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가금진료연구소 양계 질병 동향 - 혹서기 이후의 가금질병 발생동향 예측 및 대책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반석LTC)
  • Published : 2017.09.01

Abstract

Keywords

지난 해 말부터 산란계 산업은 AI로 인하여 상당한 피해를 입어 왔다. 재래시장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AI의 추가 발생이 금년 6월까지 이어진 가운데 상반기가 마무리 되었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까지도 AI에 대한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전개되어 왔다. 살처분과 매몰, 그리고 이동금지 조치 등으로 겪어야 했던 AI 발생농가 및 관련 농가들의 직접적인 고충이야 이루 말할 수도 없었겠지만, AI에 감염되지 않고 생존해 왔던 농가들도 나름대로 생산성을 유지하고 계군의 건강을 지키고자 노심초사 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AI로 인한 이러한 피해상황은 우리나라 산란계 산업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자, 다시는 발생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상황이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AI의 발생이 중단된 이후에는 무더위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 가금사육농가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렇게 AI로 인한 재난과 유례없는 무더위로 인한 혹서기 피해까지 겪은 가금사육 농가들이 이제 환절기를 맞은 것이다. 가금산업 구조가 무너지고 계군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로 떨어진 상황에서 맞은 9월에, 가금 사육 농가들이 향후 농장에서 유행할 지도 모르는 질병들에 대해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은 나름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올 가을에 가금농장에서 발생이 예상되는 질병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이들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지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1. 예방백신 접종기회를 놓친 계군에서 해당 질병의 발생 가능성

지난번에 발생하였던 AI는 산란계 농장에 그 피해가 집중되었던 관계로, 당시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던 산란계들은 정해진 시기에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AI가 발생한 산란계농장들에 대한 역학조사결과에서, 산란계농장에서 AI가 발생한 원인으로 예방백신을 접종하기 위해 출입한 백신접종팀에 의한 전파사례가 거론되거나 지적되면서, 백신접종팀의 산란계농장과 산란계 종계농장에 대한 출입이 전면 금지되었었다. 사실 AI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거나, 발생이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인식되던 당시 상황에서 가금사육농가들은 일반 질병의 발생을 감수하면 했지, AI의 발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반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백신을 접종하기에는 부담감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계군에 대한 백신접종을 생략하곤 하였었다. 생(Live)백신은 어느 정도 접종이 이루어 졌으나 백신접종팀이 직접 농가를 방문해야하는 불활화(Killed)백신의 접종이 더 많이 미루어 졌다고봐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유행하고 있었던 닭 질병들을 분석해 보면, 비교적 발생이 많았던 것에 전염성기관염(IB), 가금티푸스(SG), 닭뉴모바이러스감염증(AMPV) 등이 있고 간간히 문제가 되어왔던 질병에 마이코플라즈마(MS), 닭전염성빈혈(CAV), 세망내피증(REV), 전염성후두기관염(ILT), 계두(FP) 등이 있으며, 그리고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문제가 되곤 했던 질병에 닭뇌척수염(AE)과 산란저하증후군(EDS'76) 등이 있다.

과거의 질병발생 패턴을 보면 일반적으로 특정 질병에 대한 백신접종이 생략되는 기간이 길어지면 불현 듯 해당 질병이 발생하곤 했었다. 따라서 이번과 같이 AI가 장기화되면서 피치 못하게 백신접종을 생략한 질병들이 많아지면서 이들 질병의 유행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번과 같은 상황에서 생략되기 쉬운 백신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그것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닭에게 개체별로 직접 접종해야만 하는 불활화백신과 전염성후두기관염(ILT), 계두(FP), 가금티푸스(SG) 등과 같은 생백신일 것이다. 따라서 AI로 인한 백신접종 생략과 최근 많이 발생하고 있는 질병들을 종합하여 볼 때 올 가을에 발생이 예상되는 질병들을 조심스럽게 꼽아보면, 닭뉴모바이러스감염증(AMPV)과 가금티푸스의 유행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전염성후두기관염(ILT)과 계두(FP)의 발생 가능성도 평소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불활화백신을 한 번 접종하는 산란저하증후군도 백신접종이 생략된 계군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2. 관리가 미흡한 종계군에서 유래되는 질병의 발생 우려

AI가 발생하였던 기간에 산란계 종계에 대한 피해도 산란계와 비슷하여 입식제한과 이동통제 등 AI로 인한 조치 등으로 종란을 생산 중인 종계의 건강상태가 ‘매우 좋았다.’라고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조짐들이 보이고 있다. 최근 산란계 농장에 입식되는 초생추들의 품질이 평소보다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초생추를 입식하는 산란계 농장들의 육성관리는 평소보다 더욱 더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문제점이 발견되면 가금전문 수의사에게 신속하게 연락하여 정밀 진단을 받고 조치하여야 할 것이다.

3. 장기간 지속된 혹서기 이후 면역력 저하로 인한 질병발생 가능성

혹서기를 지내면서 계군의 면역상태는 상당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혹서기는 닭에게 지속되는 고온 환경을 이기기 위한 노력을 요구하고, 무더위로 인하여 식욕이 떨어져 사료의 섭취량이 줄어들게 하며, 곰팡이와 세균 및 닭진드기 등의 번식을 용이하게 하는 열악한 사육환경을 제공하는 등 연중 최악의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혹서기에 닭들은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하여 면역력이 저하되고 지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9월은 오히려 아침과 저녁으로는 공기가 선선하고 낮에는 온도가 높은 소위 환절기로 접어드는 시기여서 자칫하면 호흡기 질병 등에 쉽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시기이다. 특히, 올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각종 질병에 대한 백신접종이 생략된 경우가 많아 예상치 못한 질병들에 시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4. 노령계군에서의 문제점

이번 AI로 인해 산란계 농장에서 사육하고 있는 계군의 평균주령은 상당히 올라간 것으로 추정 된다. 특히, 다수의 산란종계에서 AI 발생이 이어지면서 초생추의 생산이 급감하였고, 그 결과로 산란중추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경제적인 상황이 좋지 않았던 농가들은 산란중추 대신 미환우계를 입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더구나 최근 거래되는 미환우계는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시기에 비해서 좋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하면, 미환우계로 판매되는 계군의 평균주령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상황에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미환우계의 입식으로 예상되는 질병 가운데 가장 우려가 되는 것은 역시 가금티푸스이다. 최근 국내에서 가금티푸스의 발생이 상당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미환우계의 입식을 통한 가금티푸스의 유입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비하여야 한다.

다음은 닭진드기의 유입이다. 미환우계의 입식은 중추의 입식에 비해 농장으로의 닭진드기 유입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 한다. 최근 살충제(피프로닐) 오염계란의 충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닭진드기가 유입될 경우 항생제 등을 사용하여 구제할 수 없으므로, 미환우계의 입식으로 인한 닭진드기가 농장에 유입되지 않도록 사전에 각별히 주의하여야한다.

이 시기에 우려되는 산란계 농장에서의 질병발생 동향 예측은 어디까지나 ‘예측’ 일뿐이다. 예측과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으며, 경험이 많은 일부 농가에서는 필자가 제시한 질병 동향 예측보다 더 세부적인 분석과 대책들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산란계 농장에 대한 필자의 오랜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한 예측이니 만큼 미리 대비하여 나쁠 것은 없을 것 같다.

AI가 발생하지 않는 현 시점에 추가하거나 보강할 수 있는 백신이 있다면 접종을 적극실시하고, 면역이 저하된 계군에 대하여 기타 취할 수 있는 조치들도 가금전문수의사와 상의하여 실시하기를 당부 드리는바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기후조건이 가금을 사육하기에 긍정적이기 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고 보아야 한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열사와 면역저하를 걱정해야 하고, 환절기에는 밤낮의 기온차가 심하여 호흡기 질병의 발생을 우려해야 하며, 겨울이 되면 보온 및 환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제 9월이 지나고 10월이 되면 우리나라에 철새들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철새들은 또다시 AI 바이러스를 유입시켜 국내에 발생시킬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지난번 AI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을 만큼 너무도 끔찍한 많은 피해들을 남겼기에 다가오는 가을과 겨울이 우리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다. 기본적인 차단방역 수칙들을 준수하고, 혹한기에 소독기가 얼어서 소독을 실시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며, 축사 전용 신발을 착용하고 백신접종팀과 계란유통 상인들에 대한 방역조치를 강화 하는 등 지난 번 AI 발생이 남긴 교훈들을 바탕으로 철저한 차단방역 조치들을 실행할 것을 당부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