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nside - 윤현영 작가

  • Published : 2018.02.01

Abstract

Keywords

안녕하세요? 특별한 전시회가 있다 하여 찾아봤는데 난좌에 이렇게 아름다운 수채화가 담기다니 참 신선하게 다가오네요? 어떻게 이런 전시회를 구상하게 되었나요?

양계인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선하게 받아들였다니 제가 감사드립니다. 저는 글과 그림을 취미 삼아 병행하는 50대 작가입니다. 요즘 같이 엄동설한에는 TV 등을 통해 조류인플루엔자(AI)로 떠들썩합니다. 그러면 주변의 닭과 오리들은 한순간에 생매장(살처분)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지난 여름에는 수많은 계란들이 느닷없이 버려졌습니다. 매일 우리 식탁에서 사라지는 닭들과 계란들이 한편으로는 측은하고 미안하고 고마움이 교차하게 됩니다. 분리수거함에는 계란을 운반하고 남은 계란상자(난좌)가 굴러다닙니다. 계란상자도 처음에는 나무였으나 고급 종이로 탈바꿈하여 재탄생되고 계란을 운반한 후에 결국은 분리수거함에 들어가 재생산됩니다.

여기에서 저는 난좌의 생명을 보게 되었고 불교의 윤회와 인연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생명에 그림을 새겨 넣으면 어떨까 하여 착안한 것이 난좌의 판에 그림을 새기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가 처음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네. 지난 초여름에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에서 108개의 작품으로 <인연과 윤회>라는 주제로 전시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거칠거칠하고 손바닥만한 난좌에서 한 폭의 수채화가 담겼고 많은 분의 주목을 받으면서 성공리에 전시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초여름에 기적을 만들었다고 우리 작가들은 자평할 정도였습니다. 이것이 언론(SBS 컬쳐클럽)을 통해 알려지고 또 마침 세종문화회관 관계자에 의해 새롭게 조명을 받게 되면서 이번 제2회 전시회를 하게 된 것입니다. 이번 작품은 새해를 맞이하여 Recycle, Relief, Reborn 등의 뜻을 담아 <달R상자와 열두빛깔 팔레트>전으로 열렸습니다.

▲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린 전시회에 한 시민이 흥미롭게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번 작품들은 저를 포함해 12명(김미영, 김영애, 문영환, 박민선, 신영경, 오남식, 윤현영, 윤혜란, 이근희, 이승호, 정민영, 황선애)이 준비를 하였고 난좌 작품 60점, 일반 수채화 30점 등 다양한 작품들이 이곳 광화랑에서 선보이고 있습니다.

▲ 12명의 작가가 난좌 뚜껑에 준비한 대표작들

▲ 닭, 병아리 등 새들이 고스란히 난좌에 담겨 있다(동료 문영환 작가 작품)

사랑과 자비, 구원과 해탈 등 언어적 표현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종교나 윤리의 틀을 떠나서 우리 마음속 보편적 정서는 언어 이전에 회화라는 예술로 교감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작품들도 그러하길 바라봅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계란을 안전하게 운반해주는 난좌가 새로운 예술 작품으로 태어나다니 마냥 기쁩니다. 처음 길상사 관음보살상을 난좌에 그린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조그만 계란판이지만 이 곳에 드넓은 풍경화를 담고, 섬세한 연꽃이 그려지고, 활짝 웃는 인물화가 담기는 등 참으로 다양한 작품들을 표현할 수 있어 큰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일반 가정에서도 자녀들과 함께 그냥 버려지는 난좌에 취미 생활로 작품을 그려보고 버리는 것도 제안해 봅니다.

종교와 예술을 떠나 이번 전시회가 AI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양계농가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양계협회가 있는 축산회관 내에서 전시하는 것도 제안하고 싶습니다. 아니면 전국양계인대회나 국제축산박람회 등 양계인과 축산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새로운 작품으로 만나고 싶습니다. AI,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 등에서 벗어나 양계산업이 승승장구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길상사에서 전시한 작품들은 많은 분들에게 판매가 되었고 그 금액을 길상사 측에 시주한 바 있습니다. 양계장에도 저희 작품 1~2점씩 보유한다면 뜻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