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지명연구 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장소정체성과 스케일 정치 그리고 영역경합의 세 가지 개념을 사용하여 충주지역 지명의 특성을 밝혀보고자 하였다. 먼저 장소정체성과 관련하여 새로 바뀐 충주시 '수안보면'은 이전의 지명인 상모면보다 지역이 가지고 있는 천연자원인 온천의 속성을 크게 부각시킬 뿐만 아니라 정체성의 구성 조건인 '수적 유일성'과 '질적 동일성', 그리고 '자아 동일성'을 가지고 있어 이 지역의 장소정체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둘째, 지명을 통한 스케일 정치는 스케일의 상승과 하강으로 구분하여 살펴볼 수 있는데 지명 스케일 상승의 사례로는 충주시 이류면의 옛 지명인 이안면을 들 수 있고, 하강의 사례로는 조선시대 읍호승강제에 따른 충주의 읍호승강과 1917년 행정구역개편 때 충주군현 지명이 충주면으로 축소된 경우와 일본에 의한 월악산의 한자지명의 변경을 들 수 있다. 셋째, 지명 영역변화의 사례로는 지명 표기자가 지명 영역과 더불어 변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먼저 지명 표기자가 지명 영역과 함께 변화한 사례로는 충주시 용두동과 이류면 금곡리가 있다. 지명 표기자가 변하지 않으면서 지명 영역이 변화한 경우는 현재 충주시를 동서로 흐르는 달천을 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결과는 지명이 장소정체성을 재현하고 구축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는 사회적 영향에 의한 지명 변화의 사례로 전라북도 진안군 지역의 유교식 지명과 주줄산의 지명 대체 과정을 살펴봤다. 진안군의 주천면, 정천면, 안천면의 지명(면명)은 유교사회의 이상향에 부합하는 자연 조건과 유교 사회라는 사회적 조건의 결합에 의해서 형성되어, 기존의 지명을 대체한 사례이다. 이 지역의 지명은 유교 사회라는 사회적 상황과 이와 부합하는 자연 조건의 결합에 의한 의도적이고 상징적인 지명 형성으로 보인다. 처음에는 자연지명인 하천명으로 도입되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에 면명으로 채택되었다. 그리고 좁은 지역의 지형적 특징을 반영하는 일반적인 유연성 지명과는 달리, 유역 전체를 상징적 체계로 일관성 있게 지명을 부여했기 때문에 자연 조건보다는 사회적 영향이 더 큰 역할을 했다. 주줄산에서 운장산으로의 지명(산명) 대체는 자연 조건의 변화 없이 순수한 사회적 영향에 의한 지명 변화이다. 주줄산으로만 사용되었던 산명이, 운장산과 병립하여 사용되고, 운장산으로 완전히 대체되는 과정을 거쳤으며, 교체 시기는 1910년대이다. 주줄산보다는 운장산이 발음이나 한자의 난이도에서 장점이 있으며, 같은 산체인 구봉산이 근원이 되어 운장산이라는 산명이 등장했고, 일반적으로 거론되는 특정 인물(송익필)의 관련설은 운장산이라는 산명 교체를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는 목판본 "대동여지도"의 수록 지명을 "청구도"와 비교함으로써 목판본 제작 과정에서 필사본을 바탕으로 목판본이 제작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변화를 가했고, 이에 반영된 수록 원칙을 찾아 보고자 하였다. 두 지도가 동일 계열임에도 불구하고 수록 지명에 있어서 적지 않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청구도"에서 가장 많이 삭제된 지명은 방리 지명으로 목판본 제작시 이의 삭제 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명이 삭제된 대신 다른 유형의 지명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대동여지도"의 추가지명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산과 하천, 해안 지명과 함께 진(포), 진보, 역참 및 창고지명 등이다. 수록 지명에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이루어 진 것은 당시 지도 제작 과정에서 수록 원칙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추가지명 중 인문 지명의 분포는 자연지명과는 달리 지리적인 분포에서 일정한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 주목된다. 특히 군사 방어적인 성격을 지니는 진보, 봉수, 역참, 창고 지명은 북부 지역에서 집중 분포한다. 적지 않은 목장 지명이 새롭게 기재되는 것도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목판본 "대동여지도"의 지명을 수록하는데 밝혀진 원칙은 지도 제작의 사회적인 측면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이 연구는 유엔지명전문가그룹에서 진행되고 있는 지명 논의의 내용을 분석하고, 이에 기초하여 우리나라 지리학 분야의 지명 연구에서 향후 보완, 확대, 발전할 수 있는 연구 분야와 주제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지명연구는 지명의 창출자와 소유자의 관점에서 지명의 생성과 변화에 나타난 지역의 인문적, 사회적, 자연적 특성을 밝히는 데 주력해왔다. 반면, 유엔의 지명 논의는 지명 사용의 주체와 그 형태, 각 언어집단의 역할, 가치 있는 지명의 보존 등 지명의 사용자 측면을 강조하면서 지명 표준화의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유엔의 논의를 수용한 보다 확대된 지리학적 지명연구의 분야를 정립하기 위한 연구방향으로서, 우리 언어의 외래지명과 토착지명 사용, 지리적 실체의 본질과 인식, 국제적인 지명소통을 위한 표기법의 문제, 무형문화유산으로서 지명에 대한 연구 등이 제안된다.
본 연구에서는 지명 DB와 수치지도 DB를 효율적으로 연계하여 지명을 지도제작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우선 지명의 시간에 따른 변화를 관리할 수 있도록 지명 DB의 이력관리 부분을 수정하였다. 또한 지도제작에 지명을 활용하기 위해 지명 DB에 지도연계 테이블을 추가하여 수치지도 DB와 연계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수치지도 DB와 지명 DB의 통합운용을 위해 데이터 이질성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약결합 방식을 제안하였고, 법정동코드와 지명을 조합하여 ID로 두 DB를 연결하는 방법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시한 방법을 통해 지명 DB의 지명을 지도제작에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명DB의 개선을 통해 향후 지도제작 등 지명 DB의 원활한 활용이 기대된다.
본 연구에서는 지명 '호남'에서 '호'의 기준점과 지명 등장 시기에 대한 기존의 논의를 살펴보고, 기준점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못하는 이유를 지명이 의미하는 지리적 범위의 변화 가능성에 중점을 두어 논의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에 제시되고 있는 '호'의 기준을 검토해 본 결과, 현재 인식하고 있는 '호남=전라도'를 기준으로 했을 때 방향과 지역적 장애 측면을 고려하면 호남 3호보다는 금강을 기준으로 그 남쪽 지역이라는 의미로서 '호남'이 타당성을 지닌다. 둘째, 기존에 제시되고 있는 기준 중에서 호남과 호서를 동시에 만족하는 지리적 기준점은 없다. 두 지명은 각각 다른 기준점을 기준으로 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인식하고 있는 '호남=전라도', '호서=충청도'와 같은 지리적 개념이 아닌 문화적 개념으로서 두 지명이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은 조선시대 초기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셋째,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각각 '호남'이 의미하는 지리적 범위가 각각 달랐을 가능성이 있다. 즉, 지명이 처음 등장한 고려시대 때에는 기준점의 남쪽이라는 지리적 의미가 중요했으나, 조선시대에는 문화권 개념으로 정착되면서 의미하는 지리적 범위도 변화했을 가능성이 있다. 넷째, 지명 등장 시기가 고려시대이고, 조선시대 이후 지리적 범위 변화가 있었다는 가정을 전제로 했을 때 호남 지방에서 '호(湖)'의 기준은 한강일 가능성이 있다.
인류는 한 장소를 다른 장소와 구분하기 위해 지명을 사용해왔으며, 지역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지명이 선택된다는 점에서, 지명은 인간의 집합적인 의식의 산물이다. 또한 지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성을 가지며, 그 변화의 이면에는 사회 집단들의 경쟁과 투쟁 그리고 헤게모니 집단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지명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치적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최근의 지리학계의 지명연구는 이러한 정치 사회적 과정에 주목하고 있으며, 본 논문은 이러한 연구경향의 연장선상에서, 1990년대 중반 도농통합적 행정구역 개편 당시 시의 명칭을 둘러싼 논쟁을 정치 지리학적으로 살펴보았다. 통합 당시 시 군 주민들은 지명이 가지는 역사성과 인지도를 내세우며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였으며, 지역의 경제력이 정치적 자원으로 동원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통합시 명칭의 결정은 주로 인구규모나 기초의회 의원의 숫자 등 정치적 자원의 양으로 결정되었으며, 일부 지역은 시의 명칭을 통합의 협상카드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이는 지명의 결정이 정치적 경합관계의 산물임을 보여주며, 이러한 정치적 논쟁속에서 지명은 시 군의 영역성(territoriality)의 상징이 된다. 시명칭의 결정 이후에도 지명은 지역정치에서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며, 이는 향후 행정구역 개편과정에서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명 결정의 방법이 고민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명은 생활환경에 대한 인간의 인지적 표현이자 시 공간적으로 변화하는 역사, 문화적 산물로서 지역의 역사성과 지역성을 이해하는 유용한 기초자료이다. 본 연구는 일제시기 대축척 지도에 수록된 지명의 유형별, 지역별 분포와 빈도를 파악하고 이를 전자문화지도로 구현함으로써 시대적, 지역적 특성을 읽어보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20세기 초 한반도의 지명분포 양상은 지형과 지세, 인구와 경지, 군현 수, 행정 및 군사 기능 등 국토의 자연 및 인문 환경의 보편적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지명의 양태별 비중과 빈도를 통해 우리 고유지명의 변화는 물론 자원수탈, 철도부설, 국경관리, 만주경영 의욕 등 한반도 식민경영을 위한 일제의 정책적 수요와 필요에 따른 시대적 변화상을 읽을 수 있었다. 나아가 '치(峙)' '령(嶺)' '덕(德)' '항(項)' '평(坪)' '곡(谷)' 등과 같은 자연 및 인문지명어의 빈도와 분포 특성을 비교하여 당대 사람들의 환경인식과 선호경향, 지명의 명명기반과 형태 등의 지역적 차이를 확인하였는데 이는 서로 다른 지리환경적 특성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설명된다.
필사본 "조선지지자료"의 학술적 가치는 한글로 표기된 고유 지명과 그와 대응되는 한자 지명이 전국적인 수준으로 다량 수록되었다는 점이다. 이 문헌을 통해 우리나라 지명 변천의 언어학적인 특징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리학적인 명명 유연성과 당시 행정 구역 등을 추론할 수 있는 1차 자료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본 논문은 "조선지지자료"가 가지는 지명학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고 있는 이 문헌에 대한 학술적 연구를 제고하기 위해 기초적이고 시론적인 분석을 실시하였다. 즉 충청북도편을 중심으로 서지 사항과 내용 구성을 재검토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편찬 시기에 대한 지역적 편차 가능성과 내용 구성의 오류를 지적하였다. 또한 이 문헌에 수록된 지명 자료의 지명학적 가치를 촌락 지명의 표기 변화와 차자 표기 경향을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자찬묘지명은 자신의 죽음을 상정하여 자신의 삶을 자신이 직접 쓴 묘지명으로서, 묘지명의 내용 요소를 수용하되, 지행(志行)의 포폄(褒貶)에서는 칭찬[褒]보다는 나무람[貶]이 두드러진 양식이다. 이러한 자찬묘지명에 드러난 창작 동기를 왜, 언제 짓느냐는 관점으로 구분하여 내적 창작 동기와 외적 창작 동기를 살펴보았다. 내적인 창작 동기는 외부의 과장된 평가에 대한 반발이며, 이는 곧 나에 대한 진실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식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외적인 창작 동기는 정치적 탄핵이나 가족의 상실, 임종과 같이 원치 않은 외부적인 환경 변화에 대응하여 생긴 불평지심이다. 자찬묘지명은 분명 과거의 글이지만, 오늘날 노인 자서전 쓰기 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자찬묘지명의 내용 요소가 오늘날 독자에게 낯설 듯, 현대의 노인 자서전 쓰기의 내용 요소도 타자화하여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연적으로 이루어진 협동 작문의 산물인 자찬묘지명에서 협동 작문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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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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