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 후원의 부용정(芙蓉亭)은 독특한 평면형태, 공간구성, 건물의 장식 등이 뛰어난 비례와 대비를 이루고 있는 점을 인정받아 2012년 3월 2일에 보물 제1763호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지정사유가 형이하학적으로 평가되었고, 그마저도 왜 지금과 같이 독특한 형태로 조영되었는지 명확하게 규명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연철학 및 사상에 관한 형이상학적 접근을 시도하였고, 조영의도와 공간구조의 특징을 규명하여 부용정의 정체성을 찾는데 주력하였다. 요약된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부용정의 조영배경 및 특징: 정조는 즉위와 함께 창덕궁 후원에 규장각(奎章閣)을 창설하고 개혁정치의 일환으로 초계문신(抄啓文臣)을 양성하였다. 또한 각신(閣臣)들을 가인(家人)처럼 우대해주며 친정체계를 구축하였다. 정조의 적극적인 개혁정치는 신하들에게 후원을 구경시켜주기는 계기가 되었으며, 정조 16년(1792)에 각신을 중심으로 한 내각상조회(內閣賞釣會)를 공식적으로 발족하고 후원유람을 정례화하게 되었다. 후원유람은 꽃을 보고 낚시를 하는 상화조어연(賞花釣魚宴), 난정수계의 활동 등으로 이루어졌고, 이후 국가의 대신들이 참석하게 되면서 큰 행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정조는 대신, 중신, 각신들과 이러한 문화 활동을 함께하고 나아가 자신의 왕도정치를 실현할 장소로써 부용정을 조영한 것이었다. 둘째, 부용정의 입지와 공간적 특성: 정조는 즉위(1776)와 함께 택수재를 새롭게 개축하였다. 무엇보다 개유와-택수재-원도-어수문-규장각을 축선에 맞춰 연계한 점은 자신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재의 규장각 일원을 계획-설계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조 17년(1793)에는 기존의 사우정(四隅亭) 형태였던 택수재를 군신(君臣)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위계를 두어 증축하고 부용정이라 칭하였다. 지당 위에 위치한 부용정의 북쪽공간은 임금의 공간으로 다른 곳보다 한 단 높게 조성하였고 창호도아자살로 차별화한 특징을 보인다. 서쪽과 동쪽은 신하들의 공간이다. 중앙공간은 양측의 신하들이 북쪽공간에 입어한 임금을 배알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며, 서쪽과 동쪽의 신하들은 부용정의 귀퉁이 공간을 돌아 남쪽공간에서 중앙공간으로 입실하게 되는 구조로 조영되었다. 결국 부용정은 최소한의 공간으로 편전(便殿)의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원건축물인 것이다. 셋째, 부용정의 문화적 가치: 부용정 일원은 세조, 인조, 현종, 숙종, 정조 등 왕들의 사유적인 정원문화가 복합적으로 존재하며 꾸준히 발전된 특징을 보인다. 특히 정조는 선왕들이 조성해놓은 다양한 물리적, 사회적, 상상적 환경 등을 계승하였고 더불어 자신의 왕도정치를 위해 신하들을 후원에 불러들였으며 그 중추적 장소로 부용정을 완성한 것이다. 곧 부용정은 조선왕조의 영속성이 반영된 정원건축물로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 수 있으며, 공간적으로도 유교사상이 정자에 반영되어 위계가 구분된 독특한 사례로써 왕의 정원에서만 나타나는 특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는 궁원의 복원 및 창덕궁 태액지의 원형경관 규명을 위한 기초연구로 창덕궁 주합루 일대에서 시대상이 투영되어 형성된 독특한 경관과 한국 전통수경관의 특수성을 규명하는데 목적이 있다. 창덕궁 태액지는 인조 연간에 용지(龍池)라는 명칭으로 축조되었으며, 숙종 이후 태액지로 개칭되어 불려졌다. 태액지에는 신선도를 의미하는 섬과 청서정, 택수재, 부용정의 수경을 감상하기 위한 정자가 조영되었으며, 방지라는 형태적 특징에 의해 사방에는 건물군락이 비대칭적 균형구조로 배치되었다. 이 일대의 배치에는 정형적 축선구조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열고관 개유와, 정자, 다리, 섬, 어수문, 주합루가 남북 중축선상에 위치하고, 섬과 어수문은 동서축을 이루는 분기점이 된다. 본 연구에서는 태액지 섬과 정자의 변천과정을 분석하여 섬과 정자를 조영하는 방식에서 일정한 규칙성이 제시되었다. 또한 태액지 일대의 이용분석에서는 조망에 의한 정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정조 시대에는 직접 지당에서 다양한 뱃놀이와 낚시하는 동적인 유희활동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은 태액지의 공간구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이 당시 배를 타는 행위가 비중 있게 행하여지자 배의 운행을 위해 태액지와 섬을 잇는 다리가 철거되었고, 섬의 크기도 작아지게 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태액지 일대에 표현된 상징체계는 어변성룡과 군신주합이라는 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 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공간구성요소로 택수재, 물고기 조각, 어수문, 주합루 등이 도출되었다.
본 연구는 대한제국과 그 전후의 시기를 중심으로 창덕궁 부용정과 주합루 권역의 원형 경관을 새롭게 조명하고, 향후 복원정비에 유용한 연구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부용지 인공섬의 석축은 본래 정연하게 가공된 석재를 활용해 바른층쌓기로 조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1960~1970년대의 정비공사 과정에서 부용지 인공섬은 자연석과 가공석이 혼합된 형태로 변형되었다. 부용지 인공섬의 상부에 설치된 난간은 유사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시설로 대한제국기에도 실존했지만, 일제강점기에 완전히 멸실되었다. 둘째, 오늘날 어수문 좌우에 남아 있는 취병은 2008년 조릿대를 기반으로 재현된 결과물이다. 어수문 취병의 식물 소재를 주목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구체적인 수종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관련 자료와 정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하면 적어도 근대기의 어수문 취병은 동관왕묘와 경복궁 건청궁처럼 '향나무'로 제작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주합루 후원은 석계 형태의 구조물 위에 수목이 밀생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주합루 후원의 석계는 비교적 개방된 형태로 관리되면서 주변 건축물을 왕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기능하였다. 하지만 1980년대 후반에 대규모 식재공사가 이루어지면서 주합루 후원은 화계와 같은 형태로 정비되었고, 다수의 화관목이 식재되어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모하였다. 넷째, 규장각과 개유와처럼 서고(書庫) 기능을 가졌던 영화당 남행각은 1900년대 후반 무렵에 멸실되어 본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건축물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근대기 사진과 스케치 자료를 토대로 영화당 남행각의 배치축을 확증하고, 형태와 의장적 특징을 확인하였다. 또한 기초자료 구축 차원에서 「동궐도」와 「동궐도형」을 참고한 추정복원도를 제시하였다.
창덕궁 후원의 경관요소로서 현판과 주련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한 연구가 많았으나 중국인 관람객의 경관인식을 실증 연구한 사례는 없었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실증연구를 통해 중국인 관람객들이 창덕궁 후원에 있는 현판과 주련을 얼마만큼 주목을 하는가, 주목을 한다면, 얼마만큼 이해하는가, 현판과 주련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그리고 부용지와 옥류천 권역에서 경관인식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보는 것이다.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중국인 관람객의 97.5%가 창덕궁 후원의 현판을 읽었으며, 이는 대부분의 중국인 관람객이 한자 기호에 대해 익숙하기 때문에 현판과 주련에 대한 인식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현판과 주련에 대한 이해도'가 유의한 값(0.00 < 0.05)으로 나타났으며 평균값이 3.39 > 2.97로 현판이 주련보다는 이해도가 더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전체 경관을 해석에 있어서 현판과 주련에 대한 도움'이 유의한 값(0.00 < 0.05)으로 나타났고 평균값이 3.85 > 3.37로 현판은 주련에 비해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 부용지와 옥류천 권역의 현판과 주련에 대한 인지도 차이를 검정한 결과 부용지 권역의 부용정, 옥류천 권역의 소요정 현판은 주변 경관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에 대한 상관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실제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 관람객들이(4인) 공통적으로 제시한 것은 현판과 주련에 대한 이해도는 자신의 교육 배경, 직장,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외에 응답자는 경관 감상할 때 있어서 해설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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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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