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서사물 장르와 사회 사이의 공진화(共進化)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로 바흐친의 크로노토프(Chronotope) 개념을 제안한다. 바흐친은 크로노토프 개념을 통해 문학작품이 시간과 공간 축이 교차되는 토대 위에 있으며, 그러한 교차 위에 서 있는 문학작품이 언제나 사회적이고 역사적인 크로노토프와 대화하고 상호 침투하고 있다고 말한다. 따라서 문학작품, 또 그것에서 확장된 영화나 드라마 등 서사물 일반의 크로노토프를 찾아내고 분석하는 일은 서사물의 크로노토프와 사회의 크로노토프가 어떤 공명 과정을 통해 특정한 사회적 실재들을 만들어왔는가를 밝히는 일이다. 이러한 개념을 분석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크로노토프 드라마 분석 방법'을 제안하고 구체적으로 한국 메디컬 드라마 장르를 분석했다. 의료와 건강, 질병이라는 자연화된 범주들은 실제로 사회적으로 구성된 실재들이며, 이러한 사회적 구성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중서사물에 대한 분석은 중요하지만 과소하게 이루어진 작업이다. 분석 결과,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크로노토프는 <종합병원> 이래로 등장한 '학교의 크로노토프'와 <하얀거탑> 이래로 등장한 '밀실의 크로노토프'를 변주하며 발달하고 있었다. 이때 장르적 크로노토프는 공간적으로는 확장되고 시간적으로는 응집되어가고 있었다. 다시 말해 장르 내 구조와 체계의 영향력은 커지고, 개별 주체들의 역량은 작아졌다. 이러한 크로노트프의 변화는 신자유주의적인 공간 팽창과 동시적 생산이라는 사회적 현실의 크로노토프와 공명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흐름은 의료라는 범주를 포섭해 나갔으며 나아가 드라마 텍스트의 크로노토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또한 메디컬 드라마 장르가 만들어내는 의료에 대한 대중적 이해는 다시 의료라는 사회적 실재를 구성하는 과정에 틈입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본 논문은 모바일 게임과 게임하기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살피기 위해 모바일 게임의 시공간적 특성을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크로노토프(chronotope) 개념을 통해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소설에서 재현되는 시간과 공간 사이의 내적 연관을 지칭하는 개념인 크로노토프를 바탕으로 모바일 게임 플랫폼에서의 시공간 경험과 모바일 게임 텍스트의 재구성 간의 내적 연관을 살펴보았다. 모바일 게임은 플레이어라는 존재 기반의 혼종적 플랫폼을 통해 게임하기의 행위를 일상의 시공간과 중첩시키면서 플레이어의 의지를 바탕으로 지금-여기의 세계를 구축한다. 플레이어를 플랫폼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의 크로노토프는 가상세계에 접속하는 것이 아닌, 지금-여기라는 현재의 공간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이와 같은 모바일 게임의 크로노토프 재현 양상을 역할수행 게임과 위치기반 게임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모바일 역할수행 게임에서는 자동 전투 시스템을 중심으로 플레이어가 느슨한 거리감을 유지면서 서사적이고 관계적인 경험이 약화된 탈역사적 크로노토프가 나타난다. 위치기반 게임에서는 가상세계와 실제세계의 중첩을 통해 유희적 의미를 발생시키는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생성의 크로노토프가 나타난다.
This essay questions and attempts to answer why and how Shakespeare set his plays in time and space other than his own England. Bakhtin's concept of chronotope as integrated time-space offers a model of establishing "a historical poetics." Shakespeare's chronotope has been either negated as mere names for transcendental ideas by universalists, or reduced to a "cover" for contemporary England by historicists. Refuting such either/or approach, this essay claims chronotopic dynamics of both/and as Shakespeare's intentional poetics of ambiguity. While Shakespeare clearly wants to build fictional chronotope distant from reality and does so through verbal repetition, character names, alternation of locales and speaking directly to the audience, he also brings in reality through the figure of clowns and the theatrical space of platea. Anachronism and topological errors ensuing from chronotopic collision register desire to produce multiple meanings. Shaped by historical forces such as Renaissance poetics, education, censorship and new geography, chronotopic form itself is a witness of historicity as much as the coded ideological messages New Historicists industriously delve out. Shakespeare's chronotopic dynamism offers the space for dialogue and appropriation to modern readers, a practice no less worthwhile than history lesson.
2015년 발표된 유하 감독의 영화 "강남1970"은 바흐찐이 말하는 서사 속 시공간의 결합관계, 크로노토프의 중첩을 살필 수 있는 서사다. 이 영화는 또한 강한 야망과 폭력으로 부와 권력을 이루려는 개인의 서사와 1970년대 서울 강남개발을 둘러싼 비리와 폭력, 한국 사회의 변동사, 그리고 그것을 회고하는 현재의 시각이 어우러진 서사이다. 본 논문은 이 영화가 폭력을 휘두르며 범죄를 일삼는 주인공의 행보를 경제개발 시대 변화에 참여하여 그 이익을 향유하고 부를 축적하는 것을 성취로 받아들인 70년대 일반인들의 욕망의 맥락 속에서 제시하고 현재 한국 최고가 부동산 지역으로 여겨지는 강남에 대한 다수의 선망에 기대어 관객의 공감을 얻고자 했다고 본다. 서사의 중심이 되는 강남은 관객의 시공간에서 한국 현대의 변화를 집약하는 실제 장소이며 한국 사회의 욕망을 대변하는 상징적 장소다. 한국인들은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상황에서 경제적 성취를 향한 비교와 경쟁에 익숙해졌고 도시화된 삶에서 자본주의가 생산해내는 상품과 새로움의 환상의 악순환에 묶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영화는 한국사회의 집단적 감정으로서 선망에 기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1970"은 그러한 한국인의 욕망의 양상을 조폭영화 서사로 풀어나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강한 야망과 폭력으로 급격하고 막대한 부의 성취를 하려는 개인의 모습이 그 시대 보통 사람의 욕망으로 치환되고 막대한 부에 대한 강한 야망,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정서가 거리감 없이 공유된다면 문제가 된다. 역사적 집단적 회고나 현재 사회적 정서가 선망으로 채색되는 것은 그 집단, 사회가 심리적 분열의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표시가 될 수 있다.
This article examines how Cuban-American writer Cristina García interweaves all possible experiences of Cubans through Dreaming in Cuban in terms of Bakhtin's concepts of heteroglosssia, hybridization, and the chronotope. In so doing, it reaffirms the applicability of these concepts as tools for interpreting speech genres while reevaluating and reexamining the novel in terms of Bakhtinian narratology. García identifies a sociopolitical cacophony in both America and Cuba from an open-minded perspective, striving to maintain a balance between them despite undesirable experiences with her patriotic mother and individuals in the Miami community where she worked as a journalist. In practice, she projects sociopolitical ideas onto her heroines' depictions, representing their consciousnesses in a process of interaction with others. In particular, García allows her three generations of heroines, Celia del Pino, her daughters Lourdes and Felicia, and her granddaughter Pilar Puente to live as staunchly political figures. In this way, García creates a unique novelistic situation by opposing or juxtaposing all aspects of her heroines and pitting them in a dynamic interaction with their environments. As they repeatedly tease, contradict, refute, and do battle with each other, her heroines expose various problems with the sociopolitical ideologies in both the Cuban and American contexts. García succeeds in her attempt by introducing Bakhtin's model of the "becoming" hero and depicting her heroines in dynamic interaction without her own interference. In particular, the devouring inner monologues of Pilar and her Cuban aunt Felicia are presented as the products of their extraordinarily developed self-consciousnesses, through which García attempts a multilateral approach of showing, rather than telling, her heroines' interactive inner worlds as well as introducing sociopolitical contexts. Generic factors such as epistles, diary entries, and ads copy are hybridized into Celia's and Lourdes' stories, serving the heroines' interactive contexts while filling in the many narrative gaps that result from the approach to Cuban and American history. The Bakhtinian perspective permits the interpretation that this generic hybridization enables García to cover narrative gaps resulting from the expansion of chronotopes.
본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의 영화적 재현이 어떻게 일상의 영역에서, 그리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상상력'을 촉발하고 공통의 감각과 정동을 불러일으키는가 살펴보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는 오랫동안 망각되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공공 기억의 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러한 전환에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담론화를 가능하게 만든 국내외적 크로노폴리틱스(chronopolitics)가 존재한다. 이는 '시간의 정치학'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독특한 위상을 보여주는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영화적 재현은 역사적 크로노폴리틱스와 연속적이면서도 단절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각적 크로노폴리틱스를 드러낸다. 한국영화사의 맥락에서 일본군 '위안부' 재현의 크로노토프는 크게 4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1990년대 이전 일본군 '위안부'의 극적 재현들, 둘째, 증언과 역사쓰기로서 199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 셋째, 2000년대 들어 멜로드라마적 감수성을 이끌어낸 극영화들, 넷째, 애니메이션 및 기타 장르를 포함하는 매체의 확산이다. 이들 중에서 '위안부' 문제를 대중적 극영화(fiction film)의 범주에서 표상하고 있는 첫 번째 국면과 세 번째 국면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990년 이전의 '위안부' 극영화들이 철저히 상업영화와 대중장르의 틀을 고수하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성애화를 추구했다면, 200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대중영화의 양식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실험해보고 있다. 특히, <귀향>,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등과 같은 2000년대 '위안부' 극영화들의 등장은 우리가 그간 생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 등을 통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이슈에 대하여 과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한 '문화적 재현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의 여러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2000년대 영화적 재현의 전략들에 주목하면서, 이 글은 멜로드라마의 대중 정치학, 피해자성과 폭력의 재현, 메타기억으로서의 일본군 '위안부' 극영화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멜로드라마적 상상이자 메타기억으로서, '위안부' 극영화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통과해야 할 역사적, 정치적, 미학적 관문들을 보여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근의 극영화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의 관계를 넘어서, 오래된 식민 구조를 해체하고자 하는 탈식민주의적 과제이자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이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트랜스내셔널한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방식에 이 글은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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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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