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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Formation of an Archive Book Based on Its Placeness : Focusing on the Archive Book, "Home of Roh Moo-Hyun"

장소성에 기반한 기록집(記錄集) 구성에 관한 연구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2019)』을 중심으로

  • 김태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정보.기록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기록학 전공)
  • Received : 2019.03.31
  • Accepted : 2019.04.25
  • Published : 2019.04.30

Abstract

Given that the concept of reproducing landscape is similar to that of recording historical sights, places can become special space where memories are archived through meaningful activities. Therefore, place and landscape are the important concepts for understanding the Home of Roh Moo-hyun. This research was initiated when Roh Moo-hyun Foundation's decided to return the Home of Roh Moo-hyun to the public. A research report was published as the first result of this initiative. Then an archive book was recently published based on the first research report. The research report was about philosophical and aesthetic meanings and contents, the layers of accumulated memories, the records based on the accumulated memories, and the attributes of the place, and the possibility of archiving, whereas the purpose of the archive book is to restore and to curate the original meaning of the Home of Roh Moo hyun through cultural events. There are 'three memories' of layers in the Home of Roh Moo-hyun. The first memory is about 'life and dreams' that President Roh Moo-hyun dreamed about after his retirement to the hometown. The second memory is about 'the loss of time' for 10 years of time after the decrease of the President Roh Moo-hyun. The third memory is 'the memory of citizens', which started with the public opening of the Home of Roh Moo-hyun. 'Low Roof House of President Roh Moo-hyun' is the archive book that comprises the three memories which are accumulated in the home of Roh Moo-hyun and 'record language' full of meanings.

경관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적 풍경을 재현하는 개념에 가깝다면 장소는 인간이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공간에 시간을 쌓아 만드는 곳으로, 기억이 축적되는 특별한 저장소에 비유할 수 있다. 그래서 장소와 경관은 '노무현 대통령의집'을 이해하고 그 곳에 쌓여 있는 다양한 기억의 층위를 탐색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노무현재단이 '노무현대통령의집'을 개방하기로 결정하고, 이 집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작되었다. 첫번째 결과물은 "추모의 공간에서 기억의 장소로-대통령의집 콘텐츠 큐레이팅 및 장소 아카이브 컨설팅" 보고서로 발행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2019)"이라는 이름의 기록집이 발간되었다. 보고서가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의미와 이 집에 쌓여 있는 다양한 기억의 층위, 그리고 그 기억을 따라 생산된 기록의 내용, 이를 통해 이 집에 형성된 장소의 성격 등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면, 기록집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복원하고 문화적 사건으로 큐레이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노무현대통령의집에는 '세 가지 기억'의 층위가 쌓여 있다. 첫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와 펼치고자 했던 '삶과 꿈'에 대한 이야기이고, 두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부터 시민 개방이 시작되기 전까지, 9년에 가까운 '상실의 시간'에 대한 것이다. 세 번째는 노무현대통령의집 상시개방과 함께 시작된 '시민의 기억'이다. 이 집을 찾은 시민들은 앞 선 두 개의 기억과 마주하며 세 번째 기억을 축적하게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라는 장소에 축적된 세 개의 기억과, 의미로 가득 찬 '기록의 언어'로 구성된 기록집이다.

Keywords

1. 들어가는 말

“노무현대통령의집은 나지막한 언덕 끝머리에 살포시 올라서 있는 지붕 낮은 집이다. 봉화산 사자바위에 올라 아래를 내려 보면 봉하마을과 봉하들판, 봉화산이 만나는 길목에 자리 잡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을 발견할 수 있다. 들판 너머 뱀산이 노무현대통령의집을 마주보고 있다. 봉하마을 풍경에는 언제나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은 자연 앞에 겸손하고 사람에게 충실하고자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삶을 닮아 있다”(노무현재단 2019, 245).

노무현 대통령의 묘역 앞 작은 사거리에 서면 정면에 노무현대통령의집으로 올라가는 입구가 보인다. 대나무 숲과 돌담 사이로 난 작은 길을 따라 조금만 걸어가면 낮은 대문을 만나게 된다. 이 길 중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을 찾은 시민과 만나던 장소도 있다. 대문에 들어서면 정면에는 차고가, 오른편에는 사랑채 안뜰로 갈 수 있는 작은 비탈이 자리 잡고 있다. 차고와 비탈길 사이에는 중정 현관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는 돌로 만든 계단이 놓여 있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첫 모습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본 연구는 노무현재단이 ‘노무현대통령의집’을 개방하기로 결정하고, 이 집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면서 시작되었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한 일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었고, 정리되어 있는 사건의 기록물을 꼼꼼하고 집요하게 들춰보는 일이었다. 이와 함께 새롭게 기록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기록을 진행하였다.

이러한 노력의 첫 번째 결과물은 [추모의 공간에서 기억의 장소로-대통령의집 콘텐츠 큐레이팅 및 장소 아카이브 컨설팅]보고서로 완성되었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철학적이고 미학적인 의미와 이 집에 쌓여 있는 다양한 기억의 층위, 그리고 그 기억을 따라 생산된 기록의 내용, 이를 통해 이 집에 형성된 장소의 성격 등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는 모두 이 보고서에 정리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2019)]은 이 컨설팅 보고서를 기반으로 발간된 기록집이다. 보고서가 삶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경관과 장소의 개념을 통해 노무현대통령의집 콘텐츠의 세계관과 서사 구조를 설계했다면 기록집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지니고 있는 본래의 의미를 복원하고 문화적 사건으로 큐레이팅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 기록집은 악의적인 방법으로 노무현대통령의집에 강제로 이식한 왜곡된 기억을 정면으로 응시하고자 했지만, 그렇다고 10년 전 자행된 마타도어(matador)를 직설적으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이 집을 처음 상상하고 설계하던 때로 되돌아가 노무현 대통령이 지녔던 삶과 꿈에 대한 기억을 복원하고, 그동안 잊고 있던 시민의 기억과 상상력을 다시 소환하고자 했다. 이것이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으로 재현된 이 집이 지니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이 글이 지니고 있는 문제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한다.

2. 경관과 장소

1) 경관의 기록과 재현

기억은 삶의 모습으로 구성되어 있고, 삶은 세상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기억은 사람과 세상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처럼 펼쳐지고, 그 모습은 매우 시각적으로 재현된다. 역사의 진전과 세상을 보는 세계관의 변화에 따라 기억의 물질적 형식, 즉 기록의 모습도 달라져 왔다. 한 시대를 보여주는 기록은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이 기억하고 싶은 세상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적이다. 따라서 기록을 보면 그 기록을 남긴 사람들의 가치관과 문화가 읽혀진다. 이처럼 기록은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는 관점과 표상하는 방식의 변화에 종속되어 있다. 인간의 기억이 시각적인 모습으로 인식되는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시각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관’은 풍경을 지칭하는 시각적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고 환경이나 생태계, 장소, 공간을 설명하는 개념적 단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사람의 개입과 실천을 통해 그 모습과 의미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개념이다(이정연 2019, 2-3). 우리의 기억이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기억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은 삶의 배경인 경관 속에 우리의 모습이 각인되어 있어서이다(신지은 2011, 249). 따라서 한 시대의 모습을 경관으로 기록하는 것은 그 시대를 올곧이 살아 간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만들어 낸 당대의 문화적 환경을 재현하는 일이며, 지난 시대의 대표적인 경관 기록을 다시 꺼내 꼼꼼히 살펴보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이 그리고자 했던 이상향의 세계를 상상해 보는 일이다.

중세시대 유럽의 대표적인 경관은 성경에서 나와 교회에서 펼쳐졌다. 이 시대 교회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 온 여호와가 머무는 곳, 즉 지상의 천국을 재현한 장소이다. 교회의 벽과 천정을 장식한 그림은 성경의 말였을 시각화한 것이었고, 그 위로 내리쬐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성스럽고 화려한 빛깔은 하나님의 은총을 상징했다(E.H. 곰브리치 1997, 185-205; 아르놀트 하우저 1997, 149-150). 주일마다 교회에 모여 파이프 오르간이 선사하는 천상의 음계를 들으며 회개와 예배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성경의 말였을 실천하는 어린 양이었다. 사람들의 가슴 속을 지배해 온 상상계가 누구나 동의하는 문화적 경관이 되어 그 시대를 증거하는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중세를 넘어 왕과 귀족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경관의 대상과 재현방식도 이에 맞춰 변화하였다. 더 이상 신의 세계를 재현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경관 재현의 대상이 상상계에서 실재계로 이동한 것이다. 왕이나 귀족이 기거하는 성과 대저택, 그리고 그들이 소유한 들판과 산, 하늘이 이 시대의 경관으로 재현되기 시작하였다. 토지장부와 부동산 소유증명서가 없던 시절에 자신이 소유한 재산을 꼼꼼히 기록하여 증명하고, 소유한 부(富)를 사람들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용도로 경관의 재현이 집행되었다. 이를 위해 자연과 건축물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록되었고, 이렇게 기록된 경관은 왕과 귀족의 거실 벽면에 걸려 과시용으로 전시되거나, 혹시 모를 재산 분쟁에 대비해 비묀 수장고에 증거로 보존되었다(마르틴 바르케 1997, 87).

근대가 시작되면서 정확한 경관 복제의 요구는 더욱 높아졌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등장한 것이 바로 사진술(photography)이다. 사진술의 등장은 인류 최초로 ‘기계적 복제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진술은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뜻을 지닌 기술로, 기계적 힘을 활용해 세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복제하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시대적 경관 기록을 맡아왔던 화가들이 마침내 기록자라는 사회적 의무로부터 해방되어 근대적 의미의 예술가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도 사진술이 발명된 덕분이었다(장 뤽 다발 1993, 9-14). 사진술은 개발되자마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였다. 이 신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사람들 중 하나는 식민지 개척자들이었다. 그들은 사진술을 이용해 식민지 대상국의 지리와 자연 경관을 몰래 기록했고, 약탈할 문화재를 조사했으며, 피식민지인들을 인종주의적 모습으로 재현했다(앙드레 루이예 1993, 108-111).

이처럼 경관 기록은 한 시대를 관통하는 보편적 정신과 사람들이 만들어 낸 역사적 사건을 동시에 증거하는 물질적 재현체이며, 일상의 영역에서부터 사건이 발생되는 순간의 모습까지 기록함으로써 시대적 소임을 다해 왔다. 사건은 평화로운 일상을 날카롭게 가르며 침범하는 찰나적 과정을 통해 의미를 발생시키곤 한다. 1987년 6월의 어느 맑은 오후 많은 차들로 붐비던 시청 앞 광장의 교차로가 독재권력이 만들어 낸 통치방식을 재현하는 일상의 경관이었다면, 요란한 호각 소리를 따라 순식간에 거리에 뛰어든 시민들이 만들어 낸 ‘순간의 풍경’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리는 경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1987년 6월 한 달 동안 전국의 도시와 거리에서 연출된 이러한 모습들은 역사적 사건(들)을 표상하는 상징적 경관 기록이 되어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으며, 매년 6월이 되면 그날과 그 거리와 그 사람들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소환되고 있다.

한 시대의 경관에 대한 재현은 하나의 경관 기록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상되곤 하지만, 필요한 경우 다양한 경관 기록물의 계열화를 통해 총체적으로 재구성되기도 한다. 1987년 6월의 역사적 의미를 표상하는 경관은 거리로 뛰어드는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기록물을 통해 상징적으로 재현되기도 하고, 새하얀 최루탄 가루로 뒤덮인 거리의 풍경과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백골단의 모습, 불타오르는 전경 버스의 장면, 화염병을 던지는 학생들의 긴장감, 전경 방패에 꽃을 달아 주던 어머니들의 표정을 담은 기록물의 계획적 배치를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따라서 경관 기록은 하나의 모습으로 어느 시대의 역사적 장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와 다양한 경관 기록물들의 배치와 계열화를 통해 총체적으로 그 모습을 재구성하는 경우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경관 기록은 구체적인 형상과 이념, 세계관을 통해 그것이 재현된 시대와 사람을 보여줄 때 역사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로 평가 받을 수 있으며, 시각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근대적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경관 기록은 한 시대의 다양한 양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징적이고, 의미로 가득 찬 시각적 이미지이라는 점에서 직관적이다. 따라서 기록으로 재현된 경관은 해석 가능한 기호로 작동(이정연 2019, 2-3)되며 이를 통해 소통과 담론의 영역으로 진입한다. 따라서 경관 기록에 내포된 시대적 의미를 능동적으로 해석해 내는 것은 과거의 사건을 돌아보고, 현재를 이해하며, 미래를 상상하는 일이다. 재현된 경관의 의미가 기록적 가치로 빛나는 것은 모두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 장소와 기억의 층위

경관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적 풍경을 재현하는 개념에 가깝다면 장소는 인간이 의미 있는 활동을 통해 공간에 시간을 쌓아 만드는 곳으로, 기억이 축적되는 특별한 저장소에 비유할 수 있다. 공간에 인간의 경험이 녹아들면 그곳은 장소로 변화한다(이무용 1998, 225-227; 2005, 51-52). “‘공간’은 시간과 동일한 차원에서 더욱 추상적이고 동질적 범주인 데 반해, ‘장소’는 구체적이고 특수한 것이며 ‘차이’와 개성을 내재한 것으로 인식된다. ‘장소’는 ‘공간’ 내에 주체가 삽입된 것이며 의미와 경험으로 채워진 공간이기 때문에 정체성의 원천이 된다”(김덕현 1996, 78). 따라서 장소는 인간의 경험과 실천이 기억의 형태로 머무는 곳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러한 기억의 축적을 따라 정체성이 형성되고 변화되는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장소는 기억의 기반을 확고히 하면서 동시에 기억을 명확하게 증명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장소들은 회상을 구체적으로 지상에 위치시키면서 그 회상을 공고히 하고 증거할 뿐 아니라 인공물로 구체화 된 개인과 시대, 그리고 문화의 다른 것에 비해 비교적 단기적인 기억을 능가하는 지속성을 구현 한다”(알라이다 아스만 2011, 441).

들뢰즈(Gilles Deleuze)에 따르면 소통 가능한 의미는 사건을 통해 발생되는데 이것은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 펼쳐지는 어떤 사람(들)의 실천과, 다른 사건들과의 ‘계열화’를 통해 가능한 일이다.따라서 의미를 발생하는 사건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존재할 수 없으며 사람의 개입으로 완성된다. 사회학에서는 사건의 의미를 “한 상태로부터 다른 상태로 변화하는 것”으로 정의하기도 한다(이건 1994, 139-157; 임지훈, 오효정, 김수정 2017, 179). 여기서 장소는 이러한 들뢰즈적이거나 혹은 사회학적인 의미의 사건이 일어나는 구체적인 현장을 말하며, 그 사건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기록한 것이 경관 기록이다. 일상의 시간을 유지하던 서울시청 앞 광장 교차로가 1987년 6월 날카로운 호각 소리와 함께 민주주의의 현장이자 의미의 ‘장소’로 변화되었다면, 이러한 변화의 과정과 결과의 모습이 펼쳐진 것을 경관이라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사람은 사건을 통해 장소의 의미와 경관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며, 장소 위에 기억을 쌓고 경관 기록 안에 스스로 각인됨으로서 ‘역사와 기억의 주체’로 나아간다. 인간이 역사적 사건을 통해 기억과 기록의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일상의 공간을 사건의 장소로 변화시킨 시민들의 실천은 다양한 사람들의 장소 경험으로 이어지고, 장소에 대한 경험은 자연스럽게 기억으로 전이되어 장소에 대한 새로운 ‘기억의 층위’를 만든 후 축적된다. 서울광장에서의 장소 실천과 경험은 2002년 월드컵 4강과 붉은 악마 응원에 대한 기억, 미선이·효순이 사건을 추모하는 촛불집회에 대한 기억,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분향소에 대한 기억,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 대한 기억 등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장소에 대한 실천과 경험은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이질적인 내용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서로 교합될 수 없는 분절적 층위를 만든 후 각각의 기억을 따로 축적한다. 서울광장이라는 장소의 정체성은 이렇게 축적된 기억의 부분적 총합으로 구성된다. 일반적으로 정체성이 분열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정체성을 구성하는 다양한 기억의 내용이 분절적이기 때문이다. 기억의 층위를 나누는 경계가 붕괴되어 이질적인 기억이 서로 뒤섞이게 되면 장소의 정체성은 흔들리게 된다.

이 글에서 말하는 ‘기억의 층위’는 지질학과 고고학, 언어학에서 사용하는 의미를 비유적으로 차용한 표현이다. 지질학에서는 ‘층위’를 “지층이 형성된 순서로 아래쪽의 오래된 지층에서 위쪽의 새로운 지층으로 층을 이루어 겹쳐진 상태”를 말한다.이에 비해 고고학에서는 “단층과 단층은 각각 다른 시대를 나타내는데, 각각 다른 단층들에 있는 고고학적 증거들은 서로 다른 체계를 이룬다”고 말하고 있다. 언어학에서의 개념도 고고학의 경우와 비슷한데 “각각의 단층이 각각 다른 체계를 이루는 것인데, 언어 접촉에 의해 다른 언어(혹은 방언) 체계가 겹겹이 쌓인 것(疊置)”을 뜻한다(노혜정 2015, . 이처럼 기억의 층위는 하나의 장소 위에 축적되어 있는 분절된 기억의 단층들을 의미한다. 따라서 한 장소에 쌓여 있는 서로 다른 기억을 추적해 그 의미와 기원을 발견하는 것을 가리켜 ‘기억의 고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

사건의 발생과 이에 대한 기억의 축적은 장소를 사회적이고 문화적이며 역사적인 곳으로 만든다(문현용, 윤재은 2011, 129; 김혜영, 김세준 2014, 188-192). 따라서 ‘기억의 고고학’의 방법론을 따라 어느 장소를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곳에서 발생한 사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그 사건의 당사자들과 대중들이 장소를 어떠한 방식으로 경험하고 소통하고 있는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장소적 경험은 거듭되는 만남과 복합적 관련을 통해 우리들의 기억과 관심 속에 건설되는 과정이다. 이 경험은 필연적으로 시간을 심화시키고 기억의 질을 높임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김덕현 1996, 78).

사람들은 장소에서 발생한 사건을 기록하고 장소에서 경험한 기억은 축적한다. 사건을 통해 장소의 경험은 변화하고 그 변화에 따라 내용이 다른 기억이 생산된다. 이질적인 기억은 서로 다른 층위를 이룬 후 한 공간에 축적된다. 그리고 이렇게 축적된 기억의 층위는 장소의 성격을 결정한다. 광주 금남로의 구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독재에 저항했던 열흘간의 기억뿐만 아니라 1929년 그 건물을 세운 일제의 식민지 수탈과 1945년 민족 해방이라는 사건, 지방자치행정의 경험, 도청 이전과 건물 철거, 아시아문화전당의 건립, 이어진 시민 농성과 복원 결정 과정의 기억이 쌓여 있는 역사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이곳의 장소성(placeness)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90년의 시간동안 축적되어 온 수많은 사건의 의미와 다양한 주체들이 남겨 놓은 기억의 내용을 추적해 봐야 한다.

장소의 상징적 성격은 그 장소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속 장소들의 기호작용을 통해 완성되기도 한다. 광화문은 조선시대 육조거리에서 출발한 곳이다. 이곳은 식민지 수탈과 민족해방의 경험, 6.25한국전쟁과 4.19혁명,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와 카퍼레이드, 베트남전 참전 국군 환송대회, 6월 항쟁과 촛불혁명의 기억이 빼곡히 쌓여 있는 역사적 장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통의 장소(경복궁)와 예술의 장소(세종문화예술회관), 역사 재현의 장소(대한민국역사박물관), 시민의 장소(광장지역), 국민권력의 장소(정부종합청사)가 상호 기호작용을 통해 ‘광화문’이라는 상징적 장소성을 획득한 곳이기도 하다. 광화문의 장소성을 구성하는 개개의 장소 역시 그 장소에 속해 있는 좀 더 세분화된 장소의 기호작용으로 개별적인 장소성을 획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 역사마당, 어린이 공간, 옥상정원, 문화 상품점, 카페 등과 같이 세분화된 공간의 연속된 기호작용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재현하는 구체적인 장소로 구성되는 것이다(김태현 2017, 96-100).

장소 경험과 실천은 인간의 기억으로 이어지고 이렇게 쌓인 기억은 감정으로 전이된 후 장소에 대한 애착으로 귀결된다. 장소에 대한 감정은 장소에 대한 경험을 정서적으로 재구성하게 만들어 준다. “어쨌든 개인과 공동체는 일상생활 현장에서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의지를 통해서 장소에 깊은 애착을 가지게 된다. 그러한 애착의 가장 분명한 예가 ‘집’이다. 집에서는 누구나 ‘장소 속’에 있다는 느낌을 가진다”(김덕현 1996, 62-63). 이런 점에서 인간의 실존적 일상을 담고 있는 집은 “인간의 귀환처이자, 개인적·집단적 기억의 공유지”이며 “기억과 꿈의 저장고”라고 말할 수 있다(신지은 2011, 254-255; 김덕현 1996, 66).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년 만에 그의 삶과 꿈이 저장되어 있는 장소로서의 대통령의집을 다시금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3. 기록 콘텐츠

1) 콘텐츠와 기록공동체의 정체성

콘텐츠라는 말처럼 다양한 방면에서 폭넓게 사용되는 단어도 흔하지 않다. 이 단어는 200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활성화 될 때 주로 IT업계에서 사용하였고, 이후 문화산업이 성장하면서 의미와 활용 용법이 대중적인 범위로 확산되었다.일반적으로 콘텐츠는 누군가에게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구성해 놓은 관념적 내용물을 가리키는 것으로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콘텐츠란 문화적 소재가 구체적으로 가공되어 매체에 체화한 무형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문화적 소재란 우리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의미하며, 구체적 가공은 기획자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통해 제시되는 일련의 스토리텔링 방법을 뜻한다”(태지호 2014, 1-3).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인식할 수 있는 물질적 형식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에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이것을 우리는 미디어(매체)라고 부른다. “미디어는 그 자체만으로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반드시 콘텐츠와 결합해야하며, 이때 미디어는 콘텐츠를 나르는 수단이 된다(태지호 2014, 15).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에 따르면, 미디어는 인간의 신체와 감각기관의 기능을 확장한 모든 것이다. 또한 ‘medium’과 그 복수 형태인 ‘media’ 그리고 ‘중재하다’, ‘매개하다’의 ‘mediate’가 모두 어원적 관점에서 동일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태지호 2014, 5).

우리가 일상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대부분의 콘텐츠는 ‘미디어 콘텐츠’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대표적인 미디어 콘텐츠로 영화 콘텐츠와 전시 콘텐츠, 웹 콘텐츠 등이 있고, 건축물이나 도시, 말(언어), 심지어 집 앞에 심어 놓은 작은 나무 한그루도 우리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어 콘텐츠가 될 수 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이 평양에 심어 놓은 소나무도,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함께 판문점에 기념 식수한 소나무도 남북 평화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역할을 한다. 이처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사람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주제와 내용, 생산 주체의 성격에 따라 콘텐츠를 분류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는 미디어 이름 대신 콘텐츠를 생산하는 전문분야의 이름을 앞에 붙이곤 하는데, 담론 공동체가 대상으로 하고 있는 주제의 정체성을 콘텐츠에 투영해 의미를 전달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된다. 역사 콘텐츠나 문화 콘텐츠, 예술 콘텐츠, 대중문화 콘텐츠, 디지털인문학 콘텐츠 등이 이러한 경우로 오랫동안 개발해 온 공동체만의 독특한 서술 형식과 재현 방식이 반영되어 있다.

‘기록 콘텐츠’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한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이다. 이 말은 지금까지 기록 담론 구성체 내부에서 통용되어 왔다. 기록 콘텐츠라는 단어는 위에서 이야기한 미디어 콘텐츠라기보다는 기록공동체라는 담론 구성체의 연구 주제와 정체성을 투영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기록 콘텐츠가 무엇인지, 다른 담론 콘텐츠, 특히 유사 분야인 역사 콘텐츠와 어떻게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지 사유하기 위해서는 ‘기록 공동체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기록 콘텐츠만의 서술 방식은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먼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정체성은 스스로 규정짓는 것뿐만 아니라 기록 콘텐츠의 수신자인 대중들에게까지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을 말하며, 기록 콘텐츠만의 독특한 서술방식은 역사와 기록을 접하는 대중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수 있는 방법론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서만 기록 공동체는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자기만의 주체성과, 시민 소통이 가능한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콘텐츠에 반영될 기록공동체의 정체성과 독특한 서술방식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2) 기록 콘텐츠 모델과 실험

서울광장 기록 콘텐츠와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콘텐츠는 기록 콘텐츠 모델을 본격적으로 지향하며 진행한 사업이다. 서울광장 기록 콘텐츠 사업은 서울특별시 정보공개정책과에서 진행한 것으로 2014년 “서울광장 기록 수집 및 콘텐츠 개발 사업”과 2015년 “서울광장 기록 전시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4년 사업에서는 서울광장 기록물을 수집해 웹 콘텐츠를 제작하였고, 2015년 사업에서는 전년도 사업을 기반으로 서울도서관에서 기록 전시를 개최하고 기록집을 발행하였다. 6·10민주항쟁 30주년 기념 콘텐츠 사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관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6년 진행한 두 번의 연구 사업을 통해 기록 콘텐츠에서 표상할 주제 의식과 메시지, 스토리텔링, 기록물 선별, 콘텐츠 디자인을 설계했고, 2017년에는 전국 순회전시를 비롯해 교실용 콘텐츠 포스터와 초·중·고등학생용 계기수업 교재, 서울을 비롯한 5개 주요 도시 6월항쟁도, 웹 콘텐츠등을 제작해 시민을 만났다.

두 사업에서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워 적용함으로써 여타의 콘텐츠와 구별되는 기록 콘텐츠만의 서술방식을 실험하고자 했다. 그것은 첫째, 기록 콘텐츠 서술의 주체를 이름 없는 평범한 시민으로 하고, 그들의 기억을 중심으로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는 것이었다(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6, 6-14).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텍스트적’이며, 화자가 청자에게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기초적 구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논리적’이다. 시민의 기억을 스토리텔링의 중심에 놓는 것은 전지적 연구자 시점의 주어 없는 역사서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록 콘텐츠의 주인공이 바로 이름 없이 역사를 만들어 온 시민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를 위해 두 기록 콘텐츠는 시민이 주인공인 팩션 스토리텔링을 채택하여 적용하였고, 역사적 사건을 직접 경험한 당사자들의 기억 영상 인터뷰를 제작해 콘텐츠 전면에 배치하였다

두 번째 원칙은 시대나 사건에 대한 해설식 설명문을 최소화 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해당 기록물에서 관련 내용을 발췌하여 제시한다는 것이었다. 역사적 사건이 발생할 당시 생산된 기록물에서 생생한 상황묘사나 시민들의 의견 등을 직접 축출하여 기록 콘텐츠에 반영하였다. 시민을 주인공으로 한 팩션 스토리텔링 텍스트가 시민 개개인의 기억을 대신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험적’인 내용을 가지고 있다면, 기록물 발췌 텍스트는 역사적 사건 당시 발행된 각종 기록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거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두 가지 서로 다른 종류의 텍스트를 하나의 콘텐츠 안에서 교차시킴으로써 역사적 사건에 대한 다층적 묘사(Multi-Layed Description)를 완성할 수 있었다([텍스트 1]과 [텍스트 2] 참고).

[텍스트 1] 서울광장에 내걸렸던 시대별 구호

분쇄하자 공산침략 이룩하자 민주주의 (1961.09.31.)

유신의 새아침 600만의 협동정신 (1974.05.29.)

눈길 걷다보면 꽃길 열릴거야 (2014.01.14.)

(서울특별시 2015, 253-259)

[텍스트 2] 1987년 6월 유인물에서 발췌한 글

거리에 힘차게 울려 퍼졌던 애국가, 어두워가는 조국의 하늘에 길게 울려 퍼진 타종과 경적 그리고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구호와 함성은 민주화에 대한 국민적 염원이 얼마나 강렬한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해 주는 것이었으며, 이러한 하나 된 국민의 힘이 독재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였을 것입니다.

1987.06.11. “성명서 - 6·10 국민대회를 마치고”,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2017, 73)

세 번째 원칙은 콘텐츠에 반영될 시각 기록물을 ‘증거로서의 기록’과 ‘시대적 경관으로서의 기록’으로 구분하여 배치한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기록 콘텐츠에서 다뤄야 할 역사적 사건을 시대적 배경과 함께 입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진과 영상 기록물이 검토되었고, 선별된 시각 기록물을 기반으로 예술 작가들과 함께 협업하여 시대적 경관 일러스트 작품까지 제작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원칙이 기록 콘텐츠에 세계관을 반영하고 콘텐츠의 이야기 구조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원칙은 선별된 기록물에 생명력을 불어 넣고 기록 콘텐츠를 시각적이고 직관적으로 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3) 큐레이팅과 콘텐츠

비록 과거에 생산된 기록물로 가득 차 있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대하는 태도와 관점이 현재적이라면 기록 콘텐츠는 과거를 핑계로 ‘현재를 재현하는 역사’가 된다. 기록 콘텐츠가 과거의 사건을 복고적으로 재현하던, 미래의 모습을 판타스틱하게 상상하던 그것은 모두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의 모습이며, 지금 이 사회의 시대정신과 문화적 풍경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적 관점으로 재현된 또 하나의 경관이다. 1969년 3.1운동 50주년을 기념하며 재현했던 그날의 모습과 2019년 100주년을 기념해 개막한 역사전시가 표상하는 의미가 같을 수 없는 이유는 명백하다. 50년 전 사람들과 지금 우리들의 세계관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1987년 개관한 독립기념관의 상설전시도 같은 이유로 10년마다 주기적으로 교체된다. 역사학과 전시학, 디자인학 등의 연구자들이 공청회나 컨퍼런스 같은 공개된 학술 행사를 통해 지난 10년간 진척된 연구 성과와 인식의 변화를 논의하고, 역사적 사건에 대한 학문적 입장과 해석, 의견, 관점을 합의하여 상설전시에 반영한다.

지금 현재 어떤 세계관으로 어떤 기억을 소환하여 어떤 기록물을 통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간단치 않은 문제이다. 이를 위해 기록 콘텐츠에 담아야 할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시대정신이 반영된 주제 의식과 메시지이고, 스토리텔링은 이들을 체계적으로 재현해 주는 골격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명확한 주제 의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메시지가 하나의 키워드로 정리되어야 하며, 이는 다시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기록 콘텐츠 시놉시스와 시나리오가 구성되면 스토리텔링의 기본 구조는 완성된다. 기록 콘텐츠에 반영할 기록물을 선별하는 기준은 구체적인 스토리텔링 구조에서 나오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계획하고 집행하는 모든 행위를 가리켜 ‘큐레이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록 콘텐츠의 내용을 이끌어 가는 스토리텔링은 두 가지 형식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글자를 기반으로 구성된 ‘텍스트 스토리텔링’이며, 다른 하나는 시각적 이미지로 대표되는 ‘비주얼 스토리텔링’이다. 텍스트는 ‘보는 텍스트’와 ‘읽는 텍스트’로 나뉘기도 하는데, ‘보는 텍스트’는 콘텐츠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요약한 카피 같은 것으로 이 텍스트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 눈에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 상징적인 콘텐츠다. ‘읽는 텍스트’는 중요한 역사적 사건에 대한 설명문 같은 것이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은 사진이나 그림, 영상 같은 시각 매체를 기본으로, 콘텐츠 미디어의 매체적 특징에 따라 공간적 시각 전략(전시나 건축 등)이나 평면적 시각 전략(책이나 웹 등) 등이 추가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유로 비주얼 스토리텔링은 텍스트 스토리텔링에 비해 훨씬 복잡하고 다층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큐레이팅은 주제 의식과 메시지,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된 원형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고, 디자인은 이렇게 구성된 원형 콘텐츠를 매체적 특성에 맞춰 미디어 콘텐츠로 각색하는 활동을 뜻한다(김태현 2018, 7). 큐레이팅과 디자인 과정이 모두 끝난 기록 콘텐츠는 하나의 시대나 역사적 사건을 현재적 관점으로 해석한 ‘제2의 경관’이다. 기록 콘텐츠가 전시라는 매체를 통하면 영화나 연극의 미장센(mise en scène)과 같은 공간적 경관으로, 책이라는 매체에서는 페이지나 챕터를 넘길 때마다 시각적으로 변화하는 평면적 경관으로, 영화라는 매체와 결합하면 두 시간 동안 펼쳐지는 시간적 경관으로 재현되는 것이다.

4. 노무현대통령의집과 기록집(記錄集)

1) 기록집과 큐레이팅

노무현대통령의집은 시간과 공간, 사람이 빚어낸 기억과 인연의 장소이다. 따라서 ‘노무현대통령의집 기록집’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인물’의 현재적 의미를 대통령의집이라는 ‘공간’과 지난 1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재정리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기록집에서 ‘지붕 낮은 집’이라는 표현을 노무현대통령의집과 함께 사용하는 이유는 이 말이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가장 함축적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노무현재단 2019, 68-69). 노무현 대통령이 지붕 낮은 집을 통해 지향하고자 했던 ‘낮은 삶’과 ‘낮은 서사’, ‘낮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는 이 기록집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주제 의식과 재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출발지점이다(노무현재단 2018, 28-29).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기록집에서 펼치기 위해 제일 중요한 큐레이팅 개념으로 삼은 것은 ‘경관’과 ‘장소성’에 대한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경관은 단순한 풍경이나 장면의 의미를 넘어 한 시대와 사건을 역사적이고 문화적으로 표상하는 개념이고, 장소는 인간의 실천과 경험을 통해 기억이 생성되고 축적되는 구체적 공간을 의미한다. 노무현 대통령 퇴임 후 의미를 지니기 시작한 노무현대통령의집은 입주와 일상의 시간, 서거와 상실의 시간, 시민 개방과 회상의 시간으로 이어져 왔으며, 각각의 시기마다 서로 다른 내용의 기억을 축적하고 서로 다른 모습의 경관을 구현해 왔다. 지난 11년 동안 노무현대통령의집에서 벌어진 이와 같은 사건과 시간은 서로 소통할 수 없는 분절된 의미를 생산해 왔고, 각각의 분절된 의미는 사람들의 분절된 장소 경험을 통해 기억으로 이어졌으며, 분절된 기억은 분절된 경관의 모습으로 재현된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을 다층적으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록집을 큐레이팅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이 집을 가로지르는 시간과 의미의 분절점을 찾아 그 경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경계를 따라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기록의 구성 체계를 꼼꼼히 추적해 봐야 한다. 이러한 분절의 경계는 이 집에서 두 가지 형식으로 나타나는데, 하나는 서로 다른 쓰임새로 배치되어 있는 세부적인 장소의 구분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러한 장소마다 쌓여 있는 ‘기억의 층위’에 의한 것이다. 전자는 퇴임한 대통령의 일상과 공무를 위해 배치한 서재와 비서실, 안채, 사랑채, 중정, 안뜰과 뒤뜰 등을 가리키며, 후자는 대통령의 퇴임과 입주를 통해 생성된 일상의 의미와 급작스러운 서거로 시작된 빈집의 시간, 그리고 전면적인 시민 개방으로 다시 시작하는 소통의 기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미를 구성하는 지형도의 가로축에 노무현대통령의집의 세분화된 장소의 구분을 펼쳐놓고, 세로축에는 각 장소마다 쌓여 있는 기억의 층위를 올려놓으면, 이 집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의미를 재구성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가 완성된다. 이러한 의미의 지형도를 근거로 노무현대통령의집 기록물을 조사·수집하고 부족한 것은 계획을 세워 추가로 생산했다. 이와 함께 장소와 기억의 층위를 따라 노무현대통령의집 기록물들을 재배치하였는데, 장소와 기억을 중심으로 재구성된 기록물의 조합은 장소 큐레이팅을 근거로 구성한 주제 아카이브(혹은 컬렉션)라고 부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아카이브는 일반적으로 기록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구축하여 관련 스텝들을 중심으로 활용하다가 사업이 종료되면 삭제하는 ‘기록물의 임시 저장소’ 같은 존재이다. 이것은 기록 콘텐츠와 아카이브를 내용적으로 이어주는 브릿지 콘텐츠이자 주제 아카이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실무적 차원의 활용을 넘어 기록 콘텐츠와 함께 대중에게 공개 된다면 내용이 풍부한 대 시민 아카이브 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렇게 구성되는 주제 아카이브의 분류체계는 보통 기록집의 골격을 형성해 주는 스토리텔링 구성 체계와 잇닿아 있다. 주제 아카이브의 분류체계와 기록집의 구성체계가 동일한 모습으로 구성될 수 있는 이유는 콘텐츠 큐레이팅이 주제 아카이빙의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기도 하고, 기록 콘텐츠를 구성하기 위해 실무적인 차원에서 준비하는 컬렉션 구축과정이 바로 아카이빙이면서 동시에 큐레이팅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아카이빙과 큐레이팅 작업은 앞뒤로 이어지는 순차적 작업인데, 때에 따라 이 둘의 과정은 공통된 교집합 지점에서 중층적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사업의 성격에 따라 두 작업은 하나로 통합해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도 있다. 이렇듯 큐레이팅은 주제 의식과 메시지를 시대정신에 맞춰 개념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스트럭쳐를 구성하며, 스트럭쳐의 구분에 따라 기억과 기록물을 (재)분류하여 주제 아카이브 구축하는 일이다.

이후 기록집에 최종적으로 반영되는 기록물은 주제 아카이브에서 실무적으로 선별하게 되는데, 기록물을 선택한 후 스토리텔링으로 구조화된 면배치 계획에 따라 기록집 페이지에 알맞게 배치하면 큐레이팅 과정은 끝나게 된다. 기록집 큐레이팅은 아카이빙과 큐레이팅이 결합된 ‘논리적 과정’과 큐레이팅과 디자인이 결합된 ‘감각적 과정’ 모두를 가리키는 말이다. 노무현대통령의집 기록집이 2019년의 현재적 의미를 품고 있는 ‘제2의 경관 기록’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장소와 기억, 기록의 개념으로 아카이빙과 큐레이팅, 디자인의 과정을 진행하였고, 이 과정에서 기록집의 세계관과 주제 의식, 메시지, 스토리텔링이 완성되었으며, 이를 근거로 기록물 선별과 시각적 표상 작업 등이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2) 장소와 기억의 고고학

공간의 쓰임새가 변화하면 예전과는 다른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들에 의해 공간에는 또 다른 모습의 기억과 추억이 쌓이게 된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 떡볶이 집에 대한 기억은 그곳이 지금 편의점으로 변했다 할지라도 완전히 사라지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가게에 대한 기억의 의미는 장소를 중심으로 확장되기 마련이다. 장소의 의미와 정체성은 그 장소에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이 어떻게 쌓여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세상의 모든 장소가 공간의 물리적 의미에서는 재현의 동일성을 가질 수 있지만역사·문화적 의미에서는 차별성으로 구분되어 진다. 따라서 하나의 장소가 지니고 있는 역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곳의 의미를 본래의 것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오랜 시간 동안 쌓여 온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을 반드시 들여다 봐야한다.

이렇게 한 장소에서 일어났던 사건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사건이 초래한 사람들의 장소 경험과 애착, 그리고 이에 대한 기억의 내용을 추적하는 것은 고고학이 오래 전 지구에서 벌어졌던 사건의 흔적에서 ‘말없는 역사’를 발굴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고고학이 지질의 단층에 남아 있는 이전 시대의 다양한 흔적을 통해 오래 전 지구의 모습을 상상하듯 우리는 장소에 쌓여 있는 기억의 층위를 따라가는 과정을 통해 그곳을 경험했던 사람들이 남겨둔 기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기록적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는 이 집에 쌓여 있는 기억의 흔적을 추적하는 ‘기억의 고고학’에서 부터 출발해야 한다. [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집은 노무현 대통령이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온 ‘세 가지 기억’의 층위가 쌓여 있는 ‘장소’이다.

[표 1] 노무현대통령의집에 쌓여 있는 기억의 층위와 공간/기록의 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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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 온 날부터 서거까지, 약 1년 남짓의 시간동안 이 집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사건과 사연에 대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이 집은 새로운 꿈을 위한 베이스캠프였다. 다양한 사람들이 수시로 이 집을 들락거렸다. 담장 아래서 “대통령님 나와주세요”를 외쳤던 시민들부터 봉하들판에 오리농법을 도입하고 화포천을 정화하는 일을 논의하러 온 사람들, 진보적 민주주의를 함께 연구했던 참모들과 오랜 시간 우정을 나눴던 친구들, 심지어 기록물을 ‘회수’하겠다며 찾아온 이들까지, 모두 이 시기 동안 노무현대통령의집을 찾아 온 사람들이었다. 이 모든 기억은 기록이 되어 디지털 아카이브인 온라인 노무현사료관에 남아 있다.

두 번째 기억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부터 시민 개방이 시작되기 전까지, 9년에 가까운 ‘상실의 시간’에 대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하지 못했다는, 지켜주지 못했다는 사람들의 회한과 분노, 그리고 슬픔의 기억이 서려 있던 시기다. 주인을 잃은 집은 사람의 온기를 빼앗긴 공간이 되었다. 이 시기는 시간이 멈춰진 공간 대부분 그러하듯 어쩔 수 없는 쓸쓸함을 간직하고 있던 때이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을 처음 방문한 날 이 집에서 마주쳤던 모습은 바로 두 번째 기억의 층위가 만들어 낸 풍경이었다.

세 번째 기억은 노무현대통령의집 상시개방과 함께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 이 집을 설계할 때부터 언젠가는 시민들에게 돌려줄 계획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은 설계부터 반영되었다. 비를 맞지 않고도 집 안을 둘러 볼 수 있도록 길게 내려온 회랑의 지붕이 대표적인 사례이다(노무현재단 2019, 73). 해설사의 안내를 따라 노무현대통령의집을 둘러보다 보면 집 안 곳곳에서 앞서 말한 첫 번째 기억과 두 번째 기억을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불현듯 만난 옛 기억을 따라 시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을 상상하기도 하고, 그의 존재를 그리워하기도 한다.이러한 상상과 그리움은 이 집에 대한 세 번째 기억으로 시민들 가슴 속에 남게 될 것이다.

3) 노무현대통령의집과 기록

세상의 모든 공간은 서로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의미와 가치는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공간은 시장을 통해 동산과 부동산으로 재현되며, 거래를 통해 의미를 확정한다.역사적 관점에서 공간은 다양한 사건에 대한 기억의 재현과 담론적 해석을 통해 완성된다. 촛불혁명의 무대였던 광화문광장이 다양한 사람들의 새로운 기억을 차곡차곡 쌓아 역사적 의미로 충만한 장소가 되었듯이 말이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은 소유자를 중심으로 국가 소유구역과 개인 소유구역으로 구분된다. 전직대통령은 법률에 따라 필요한 기간 국가로부터 경호와 비서 업무를 지원받는데 이를 위한 시설은 국가 소유구역에, 대통령 내외와 가족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공간은 개인 소유구역에 따로 마련된다. 대부분의 전직대통령은 이 둘을 별도 공간에 뒀던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비서와 경호원의 편의, 업무 효율을 고려하여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공존하도록 노무현대통령의집을 설계하였다. 대통령의 업무공간과 비서실, 경호실을 대통령 내외가 거주하는 안채와 바로 연결되도록 구성한 설계는 이 집의 특징 중 하나다.

공간을 중심으로 노무현대통령의집을 구분하면 ‘채’ 나눔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과 봉화산의 흐름을 이어 받은 야외 마당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건축물은 다시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구분된다. 지하에는 차고와 보일러실, 창고 등이 있는데, 현재 노무현대통령의집에서 유일하게 공간이 변경된 곳이기도 하다. 보존환경 개선을 위한 보강공사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기록물을 보존하는 수장고가 자리 잡았다. 지상은 노무현 대통령의 주요 업무와 일상이 전개되던 곳으로 서재와 사랑채, 안채, 비서실, 야외 공간 등이 있다. 수장고가 있는 지하 공간은 ‘기록의 공간’, 지상은 ‘기억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노무현대통령의집은 기록과 기억이 공존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노무현재단 2018, 11-12).

이 모든 공간과 기억은 기록물로 남아 있다. 먼저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그린 노무현대통령의집 건축 스케치가 48건 존재한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은 건축주인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이 건축가인 정기용 선생의 미학과 만나 완성된 작품이다. “철학은 사람의 삶과 지혜에 대한 담론이고, 미학은 철학의 미적 완결체로 그 모습을 그려낸다. 균형과 조화, 소통과 참여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정기용 건축가는 소박하고 기능에 충실하며 아름다운 건축으로 번역해 완성했다”(노무현재단 2019, 99). 이런 점에서 48점의 건축 스케치는 노무현대통령의집을 함께 상상했던 두 사람의 공동 기록물로 평가할 수 있다. 두 번째 기록물은 노무현대통령의집 건축 현장을 방문한 대통령 내외의 모습이 담긴 사진 660여 건이다. 네 번에 걸친 건축 현장 방문 모습이 담겨 있어 건축 과정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세 번째 기록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 집에 입주한 이후의 것으로 노무현대통령의집 세부 공간을 배경으로 촬영한 473여 건의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와 노무현대통령의집에 입주하는 모습에서부터 시민들을 만나 연설하는 모습, 서재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사랑채에서 외부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 앞마당에서 마을사람들과 함께 집들이를 하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노무현재단 2018, 13).

위의 기록물들이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을 기록한 것이라면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기록, 즉 노무현 대통령 서거 후의 기록은 최근 진행되었다.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경관은 빈집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낯설고 고요한 풍경을 어떻게 기록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 집을 처음 찾은 날부터 시작되었다. 빈집이 재현하는 부재의 장면을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으며, 여러 매체가 복합적인 보완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했다. 그 결과 현재 7,600여 건의 사진과 8건의 시민 기억 영상인터뷰, 104개 지점에서 촬영한 3D VR(Virtual Reality), 20개 버드 아이 레벨(Bird Eye Level)에서의 드론 VR 등이 기록되었다. 시민 개방 이후 방문한 시민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도 지금까지 약 680여 건 촬영되었다(노무현재단 2018, 15-16)([표 2] 참고).

[표 2] 노무현대통령의집 기억의 층위와 기록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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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물질에 기반을 둔 인간의 관념이고, 역사를 만들어 가는 쉼 없는 노력의 증거다. 사람들의 기억은 구체적 물질에 새겨져 기록으로 남게 되고, 기록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승된 기억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새로운 사건으로 인해 장소의 성격이 바뀌고 이로 인해 장소와 경험에 대한 기억의 내용이 변화하면, 그 기억을 기록하는 기록물 생산자도 교체된다.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은 대통령비서실에서 기록했고, 두 번째 기억에 대한 기록은 노무현재단에서 수행했다. 세 번째 기억에 대한 기록은 이 집을 찾는 시민의 몫이다. 기억은 이렇게 계속 쌓여 갈 것이고, 그것은 기록을 통해 먼 훗날 우리의 시대를 온전히 재현하게 될 것이다.

4) 기록과 경관의 서사

우리의 기억을 기록물이라는 물리적 매체에 담아 세상에 남기는 이유는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꺼내 활용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기록집을 구성하는 일은 기록물에 저장되어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일이며, 이러한 행위를 통해 기억은 새롭게 해석되고 전이된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한 기록물의 활용은 대부분 서사적 구조를 따른다. 여기서 서사는 다양한 기억의 타래를 일관된 관점으로 재구성해 의미가 소통될 수 있는 언어로 변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점에서 기록집은 의미로 가득 찬 ‘기록의 언어’이다. 이 기록집의 서사는 노무현대통령의집에 쌓여 있는 기억의 층위를 따라 구성되었다. 이것은 장소와 기억의 서사를 통해 기록집의 스토리텔링 스트럭쳐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간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 귀향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때부터 노무현대통령의집 상시 개방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책의 공간적 배경은 당연히 노무현대통령의집이다([표 3] 참고).

[표 3]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2019)』 기록집 구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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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장의 제목은 ‘상상 : 지붕 낮은 집’이다. 건축가 정기용 선생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선물한 노무현대통령의집 건축 스케치북을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고향과 집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상상이 가장 처음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게 바로 이 자료들이다. 이 시각 이미지들은 봉하마을과 봉하들판, 봉화산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 잡게 될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어떻게 하면 인간(마을)과 자연(들판과 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함께 어울릴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이 사유했던 두 사람의 고민과 상상력을 조금이나마 대면할 수 있는 좋은 기록물이다.

두 번째 장 ‘삶 : 일상의 공간’에서는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첫 번째 기억의 층위를 재현한다. 시간적 범위는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의 귀향을 결심했을 때부터 서거 전까지다. 다양한 기록과 증언을 종합해 노무현 대통령이 화자인 1인칭 시점으로 새롭게 글을 작성했다.지붕 낮은 집을 계획하고 건축하는 과정과 정기용 건축가를 만나게 된 사연, 퇴임과 입주, 귀향 후 펼쳐진 다양한 활동, 시민과의 만남, 평온한 날의 일상적 생활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관점에서 시간의 흐름을 따라 이어진다.

세 번째 장 ‘서사 : 공간의 시간’에는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 콘텐츠가 정리되어 있다. 서재나 사랑채, 안뜰, 뒤뜰, 중정 등 세부 공간에 대한 건축적 의도와 일상적 쓰임새를 기능적으로 설명했다. 비주얼 스토리텔링의 표상 방식으로는 세련된 건축 디자인 잡지의 모던한 시각화 전략을 차용했다. 따라서 이 파트에 수록된 사진은 노무현대통령의집이 지니고 있는 건축미학을 최대한 강조한 감각적 경관 기록물로 최근에 촬영된 것이며, 사람의 모습은 배제했다. 대신 노무현 대통령과 정기용 건축가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어록이 사람의 체온을 대신하고 있는데, 상반된 성격의 이미지와 텍스트를 복합적으로 결합해 디자인한 이유는 주인 잃은 집이 지니고 있는 부재의 시간성을 은유적인 시각화 전략을 통해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두 번째 기억의 층위를 반어적으로 표상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다.

네 번째 장 ‘기억 : 사람의 인연’에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기억과 사연을 기록집 콘텐츠로 재구성했다. “기억의 힘은 사람의 인연으로 더욱 단단해진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그 인연에 대한 기억이 쌓여 역사가 된다. ‘인연’은 ‘사람의 모습을 한 기억’의 또 다른 이름이다”(노무현재단 2019, 185). 참여한 사람은 모두 여덟 명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고등학교 친구에서부터 마지막 비서관, 대통령의 필사, 노무현대통령의집 첫 외부 방문자, 대통령의 집 마당과 뜰을 완성한 조경전문가, 노무현 재단 후원회원인 큐레이터와 아키비스트, 관람 안내 해설 자원봉사자다. 이들은 노무현 대통령과 때로는 공적으로 때로는 사적으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인연을 맞은 사람들이다.

구체적인 인연을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어린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원창희)와 공적인 활동에서 만난 사람(김경수, 윤태영,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원들), 이 집을 함께 설계한 디자이너(정영선), 노무현 재단 후원회원(유경남, 신유림, 김주흔)이다. 이들 인터뷰이 중 학예연구사와 기록연구사는 노무현 대통령과 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과 기록의 관점에서 풍부하게 풀어줄 해설자의 역할을 담당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맺었던 첫 인연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연은 모두 달랐다. 부산에서 서울에서 광주에서 그리고 제주에서 시작된 첫 만남은 노 대통령의 삶의 여정을 따라 함께 이동했고, 마침내 봉하마을 노무현대통령의집이라는 공간에서 같은 시간, 같은 사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 ‘꿈 : 사람 사는 세상’은 봉하마을에서 바라본 노무현대통령의집 풍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의 콘텐츠들이 모두 집 안에서 공간과 사람을 바라보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면, 이 파트의 시선은 바깥에서 집을 향해 있다. 봉하마을의 길과 봉하들판, 사자바위에서 바라 본 지붕 낮은 풍경에서 이 집의 배경과 맥락, 담고자 했던 뜻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이 책에서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대한 세 번째 기억의 층위는 이렇게 완성된다.

5. 나가는 말 : 기억에서 상상으로

노무현대통령의집에 남겨진 기억을 수집해 이렇게 기록집으로 정리하는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그 꿈에 대한 시민의 기억을 다시 그려 보기 위해서이다. 퇴임을 준비하며 설계했던 모든 꿈은 이곳 노무현대통령의집에서 발아하여 봉하마을에서 열매 맺었다. 이곳에는 퇴임 후 노무현 대통령의 일상적인 삶과 향후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준비, 마을과 자연 생태의 복원 등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꿈, 그리고 멈춰버린 꿈을 안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좌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 이러한 꿈과 기억을 돌아보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이 집에 직접 들어가 봐야 한다. 노무현대통령의집은 지나 온 시간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기억의 터’이기 때문이다.

기억은 과거에 대한 것이지만 미래를 이야기할 시작점이기도 하다. 지난 시간의 기억을 되돌아보는 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서다. 기억이 정지되면 미래도 사라진다. 그래서 기억에 담긴 꿈을 공유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일이다. 기억이 구체적일수록 꿈도 그러하다. 노무현대통령의집 시민 개방을 맞아 이 집을 꼼꼼히 들여다 본 까닭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붕 낮은 집]은 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이룬 ‘꿈’은 무엇인지 다시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 이 집에 쌓여 있는 사람들의 ‘기억’을 꼼꼼히 탐색한 후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상상’해 보는 책으로 기획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노무현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미래의 기억을 함께 축적해 갈 우리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기억이 계속되면 기록도 그러하다. 이 책에서 시작한 작은 기억의 편린(片鱗)들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해 좀 더 커다란 꿈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기록은 계속되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은 서거와 함께 멈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이 남아 있고 사람들이 그것을 기억하는 한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이 책을 만들면서 새롭게 기록한 다양한 종류의 기록물들이 좋은 예이며, 이것은 계속 확장되어야 한다.

앞으로 봉하마을에 들어 설 노무현대통령기념관과 서울에 세워질 노무현시민센터를 건축 설계 과정에서부터 꼼꼼히 기록해야해야 할 임무는 우리에게 남겨진 또 다른 과제이다. 이러한 기록을 어떠한 방법으로 진행해야 하는지, 그리고 기록의 중심에 노무현 대통령의 ‘꿈’과 시민의 ‘기억’을 어떻게 복합적으로 반영할 것인지 ‘상상’하는 것은 ‘시민의 기록학’을 탐구하는 아키비스트의 몫으로 남아 있다. 기억이 기록을 거쳐 미래를 향한 창의적 상상력으로 발전해야 할 이유는 여기에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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