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업 현안 및 발전방안 - 축산물의 표시기준 개정에 따른 농가 대응방안

  • 안영기 (농업회사법인 안일농장 주식회사)
  • Published : 2018.04.01

Abstract

Keywords

식약처 축산물 표시기준 변경의 문제점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시절이지만, 우리 채란인들의 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인 듯하다.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광풍으로 전체 산란계 사육수수의 30% 이상이나 되는 닭이 살처분되면서 우리 주변의 이웃들이 가족과 같았던 닭을 산 채로 매장하는 아픔을 겪었고, 그 여운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2017년 8월 14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었다고 보고를 하면서 며칠에 걸쳐 계란을 출하정지 시켰다. 모든 농가를 대상으로 계란에 대한 살충제 검사를 실시하면서 많은 농가가 계란 출하중지, 폐기 명령을 받으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계란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소비저하를 일으켰다. 작년부터 예상되었던 사육수수 과다에 대한 경고를 AI가 어떻게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무시했던 결과가 지금의 참담한 난가로 보여지고 있다.

생산비 이하의 난가로 고통받는 농가들에 AI와 살충제 사용의 원인이 공장식 사육방식이라고 말도 안 되는 논리를 내세워 축사시설 현대화사업을 30년 가까이 진행해온 농림축산식품부는 쏙 빠지고, 농가들만 부도덕하고 세금을 축내는 국민으로 내몰리고 있으며, 거기에 더해 지난 2월 23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보도자료를 내며 계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해 고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계란과 관련된 식약처의 보도자료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류영진)는 달걀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축산물의 표시기준」을 2월 23일 개정고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정은 지난해 8월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을 계기로 소비자에게 달걀의 신선도, 생산환경 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개정 고시 주요 내용은 ▲달걀 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 표시 의무화 (중략) 등입니다.

○소비자가 달걀을 구입할 때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그 동안 달걀껍데기에 ‘시도별부호’와 ‘농장명’을표시했던 것을 ‘산란일자’ , ‘생산자 고유번호’ , ‘사육 환경번호’를 함께 표시(예시: 1004M3FDS2)하도록 개정하였습니다.

- ‘산란일자’는 “△△○○(월일)”의 방법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산란일 : 닭이 알을 낳은 날. 다만 산란시점으로부터 36시간 이내 채집한 경우 채집한 날을 산란일로 표시할 수 있음

- ‘생산자 고유번호’는 가축사육업 허가시 달걀 농장별로 부여되는 고유번호(예시:M3FDS)로 표시해야 하며, 소비자는 식품안전나라 사이트에서 달걀에 표시된 고유번호로 달걀 생산 농장의 사업장 명칭, 소재지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식품안전나라(www.foodsafetykorea.go.kr)→위해·예방정보→달걀농장정보(산란계)

- ‘사육환경 번호’는 닭을 사육하는 환경에 따라 구분되며 1(방사 사육), 2(축사내 평사), 3(개선된 케이지), 4(기존 케이지)와 같이 사육 환경에 해당하는 번호로 표시하여야 합니다.

- 참고로 개정된 표시기준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생산자 고유번호는 ’18년 4월 25일부터, 사육환경 번호 표시는 ’18년 8월 23일부터, 산란일자 표시는 ’19년 2월 23일부터 시행됩니다.

고시 개정 내용 중 두 번째 생산자 고유번호 표기는 현재의 농장명이나 생산자명을 표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나, 첫 번째 산란일자 표기와 세 번째 사육환경번호 표기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산란일자표기는 협회에서도 여러 차례에 걸쳐 불가 입장도 밝혔고 항의집회까지도 했으나, 결국 식약처는 밀어붙이기식으로 고시를 개정하였다. 산란일자 표기를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은 이유를 식약처만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식약처에서는 계란의 신선도 확보를 위해 산란일자를 표기한다지만, 계란의 신선도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보관온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콜드체인이 도입되지 않은 상태로 계란에 산란일자를 표기하게 되면 시장에서 그날그날 바로 판매되지 않는 계란은 난가공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고스란히 농장의 손해로 돌아올 것이고, 식용란 수집 판매업자들은 재고를 두지 않고 필요한 양만큼만 구매할 것이므로 농장에서 계란을 수거하는 횟수가 증가하여 AI 등 전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지금보다 더욱 방역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계란의 신선도 확보가 목적이라면 계란에 산란일자를 찍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콜드체인이 제도화되어야 한다. 또한, 일본의 상미기한(계란을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어도 괜찮은 기간) 같은 제도를 도입하여 포장지에 표기하고, 그 기간이 지난 계란이나 지금처럼 체화된 계란은 채란인들의 공익을 위해 선별포장업과 연계하여 분말 등을 만드는 난가공공장을 만들어 가공하여서 자조금을 투입하여 수입산 분말과 가격 경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가격을 낮춘다면 수입산 분말에 빼앗겼던 시장도 되찾아오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1. 「축산물의 표시기준」주요 개정 내용(요약)

■ 달걀 표시체계 개선

■ 현행 기준 명확화

■「식품의 기준 및 규격」 개정사항 반영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두 번째 사육환경 번호표기는 한편으로는 사육환경 변화로 인한 원가상승을 소비자가에 반영시켜서 소비자들도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전체 산란계 농가가 변경된 수당최소사육면적을 적용하면 전체 사육수수의 1/3이 줄어들어 잠시 동안은 난가상승의 효과도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FTA로 인해 국제교역이 날로 발달하는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양계산업만 가격경쟁력이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다.

표 2. 달걀 껍데기의 사육환경번호 표시방법

출처 : 식품의약품안전처

지난해 AI를 겪으면서 농림축산식품부나 식약처에서는 생산자는 안중에 없고, 오로지 살처분하기에 편리한 사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최소사육면적이 0.075m2가 되면 계란의 안전성이 확보되는가? AI 감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 책상에 앉아 AI나 살충제 문제에 대한 답을 궁리하다 나온 졸속 행정의 결과가 아닌가 싶다.

최소사육면적 문제는 동물복지를 얘기하는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춰가기 위해 우리 생산자들이 소비자와 만나 함께 고민할 문제이지 어느 나라에서도 선례가 없는 최소사육면적 법제화는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또한, 현재에도 동물 복지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나 유기농 계란은 포장재에 표기가 되고 있지 않은가? 일반란이 동물복지란이나 유기농 계란으로 허위표기하여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있는가?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제도를 만들어 양계인들을 압박할 만큼 우리 양계인들이 힘이 없음이 한탄스럽다. 우리도 양계협회를 중심으로 뭉쳐서 이러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양계협회 또한 우리 양계인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더욱 힘써 달라고 당부하는 바이다. 또한, 모든 채란 농가가 힘든 현 상황이지만 그럴수록 더욱 자조금 납부에 동참하여 지금의 불경기를 끝내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