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에서는 한국 서사민요를 대상으로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 작업으로, 서사민요 중 남녀 또는 부부 간의 애정이나 혼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구애·혼인' 서사민요의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그 데이터를 활용한 세 가지 분석 사례와 의미를 고찰하였다. 이에 먼저 『한국구비문학대계』에서 추출한 '구애·혼인' 서사민요 386편의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유형, 서사단락, 주제어 추출 방법 및 결과의 개요를 제시하였다. 특히 서사민요의 통합적 관계 양상과 병렬적 관계 양상을 함께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서사단락의 순차적 결합 양상 및 주제어의 세부 양상을 표기하였다. 이는 기존 아카이브가 유형분류나 제목 검색에 그치고 있어 각편의 서사적인 특징이나 각편별로 지니고 있는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다는 단점을 극복하고 서사민요 유형의 전반적 양상에서부터 각편별 서사단락의 전개나 주제어의 세부 양상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다음으로 '구애·혼인' 서사민요의 디지털 아카이빙 데이터의 효용 가치를 찾아보기 위한 방법으로, 주제어의 성별 차이 및 빈도수, 유사 소재 유형의 주제어 비교 등을 중심으로 분석 사례를 제시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았다. 그 결과 '구애·혼인' 서사민요의 주 향유층은 여성이라는 점, '부정'이나 '죽음'과 같이 비일상적이고 충격적 사건을 주로 다룬다는 점, 남성이 주로 전승한 유형은 아내와 '외간남자와의 외도', 여자와의 만남을 위한 '중의 파계'와 같이 부적절한 남녀 관계 유형에 집중돼 있다는 점, 이들 노래들은 '구애·혼인' 과정에서 겪는 현실적 고난의 표현이라는 점 등을 밝혔다. 앞으로 이 연구 결과의 보완 작업을 지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서사민요 갈래를 넘어선 다른 서사 갈래와의 교섭 양상 등을 밝히는 데까지 확장해나갈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컴퓨터 문헌 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적벽가> 이본의 계통을 분류하고 기존 이본 연구를 검토한 것이다. <적벽가> 이본의 공통 서사단위는 5개의 계층으로 파악되며, 146개의 개별단락을 산출해낼 수 있다. 이를 통해 군집 분석 방법과 계통의 분기 분석 방법을 적용할 수 있으며, 작품의 계통과 이본간의 거리를 시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본고는 일본 현대연극이 가타리모노 셋교부시를 수용하여 어떻게 현대화했는가에 주목하여 작품을 분석하였다. 아울러 이를 통하여 '셋교부시에 의한 미세모노(見せ物)오페라' 장르로 탄생하는 과정을 밝히고자 하였다. 이와 관련해서는 중세의 스토리텔링 셋교부시를 현대적 '미세모노 오페라'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데라야마가 언그라 1세대들과 확연히 다른 점에 대해 논했던 종래의 평가들과는 또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60년대 일본 언그라운동 1세대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의 <신토쿠마루(身毒丸)>(1978년)는 서사적 이야기에 가락을 붙여 음송하는 가타리모노(語り物) 셋교부시(說經節) <신토쿠마루(俊德丸)>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서, 동아시아 스토리텔링의 현대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셋교 <신토쿠마루>는 계모의 저주로 나병에 걸린 신토쿠마루가 텐노지(天王寺)에서 약혼자 오토히메(乙姬)라는 여성의 헌신적인 사랑과 관음(?音)의 영력(?力)에 의해 구원되는 이야기이다. 데라야마 슈지는 셋교부시의 서사적 형식에 J.A.시저(シ?ザ?본명 寺原孝明)의 주술적인 락(rock)음악을 결합시키고 부제를 '셋교부시에 의한 미세모노 오페라(說敎節による見世物オペラ)'라고 하였다. 근원소재인 모자신 신앙(母子神信仰)의 원리로 보이는 '모도리(もどり; 회귀)' 본능의 중세적 종교 세계를 데라야마 슈지는 모자상간의 세계로 변화시킨다. 그리고 셋교부시에서 나타나는 보편적인 복수장면은 신토쿠마루가 계모인 나데시코(撫子)의 복장과 가면을 쓴 드래그 퀸(drag queen: 여장)의 모습으로 이복동생 센사쿠(せんさく)를 근친상간하는 것으로 복수한다. 이 작품은 셋교부시의 전형적인 인과 구조를 따르고 있고, 작품 전반에 개입하여 전체적 서사를 진행시키는 이야기꾼(語り手, 카타리테)과 야나기타 구니오(柳田國男)박사의 등장은 서사 장치인 자기소개 기법과 코러스의 현대적 활용을 보여준다. 특히 코러스 가사에서 데라야마 슈지의 불행한 어린 시절의 기억, 즉 아버지의 부재, 아오모리현(?森?)의 대공습 경험이 자동기술법처럼 묘사되어 내용을 심층화하고 있다. 이후 니나가와 유키오(?川幸雄)의 연출 버전은 초연 때부터의 공동 극작가였던 기시다 리오(岸田理生)가 데라야마의 사후 17년을 경과해 다시 쓴 개정판으로 데라야마 슈지의 원작 <신토쿠마루>를 널리 알렸다. 그러나 그의 연출 버전에서는 데라야마가 이 작품에 붙인 부제의 요소가 전부 삭제됨으로써 극단 연극실험실 '덴조사지키(天井?敷)'가 시도한 다양한 실험연극의 줄기와 본질로부터 벗어나 있다. <신토쿠 마루>는 현대연극의 서사구조를 갖고 있지만 각 단락이 독립적인 이야기를 구성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하도록 한 구조를 갖고 있다.
본고는 영화 <마담 뺑덕>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심청전에 대한 현대적 인식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기존의 심청전 서사를 변용시키는 현대적 상상력을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로 포착하고자 했다. 먼저, <마담 뺑덕>의 내러티브를 시간구조에 따라 세 단락으로 구분해서 살펴보았다. <마담 뺑덕>은 심학규를 중심으로 인물들 간의 관계망을 형성시키지만, 심학규가 그의 욕망을 현실에 개입시키면서 점차 관계는 파탄에 이르게 된다. 내러티브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의 개별적인 욕망이 서로 얽혀있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마담 뺑덕>에 드러나는 '문제-해결'의 방식은 심학규의 욕망에 초점을 맞추면서 구성된다. 여기에서 욕망으로 인해 관계가 파국에 이르고, 그 욕망이 심화됨으로써 심청에 대한 강제적인 희생이 요구되는 과정은 기존 심청전의 서사와 맞닿아 있다. 그러나 <마담 뺑덕>에서 마지막으로 던지고자 했던 메시지는 욕망의 끝에 찾아온 '사랑'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기표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스토리텔링의 관점에서 <마담 뺑덕>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다. 심학규의 내러티브에만 주목했을 때, 심청전의 서사와는 독립된 또 하나의 '내러티브-축'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모든 결핍을 채우고자 했을 때 더 큰 결핍을 조우해야 했던 심학규를 그려냄으로써 이제 결핍은 욕망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의미를 두어야 함을 보여준다. 바로 그 시점에서 어그러진 모든 관계를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욕망이 빠져나간 자리를 대체하게 되고, 그 관계는 '사랑'이라는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기표를 획득하게 된다. 즉, 심학규의 내러티브는 욕망으로 점철된 인간이 순수한 관계의 중요성을 깨닫고 이를 사랑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안맹이나 가난과 같은 이중적 결핍을 심학규의 욕망과 연결 짓고, 그 욕망에서 벗어나 사랑이라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심학규의 내러티브는 심청전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이야기를 말하는 것과 연결된다. 심청전의 서사를 지배하고 있던 심청 중심의 이야기에 대항하여 '다른 이야기'를 말하고 있는 <마담 뺑덕>은 어떻게 보면 스토리텔링의 '사회적 실천'을 이행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마담 뺑덕>은 고전(古典)이라는 이름 아래에 그동안 심청전을 해석함에 있어 심청의 희생 또는 효에만 천착한 것을 비판하며, 새로운 내러티브가 창출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컴퓨터 문헌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적벽가> 전체 이본의 계통을 파악하는 한편, 기존 이본론의 연구 성과를 검토하는 데에 목적을 둔다. 우선 분석의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해 <적벽가>의 이본 중 46종을 선정하고 이를 대상으로 원시 코퍼스를 구축하였다. 이를 통해서 <적벽가>의 공통 서사단위는 5개의 계층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며, 146개의 개별 내용 단락을 추출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인코딩 된 코퍼스를 바탕으로 이본간의 유사도와 거리 측정을 시도하였는데, <적벽가>의 계통과 이본간의 거리를 시각적으로 제시할 수 있었다. 이후 다차원 척도법, 계층적 군집 분석, 계통의 분기 분석 기법을 활용하여 이본군의 분포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컴퓨터 문헌 분석 기법을 종합하여 적용해보면 <적벽가>의 이본군은 완판 계열과 창본 계열로 양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의 논의보다 더 세밀한 계통 구분을 할 수 있었다. 또한 판소리의 유파와 전승에 따른 영향 관계도 검토할 수 있었다.
이번에 새로 발굴한 "져부인젼"은 가사체 고소설 작품으로 박재연소장본이다. 이 작품은 가사에서 흔히 발견되는 계여적(戒女的)인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고소설의 특징이 잘 구현되어 있다. 이 연구는 "져부인젼"이 새로운 고소설 작품이라는 점에서 먼저 서지사항을 검토한 후 작품의 특징을 서사의 흐름을 중심으로 고찰해 보았다. "져부인젼"은 원전의 분량이 36장으로 방대한 편이다. 크기는 가로 18.4cm, 세로 29cm이며 세로쓰기로 되어 있다. 첫 장과 마지막 장을 제외하고 한 면에 12줄씩 되어 있으며 한 줄에 대략 21~23자씩 적혀 있다. 겉표지 좌측상단에 논어의 편명인 "옹야", "술이"라고 적혀 있다. 제목은 "논어" "권지삼"이라고 되어 있고 속표지에 "져부인젼"이라고 따로 제시한 후 다시 이야기의 처음부분에 "져부인야기라"라고 부연함으로써 소설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제시해 놓았다. 표지로만 본다면 마치 서책으로 인식할 정도인데, 이것은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없게 하고자 한 의도로 생각된다. 또한 가끔씩 빠진 글자도 있으며 한글로 쓴 내용 위에 한자 성어를 제시해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박재연소장본 "져부인젼"은 낱말의 구성이나 언어의 활용을 통해 볼 때 대략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의 작품으로 판단된다. "져부인젼"의 내용은 크게 두 방향에서 파악할 수 있는데, 하나는 져부인이 고난을 극복하고 부와 명예를 얻기까지의 과정이며 하나는 시집와서 고생할 때 병이 들어 저승에 다녀온 내용이다. 두 사건 모두 뽈똥어미가 등장하는데 뽈똥어미는 악녀형 인물로 져부인의 행동과 배치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져부인젼"은 가부장제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의 활약상을 담아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결말이 행복으로 귀결되어 있다. 즉 이야기의 흐름을 보면 크게 행복${\rightarrow}$불행${\rightarrow}$행복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저승담의 개입으로 가사체로 쓰인 고소설의 편폭을 넓힌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작품의 구성을 특징적인 단락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대략 7단계로 정리해 볼 수 있다. 첫째, 부를 타고난 선한 성품 둘째, 결혼과 가난, 부의 축적 셋째, 딸에 대한 가르침, 넷째, 뽈똥어미로 경계시킴 다섯째, 시부모와의 해후와 저승구경, 여섯째, 뽈똥어미의 단죄 일곱째, 져부인의 환생과 복락이다. 이러한 서사의 흐름을 지니고 있는 "져부인젼"은 뽈똥어미와 져부인의 목숨이 서로 뒤바뀌면서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저승에서 시부모를 만나 위기를 넘기고 뽈똥어미가 벌을 받게 되면서 사건이 해결된다. 저승담이 후반부에 개입되면서 서사의 흐름에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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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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