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성품교육에 있어서 영화의 모델을 통해 교육적 소통을 증진시키고자 하는데 있다. 교육과 영화는 서로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각각의 통찰의 시각을 갖고 있다. 특히 성품 교육의 소통에 있어서 어떤 영화들은 인간본성의 중요 주제들을 다룬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추구함에 있어서 두 가지 태도가 있다. 첫째는 성취중심적인 태도이다. 가정과 부모를 떠나 성취 중심적으로 자기의 지혜와 자기 자원으로 자기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다. 이런 태도에서 사람은 자기추구적이 되고 자기만족적인 삶을 살게 된다. 그의 행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이며 비교적인 것으로 전락되어 버리고 만다. 인간의 고난은 성취중심적인 인간의 자기추구적인 행동에서 초래되는 것이다. 둘째는 관계중심적인 태도이다. 진정한 행복은 성취중심적인 인간의 태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신뢰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바로 이런 구조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은 성취중심적인 인간의 모습과 관계중심적인 인간의 모습을 아주 극적으로 대조시키고 있다. 초콜릿 공장을 위해 가정을 버린 인물과 가정을 위해 초콜릿 공장을 포기하는 인물의 대립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교육학적 소통의 모델이 누구인지를 역동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본 논문은 인간 본성과 그 행복 추구에 있어서 성품인간이 지향해야 할 교육학적 소통의 태도가 영화를 통해 인지되어지고 증진되도록 하는데 있다.
이 논문은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을 중심으로 이창동의 영화세계를 탐구하려고 한다.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세 작품 모두 사회현실에 역동적으로 반응하는 인물의 내면세계를 영화의 중심에 놓으면서 주인공과의 감정적 동일화를 통한 연민을 기반으로 정서적, 감성적 유대감을 촉발시킨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때 <초록물고기>와 <박하사탕>은 주인공의 내면묘사에 있어서 객관적 리얼리티에 충실한 사실성과 함께 리얼리즘에서 이탈하는 과잉의 비극성을 보인다. <오아시스>는 주관적 내면을 형상화하는데 있어서 환상성이 교차하며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다. 이러한 탐구 과정에는 인물의 내면을 매개로하는 리얼리즘적 비판정신, 리얼리즘 양식에 균열을 가하는 탈-리얼리즘 기법, 그리고 정신 분석학적 측면에서의 스크린의 환상작용을 토대로 논의 될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인물과 색채는 가장 중심적인 요소로서 활용되므로 인물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성과 색채 자극에 대한 감성적 반응에 연구는 심리학 분야에서 각각 심도 있게 연구되어왔다. 본 연구에서는 감성 자극물로서의 얼굴 표정과 색채가 상호 작용을 하였을 때 이에 대한 감성적 반응에 대하여 조사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즉, 인물의 표정과 배경 색상을 배치하였을 때 인물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감성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관한 실험 연구를 진행하여 이를 미디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60명의 피실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연구에서는 Ekman의 7가지의 universal facial expression 중 증오(Contempt)의 표정을 제외한 분노(Anger), 공포(Fear), 역겨움(Disgusting), 기쁨(Happiness), 슬픔(Sadness), 놀람(Surprising) 등의 6가지의 표정의 이미지를 인물의 표정으로 활용하였다. 그리고, 배경 색채로서 빨강, 노랑, 파랑, 초록의 색상들을 기준으로 각각 밝은(light), 선명한(vivid), 둔탁한(dull), 그리고 어두운(dark) 등의 4 가지 톤(tone)의 영역에서 색채를 추출하였고, 추가로 무채색의 5 가지 색상이 적용되었다. 총 120 장(5 가지 얼굴표정 ${\times}$ 20 가지 색채)의 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표현을 평가하도록 하였으며, 각각의 피실험자는 무작위 순위로 60개의 자극물을 평가하였다. 실험에서 측정된 데이터는 각 표정별로 분류되었으며 배경에 적용된 색채에 따라 얼굴 표현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표현이 다름을 보여주었다. 특히 색채에 대한 감성적 반응에 대한 기존연구에서 제시하고 있는 자료를 토대로 색채와 얼굴표정의 감성이 상반되는 경우, 얼굴표정에서 나타나는 감성적 표현이 약하게 전달되었음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부정적인 얼굴표정일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색상과 톤의 경우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광고 및 시각 디자인 분야의 실무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인물이 가지고 있는 눈은 신체의 어떤 부위보다 풍부한 언어를 전달하거나 인물의 특징을 드러낼 수 있는 관찰 대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물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표정 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눈에 대한 표정연구는 영상기호를 효과적으로 구사해야하는 디자인에서 가장 관심 있는 연구대상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한국인은 전래적으로 관상학이라고 하는 담론을 가지고 있다. 상학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통해 통계적으로 정리되었고 체계적으로 정리 분석된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오늘날의 소비자들도 상당 정도 믿고 있는 듯하다. 본 연구는 일차적으로 인물의 표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서가 되고 있는 눈의 표정을 상학적 담론을 근거로 하여 이것이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이미지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가, 관계가 있다면 구체적인 활용에 대한 어떤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되었다. 연구결과는 극히 일부분의 이미지만이 상치될 뿐, 상당정도 밀착된 관계가 있음이 발견되었다. 그리고 눈의 표정은 입의 표정이 보정될 때 진정한 이미지가 형성된다는 사실도 발견되었다. 영상기호로서의 인물을 선택할 때 상학적 관점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본 연구는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2020)을 통해서 드라마가 문학 작품을 활용하여 드라마의 정서와 서사, 그리고 인물을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을 살핀다. 이 드라마는 시를 활용하여 인물의 내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인물을 훨씬 더 긴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동화의 서사를 통해 인물들 사이의 관계 변화와 성장의 서사를 보여준다. 한편으로는 회차마다 등장인물의 일기를 스틸컷과 함께 보여주어서 마치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는 것과 같은 서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이로써 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문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시청자들로 하여금 성장과 치유의 서사를 공감하고 자신의 것으로 체험하게 하며, 문학이 지닌 치유의 효과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본 연구는 인물사진의 화질 평가 요소들과 선호도와의 관계를 기반으로 감상자 중심의 인물사진 선호도 측정 프로그램의 모형을 제작하여 일반인 사용자의 높은 사용률을 목적으로 하는 제조사들에게 자동화된 제품설계 및 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이미지 평가를 진행하기 위하여 이미지의 화질 측정 항목을 객관적, 주관적 항목으로 나누고, 영상처리와 통계적 방법을 통하여 정확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이미지의 화질 측정 항목은 객관적 평가항목과 주관적 평가 항목으로 나눌 수 있다. 객관적 평가 항목에는 RSC 콘트라스트, 다이내믹 레인지, 노이즈를 선정하였고, 프로그램을 통해 그 수치 값을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평가하였다. 주관적 평가 항목에는 노출, 컬러 톤, 인물의 구도, 인물의 위치, 아웃포커스를 선정하였고, 영상처리 방법을 적용하여 평가하였다. 본 연구에서 개발된 프로그램을 통해 측정된 결과와 실제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가 동일하게 나타남으로서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발된 프로그램은 인물의 안면이 인식 되어야 평가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이미지 내에 사람이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인물사진을 평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글은 <하진양문록>의 남성주동인물 진세백의 행위와 심리를 주로 여성주동인물인 하옥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 진세백의 작품 내적 성격을 정립하고 그 소설사적 위상을 점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애착 이론의 관점에서 진세백을 분석하였다. 진세백은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표출하는 인물이다. 하옥주를 처음 본 순간 반하게 되는데 이는 주로 하옥주와의 스킨십으로 구현된다. 하옥주와 헤어지고 난 후에는 슬픔, 우울함, 분노를 표출하고 그리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진세백은 하옥주와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는데 일관적인 모습은 하옥주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다. 하옥주에 대한 절(節)을 견지하며 그녀와 절대로 분리되지 않으려 한다. 감정을 진솔하게 표출하는 진세백의 행위는 당대 남성 유학자에게 요구하던 이념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서 경직되지 않은 발랄한 모습이다. 진세백은 애착 대상이던 부모를 여의고 하옥주를 새로운 애착 대상으로 삼지만, 그녀와의 반복된 이별로 극심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다. 결국 그러한 증세를 해소하는 것도 하옥주의 몫이다. 진세백은 남성영웅소설이나 여성영웅소설의 경직된 남성인물과는 거리가 있다. 대하소설에도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호방형 인물이 등장하지만 진세백처럼 지속적으로 여성인물과 분리되지 않으려 하는 인물은 드물다. 전기소설이나 애정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진세백과 같은 감정선을 지닌 인물은 흔치 않다. 이러한 점에서 진세백은 소설사에서 매우 독특한 위상을 점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고려 공민왕에서부터 조선이 건국되는 과정을 다양한 시각에서 기록된 네 가지 다른 역사서로부터 등장인물을 추출하여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본 연구에서 구축한 모든 네트워크는 일반적인 사회네트워크와 마찬가지로 척도 없는 네트워크의 특성을 보여주었다. 다른 역사서와는 달리 태조 총서는 이성계와 그 가문 중심으로 주관적으로 기록된 역사임을 네트워크 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지만 네트워크 연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또 다른 사실은 정도전이 조선건국의 설계자로 알려져 있으나 네트워크 연구에서는 조선건국에 있어서 실제 그의 역할이 두드려지지 않았는데, 이 사실은 다양한 역사적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본 연구는 고려말과 조선건국 사이의 역사적 사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의의가 있다. 네트워크 연구에서 중심인물 또는 허브 노드를 결정하는 구조인자는 연결계수다. 응집 중심성은 네트워크상에서 위치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척도다. 본 연구에서는 연결계수 값에 응집 중심성 값을 추가하여 상호 비교함으로써 중심인물을 결정하는데 보완할 수 있는 방법론을 도입하였으며, 역사네트워크에서 주관성과 편향성을 반영하는 척도로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향후 네트워크 연구에서 연결계수와 응집 중심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허브 노드를 결정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박중훈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후 바로 영화 현장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영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국민 배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연구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의 연기를 이쯤에서 재조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여겼다. 본고에서는 그의 연기에서 독특한 몇 가지 패턴을 찾아내고, 내면적 연기가 가장 잘 되었다고 평가되는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동철 역을 중심으로 인물 표현 방식의 개략적인 경향을 분석해보았다. 그의 연기 패턴은 크게 박중훈식 코믹연기, 마초적 남성성의 표현연기, 잘 드러내지 않는 내면의 연기로 구분하였고, 영화 <내 깡패 같은 애인>에서 동철 역의 인물 표현 방식은 엉터리 삼류 깡패 역할부터 착한 내면을 지닌 남성으로 변화되는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 기술을 분석해보았다. 아울러 불가능한 거리감을 가능하게 만드는 그만의 연기 기술도 찾아내 보고자 했다. 본 연구를 시작으로 많은 영화배우들의 다양한 인물 표현 방식 연구와 그들의 훈련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를 하고 싶으며, 이를 통해 많은 배우들의 연기 훈련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연구는 음양오행과 관련된 문화적 상상력이라는 참조 체계를 활용하여 <구운몽>의 창작과 향유 방식을 연구하였다. 음양오행의 상상력은 오랜세월 생활문화뿐만 아니라 예술문화의 생성과 향유에도 영향을 끼쳤다. 김만중이 <구운몽>을 쓸 때에도 이러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인물과 관계, 인연을 이루는 사건들을 구성했을 수 있다. 특히 이 연구는 김만중이 아직 팔선녀들의 이름과 개성을 구체화하기 전의 구상 단계에서 갑녀, 을녀, 병녀, 정녀 등으로 순서를 정하고 해당 천간(天干)이 지닌 음양오행적 속성을 고려하여 형상화 작업을 시도하지 않았을까 가정하였다. 다양한 천간의 특성을 핵으로 삼아 개성적 인물을 만들어낼 때, 중첩되는 인물 창조를 피하고 이들이 만드는 다채로운 관계의 양상과 사연을 구성하기 용이한 까닭이다. 위 표는 천간에 대응되는 <구운몽>의 인물을 배치한 것이다. <구운몽>은 각 천간적 특성을 인물 개성의 핵심으로 삼아 등장하는 시기와 배경, 인물의 성격과 분위기, 인물이 겪는 갈등의 원인과 주요 사건 등을 구성하였다. 초봄의 버드나무를 연상시키는 갑목의 진채봉은 솔직하고 적극적인 한편, 분칠한 담을 배경으로 하여 만개한 앵두꽃 같은 을목의 계섬월은 을목답게 섬세하고 부드럽다. 해로 비유되기도 하는 병화의 정경패는 화려한 정사도 집의 무남독녀로서 모든 것을 환히 비추는 병화의 능력을 발휘하여 양소유가 연주하는 곡의 의미와 의도를 꿰뚫어보기도 한다. 또 정경패는 예(禮)를 중시하고 화를 참지 못하는 병화의 성격으로 양소유에게 속아 체면을 잃은 것에 대한 앙갚음을 반드시 하고야 만다. 병화가 한낮의 작렬하는 태양이라면 정화는 밤에 빛나는 달이나 촛불에 가깝다. 정화의 가춘운은 단아하고 신비로운 정화의 매력으로 양소유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수시로 변화하는 불꽃처럼 여선이 되었다 귀신이 되었다 하는 등 연기에도 능하다. 영웅호걸을 마음대로 고르기 위해 자신을 창가에 팔거나 양소유를 따르기 위해 연왕의 천리마를 타고 도주하는 적경홍은 자주적이며 결단력 있는 경금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 칼과 같이 날카로운 신금에 대응하는 인물인심요연은 서늘한 기운과 함께 양소유 앞에 등장하여 창검 빛으로 화촉을 대신하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계수의 백능파는 물과 관련된 애욕으로 인한 고난을 겪으며 반사곡이란 차갑고 깊은 계곡에 유폐된 신세였다. 마지막으로 난양공주 이소화는 물처럼 아래로 흘러 하방(下方)의 존재를 감싸는 겸손함과 포용력으로 2처 6첩이 서로 자매로 일컫는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한편, 무토는 성진에, 기토는 양소유에 해당한다. 기토인 양소유는 무른 흙으로 팔선녀와 스며들고 동화되어 각색의 인연을 만들기에 적합한 기질을 갖추고 있으며, 그림의 '여백'처럼 자신은 비어 있으나 대상의 정을 비춰내는 기능을 담당한다. 무토인 성진은 너르고 단단한 무토의 기질답게 팔선녀와 양소유의 꿈[九雲夢]을 너른 흉중에 품고서 단단한 자신중심을 지키며 불도에 정념하고 자기를 따르는 도반(道伴)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개개 인물뿐만 아니라 서사세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도 <구운몽>은 음양오행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음양오행에 따라 오악(五嶽)을 배치한 작품의 서두에서부터 작동시키는 음양오행적 상상력은 천간적 특성을 갖는 인물들의 개성을 감지하게 하는 생성적 틀로 작용하며, 나아가 인물의 개성이 잘 발현된 대화 장면에서 생동감 있게 움직인다. 인물의 형상뿐만 아니라 인물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오행의 상생상극의 기운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또 음과 양이 꼬리를 무는 미시적 사건의 연쇄, 양과 음의 세계를 오가는 거시적인 서사의 움직임, 그리고 음과 양이 서로를 품고 있는 구조 등을 갖춘 서사세계에 노닐며 수용자들은 마음속의 태극도가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점에서 <구운몽>은 추상적 음양오행론을 서사적으로 구현한 커다란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작가인 김만중이 음양오행의 원리(道)를 의도적으로 상징화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되어 이미 다른 학문과 종교 영역에 습합된 음양오행적 상상력의 자장(磁場) 안에 있는 존재였으며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구운몽>의 당대 향유자들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이 소설을 분석적으로 읽지 않아도 그들은 자연스럽게 음양오행적 상상력을 적용할 수 있었으며 익숙한 세계관과 인간관이 강화되는 쾌감을 얻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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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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