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계란산업 소통하는 정책 절실하다

  • Published : 2016.04.01

Abstract

Keywords

송나라의 재상이었던 왕안석은 ‘富國强兵(부국강병)’을 기치로 ‘新法(신법)’을 추진해 재정난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반대파와 백성을 설득하는데는 실패했다. ‘新法’은 백성들의 세금과 군사 부담이 늘면서 불만이 팽배해져 결국 송나라가 큰 혼란에 휩싸였으며‘新法’은 철회됐다. 이는 소통하지 못한 정부 정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이다. 

정부 정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는데 있어 소통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정책 소통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상호 의견수렴과 설득과정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민의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해지면서 소통 없이는 정책효과를 거두기가 어렵게 됐다. 특히 위기 극복이나 개혁을 추진할 경우 소통을 통해 이해당사자를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이 성패를 가늠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추진하고 있는‘계란 위생기준강화 방침’이 논란이다. 관련업계는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정책이라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식약처가 지난 2015년 12월 14일 개최한 ‘계란 안전관리 추진 최종 설명회’에서 일방적으로 계란 위생기준 강화 방침을 내놓으면서다. 주요 골자는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 식용란수집판매업자의 모든 판매 품목의 신고, 계란 세척시 10℃ 이하의 냉장유통 의무화 등이다. 계란유통 종사자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국내 계란 일일 생산량은 평균 3,500만개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엄청난 물량 중 60% 가량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곳이 바로 계란유통인들 ‘식용란수집판매업체’이다. 이들이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반기를 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계란 위생기준 강화 방침’이 종사자들을 목을 죄는 정책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고 있지 않은 ‘산란일자 의무 표기’에 쓴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조공장 등 인프라가 잘 갖춰진 낙농산업도 착유일자를 표기하지 않고 제조일자도 업계자율로 이뤄지고 있는데 반해 모든 조건에서 열악한 계란유통에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정부 정책을 따르자면 빚을 내는 수밖에 없을 텐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수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끌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계란유통시장 선점을 두고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져 영업이익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한 시설투자를 강요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수용될 수 없다. 물론 소비자들의 소비패턴 변화로 ‘안심할 수 있는 계란’, ‘신뢰할 수있는 계란’공급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이런 의지로 정부가 계란유통을 강화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자금지원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없는 유토피아식 정책 전개는 대다수 계란유통인들에게 깊은 절망감을 안겨줄 것이 뻔하다. 

사실 정부 정책이 긍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내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식약처의 이번 방침은 계란유통인들의 의견은 묵살하고 정부의 입맛대로 정책을 추진해 계란유통인들의 손과 발을 마비시키겠다는 처사로 내비쳐지고 있다. 정부가 계란유통인들을 고의적으로 범법자를 양상하기 위해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식약처의 방침을 곧이곧대로 현장에 반영해 단속에 나설 경우 전체 계란 유통인들의 90%가 졸지에범법자로 내몰리게 된다.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계란 유통인들은 그동안 냉동·냉장 탑차 지원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정부 의지대로 신선한 계란 공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현재까지도 냉동·냉장 탑차 지원은 감감무소식이다. 이 때문에 계란유통 종사자들은 정부는 늘‘당근’없는‘채찍’만 강요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정부는 앞선 지난 2011년 4월 1일 계란 위생을 크게 강화하는 골자로 한 ‘식용란수입판매업’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당시에도 논란이 거세게 일었던 게 사실이다. 현장에서는 ‘식용란수집판매업’이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장의 제도개선 목소리를 적극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쉼없이 제기했다. 불과 5년이 지나지 않아 또다시 오류를 야기하고 있다. 계란유통 종사자들의 의견은 수렴하지 않은 채 정책을 위한 정책을 또다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과연 실현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송나라의 재상 왕안석이 추진한 ‘新法’은 그 자체만으로 훌륭했지만 소통과정을 생략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다 백성들의 반발을 사 국가 자체가 흔들리는 사태를 야기시켰다.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책 자체의 질도 중요하나, 이해당사자들과의 원활한 소통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구성원들이 인정하지 않는 정책은 만들어지면서부터 사장된 정책이다. 이제라도 계란유통인들이, 계란산업이 적극 환영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