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업 현안 및 발전방안 - 친환경 인증의 문제와 발전방향

  • Published : 2018.04.01

Abstract

Keywords

무항생제 인증의 올바른 정착을 위한 농가의 제언

1997 년 12월 친환경농업 육성법이 제정되고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이후 2000년대 들어 몇 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치며 2005년에는 농산물이 아닌 돼지고기와 같은 축산물에도 친환경 축산물 인증제도가 최초로 시행되었고 2007년 계란, 닭고기 등에 무항생제, 유기축산물 마크가 붙게 되면서 바야흐로 거의 모든 농·축산물이 친환경인증품목에 포함되었다.

초기에는 유기농산물, 무농약, 전환기, 저농약, 유기축산, 무항생제 축산 등 여러 가지 세부항목으로 나뉘어 있다가 소비자들의 혼란이 생기자 농산물에는 유기농산물과 무농약, 축산물에는 유기축산물과 무항생제 축산물로 4가지로 간략하게 축소되었고 이후 인증제도의 수정과 마크가 변하면서 이제는 네모난 녹색 마크에 붙어있는 무농약, 무항생제, 유기농·축산물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는 소비자가 없을 정도로 친환경 인증은 소비자들 곁으로 친숙하게 다가온 인증제도가 되었다.

이는 친환경인증의 주체인 농산물품질관리원(이하 ‘농관원’)과 인증기관, 여러 생산자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범국민적인 인증제도이다. 아마 세계 어디를 보아도 정부가 주관, 홍보하여 이른 시간 안에 거의 모든 농·축산물을 하나의 인증으로 집약시키는 나라는 드물 것이라 본다.

친환경 인증과 불신

정부 주도 하의 정책은 빠른 정착을 가져다주었지만, 많은 품목을 하나의 인증으로 포함하다 보니 우리 채란업계의 관점으로 바라보았을 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현재 계란에 대한 친환경인증은 유기축산물보다는 무항생제 축산물이 99% 정도 차지할 정도로 무항생제 인증의 비중이 높다.

유기농산물로 만든 유기 사료를 급여해서 나오는 비싼 축산물이기 때문에 사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계란은 유기인증보다 무항생제 인증이 상대적으로 덜까다롭고 가격도 낮아 판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7년 무항생제 인증이 계란에 부여되기 시작되면서 다른 축종에 비교해 월등히 높은 75% 이상의 농가가 무항생제 인증을 취득하였다. 그러다 보니 친환경 인증제도는 계란 판매를 위해서는 당연히 받아야 하는 필수 코스가 되어 버렸고 정부는 친환경 인증률 상승만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급기야 지난 8월 계란 살충제 성분 검출 파동이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큰 문제로 불거져 더불어 친환경 인증까지 불신을 받게 되어 농식품부는 인증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회복을 위해 최종 목적물인 계란의 항생제 남용을 막기 위해서 나온 기존 무항생제인증 취지를 벗어나 인증강화로 생산자만을 압박하는 정책을 펼쳐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8년부터는 신규 농가의 인증에 제약을 많이 두고 계분의 농약 검사까지 실시하여 다른 법령인 사료관리법상으로도 인정되는 농약 허용치를 계란 및 계분에는 검출 허용이 되지 않게끔 설정해 놓아 인증취득뿐 아니라 유지도 힘든 인증이 돼버렸다.

이런 이유로 지난 2017 연말에는 계란 생산농가들이 무항생제 인증을 포기하거나 반납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긴 했지만 소나 돼지나 닭고기와 같이 보통 냉장, 가공업체들이 판매하는 업종과는 달리 계란은 농가에서 직접 판매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학교급식은 무항생제 납품으로 이루어져 있어 무항생제 인증 반납이 현실성이 없어 억지로 인증만 유지하는 입장이 되었다. 오히려 지난해 말 정부 주도 하의 무항생제 친환경인증을 없애겠다고 했을 때 내심 인증제도가 없어졌으면 하는 농가들도 상당수 있었을 것이다.

농가도 외면하는 친환경 인증

그렇다면 왜 무항생제 인증이 계란 판매를 위한 거의 필수 사항인데도 농가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는 정책으로 변하게 되었을까?

첫째, 친환경인증은 농산물의 기준으로 농관원의 일방적인 생각으로 만들어진 인증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결여되었다. 약물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지난 2000년에 의약분업이 생겨났다. 어떻게 보면 무항생제인증도 의약분업의 의도와 같이 축산업계의 항생제 오남용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 보면 쉽게 해석될 수 있다. 그런데 계란의 항생제 잔류라는 본래 취지를 벗어나 농산물에 해당하는 농약잔류에 같이 포커스를 맞추다보니 항생제 관리와 더불어 농약 관리까지 신경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둘째, 무항생제축산물의 농약잔류 기준은 범위가 환경과 계분 등으로 확대되면서 친환경육성법에 따른 농약이 절대로 잔류해서는 안 된다는 고시기준으로는 인증취소 사유가 되어 더욱 유지가 힘들다는 점이다. 올해 새로 적용되는 사례를 들어보자. 필자는 4월말에 무항생제인증이 끝나기 때문에 2월에 인증 연장신청 서류를 작성하여 인증기관에 제출하였다. 그런데 인증기관의 담당자로부터 뜻밖의 얘기를 전해 들었다. 작년의 살충제 잔류 건으로 강화된 기준에 가축분뇨의 농약잔류 검사가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계란의 농약잔류 기준도 우유나 돼지고기 등 보다 강화된 기준으로 적용받는 것도 채란농가 입장에서는 억울한데 최종 생산물이 아닌 생산과정에서의 환경에서 농약검사를 하여 조금이라도 성분이 검출되면 검출되지 않을 때까지 농가가 방법을 찾아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인증 취소가 된다는 것이다.

셋째, 항생제의 지나친 규제이다. 계란에 무항생제 인증을 부여하는 친환경인증이 사육과정에서 사용되는 항생제를 규제하는 데는 어느 농가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무항생제라는 용어에 집착하다 보니 실상 모든 사육 기간에 항생제 사용을 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준 20세기 최대 발견인 항생물질이 무항생제인증을 통해 너무도 나쁜 물질로 인식되었다. 과거 마케팅 차원에서 영양란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계란 노른자로 차별화한 것을 소비자들이 오해하여 노른자가 진한 것이 영양적 가치가 높다고 잘못 인식하였던 적이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오해를 바꾸는데 적잖은 시간이 흘렀다. 아이를 키우거나 애완동물을 사육하는데도 또한 질병을 극복하는데도 항생물질은 ‘필요악(惡)’이 아닌 ‘꼭 필요한’존재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일부 언론의 지나친 자극적인 보도 등으로 항생제 사용을 죄악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범법자로 만드는 인증제도를 어느 생산자가 옹호할까? 이미 여러 설비를 이용하여 대형화된 산업으로 발전된 채란업의 사양방식을 무시하고 산업시대가 아닌 과거 방목형태의 자연적인 생산방법을 지향하는 친환경의 개념으로 접근하다 보니 인증을 받을 만한 농가가 많지 않았고 정책의 확대를 꾀하기 위해 무항생제 사육을 친환경인증의 범위에 속하게 만든 인증제도 자체가 억지스러운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비현실적인 친환경 인증 개정안

그럼 어떻게 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무항생제 인증제도가 될 것인가? 작금의 살충제 검출 사태로 인한 소비자들의 인증에 대한 불신이 팽배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생산자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현실은 생산자의 의견이 반영된 자구책보다 현재 소비자의 지탄을 일시적으로 피하기 위한 정부의 미봉책이 쏟아져 나온 느낌이다. 정부가 소비자의 비난을 참고 조금 더 미래를 내다봤더라면 생산자뿐 아니라 소비자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정안(案)들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증개선안은 업계의 시각에선 더 어이없는 결과를 낳았다.

필자는 4월 말에 무항생제 인증기간 만료로 2월 말 인증기관을 통하여 인증연장 신청을 하였다. 컨설턴트의 얘기에 의하면 사육면적확대는 축산법에 따르겠다는 농관원의 방침으로 아직 수당 0.075m2를 적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계분의 농약 검사가 새로 신설되었고 그러면서 아마 분뇨에서 미처생각지도 못한 살충농약성분이 나올 수도 있으니 사료회사 등을 통하여 한번 점검을 받아보고 인증연장 신청을 하라고 조언하였다. 1월 말부터 이미 타 농장에서 계분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피프로닐 설폰이나 비펜트린 같은 와구모제제로 문제 되었던 살충 성분들이 아닌 피페로닐 부톡사이드나 피리미포스 메틸 같은 다른 성분들이 출현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왜 이런 성분이 나오나 증명하기 위해 문제 계군의 사료검사를 해보니 사료에서 같은 성분이 나와 사료로 인한 잔류일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료회사 입장으로는 사료관리법상으로는 이미 어느 정도 허용되는 성분들이라 허용치 이내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 따라서 허용기준치의 사료로 충분히 분뇨로 검출될 수 있다는 걸 알고 농관원에 질의 해보니 친환경농업육성법상 무항생제인증이라도 농약 성분은 검출되어선 안 된다고 고시되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러면서 필요하면 농가 단체에서 빨리 친환경농업육성법을 개정하여 사육환경으로 인한 잔류는 허용될 수 있게끔 법 개정을 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이라고 한다. 한번 검출된 농가는 유기농 사료를 먹이거나 아니면 분뇨에 어떤 조치라도 취하여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게끔 해야 무항생제 인증을 받을 수 있다니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어디 있더란 말인가! 그리고 분뇨에 나오지 않을 때까지 검증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인증 취소가 되는 등 그 해결책은 모두 농가 몫으로 떠넘기고 있다.

잔류 허용기준치의 오류

어떤 식품이건 위해 물질이 조금이라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에서는 농약잔류허용기준치(Maximum Residue Level)를 설정해놓았다. 농약잔류허용기준치(MRL)는 작물의 재배를 위하여 정상적으로 농약을 사용할 경우, 식품에 남아 있는 잔류농약 성분이 허용되는 기준, 식품에 잔류된 농약을 매일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수준의 기준치이다. 작년 문제되었던 비펜트린을 놓고 봤을 때 농약잔류 허용기준치(MRL)가 깻잎이 계란에 비해 기준이 1,000배나 차이 나고 다른 농산물에 비교해서도 계란의 허용기준치가 높은 것을 알게 되어 기준치 확대를 요청했지만 계란은 채소처럼 씻어 먹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었다.

그렇다면 우유와 계란의 차이는 왜 허용 기준치가 5배나 차이 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또한 농약잔류허용기준치(MRL)가 식품공전에 나와 있지 않으면 국제 식품규격인 코덱스(CODEX) 기준을 따르고 코덱스 기준에도 있지 않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해외사례 등으로 별도로 정할 수도 있다. 피프로닐의 경우는 한 국회의원이 설정되어 있지도 않았던 피프로닐 설폰이라는 대사물질을 얘기하며 정부를 비판하면서 인체에 크게 영향을 주는지 아닌지 여부를 따지지도 않고 일단 농식품부와 식약처로 쏟아지는 여론의 비난을 피하고자 급하게 설정해 놓아 지난 몇 년 전에 사용한 것이 현재까지도 잔류가 되어 피프로닐 설폰이라는 대사물질이 계속 검출되어 이중삼고를 겪는 농장도 생겨났다.

계란에는 나오지 않으니 크게 문제 삼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우리는 크게 실수를 했지만, 그 실수는 정부의 잘못된 약품사용 권장 등도 포함된 모두의 책임이기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이번 사태를 정부 차원에서 정리하고 정부와 생산자가 합심하여 좀 더 실현가능한 대비책을 세우자는 것이다.

인증제도 개선 필요

식약처는 계속된 검사 강화만을 주장하고 피프로닐 설폰은 3년 전쯤에 사용했던 농가들도 계속 문제되고 농관원은 분뇨검사 강화라는 엉뚱한 대안을 내놓고 농식품부는 동물복지만을 주장하는 등 농가들로써는 사면초가에 몰려 무항생제 인증을 거의 포기하고 싶어 하지만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이후 한참 동안 병아리 입식을 제한하다 8월 이후에 일시적으로 입식 제한이 풀리며 계란 생산이 4/4분기부터 과잉되어 사상 유례없는 최저 난가가 장기간 지속하여 사육 의지마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식품으로 정부가 권장하여 계란 수출도 장려해야 할 것이 아닌가! 오히려 계란 시장은 정부의 지나친 규제로 신뢰할 수 없는 축산물을 만들어 국내 소비 및 민간에서 진행하던 수출도 크게 위축되어 있다.

교육과 마찬가지로 농업 대책도 백년대계여야 한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인간의 기본 욕구 중 1/3을 먹거리가 차지하고 있으므로 인증제도가 정부의 몇 사람 생각으로 손바닥 뒤집듯 쉽게 세워져서는 안 될 것이다. 생산자들은 무조건적인 정책 반대만 하지말고 소비자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스스로 연구하여 정부에 건의하고 정부가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인증제도가 설정된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수긍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강제성을 띤 법규가 아닌 생산자의 양심으로 만들어진 인증이야말로 진정한 인증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