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유비무환(有備無患), 양계산업이 주목할 변화요인

  • 서옥석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가금과, 월간양계)
  • Published : 2012.02.01

Abstract

Keywords

지난해 필자의 일터인 농촌진흥청 당국이 소속 연구원들에게 ‘지금 이 시대가 농산업을 향해 보내고 있는 핵심단어, 다시 말해 키워드(KEYWORD)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보냈다. 국내·외 동향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들으며 문제풀이를 한 연구원들이 내놓은 답이「FAST & SLOW : 창조적 공존」이란 단어였다. 흑과 백, 낮과 밤만큼이나 차이가 분명한 빠름 (FAST)과 느림 (SLOW), 이 두 가지 것이 창조적으로 함께 한다는 것이 도대체 뭔말인지? 뒤의 설명을 보면 ‘FAST’는 세계화 등에 따른 역동적인 변화와 도전을 의미하고 ‘SLOW’는 삶의 질과 여유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 FAST에 속하는 단어로서는 FTA(갈등과 도전), Agribusiness(農事에서 農社로), Smart Farm(농업과 소셜네트워크와의 만남), Transition(젊어지는 농촌, 귀농) 등이고 SLOW 속하는 단어는 Safety(안전한 먹을거리), Link(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 Origin(복고열풍), Waste(농업 부산물의 새로운 가치) 등이 있었다.

이러한 주장에 얼마나 공감하느냐 하는 문제는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FAST & SLOW」란 말이 품고 있는 생각들이 눈앞에 들이 닥친 FTA라는 개방의 물결, 향후 60년간의 국가발전 패러다임으로 선포된 '녹색성장', 소비자의 보편적 정서로 자리 잡은 'Wellbeing', 'LOHAS' 등의 말들과 왠지 맥을 같이하는 것이란 느낌은 대부분 가지게 될 것이다. 적어도 공감하는 만큼은 도전과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금년 한해는 그동안 예측과 화두에 머물러 있던 변화 요인들이 표면으로 떠오르고 그로 인한 갈등도 구체화 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양계산업이 주목할 일들이 어떤 것들인지 함께 음미해 보자.

첫째, FTA에 따른 갈등과 어려움 때문에 정부, 정치권에 대한 생산농가의 불만이 가시화될 것이다. 한·미 FTA 발효가 눈앞에 놓여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칠레, 싱가포르, ASEAN 10개국, EFTA 4개국, 유럽연합 27개국, 인도, EU, 페루 등 여러 나라들과의 FTA가 체결되어 발효 된 판인데 미국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대해 유독 신경을 쓰게 되는 이유는 미국이 닭고기 생산규모 년 1천6만 톤으로서 세계 22%를 차지하고 우리나라 43만 톤의 37배라는 워낙 큰 덩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점차 똑똑해지는 소비자들이다. 건강, 안전성을 요구하는 소비패턴이 보다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기에는 스마트폰이 큰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이란 기존 휴대전화의 기능에 컴퓨터의 기능이 결합되어 기가 막히게 똑똑해진 초소형 전화기를 말한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원산지, 가격정보, 기능성 등을 실시간적으로 제공받는다. 이런 소비자들이 양계산물을 고를 때 품질을 따지는 눈높이가 하루하루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이 스마트 소비자를 만들어 나간다. 한편으로는 FTA로 인하여 낮아지는 가격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수입 농산물의 이력추적의 어려움과 안전성 논란으로 인해 국산 축산물의 인기가 올라갈 수도 있다.

셋째, 환경에 부담을 주는 생산 활동에 대한 우리 사회의 봐주기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육계농장의 경우만 따져 봐도 5만수 규모의 농장에서 연간 소비되는 난방용 유류비용은 4천만원에 이른다. 전국의 육계농장을 계산한다면 860억 원으로 추정되는 막대한 화석연료가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넷째, 축산업의 입지에 대한 거부감이다. 축산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변한다. 과거의 경우를 친밀단계, 지금의 상황을 좋게 봐서 관대화 단계라 한다면 앞으로는 배척단계가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는 역할을 한 것이 지난해 구제역과 AI다. 아직까지는 '아름답고 쾌적한 농장(Clean Farm)을 만들어 달라' 주문 수준이지만 그것이 언제 ‘우리 동네에서 양계장 나가달라’는 요구로 바뀔지 모른다.

다섯째, 윤리적 소비문화가 대두될 것이다. 윤리적 소비(Ethical consumption)란 개인적이고 도덕적인 믿음에 근거해 내리는 의식적인 소비선택으로서 당장 자신에게 경제적인 이득이 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관점, 이웃에 대한 배려, 자연환경까지 생각하는 관점에서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다. 동물학대제품 불매, 재활용제품 사용, 우리고장 물품을 사용하는 로컬푸드 소비, 사회적 기업 제품 소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우리나라의 육계생산방식은 생산량 90% 이상이 계열화되어 「값싸게, 빠르게, 많게」라는 콘셉트로 지나치게 획일화된 상태에서 광역지역을 대상으로 생산과 유통활동이 펼쳐진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사회일각에서 Local Food 혹은 Food Millage 정신을 구현하라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의 배경은 날로 높아지는 환경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다. 축산물 구매성향이 가격 우선의 양적 기준에서 안전성과 품질 중심의 질적 기준으로 바뀌어가고, 고품질 친환경 유기 축산물 소비시장이 증가하고 있다.

2011년 3월 일본 원전사고 때 ‘방사능 제거 요오드성분이 천일염에 많다’는 말이 퍼지자 천일염 사재기 현상이 일본 전역에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안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단적인 사례이다. 국가의 정책도 이러한 추세를 적극 반영하는 추세다. 배합사료첨가제로서 항생제 사용 금지, 동물복지 문제 특히 닭케이지 사육금지 추진 등이 그러한 맥락이다. 부화장 HACCP 평가기준이 확정되면서 가금산업 전 분야에 걸친 HACCP 인증시대가 개막되었다. 모두가 변화에 대한 준비이다. 생산자인 우리도 변해야 한다. 유비(有備)면 무환(無患)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