다. 이러한 시간들은 참여자들에게 체념하고 숨기는 것에 점점 익숙해지도록 만들었지만, 타인의 폭력적인 시각 앞에 자신이 무방비로 폭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았다.

여자들이 만나면 남자얘기하고, 화장품, 아이돌 얘기하고. 그런 화제들이 있잖아요. 여자애들이 만나면 하는 얘기들. 그걸 같이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내가 일반 여자인 척 하느라 얼마나 노력을 많이 하는지 너는 모를 거야.’라고 하면서 (말하고 싶죠). (참여자 6)

이런 것들을 여러 번 겪으면서 체념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이젠 어쩔 수 없으니까. 그래도 문제없이 사회생활도 해야 되고, 돈도 벌어야되고, 살아야 되니까. 한 꺼풀씩 쓰고 살아요. 우리는. 사람들한테 보여지는 내가 진짜 내가 아니잖아요. 한 꺼풀씩 쓰고 살고. 유리가면이죠 유리가면. 가면 깨질까봐 되게 무섭고. ‘깨지면 안 된다. 안 된다.’ 하면서. 그냥 가면으로 비춰지는 나를 보여주더라도 그게 어쩔 수 없는...... 그래야 되는 것 같은. 그게 당연한 것 같은...... (참여자 8)

3) 주제: 존재로서 인정받기 위한 부단한 노력

참여자들은 가족들과의 관계를 놓지 않고 그 끈을 이어가려는 노력을 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정체성이 부정당하고 무시당하면서도 부모님의 자식으로서, 사회의 일원으로서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며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를 관철시키려고 노력하였다. ‘비정상적인’ 가족구성원이 아닌, 지금까지 함께 살아왔던 가족으로서 앞으로도 함께 할 것임을 보여주려 꾸준히 애썼고, 이러한 시간들을 통해 가족들 안에서 이전과 다르지 않은 아들로, 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제가 이런 사람이라고 해서 가족과의 관계를 끊어버린다던가 가족사이의 당연히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는 거죠. ...(중략)... ‘전 항상 어머니 아버지의 옆에 있을 거고, 그런 부분들로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해버리니까 그 다음부터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가 음...... 제가 원하는 행복에 대해서 어떤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시는 것 같더라구요. (참여자 4)

4) 주제: 당당하게 살아감

참여자들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끌어안으면서, 여전히 날카롭고 부정적인 사회의 시선 앞에서도 용기를 가지고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사회에서 냉정하게 바라보는 참여자들의 성 정체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명의 사회구성원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가며 더 노력하는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들은 손가락질 하는 사회 앞에 움츠러들지 않고 스스로를 비정상적 존재로 얽매는 마음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당당하게 여기고 살아가며, 문화적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일상적 삶을 충실하게 살아가고자 노력하였다.

‘나도 이렇게 살면 되는구나. 지금 당장을 열심히 살면 되겠구나.’ 하고 결론을 맞았던 것 같아요. ...(중략)... 그렇기 때문에 싸울 힘도 생겼던 것 같아요. 싸울 힘. 그러니까 그전에는 움츠려 있었고, 스스로를 억제시키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에 대해서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면 그 뒤로는 ‘어. 내가 이런 사람인데. 난 비정상은 아니야.’ ...(중략).. 하는 (웃음) 것들에 대한 좀 더 당당해 질 수 있는 그런 것들? (참여자 4)

사람이 당당하게 혼자 자기 삶을 잘 꾸려나가고 그런 모습을 보여 주면 저에 대한 우려나 결혼에 대한 자기네들의 추측이나 이런 게 좀 줄겠죠.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어요. ‘성공하자. 돈도 많이 벌고. 성공해서 누군가가 나의 인생에 왈가왈부 얘기할 건덕지를 없애버리자.’ 그런 생각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노력했죠. 더 공부하고, 더 열심히 살려고. (참여자 8)

5. 주제모음: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미래 조망

이 주제 모음은 동성애자들이 미래를 조망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기대하는 마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내재되어 있는 많은 문제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자아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작은 변화들이 모여 긍정적인 미래의 모습을 만들어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1) 주제: 불안한 미래

참여자들은 동성애자에 대해 예전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을 부추기는 오해와 편견들로 포장된 정보들이 여전히 많이 다루어지고 있어 그러한 시선들이 자신들을 점점 더 이상한 존재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을 나타냈다.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바뀌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표현했다. 또한 아직까지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부부로 살아가야 하는 미래에 대한 불안정감, 여전히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인식의 변화 등은 참여자들에게 불안한 미래를 예견하게 하였다.

한밤중에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서 진단을 했더니 응급 수술을 하셔야 하는 상황이셨대요. 근데 빨리 수술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족동의서가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지방에 계신 누님이 새벽에 택시를 타고 그 먼 거리를 오셔서 싸인을 해준 다음에야 응급수술을 하고 다행히 위험을 넘겼다고 하는 얘기였어요. 그때 옆에 동성 배우자가 있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권리까지 인정되지 않는 상황인거예요. 생사를 가로지르는 와중에서도 배우자로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정말 그대로 죽어버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사회적 제도 자체가 전혀 지금 마련되어지지 않은 상태니까 언젠가 그런 일이 나한테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여자 4)

너무 많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게 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이게 정말인지 가짜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람들에게 밝혀지고, 받아들여지고...... 거기다가 더 문제는 사람들의 안 좋은 네가티브적인 인식까지 거기다가 덧씌워지니까 얘가 정말 괴물이 되어버리는 거예요. 점점 더 이상해지고. ...(중략)... ‘야 너 저번에 그거 봤어? 걔네는 그렇대.’ 이러면서...... 앞으로도 이럴 텐데. 상황이 한심한거죠. (참여자 7)

2) 주제: 기대감으로 바라봄

참여자들은 아직까지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동성애자로서의 삶에 대한 어려움을 감내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논의가 조금씩 늘어나고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더 이상 동성애자가 낯설지 않은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여겼다. 또한 주변의 꾸준한 노력들이 모이면서 천천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임을 미래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솔직히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으면 이렇게 바뀌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요. 계속, 계속 활동하는 분들이 계셨으니까. 숨은 노력들도 많았을 거고. 그런 힘들이 모여서 앞으로는 점점 좋아지겠죠. 그랬으면 좋겠어요. (참여자 2)

인식이 예전보다 바뀌긴 했죠. 예전보다 좋아졌다고 말을 해야 되나? 예전보다는 정보가 많이 공유되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좀 더 많이 알려졌고, 좀 더 많이 알아가고자 하는 것도 좀 더 생겼고, 젊은 사람들 층에서는 좀 더 받아들여지고 있는 느낌도 받아요. (참여자 8)

논의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오해와 편견으로 인해 여전히 멀게 느껴지는 심리적 거리감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본 연구는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참여자들의 삶의 경험을 확인하고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현상학적 연구를 시도하였다.

첫 번째 주제모음 ‘다름이 인정되지 않는 사회에서의 이방인’은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했던 부정적으로 고착되어 있는 낙인과 편견에 대한 내용을 포함한다. 동성애자가 부딪히는 이러한 사회적인 편견으로 인한 부정적인 경험은 심리사회적 적응을 방해하며[8], 신체적, 정신적 건강 뿐 아니라 삶의 질에도 직접적이고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22]. 이와 같은 사회적 편견에 대해 일반인들은 익숙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편견적 시선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Youn [23]은 그의 연구에서 그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한국인들의 동성애에 대한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권리를 옹호하려는 문화적 성향 및 법적 움직임 등이 활발해짐에 따라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4,25). 이러한 국외의 선행연구들에서 나타나는 동성애에 대한 태도의 변화는 동성애에 대한 인권운동의 시기가 한국보다 상당히 앞서 있어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이에 정신건강전문가들은 그동안 배제되었던 그들의 권리와 인권에 대한 논의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 한국에 남아있는 문화적, 심리적인 편견은 대상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긍정적인 치료적 관계를 위하여 동성애자에 대한 스스로의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 Kim [26]은 간호사의 경우 성소수자에 대한 교육이나 지식이 제한적이며, 성소수자에 대한 높은 혐오감을 가지고 있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간호사는 참여자들의 차별에 대한 무력감, 사회적 지지의 부족, 편견적 시선에서 오는 상처 등에 대한 이해를 높여 대상자에 대한 민감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임상현장에서 동성애자를 대하면서도 모든 대상자를 이성애자로 전제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간호사의 가치관으로 그들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한 Yeu와 Lee [16]의 주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성 정체성은 그들의 선택의 결과가 아님을 인정하고 다양성을 수용하는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며, 성 정체성의 다름을 인정하고 동성애자들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위한 교육과정의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주제모음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은 대상자들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에 대한 부정하는 혹은 인정하며 스스로의 삶을 발견해나가는 다양한 경험을 포함한다. Kang과 Ha 7)에 의하면 동성애자로 정체화하는 과정에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혐오적인 태도나 편견은 동성애자에게 직접적인 심리적 폭력으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사회적 편견이 동성애자들이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자아부정과 저항을 가지게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참여자들의 경우 남들과는 다른 성 정체성은 자신에 대한 관심과 내면적 성장의 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유사한 결과로 Kang과 Ha [17]는 요즘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정체성에 대해 과거처럼 저항감이 강하지 않고 비교적 쉽게 받아들이는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Koen과 John[ 24]의 연구에서도 연령이 낮아짐에 따라 동성애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 외국의 경우에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Shin [27]의 성소수자들의 성 태도에 대한 연구에서도 연령이 어린 경우 커밍아웃을 더 많이 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는 과거에 비해 성소수자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가 허용적인 태도로 변화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 설명하고 있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의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의 과도기적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결국 모든 참여자들은 이성애 중심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을 거치며,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통제감을 가지게 되었고, 정체성의 확립은 내면적 편안함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신의 성 정체성 수용기를 거쳐 안정화 된 후 참여자들이 자긍심이 높아지며 생활이 즐거워졌다고 보고한 Yeu와 Lee [16]의 연구와 유사한 맥락을 보였다. 또한 Sung과 Lee [18]의 연구에서도 정체성은 ‘낙인’이 아닌 주체성을 가지고 자신을 정의하는 적극적인 삶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나타났다고 보고되었다. 관련된 외국의 선행연구에서도 동성애자로서 느끼는 스트레스가 개인적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으며, 나아가 기존의 사회적 규범에 도전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갈 때 심리적 해방감을 느낄 수 있고 이는 동성애자의 탄력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28]. 본 연구의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동성애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성적 자긍심을 갖추게 된 이후, 자신에 대해 긍정적 태도를 보이며 강화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볼 때, 사회는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더 이상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논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의 방식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보다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필요성이 있다.

본 연구 결과 세 번째 주제모음은 ‘나를 드러내는 과정’으로 도출되었다. 이 주제는 성 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한 뒤 주변인에게 수용되는, 혹은 회피당하거나 거부당하는 등의 경험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의 경우 커밍아웃 이후 긍정적으로 수용되었던 때는 거의 친구나 형제, 자매들 사이에서의 경험으로 나타났다. 부모님의 경우 거부하고, 성 정체성을 바꾸어보고자 노력하기도 하였으며, 침묵으로 일관하는 등의 회피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전통적인 가족관을 중시하는 가족일수록 전통적인 성, 결혼의 가치에 위배되는 동성애자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양상이 나타난다[19]. 이 같은 맥락에서 참여자들은 불효, 미안함,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이러한 가족의 내쳐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여러 연구에서 성소수자의 정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지적 대상으로 가족이 매우 큰 역할을 하지만, 도리어 가장 크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19,29]. 일반인들이 동성애를 비정상적이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지는 않지만,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느낀다는 Kim [14]의 연구결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회적인 변화의 정도는 아직까지 ‘나의 옆 자리에 존재하는’ 직장동료로서, 가족으로서의 동성애자를 허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또한 우리나라 간호사의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는 호모포비아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6].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간호사의 태도가 동성애자에게 또 다른 상처로 받아들여질 우려가 있다. Kim [26]은 그의 연구에서 동성애에 대한 적절한 지식과 그와 관련된 의사소통 기술을 습득하고 간호사의 문화적 유능감을 증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네 번째 주제모음인 ‘이반으로 살아가기’는 참여자들이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날카로운 시선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대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사회적 소수자로서 참여자들은 생활 속에서의 부정적 경험으로 성 정체성을 숨기며 끊임없이 상대를 탐색하고 고민했다. 이는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수용하고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한 뒤에도 부정적인 사회의 태도로 심리적 적응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한 Park [8]의 결과나 스스로 동성애자임을 수용한 이후에도 개인적, 사회적 다양한 문제들과 부딪히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가는 태도를 말한 선행연구의 결과[13]와 일치한다. 하지만 Sung과 Lee [18]는 동성애자 중 많은 수가 신체적, 행동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적응적인 대처전략을 활용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이러한 어려움은 도리어 삶의 목표에 양식이 되고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노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도 하였고, 개인적인 성장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선행연구들의 이러한 다양한 결과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수용하는 정도와 가족 및 사회의 지지에 대한 경험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보여진다. 성 정체성은 참여자들의 삶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존재하지만 그들의 모든 부분이 동성애자라는 이름 아래 가려져 있는 것은 아니며, 이러한 자신의 어려움과 스스로에 대한 수용은 삶의 만족도 및 행복감의 증가에 중요한 요인이다. 따라서 동성애자들을 위한 여러 단체가 주관하는 인권운동이나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적 차원의 지지와 옹호가 필요하며,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보편적 경험으로서의 인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섯 번째 주제모음인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미래 조망’은 앞으로의 동성애자로서의 삶에 대한 우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함께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움직임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다. 여러 선행연구에서도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아직까지 불편함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이러한 편견과 차별의 벽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천천히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여[7,13,16-18]본 연구의 결과와 일맥상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기인한 잘못된 정보들이 매스컴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자극적인 유희의 소재로서 이용되거나 겉핥기식의 접근에 머물러 있다는 Yang [30]의 지적에도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영향력이 큰 매스컴에서 부정적인 정보가 다루어지는 것은 그 정보를 접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인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기 때문에 동성애자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더 크게 만들 우려가 있다. 현재 인권단체의 성소수자에 대한 지식이나 태도의 개선을 위한 교육 자료나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사회적으로 심도 있게 다뤄지지 않고 있으며, 원활한 보급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간호사는 간호대상자의 사상이나 성별, 성적 지향, 문화적 차이를 불문하고 평등하고 차별 없는 간호를 제공해야 하며, 취약한 대상자를 보호하고 지지자, 옹호자, 교육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윤리강령에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가치관에 근거하여 간호사들은 모든 사람은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받아야 할 필요가 있음을 상기하고 무비판적 태도를 가지며, 지지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로 동성애자를 대해야 한다. 동성애자에 대한 기본지식과 정보, 편견을 점검하는 일은 간호사로서 대상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필수불가결한 일이므로,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보수교육의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그리고 성 정체성 혼란이나 사회적 편견의 문제를 넘어서, 성적 지향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소수자로서 살아가며 겪게 되는 심리적 어려움과 자기 성장에 대한 고민들, 동성 파트너와의 관계, 기본적 인권 및 복지 보장 등 그들의 삶에서 나타나는 어려움과 고민들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성별과 연령을 고려하여 선정한 8명의 대상자에게 그들의 삶에 대해 심도 있는 인터뷰를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으나 본 연구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다른 문화나 상황, 맥락에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본 연구 결과를 모든 동성애자의 삶에 일반화시키기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다음의 측면에서 의의를 가진다. 첫째, 유교적 문화가 강한 한국 사회에서의 동성애자의 생생한 삶의 경험을 살펴봤으며, 부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긍정적인 삶의 부분까지도 범주화함으로서 현시점에서의 그들의 삶의 과정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동성애자를 편견 없이 이해하는데 있어 올바른 정보를 탐색하고 제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둘째,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 그들의 기본권인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에서 평등하게 대우 받을 수 있도록 간호사의 옹호자적 역할의 필요성을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셋째, 정신건강 및 정신간호의 측면에서 임상현장과 지역사회의 대상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지지자적 역할 수행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결론

본 연구는 한국 사회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가며 체험하는 삶의 경험을 알아보기 위해 개인 심층 면담을 통하여 참여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탐색하였다. 특히, 동성애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나 편견이 그들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삶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하였다. 참여자들은 여전히 이성애 중심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내적 통합을 이루면서 숨겨지고 상처받은 삶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존엄성을 가지며 충만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본 연구를 기점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더불어 그들의 삶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동성애자의 정신건강을 위한 개별상담 및 집단 상담, 혹은 동성애자의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 프로그램 및 교육프로그램의 개발에 대한 기초자료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며,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한 의료인의 교육과정의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의 결과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 첫째, 동성애자들의 성소수자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양상에 초점을 맞춘 폭넓은 시각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 둘째, 임상실무에서 동성애자, 부모,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정보제공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정체성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지지를 제공하기 위하여 상담프로그램의 개발을 위한 연구를 제언한다. 넷째, 동성애자들의 전체적인 삶의 과정에서 동성애자의 가족, 파트너와의 삶, 건강이나 복지의 측면까지도 살펴볼 수 있는 연구를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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