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기간 돌입 - AI 방역정책에 대한 재고

  • Published : 2018.10.01

Abstract

Keywords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위협의 계절은 다가오는데

산란계 농가들은 계란 생산과잉으로 인해 상반기 내내 생산원가의 절반에도 이르지 못한 난가로 고통받았다. 농가별로 자산이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이 증발되고 말았다. 누가 이익을 취한 것이 아니고 그냥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산업환경이 크게 망가지면 시장이 균형을 잃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게 되고 이처럼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다. 2016년 11월∼2017년 수개월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의 발생으로 인해 약 32%에 이르는 실용산란계와 48만수가 넘는 산란종계가 살처분되었고, 이로 말미암은 산란계 산업기반의 붕괴는 단기간 계란 가격의 폭등을 가져왔다. 물가 불안과 계란 수급의 심각한 차질에 압박을 느낀 당국은 급기야 항공운임을 지원하면서까지 식란을 수입케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계란 공급 부족으로 인한 계란 가격의 급등사태는 산란 종계 및 실용계 병아리 재입식 속도의 압력을 가중시켰고 짧은 기간 내에 공급과잉의 상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살처분 농가들이 시름과 재입식 준비로 2017년 상반기를 보내고 있을 때, 살처분을 피해 나간 농가들은 수개월간 금맥을 캔 것과 같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곧 이어진 입식 과잉으로 인해 산란계 산업은 기나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가야 했다.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 지난 한 해를 또 반추해 보는 것은 당시에는 방역상 불가피한 조치였었지만, 걷잡기 어렵게 확산되어 가는 질병에 반해, 제한된 수단의 방역정책으로 인한 산업기반의 붕괴가 단순히 그 자체로서의 현상이 아닌 지속적인 산업의 불균형과 시장의 교란을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으로써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방역의 중요성은새삼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이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도 인지하고 있다. 방역정책의 수행을 위해서는 섬세하게 디자인된 방역지침(SOPs)과 이의 실행을 위한 행정력과 예산및 인력자원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필요하다고 좋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모두 다방역지침에 추가될 수는 없다. 따라서 방역지침은 아래와 같이 다양한 요인들을 함께고려해서 균형을 잡아가는 선에서 고안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공중보건과 산업에 미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의 실질적인 위험도에 대해 지속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방역지침(SOPs)의 수행에 동원되고 소모되는 유·무형의 자원들과 수단들에 대한 비용과 이를 통해 얻게 되는 실질적인 이익의 비교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대안들의 모색과 검증(예,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방역지침이 대중의 일상적인 정서와 활동에 불필요하게제한을 주고 있지 않은지

 방역지침의 수행이 산업의 정상적인 기능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

 질병 확산 정도에 따른 단계적인 대안이 수립되어 있는지

 만일의 확산에 비상용 백신의 선정과 비축이 되어 있는지

 기타 고부가가치의 유전자원이나 희귀 조류자원을 보호할 대책

방역정책(지침)의 수립과 적용에 있어서 해당 산업의 사업 지속성(COB; Continuity of Business)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다음은 옵티팜솔루션의 대표인 김현일 박사가 사업의 지속성과 관련한 미국의 한 논문을 요약하여 소개한 것을 인용해 본다. 해당 논문(Proactive Risk Assessments and the Continuity of Business Principles: Perspectives on This Novel, Combined Approach to Develop Guidance for the Permitted Movement of Agricultural Products during a Foot-and-Mouth Disease Outbreak in the United States)의 제1저자는 미네소타 대학의 Tomothy Goldsmith로서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외 악성전염병에 대한 대처를 보면서 문제점과 대안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1. 해외 악성전염병 발생 시 이동제한의 문제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이동제한을 실시하는 것은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거의 모든 나라가 비슷하다. 이동제한 구역 내에 위치하지만, 아직 감염되지 않은 닭이나 계란 역시 출하할 수 없어서 식품 자재공급에 차질이 생기고 제한된 공간에 사육밀도가 높아지거나 계분을 치울 수가 없어져서 동물복지문제도 유발하게 된다. 2001년 영국에서 구제역이 터졌을 때 총 600만두 정도의 동물이 살처분되었는데, 이 중에서 약 200만두는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목적으로 살처분되었다. 저자는 이 부분을“사업의 지속성(COB)”을 위한 대비가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보았다. 이미 세계적으로“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동물”을 살처분하는 것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미 미농무성 동식물검역소(USDA APHIS) 등의 의사결정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하며 실제 이러한 개념은 미국에서 2015년과 2016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 시 정책 결정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2. 사업의 지속성(COB; Continuity of Business)이란?

미농무성 동식물검역소가 해외악성 전염병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기본 개념은 무엇일까?

첫째, 동물에서 질병 발생 시 가능한 빨리 색출해서 통제한다.

둘째, 축산업과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해서 산업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전략기반으로 질병을 근절시킨다. 김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초기에는 살처분 정책으로 확산을 막아야 하겠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살처분이 지속되거나 확산 조짐이 보이면 재빨리 백신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과학과 위험의 정도에 근거한 접근방법을 써서 감염되지 않았거나 오염되지 않은 축산물에 대한“사업 지속성”이 구현될 수 있도록 정책을 수립한다. 사업 지속성을 고려하게 되면, 이동제한 등의 행정조치와 질병에 대한 컨트롤 간의 균형을 조율할 수 있는 의사결정 도구가 필요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질병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위험도를 평가할 수 있는 프로세스의 개발로 이어진다. 프로세스는 발생 농장 중심으로 설정된 제한 구역 내에 들어있기는 하지만 질병에 감염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농장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말한다. 이러한 개념의 적용 이유는 악성 해외 전염병이 발생하더라도 개별농장, 지역, 산업이 가능한 빨리 정상상태로 복구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시스템 개발의 목적은 미국이 질병 자체보다 질병에 대한 대책 때문에 피해를 키우는 일 없이 질병 청정국 지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이미 언급했듯이 지난 2016~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으로 인해서 우리는 양계산업 특별히 산란계 산업의 지속성에 큰 타격을 입었고 이는 계란 수급에 차질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산업을 보호하고 공중보건을 위해 살처분을 하고 이동제한을 하는데, 이러한 방역대책의 실행으로 인해서 산업이 정상적인 기능을 못 하고 기반이 흔들리고 대중의 삶이 과하게 제한받을 수는 없다. 따라서 질병 발생 이전에 이러한 위험요인들을 평가하고 보다 더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을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과학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전 본지 3월호의 기고에서도 밝혔듯이 미국은 2014년∼2015년에 걸쳐 이 질병으로 큰 피해를 경험한 후, 방역지침을 개선함과 아울러 효과적인 차단이 어려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민간 백신 제조사와의 계약을 통해“비상용 백신”을 비축해 오고 있다. 거의 매년 철새들에 의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유입되어 양계산업이 매년 출렁이고, 질병발생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백신의 개발과 비상용 백신의 비축을 준비해 왔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거듭 말하지만, 기존의 차단 방역과 신속한 질병 색출을 통한 살처분 정책에 더해서 백신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수단의 시도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