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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oncepts of Record from a Legal Perspective

법적 증거로서 기록의 속성에 관한 연구

  • 윤은하 (전북대학교 대학원 기록관리학과, 문화융복합아카이빙 연구소)
  • Received : 2019.04.01
  • Accepted : 2019.04.25
  • Published : 2019.04.30

Abstract

According to ISO 15489, records are "information" (ISO 15489-1: 2001, 3.15) that "an organization or individual produces, receives or maintains as evidence or information in the course of carrying out its legal obligations or in the conduct of its business". Records in KS ISO 15489 are also referred to as "information that is produced, received and maintained as evidence and information presented by the organization or individual in the course of performing legal obligations or in the course of business" (Korean Industrial Standards KS X ISO 15489). Based on the definitions, the nature of the legal traits of record is examined, focusing on the evidential elements of the record.

ISO 15489에 따르면,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거나 정보로서 생산, 접수, 유지하는 정보"(ISO 15489-1:2001, 3.15) 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기록의 정의의 의미가 무엇인지, 기록의 법적 증거로서의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상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언급한 기록의 용례를 살펴봄으로서 기록의 속성을 검토해보기로 한다.

Keywords

1. 서론

2019년 2월 21일 연합뉴스는 독도가 한국땅임을 증명하는 1895년 일본의 군사 지도가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실측 일청한군용정도(日淸韓軍用精圖)]로 알려진 이 지도는 일본의 시마네현 고시보다 10년 앞서 제작되었다. 1895년 일본에 의해 군사용으로 만들어진 가장 정묀하고 정확한 지도로, 따라서 [일청한군용정도]에서 독도를 조선 땅으로 표기했다는 사실은 다른 어떤 기록보다 독도의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설득력 있다(연합뉴스 2019).

오랫동안 독도에 대한 소유권에 대한 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양국은 더 오래되고 더 신뢰할 만한 기록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은 양국이 독도라는 작은 섬의 소유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가장 설득력 있는 방법이 바로 “공식 기록을 찾는 것”이라는데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 [숙종실록(肅宗實錄)],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 [비변사등록(備邊司謄錄)], [통문관지(通文館志)],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라는 기록물을 증거로 제출했고, 일본은 [조선통교대기(朝鮮通交大紀)], [백기민담기(伯耆民譚記)], [초려잡담(草慮雜談)], [교린고략(交隣考略)], [죽도고(竹嶋考)], [인부연표]등의 기록을 증거로 제출했다. 우리는 512년 이래 어떤 왕조도 독도를 포기한 적 없으며 지속적으로 관리해왔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수많은 국내 기록을 제시했다(최병학 2010). 그리고 일본이 제작한 기록에서도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계속 찾았다. 그 결과, 최근에는 [은주시청합기(隱州視聽合記)], [실측 일청한군용정도]등 일본의 공식 기록 속에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증거를 찾아내어 일본 측의 주장에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경 131도 52분, 북위 37도 14분에 위치하고 있는 2개의 작은 섬과 36개의 암초에 대한 물리적 소유권과 기록은 무슨 관계인가. 소유권을 증명하기 위해 이렇듯 캐캐묵은 기록을 동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왜냐하면 양국의 공식기록 속에는 독도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유효한 법적 증거가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우리는 삼국사기나 세종실록 등의 공식 기록에서 증명되었기 때문에 독도가 서기 512년 우산국이 신라에 병합 된 때부터 한국의 고유한 씁토이며, 우리가 확고부동한 역사적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

기록이란 무엇인가. 기록을 다루는 기록관리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기록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증거적 속성이다. 현대의 기록관리는 기록은 곧 증거이며 기록 관리는 기록이 기록의 증거성을 어떻게 보장받을 것인가에 논의의 초점이 있다. 그렇다면 기록이 증거라는 말에 내포된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외 표준의 관점에서 바라본 기록은, 법적이고 공적인 업무를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기록은 어떤 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로 이해되어 기록은 곧 증거라는 등식을 성립시켰다. 알려진 대로, 2001년 ISO 15489 초판에 따르면,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거나 정보로서 생산, 접수, 유지하는 정보”(ISO 15489-1:2001, 3.15)1)으로 증거라는 것을 밝혔고 국제표준을 근거로 국내표준에서도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와 정보로써 생산, 접수, 유지하는 정보”(한국산업규격 “문헌정보-기록관리” KS X ISO 15489)로 언급하고 있다.

사실상, 기록과 증거에 대한 논의는 철학적, 법학적, 논리학적 관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실증주의로부터 포스트모던 이론에 이르기까지 증거와 기록의 속성에 관해 많은 연구들이 있어왔다. 그러나 이제 껏의 연구들은 증거로서 기록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법적 증거로 기관의 설명책임성을 보장하기 위한 엄격하고 까다로운 방법론에 집중하거나, 혹은 기록이 사회적 기억의 결과물로서 개별 집단의 정체성 형성의 근간이 되는 문화적 담지물임을 강조해왔다. 그리하여 기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록관리 논의는 법적 증거인가 혹은 사회적 기억의 증거인가에 집중했다. 종종 이 두 관점은 서로 대립하는 의견으로 이해되어, 생산부터 보존까지 엄격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기록이 될 수 없다거나 혹은, 사회적 기억을 담지한 것은 어떤 것이나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양극단의 견해를 표방해왔다. 본고에서는 먼저, 현대 기록 관리와 국제표준에서 준용하고 있는 법적인 관점에서 증거와 기록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하겠다. 국제 표준에서 기록의 개념이 근간으로 하고 있는 법적인 맥락에서 기록의 특징을 살펴보고, 이를 위해 이른바 법적 측면에서 기록의 개념 및 특징에 대해 다양하게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 결론적으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기록은 어떠한 객체로 사용되고 있는지, 법적 증거로서 기록은 어떠한 특징을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2. 기록과 기록이 아닌 것의 경계

사실, 많은 경우 기록이라는 용어와 문서라는 용어를 혼용해서 쓴다. 일상의 업무에서도, 관공서의 공공서비스에서도, 그리고 법률의 조항에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기록과 문서는 특정 매체에 문자로 쓰여진 ‘그 어떤 것(a written thing)’이라는 의미를 공유하며 소통되었다. 문서(文書)는 기록과 함께 서류(書類) 혹은 문건(文件)과도 동의어로 이해되며, ‘종이에 쓰여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기록학 용어사전]에서 문서의 가장 첫 번째 정의는 손으로 쓰거나 인쇄된 것으로 이해하는데, 기록과의 관련성 하에서 공식 기록의 일부가 아닌 비기록(non-records)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기록과 문서를 구분하는 유효한 기준은 증거성에 있다고 보여 진다. 기록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증거라는 사실은 국제표준을 비롯해 법령과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는데, 앞서 언급된 대로 대다수 표준과 법령에서 기록의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SAA(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

기록이란 첫째,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적 또는 공식적 속성을 가진 필사본이나 인쇄본, 둘째 매체에 고정되어 있고, 내용, 맥락, 구조를 가지며 인간 기억의 확장으로서 또는 설명 책임성을 다하기 위해 사용되는 데이터나 정보, 셋째,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과정에서 생산되거나 입수되어 해당 활동에 대한 미래 참조용 증거로서 보존되는 고정된 형태의 데이터나 정보를 의미한다(SAA 2014)

• ISO 15489-2001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거나 정보로서 생산, 접수, 유지하는 정보”(ISO 15489-1:2001, 3.15) 이다.

• ISO 15489-2016

기록은, 그 구조나 형태에 관계없이, 진본성, 신뢰성, 무결성과 이용가능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로써 기록은 공적행위에 대한 권위 있는 증거로 인정될 수 있으며, 업무 요구조건을 완전히 충족시킬 수 있다(ISO 15489-1 개념과 원칙:2016)

• InterPARES 2

기록이란, 실제 행위의 과정 중 (훗날) 행동이나 증빙을 위해 (의도적으로) 확보되거나 혹은 그러한 행위의 부산물이거나 혹은 도구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만들어지거나 혹은 받아들어진 문서이다. 동의어로는 아카이브 문서가 있다(InterPARES 2 Glossary 2002)

ISO 표준이나 혹은 InterPARES2 등에서, 기록은 공적 행위의 과정 중에 생산된 결과로서 기록은 증거이자 정보이다. 후일의 증빙을 위해 의도적으로 확보되기도 하며 이때, 중요한 것은 진본성, 신뢰성, 무결성 등의 속성이함께 확보되어야 증거로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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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베이커리 영수증

위 영수증에는 물건을 구입한 장소와 날짜와 시간, 금액과 품목, 구매방식과 지불방식, 지불 금액, 세액에 이르기까지 물품 구매에 대한 모든 정보가 자세히 기재되어 있다. 영수증에 따르면, 2019년 4월 26일 13시 28분에 생수 한 병을 1800원에 구입했고, 지불은 현금으로 했으며 이에는 164원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다. 구입처 베이커리이며 포스번호가 01-02085449이라는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쳤다. 위의 정보는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즉 위 영수증이 캐셔가 업무 활동의 결과로 직접 발행한 진본으로 진짜인지 혹은 위조되었는지를 의심 할 필요가 없고, 물건을 구매하고 돈을 지불하는 행위의 결과물로 의도적으로 생산된 것으로 위에서 명기된 시간에 일어난 행위를 그대로 반영한 한 것이라면 이 영수증은 기록인가.

이에 대한 답은 ‘그럴 수도 있고, 혹은 아닐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영수증이 무엇의 증거가 될 수 있는가, 혹은 얼마만큼의 증거능력이 있는지의 여부이다. 예를 들어, 위의 영수증이 업무 활동의 일부로 누군가의 출장 비용을 증빙하는 증거로 출장업무 철에서 관리된다면, 기록일 수 있다. 혹은, 업무에 필요한 자재나 재료에 관한 구입 내용내역에 관한 총무업무의 증거로 총무 철에서 관리다면 기록일 될 수 있다. 또는 개인 가계부 지출 증빙 자료로 이번 달 생활비 지출 내역을 증명하고 이와 유사한 다른 영수증들과 함께 관리된다면 기록일 수 있다. 또는 이 영수증이 가족들과의 즐거운 시간, 혹은 학창 시절의 추억을 불러올 수 있는 개인적 경험의 증거라면, 이 한 장의 영수증은 기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영수증이라 할지라도 누군가 무심코 주워서 아무렇게나 놓아둔 문서로 어떠한 맥락도 알 수 없다면, 그 영수증이 내포하는 정보가 아무리 자세한 것일지라도, 또한 영수증의 생산과정이 아무리 투명할지라도 기록으로 기능할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 무엇의 증거도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덧붙여 이 한 장의 영수증을 기록으로 가능케 하는 것은 영수증이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는 모든 것, 즉 증거능력과 관련되어 있다. 기록관리는 이 기록이 생산된 맥락과 이 영수증이 다른 기록과 맺는 관계의 방식을 보존함으로서 이를 수행한다. 기록으로서 이 영수증은 이것이 속한 파일이나 기록물 철, 계열, 혹은 전체 기록물 군 안에서의 위치, 그리고 같은 계열 속에 속한 다른 영수증들과는 어떻게 다른지에 따라 기록으로서의 품질과 증거성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ISO 15489에서 기록의 구성 요소를 내용, 구조, 맥락으로 언급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 볼 수 있다. 즉 기록은 생산자가 문자로 작성한 글이나 기호로 구성된 콘텐츠를 기본 요소로, 기록을 둘러싼 생산 및 보존 환경 등 콘텍스트 정보와, 기록과 다른 기록과의 관계 혹은 기록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형식이 필수적이다. 이렇듯 기록이란 무엇인가의 질문은, 특히 법적증거로서의 기록은, 이것이 무엇에 대한 증거인가, 그리고 얼마만큼의 증거 능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바꿔 이해해 볼 수 있다. 기록의 속성 중 증거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증거적 속성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인가가 기록관리의 핵심적 목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법적 증거로서 기록이 갖는 증거능력의 관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서는 구체적으로 상법과 형사소송법에서 사용되는 기록의 정의의 용례 및 속성을 분석하여 살펴봄으로서 이러한 법적 증거로서 기록의 속성을 이해해 보기로 한다.

3. 법적 증거와 기록

1) 상법과 기록

국내 상법에서는 특별히 기록이라는 용어가 빈번히 사용되지는 않고 있지만, 국제 전자상거래모델법(Model Law on Electronic Commerce, 1996 UNCITRAL)과 미국 전자거래법(Uniform Electronic Transactions Act, 1999이하 UETA)에서는 기록이라는 용어가 데이터, 메시지라는 단어와 함께 빈번히 등장한다. 크리스티나 쿤즈(Christina Kunz)는 국제전자상거래법(UNCITRAL)과 미국의 통일전자거래법(UETA)에서 사용된 기록의 용례를 분석함으로서, 증거로서 기록이 갖는 특징에 대해 분석했다(Kunz 2009).

최초 국제적 상거래에서 사용되는 기록의 정의에 대한 질문은 글로벌한 국제무역시장에서 각국의 무역 당사자들의 거래 과정에서 촉발되었다. 1980년대 국제 상거래 계약의 성립과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기 위해 처음 전자메시지가 사용되었는데 이를 둘러싼 논의가 고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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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메시지는 전자데이터 교환 체계(Electronic data interchange, EDI) 시스템에서 생산해낸 전자 메시지이다. 국제 시장에서 원활한 거래를 위해 상호 물품 목록 교환, 운송계약 교환, 물품안전승인서류 전달, 거래명세서 교환, 세금관련 서류 등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의사소통이 무수히 발생한다.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무역당사자들끼리의 거래에서 정확한 계약과 신속한 절차를 밟는 동시에 이에 수반되는 비용을 줄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래서 당시 모든 것을 전자적으로 처리해서 종이비용 및 기타 행정비용을 줄이고자 많은 전자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전자데이터 교환 체계(Electronic data interchange, EDI)는 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Kunz 2009). 국제 거래에서 주고받는 기록들은 양쪽 파트너에 동일한 의미를 전달해야 하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의사를 교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각각의 문자와 기호는 특별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거래 당사자들에게 정확히 전달되었고, 매세지에 내용에는 거래목록과 구매내역, 계약 확인, 운송 절차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메시지는 국제무역에서 자동차와 의료, 교육, 건강에 이르기 까지 전 분야에 걸쳐 비용절감과 효율성, 정확성을 위해 사용되었다. 그 결과 하루에도 무수히 많은 데이터 메시지가 생산되고 전달되며 처리되었다.

그럼에도 이러한 기호들은 향후의 열람을 염두 해 두고 만들어졌다거나 별도의 보존의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러한 메시지를 기록으로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전자 데이터는 계약서와 타 기록처럼 계약의 증거로 남기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생산되고 관리되지 않았다. 이는 빠른 의사소통과 정확한 정보교환의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목적을 달성하면 임시 저장되었다가 곧 사라졌고, 때문에 대개 이러한 메세지는 재생 가능한 컴퓨터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것이 아니라 컴퓨터 램(RAM, Random Access Memory)에 저장되어 일시적으로 사용되다가 이용 가치가 없어지면 사라졌다. 이들을 기록으로 볼 수 있는가.

법학자 조현숙은 국제상거래에서 준용하는 일련의 법과 규칙을 분석, 미국의 전자거래법(Uniform Electronic Transactions Act, 1999이하 UETA), 연방전자서명법(Electronic Signatures in Global and National Commerce Act, 2000), 국제상업회의소가 제정한 디지털로 보장되는 국제상거래의 일반관례(General Usage for International Digital Ensured Commerce, 1990), 국제해상물품운송법(United National Convention on International Carriage of Goods Wholly or Partly by Sea, 2008, 이하 로테르담 규칙)을 분석하고 국제 상거래에서 사용되는 기록 요건 및 개념에 대해 연구했다.

조현숙에 따르면, 국제전자상거래 관련 법규에서는 전자기록, 데이터메시지, 전자통신 등의 다양한 용어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개별적 용어들은 특별한 구분 없이 각각의 맥락에서 이해되었다. 국제 전자상거래모델법(Model Law on Electronic Commerce, 1996 UNCITRAL)에서 데이터 메시지란 용어는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정보이거나 여러 가지 목적으로 교환하는 정보로 사용되고 있었다. 조현숙은 따라서 데이터 메시지는 의사소통 및 교류에 사용되는 것 뿐 아니라 통신의 의도가 없는 컴퓨터 생성 기록을 포함한다고 명시함으로서 데이터는 기록보다 그 범위가 넓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조현숙 2010). 사실상 데이터메시지의 일반적 용례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정보이거나 혹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다자간 교환하는 정보로, 전자상거래모델법상의 용례에서는 데이터 메시지는 전송이나 교환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전자적 형태로 저장하는 정보까지를 포함하고 있었다.

이와 유사한 용례로 UN 전자계약협약과 로테르담 규칙에서는 ‘전자통신(Electronic communication)’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UN전자계약협약 제 4조에서 정의내리고 있는 ‘전자통신’은 ‘데이터 메시지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통신이란 청약과 승낙을 포함하여 계약의 성립 또는 이행을 위한 요구, 진술, 선언과 통지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개념이다. 서로 다른 국가에서 거래를 하거나 계약을 하는 양자를 위해 계약을 성립하거나 이행하는 것은 전자통신의 교환 행위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때 전자 통신은 계약의 성립과 이행을 위해 작성된 문서는 데이터 메시지와 동의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즉, 위에서 예시로 든 EDI 시스템의 전자 메시지는 데이터 메시지와 유사한 유형과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현숙에 따르면, 국제법상에서 전자통신과 데이터 메시지 두 용어는 동의어로 이해될 만큼 유사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음에도, 전자 기록이라는 용어를 사용 할 때는 좀더 구체적이고 고정된 맥락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로테르담 규칙에서 전자운송기록이라는 단어는 전자통신에 의해 발행된 정보로, 다른 데이터나 메시지라는 용어보다 전자운송기록은 물품 수령의 증거와 운송 계약의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질 때 사용되었다(조현숙 2010). 전자통신이나 데이터메시지는 거래 당사자가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하며 교환하는 모든 진술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두 용어는 기록보다는 훨씬 더 광의의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데이터메시지는 종종 전자기록과 동의어로 사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분석을 해 본 결과 기록이라는 단어는 좀 더 저장과 재생에, 데이터 메시지는 좀 더 의사소통의 교환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조현숙 2009). 즉, 여기서 알 수 있는 기록의 특징은 첫째, 기록은 데이터 혹은 데이터 메시지는 기록보다 훨씬 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용례를 가지고 있으며, 기록은 이러한 범주에 비해 협의의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로테르담 규칙 제1조 18항에서 ‘전자운송 기록’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 로테르담 규칙 제1조 18항

전자운송기록은(electronic transport record) 운송 계약에 따라 운송인에 의해 전자통신으로 발행된 하나 이상의 메시지 정보를 말하고, 또한 전자운송기록이 되기 위해서는 운송계약에 따라 운송이 또는 이행당사자의 물품 수령의 증거, 운송 계약의 증거야 되어야 한다(로테르담 규칙 제1조 18항).

다시 말해, 전자운송 기록은 전자통신의 여러 패키지로, 하나 이상의 메시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일련의 정보들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특징을 가졌다. 그리고 이러한 용례의 분석은 기록이 단편적이고 파편적인 메시지 이상의 것으로 특정 행위의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록관리의 원칙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혹자들은 이 데이터 메시지나 두 단어의 명확한 구분이 실질적으로 크게 의미가 없다고 함에도 국제상법 상의 기록의 용례에 교환 및 공유의 개념보다 고정성과 재생성의 의미가 포함되었다는 조현숙의 지적은 일면 주목할 필요가 있다(조현숙 2010). 즉, 기록은 불확실하거나 가변적인 상황에서 향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고정적 속성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꼭 영구적으로는 아닐지라도 의도적으로 남길 목적으로 생산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통일전자거래법(UETA)에서도 계약이 성립되었음을 증명하는 전자통신은 ‘기록’이고, 또한 이러한 기록은 ‘어느 단계든 저장되고 접근 가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E-sign법에서도 전자기록은 ‘저장될 수 있어야 하고, 향후 참조를 위해 정확히 재생’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기록이 앞서 언급한 기타 데이터나 메시지와 구분 지을 수 있는 또 두 번째 차이점은 기록은 특정행위의 증거로서 사용되며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0년대 미국의 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 ABA)에서 이해하고 있는 기록의 개념은 참고할 만하다. 미변호사협회 역시 상거래 뿐 아니라 사회 전범위에서 광범위하게 생산되는 전자 시스템에서 생산된 여러 문건들을 기록의 범주에 넣을 것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어떤 것이 기록으로 인정된다는 것은 곧 법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기록의 요건과 전자적 메시지의 요건을 비교분석하며 기록의 범주와 특성이 무엇인지에 규명하는 작업은 대단히 중요했다(Kunz 2009).

변호사협회는 기록의 정의를 확정하기 전, 기록에 관해 협회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단어들을 정리했다. 위원들은 기록이 ‘문자(writings)로 표현된 것’이라는 데 동의했고 여기에는 전통적인 종이형태와 전자적 형태가 모두 포함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기록에 포함되어야 할 속성으로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언급했다(Kunz 2009).

①변하지 않는 ②지속적인 ③일관된 ④견고한 ⑤기억되어진 ⑥고정된 ⑦정적인 ⑧정확한 ⑨믿을만한 ⑩재생 가능한

즉, 협회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기록을 가변적인 기억이나 행위를 견고히 고정시키고, 나아가 미래에 정확하게 재생할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기록을 불확실한 상황에서 행해진 계약이나 발언들을 특정한 증표와 연관시키고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남겨두는 객체로 이해하고 있었다. 여기서 쿤즈가 ‘기록 자체가 계약이나 동의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계약서나 승인서 등의 기록은 즉 계약이나 승인이라는 행위를 했다는 증거이자 증표일 뿐 그 자체가 행위나 생각은 아닌 것이다. 쿤즈는 “기록이 이러한 행위가 있었음을 정확하게 증명하여 후일에 남기는 것을 주된 기능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견고하고 지속가능한 매체에 고정시키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Kunz 2009)”고 말했다. 즉 증여·매매·교환· 혹은 사용대차·임대차·고용 등에서 발생하는 계약 행위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 간의 합리적 그리고 합목적적인 의사 결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계약 당사자는 이 행위를 증명하여 후일에 필요시 반드시 재생할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러한 가변적 상황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대해 고정적이며 재생 가능한 객체를 기록으로 이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 드러난 기록의 세 번째 속성은 가변적 상황에서 변하지 않는 고정성과 일관성이라 할 수 있으며, 향후 필요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는 재생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변호사협회 위원들은 기록에 대해 문자로 표현되었지만 매체중립적인 속성을 가지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이때 문자로 표현된 것이란, “의도적으로 생산된 것, 상징적 재현물, 정보, 객관적으로 관찰 가능한 것, 무한히 지속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것”의 의미를 포함한다. 1994년 기록의 정의에 대해 변호사 협회의 분과 위원회에서는 “기록은 인식 가능한 형태로 재생산되거나 혹은 검색될 수 있는 정보의 재현물”이라고 정리하고, 언어적 형태로 구현된 상징적 재현물이라고 이해했다. 기록이 가지는 특성을 언어를 매개로 한 매체 중립적이며, 어떠한 종류의 매체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주어진 환경에서 의도한 목적을 달성했음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했다. 협회는 기록이 가지는 중요한 속성으로 매체중립성을 꼽았는데, 이는 문자로 표현되며 이에는 재생가능하고 어떤 특정 기술이 아닌 어떠한 방식으로든 재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했다. 즉, 종이 기록의 성질과 다른 성질의 매체에 담긴 정보에 대해, 정보와 매체는 분리될 수 있으며 상호변환, 확장, 축소, 전달 등을 통해 다른 형태로 고정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Kunz 2009). 이것은 그것이 종이 문건이든, 음성 메시지든, 디지털 데이터로 되어 있던, 컴퓨터 출력물이든지 매체와 형태에 상관없이 같은 방식으로 취급되어야 할 뿐 아니라 동일한 의미를 전달한다면 기록으로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기록이 매체 중립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어떠한 매체에 담겨있더라고, 가독가능하다면, 그리고 재현 가능하다면’ 그것은 기록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2016년에 개정된 ISO 15489에서도(ISO 15489-1 개념과 원칙:2016) “기록은 업무 활동의 증거이자 정보 자산이다”라고 언급하며 “어떤 종류의 정보도 그 구조와 형태와 무관하게, 기록으로써 취급될 수 있다. 문서형식이든, 데이터 집합이든, 혹은 디지털 혹은 아날로그 정보든지 업무 과정에서 생산되고, 포착되고, 취급되었다면 그것은 기록에 포함될 수 있다.”고 언급함으로서 이러한 매체중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매체 중립성은 기본적으로 기록의 가독성과 재현 가능성이 담보되었을 때에 가능하다. 즉, 불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불어로 된 계약서나 중국어를 모르는 사람에게 중국어로 된 문서는 기록으로서 기능할 수 없다. 같은 방식으로, 컴퓨터과학에서 메시지의 정의는, 가독성의 여부에 따라 소프트웨어 내에서 전송되는 기계적인 메시지와 통신을 위해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송되는 것으로 인간이 가독할 수 있는 메시지로 구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컴퓨터가 생산한 데이터 중 인간에게 가독가능하지 않은 데이터가 있다면, 그러한 데이터는 기록으로 간주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데이터가 기록인가 기록이 아닌가의 논쟁은 단순히 새로운 매체를 기록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데이터는 그 자체로 기록일 수도 혹은 기록이 아닐 수도 있다. 법적 증거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을 어떻게 증거하는지, 혹은 후일에 정확히 재현가능한지, 누구에게나 가독가능한가의 질문을 포함한다.

위의 논의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즉 로테르담 규칙등 국제 상법에서는 기록은 일반적으로 데이터나 메시지로 보다 협의의 범주로 이해되는데 이는 데이터 및 데이터 메시지가 의사소통을 주된 목적으로 생산되는 데 비해 기록은 의사소통의 결과를 증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록의 특성으로 인해 기록은 고정성 혹은 재생 가능성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문자든 혹은 비문자화된 것이든 모든 포함하는 매체중립적 성격을 가져야하며 나아가 주어진 환경에서 기록이 의도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설정된 목적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객체적 특성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2) 형사소송법과 기록

상법과 달리, 국내의 형사소송법에서는 좀 더 기록의 용례에 대해 추적하기에 용이하다. 형사소송법은 알려져 있다시피 증거재판주의(證據裁判主義)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증거가 법적으로 유효한지에 대해 세부적이고 면묀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본 장에서는 형법에서 논의되는 증거의 속성에 대해 살펴봄으로서 이를 통해 기록이 증거라는 말의 의미를 추정해보기로 한다.

형법에서 증거재판주의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07조1항)”고 규정한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증거에 의하지 않은 자의적인 사실인정은 허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때 증거란, 법원이 사실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한 자료로, 법관이 이를 통해 사실 확정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송법상 증거라는 말은 일차적으로 “당사자가 법원에게 확신을 줄 수 있는 행동이라는 작용적인 의미, 즉 거증(擧證)”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이병태 2016). 법률용어사전에 따르면, 이때 ‘거증’은 증거를 들어 어떠한 사실을 증명하는 것을 의미한다. 형법에서는 이러한 거증의 방법에 대해 증거방법, 증거자료, 증거원인 등에 대한 자세한 규정을 둠으로써 재판에서 어떠한 것들이 증거로서 기능할 수 있는지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이병태 2016).

현재 국내외 표준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록의 증거성은 재판에서 판사가 사건의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근거 자료로서 증거를 의미한다. 따라서 논리적 담론을 떠난 법적 증거의 기록은 이것이 증거인지 아닌지,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서 어떠한 속성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명백한 기준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회적 기억 담론에서 논의되는 것보다 법적 증거로 기록을 이해하는 관점은 대단히 엄격하고 까다롭다. 법적 증거로서의 기록은 판사로 하여금 죄를 중량에 확신을 줄 수 있는 만큼의 신뢰성이 있어야 하며, 어떠한 과정에서도 훼손되지 않고 완전하게 관리되었다는 확신을 줄 수 있을 만큼의 객관적인 무결성과 신뢰성, 진본성을 지녀야 한다. ISO 15489에서 언급된 법적 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시된 증거로서의 기록이 가지는 속성은 이러한 엄격성을 전제로 한 것으로 모든 송사의 근거로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모든 증거가 법적 증거로서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며 증거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인데, 다음에서는 법원이 지정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논의를 살펴봄으로서 기록의 증거능력에 대해 논해보기로 한다.

(1) 증거능력과 기록

증거능력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률적, 형식적 자격을 말하는데, 이는 어떠한 자료를 법적 증거로 채택, 사용, 제시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증거의 능력을 의미한다. 이러한 증거가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었는지는 그 증거의 신빙성, 믿을 수 있는 정도와 증거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법관은 재판의 증거로 제출된 자료에 대해 이것이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면묀한 심사를 하게 되는데, 이때 증거의 합법성, 무결성, 원본성의 여부를 판단한다. 그렇다면 법관은 어떠한 증거를 믿을 만한 증거로 판단하며, 기록은 이러한 믿을 만한 증거와 어떤 관계를 가지는가.

형법에서의 증거는 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과 물건 등 유형물 자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대단히 다양한 유형이 포함된다. 크게 인적 증거, 물적 증거, 서면 증거로 나눌 수 있는데, 인적 증거에는 사람의 진술내용 및 증인, 진술이 포함되며 물적 증거에는 물건의 상태나 흉기, 절도죄의 장물 등이 해당된다. 서증은 서류의 내용이 증거로 되는 경우로 증거서류나 서면이라고 할 수 있다(이규호 2018). 이때 언어로 표현되어 있지 않은 증거물, 예를 들어 사람의 신체적 상태 등 비언어적 흔적으로 남아 있는 증거들은 일반적으로 기록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 아카이브 학회(SAA, Society of American Archivists)에서도 기록의 가장 첫째 특징을,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법적 혹은 공식적 요소를 포함한 필사본이나 인쇄본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기록이 증거 중에 비언어적, 비진술적 증거를 배제한 언어적 산물임을 의미한다(SAA 용어사전). SAA를 비롯한 ISO 15489, 혹은 InterPARES 2 등에서 제시한 개념적 정의도 기록을 문서, 필사본이나 인쇄본으로 간주함으로서 기록은 다른 법적 증거와는 구분되는 언어적 요소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따라서 법적 증거로서 기록은 서증과 같이 언어나 혹은 문자로 된 증거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315조 제2호에서는 기록과 증거와의 관련성에 대해 엿볼 수 있다. 즉, 형사소송법은 기록을 “증거능력이 있는 서류”로서 상업 장부, 항해일지 기타 업무상 필요로 작성한 통상문서로 예를 든다 (형사소송법, 315.2). 종종 형법 및 민사법에서는 기록이라는 단어와 문서, 서류라는 단어를 혼용하여 사용하는데, 기록은 증거 능력이 있는 서류, 문서 등의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 이때 기록을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해 작성된 문서라고 이해하는 것은, ISO 15489에서 언급한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증거나 정보로서 생산, 접수, 유지하는 정보”(ISO 15489-1:2001, 3.15)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형사소송법에서 증거의 모든 범주가 기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기록의 중요한 속성이 증거적 속성이지만 모든 증거가 기록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다. 기록은 신뢰할 만한 증거여야 한다. 미국의 증거법에서는 “업무상 기록(Business records exception)”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미국의 증거법(FRE 803(6))

업무상 기록이란 해당 사실에 대한 직접적 지식이 있는 자가 기록한 행동, 사건, 상태, 의견, 진단 등으로 업무상 이런 기록을 일상 업무상 작성하였으며 이런 기록을 작성하는 것이 일상 업무에 포함되는 경우 증거능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업무상 기록, Federal Rule of Evidence 803(6))

이와 더불어 미국의 증거법은, 일상적으로 마땅히 생성되었어야 할 업무 기록이 생성되지 않았을 경우나 부재할 경우, 실제적으로 그 업무는 수행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고 언급하고 있다(FRE 803(7),the lack of records of Evidence). 즉 기록준비과정에서 신뢰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점이 발견되었다면 증거로서 채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신뢰할 수 없는 기록은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록은 신뢰성 있는 증거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한국의 형사소송법도 315조 2항에서 기록을 ‘신용할 만한 정황에 의하여 작성된 문서’로 언급한다. 즉, 이는 기록이 그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그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법관은 증거가 믿을 만한지에 대한 심사판단을 거침으로서 증거의 합법적 성격, 즉 제시된 증거가 증거로서 적합한지, 증거의 진실성에 대해 판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증거가 되는 문서의 원본성, 진정성, 무결성, 신뢰성 등은 증거 능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법정에 제출된 디지털 증거가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2)여야 한다는 점과 증거의 진정성이 중요하다(권양섭 2016). 특히,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의 진정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무결성과 동일성, 신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바 있다. 이러한 증거의 무결성과 신뢰성, 진본성과 원본성에 대한 강조는 기록관리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록이 신뢰할 만한 증거라는 말 속에는 이러한 증거능력을 보장받을 수 있는 속성들을 충족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고 이해될 수 있다.

국내 법학계에서는 디지털 증거의 출현 이후 디지털 증거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기 위해 필요로 되는 요건이 무엇인지에 대해 상당히 활발한 논의가 있어왔다. 이러한 증거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들은, 관련성, 신뢰성, 진정성, 원본성, 동일성, 무결성 등 총 6개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현재 법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증거방법과 관련된 속성 및 속성과의 관계는 다음과 같다(이숙연 2017).

(1) 관련성(relevance), 신뢰성(reliability), 진정성(authenticity), 원본성(originality), 동일성(identification), 무결성(integrity) 등이 순차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박혁수 2010)

(2) 동일성(identification)과 무결성(integrity)이 우선 전제되어야 하고, 신뢰성(reliability)과 전문성은 동일성(identification)과 무결성(integrity)을 뒷받침하는 요소로 보는 견해(이숙연 2017)

(3) 무결성(integrity), 신뢰성(reliability), 원본성이 필수적이라는 견해(김영기 2011)(4) 진정성(authenticity), 무결성(integrity), 신뢰성(reliability)이 필수적이라는 견해(오길영 2012)

(5) 동일성(identification)은 사본 제출 시 필요로 되는 증거 능력이며, 무결성(integrity)은 동일성 인정을 위한 요건이다. 따라서 무결성(integrity)은, 동일성 인정을 위한 한 요건이기 때문에 동일성과 독립한 증거능력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오기두 2014)

(6) 형사소송법상 동일성(identification)과 무결성(integrity)의 지위를 진정성과 동일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노명선 2016)

(7) 동일성(identification) 혹은 무결성(integrity), 진정성(authenticity), 신뢰성(reliability), 원본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는 견해(정웅석 2017)

이러한 무결성, 관련성, 신뢰성, 진정성, 원본성 등의 개념이 상호 어떠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법학계에서는 조금씩 상이한 의견을 가지고 있다. 즉 동일성을 담보하기 위한 하위 요건으로서의 무결성을 이해하는지, 혹은 동일성과 무결성을 대등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등 상호 상하위 개념적 범주에 대해서는 완전히 합치된 의견을 표방하고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이숙연 2017). 사실 법조계의 논의와 달리 기록관리 영역에서는 기록의 증거성을 보장하기 위한 위의 기본 개념들, 즉 원본성, 진본성, 무결성에 대해 그 개념적 범주의 차이를 구분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상호 대등한 개념으로 이해하며 기록관리 시스템을 통해 개별적으로 추구될 수 있는 특성으로 간주한다. 신뢰할 만한 기록이란 이 모든 특성을 내포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기록이 법적인 증거라는 말 속에는 법적 증거로서 마땅히 가져야할 증거능력이 있어야한다는 말로 바꿔 이해될 수 있다. 증거능력이라는 말 속에는 무결성, 진본성, 신뢰성, 동일성, 원본성 등의 개념이 포함되는데, 각 개념의 차이에 대해서는 앞서 언급했듯이, 법학계 내에서도 약간의 이견이 있으며, 여기에는 기록관리와 상이한 관점을 내포한 의견도 포함되어 있다.

4. 무결성, 신뢰성, 진본성

1) 무결성(integrity)

기록관리학회에서 출판한, [기록관리의 이론과 실제]에서는 기록의 무결성을 ‘기록이 완전하고 변경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무결한 기록은 처음 생산된 당시와 꼭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한다(기록관리학회 2018). 즉 무결성이란, 기록이 생산되고 관리되는 과정에서 온전하게 관리되어 승인받지 않은 수정이나 삭제가 없이 잘 유지될 때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의 신뢰성과 무결성, 진본성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ISO 15489 표준에서 언급한 기록관리의 근간이 되는 가치이자 목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록관리의 이론과 실제]와 [기록관리 개론]에서 언급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 한국기록관리학회, [기록관리의 이론과 실제]

무결성은 기록이 완전하고 변경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기록은 무단으로 변경되지 않도록 보호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결한 기록은 처음 생산된 당시와 꼭 같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한국기록관리학회 2018)

• 국가기록원 [기록관리개론]

무결성은 기록의 형식과 내용이 변경되지 않고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무결성은 기록이 인가받지 않은 변경으로부터 보호되었을 때 충족된다. 인가를 받은 어떠한 주석, 추가 혹은 삭제도 명백하게 드러나야 하고 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기록을 수정할 때는 취해야 하는 정책과 업무 절차가 규정되어 있어야 한다. 규정에는 기록이 생산된 이후의 변경에 대한 정보도 포함하게 함으로써 기록물의 무단변경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국가기록원 2011)

즉, 위의 정의에 따르면, 기록관리에서 무결성이란 무단으로 변경되지 않은 온전함을 의미한다. 기록관리는 기록의 생산부터 관리, 보존에 이르는 일련의 절차 동안 기록에 발생할 수 있는 의도하지 않은 변경으로부터 기록을 보호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록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생산관리 되었는가, 기록에 승인받은 관리자가 합법한 방식으로 접근했는가, 그리고 기록에 가해진 모든 변경 과정이 적법하게 보고되었는가에 관한 정교하고 타당한 도구와 절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기록관리에서 무결성이란 이러한 기록의 생산부터 투명하고 엄격한 관리 과정을 통해 확보될 수 있는 성질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한국 정보통신기술협회에서는 설명하는 무결성 개념은 다음과 같다.

•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정보통신용어 사전]

무결성이란 데이터 및 네트워크 보안에서 특정 정보가 인가된 사람만이 접근 또는 변경이 가능하고 데이터 전송 시 타인에 의해 해당 데이터가 위변조 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장하는 것. 일반적으로 데이터 무결성 보호는 인가된 관리자만의 서버 접근, 전송 선로 관리, 서지 및 전자적 충격으로부터의 하드웨어 및 저장 장치의 보호, 전송 정보의 변경 검출 메커니즘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사용자 인증 수준 유지, 시스템 관리 절차, 유지 보수 지침 문서화, 장애 및 외부 공격에 대비한 복구 대책 수립 등 관리 대책과 적절한 무결성 보장 메커니즘 등의 기술적 대책이 필요하다(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정보통신용어 사전 2019)

정보통신기술협회의 정의는 훨씬 더 기술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무결성을 언급한다. 즉, 인가된 관리자가 하드웨어와 저장장치를 보호하는 일련의 기술적 매커니즘을 통해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기록관리 영역이나 정보통신영역에서의 무결성은 곧 불법적으로 변경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 생산, 혹은 기록의 생산 단계에서 관리 보존 전단계를 거쳐 체계적인 절차 및 규정, 기술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에 반해 법정에서는 무결성에 대해 수사기관이 최초의 압수수색 현장에서 압수수색을 개시할 당시 컴퓨터에 들어있는 정보와 이를 법원에 제출, 재판의 증거로 재출 될 때의 정보의 내용이 동일해야 한다는 명제로 출발한다. 즉 기록관리가 기록의 생산부터 보존에 이르는 기록관리 과정에 집중했다면 법정에서의 무결성은 증거로서 기록을 취득하고, 이를 판사에게 제출 할 때까지의 과정에 집중되어 있다. 조광훈은 “디지털 기록의 경우, 컴퓨터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까지, 또 문건의 취득부터 제출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변경·훼손도 없었다는 사실,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조광훈 2015)4). 이러한 디지털 증거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대법원은 디지털 증거능력에 동일성과 무결성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다음과 같은 요건을 제시하였다.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문건’이라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 시부터 문건 출력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7.25. 선고 2013도2511 판결).

위의 판결문에서는 증거의 무결성은 증거의 압수 시부터 법원에 제출까지 원본이 법원 제출 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동일성의 입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컴퓨터 내의 원본과 출력본이 동일하다는 사실도 증거의 무결성에 포함된다. 이러한 판결문에서 나타난 무결성의 정의와 용례에 대해 이숙연은 판결문은 동일성과 무결성을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동일성과 무결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어느 한 특성만 언급하더라도 다른 특성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무결성이 증명되면 동일성이 추정되고, 동일성이 입증되면 무결성이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법원 판결문에 대해, “사실상 무결성은 동일성과 대등한 지위에 있지 않다. 동일성을 담보하기 위한 하위요건이다. 즉 동일성이 무결성의 개념을 내포한다(이숙연 2017)” 라고 언급함으로 동일성과 무결성의 범주적 차이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법적 관점에서 무결성과 동일성의 상호 범주에 대한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성과 무결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사실상, 기록관리에서 동일성과 무결성은 같은 개념은 아니라 할 수 있는데 반해, 법적 증거로서 무결성은 증거로 수집이후 이미 생산 완료된 기록에 한해 적용되는 개념으로 이 두 개념 간의 차별성을 훨씬 더 적게 판단한다. 기록관리적 측면에서, 또는 법적 측면에서 볼 때 무결성은 증거능력의 선결조건으로 기록이 증거로 작용하기 위해 반드시 갖추어야할 요건이다. 기록관리는 업무의 결과로 생산된 기록이 인가된 사람에 한해서는 접근·변경가능하다는 점과 이러한 변경 행위와 내용을 모두 메타데이터에 기록함으로서 무결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2) 신뢰성(Reliability)

한국 기록관리학회에 따르면, 신뢰성은 ‘기록의 내용이 업무처리나 활동 혹은 사실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신뢰성은 내용에 관한 요소로, 증거의 질이나 가치에 관련된 성질이다. SAA 사전에서는 ‘의지할 만하고 믿을만한 가치’, ‘일관되고 정도를 벗어나지 않는 가치,’ ‘정해진 절차에 따라 관할 정부에 의해 생산되어 모든 형식을 완전히 갖춘,’ 이라는 의미로 정의되고 있다. 캐나다의 기록학자 헤더 맥네일(Heather MacNeil)은 신뢰할만한 기록이란 그것이 증명하고자 하는 바 사실을 그대로 표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았다(MacNeil 2000). 즉 기록에서 있어서 신뢰성이란 기록의 내용이 가진 진실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얼마나 그 내용이 진실한가는 사실상 상대적인 개념으로 신뢰성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사실상 가능하지 않다. 하나의 자료가 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 그 내용이 가진 진실성, 신뢰성은 본질적인 속성이며, 그릇된 사실을 전달하거나 내용상의 심각한 오류가 포함된 기록은 법적 증거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법적 증거능력과 관련된 신뢰성 개념의 특징은 법학에서는 보다 증거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확보할 수 있는 도구와 이러한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얼마나 믿을만한가 등 증거의 증거력, 혹은 내용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론적 문제에 좀 더 집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증거의 경우, 신뢰성은 디지털 포렌식 도구와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의 신뢰성을 의미한다는 점에 있어 기록의 신뢰성과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그 자체를 압수할 수 없는 경우 그 속에 담긴 전자 정보를 통째로 복제해야 할 상황이거나, 혹은 수집해야 할 원본 데이터가 손상되었을 때 그 데이터는 기술적 수단을 동원해서 복구되어야 하는데, 이때 법적 증거의 증거능력과 관련된 신뢰성의 개념은 복구를 위한 도구와 전문가가 얼마나 믿을만한가에 관련된 것이라 할 수 있다(허황 2018). 법적 증거의 관점에서 내용의 진실성에 관한 성질이 아니라 법적 증거 수집, 분석, 제출 및 검증 단계에서 동일성과 무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요소에 불과하다. 따라서 법적 관점에서 볼 때, 내용의 신뢰성은 보다 증거의 증명력이나 혹은 증거력에 관한 요소에 가까운데, 증명력은 그 증거의 신빙성, 믿을 수 있는 정도, 증거의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법적 증거의 증거능력에 대한 개념 중 신뢰성에 대한 개념은 신뢰할 만한 증거를 안전하게 획득할 수 있는 방법상의 신뢰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기록의 신뢰성과는 개념적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기록이 법적 증거로서 기능하기 위해서, 내용의 진실성 뿐 아니라 이러한 획득방법에서의 신뢰할 만한 방안 역시 고려되어야 온전한 증거능력이 보장된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는 관점에서 법적 증거로서 기록이 획득해야 할 중요한 요소로 인정될 수 있다.

3) 진본성(authenticity)

진본성이란 기록이 위조되거나 훼손되지 않은 원래대로의 진짜임을 가리키는 말이다. 기록의 진본성은 물리적 특성이나 서명, 구조, 내용, 맥락 같은 조건들로부터 추정되는 속성이다. 이렇게 진본성을 입증하는 행위나 과정을 진본확인(authentication)이라고도 일컫는다(기록관리학회 2018). 기록관리에서 기록의 진본성은 종종 원본성의 개념과 같이 등장한다. 그럼에도 전자기록이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서 무엇이 원본이고 무엇이 사본인가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법조계에서 진본성은 진정성(authenticity)으로 명명되고 있다. 진정성이란 미국연방증거규칙 901(a)에 따르면 증거가 증거제출자가 주장하는 바로 그 증거라는 것이 그 정의이다. 즉 해당 증거가 증거 제출자가 주장하는 바로 그 증거라는 것에는 ① 해당 증거가 증거 제출자가 주장하는 바로 그 작성자에 의해 작성되고, ② 증거 제출자가 주장하는 바로 그 진술자의 진술내용으로 하며 ③ 증거 제출자가 해당 증거라고 주장하는 바로 그 증거로서, ④ 원래 작성된 것과 동일하며 ⑤ 작성 후 훼손 혹은 변개된 것이 아니라는 듯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숙연 2017).

법적 관점에서 원본이란, 원혜욱에 따르면, “사람의 사상이나 관념 또는 일정한 사실이 직접적으로 최초로 기록된 물체 그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전자기록의 문제는 출력한 서면이 전자기록 혹은 데이터 원본보다 가독성이 높고, 일반적으로 법정에서 증거로 제출되는 경우도 데이터 시스템 자체라기보다는 출력된 서면인 경우가 많다. 또한 최초로 작성한 기록 그 자체를 동일하게 복사하여 사본으로 제출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럴 경우, 법원에 제출된 전자 기록은 원본성의 본래적 의미의 특성, 즉 ‘최초 기록된 물체 그 자체’ 라는 의미에 위배된다고 할 수 있다(원혜욱 2002). 가독성이 없는 데이터 자체는 아무리 원본일지라도 기록으로 볼 수 없으며 데이터를 출력한 출력본을 오히려 원본으로 보아야 한다. 원혜욱은 “전자기록 자체는 가시성과 가독성이 없기 때문에 전자기록의 내용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출력된 문서를 원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언급하며 전자기록의 원본성의 개념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언급했다(원혜욱 2002). 이러한 전자기록의 진본성에 대한 논쟁은 컴퓨터에서 생산된 실제 데이터와 그 출력 서면이 다른 형태로 제출될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이러한 상이한 형태의 기록물의 진본성과 원본성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러한 증거의 진본에 대한 논쟁에 대해 탁희성은 전자기록이 원본이며, 출력본은 사본이라는 견해, 둘째, 전자기록은 원본을 생산해내는 자료에 지나지 않고 출력본이 원본이라는 견해, 출력된 사본과 전자적 기록이 각각 별개의 문서로 둘 다 원본이라고 보는 견해 등이 존재하고 있다고 정리한다(탁희성 2004)

5. 기록과 증거

기록이 어떤 형태로든 증거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법적 증거의 관점에서 기록을 바라볼 때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이 과연 어느 정도의 증거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라 할 수 있다. 기록의 본질이 증거성이라면 이러한 좀더 완전한 증거 능력이 있는 기록을 확보하고 관리, 보존하기 위해 어떠한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무결성, 진본성, 신뢰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가장 기록관리에서 원론적인 주장이자 핵심적인 명제 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러한 속성들은 법적 증거의 증거능력의 전제가 되기 때문에 어떠한 기록일지라도 이러한 속성이 결여되었다는 증거로서 기능할 수 없다는 의미와 같다.

전자적 데이터가 기록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 이러한 기본적인 속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검토 중이다. 데이터의 존재양식, 분량, 재생양식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데이터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괄적인 증거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전자 데이터는 이승억과 설문원이 언급한대로, 데이터의 형태에 따라 관계형, 정형, 비구조화 및 비정형 데이터로 그 특성에 따라 다양하고 또 내적으로 무수히 확대되고 지속적으로 추가되는 등 유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이승억, 설문원 2017). 법정에서 데이터는 법관의 단순한 식별만으로는 그 상태와 특성이 파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 감정인에 의해 증거능력이 검증되고 있다. 이 때 개별 유형의 데이터에 요구되는 기록의 무결성과 신뢰성, 진본성과 원본성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규정하고 판단할 것인지, 특히, 데이터를 정보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법적 증거적 관점에서 논의할 때 규명되어야 하는 데이터의 특징 및 본질적 속성은 무엇이며 데이터세트가 하나의 정보시스템으로서가 아닌 특히 전자기록물로 관리되며 후에 법적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기록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는 무엇인지, 또한 데이터세트의 증거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떠한 요건이 필요한지, 이러한 요건들을 기술적, 이론적으로 어떻게 충족시킬지에 대한 논의가 현재 기록학계에서 활발하다. 법조계에서도 컴퓨터에 의해 생성된 데이터는 획일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데이터가 어떠한 유형인가에 따라 이에 적합한 개별적인 증거능력을 허용하는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된바 있다(탁희성 2003).

디지털 포렌식 기술에 따르면, 디지털 증거가 효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특성을 유지해야하는데, 증거의 고정성, 정당성, 재현성, 신속성, 무결성, 보관의 연속성(Chain of custody) 등이 이에 해당한다. 사실상, 재현성의 확보, 무결성의 보장 등은 전자기록관리 영역에서도 공통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핵심가치로 이러한 포렌식 요구사항은 향후 데이터가 법적 증거로 사용할 때를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요소이기도 한다. 디지털 증거의 경우, 원본과 복사본의 인증된 해쉬값 비교, 봉인·봉인해제·재봉인 과정에서 보관의 연속성 확인, 메타데이터의 확인 등이 가장 기본적인 동일성과 무결성 확보방안이며, 이러한 기술적 요건은 매체별 특징에 따라 차이를 가진다(원혜욱 2014). 법정에 디지털 증거를 제출하는 경우, 방대한 데이터베이스 시스템 자체를 제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출력본이나 휴대용 대용량 저장 장치에 옮겨서 제출하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제출한 기록이 증거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무결성, 진본성, 신뢰성 등의 속성과 기록의 재현성과 고정성, 가독성과 일관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해야 기록이 가진 증거가치가 상실되지 않는다.

6. 마치며

본고에서는 국내외 표준과 용어사전에서 개진한 기록의 개념들, “기록이란 조직이나 개인이 법적 의무를 수행하거나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증거나 정보(ISO 15489)”, “실제 행위의 과정 중 훗날 행동이나 증빙을 위해 의도적으로 확보되거나 혹은 그러한 행위의 부산물로 만들어진 문서(InterPARES)” 등의 정의와 함께 상법 및 형사소송법을 살펴봄으로서 기록관리 영역 이외에 법에서 이해되는 기록의 정의 및 속성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법적 증거로서의 기록이라는 말에 내포된 의미가 무엇인지, 기록의 증거적 본질의 함의와 이와 관련된 속성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법정에서 재판의 증거로서 기능해야 하는 기록은 사회적 기억의 담지물로서, 혹은 집단 기억을 대표하는 문화적 상징물로서 기록이 가진 특성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법적 증거는 죄의 과오를 묻는 재판의 유효성과 직결되기 때문에 대단히 엄격하고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검증된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법적 증거로서 기록의 가치는 그 증거의 품질에 의해 결정되며, 가치 있는 기록이란 얼마만큼의 증거능력을 확보하였는가에 의해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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