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오키나와와 제주가 갖는 특수한 역사와 문학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였다. 그 가운데에서도 아시아 태평양 전쟁말기에 벌어진 오키나와 전투와 1948년 전쟁에 준하는 무차별적 폭력사태가 있었던 제주 4.3사건은 국가권력의 변방에 위치한 두 섬의 비극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본 논문에서는 두 사태의 비극을 정면에서 다룬 기념비적인 작품 오시로 다쓰히로의 "신의 섬"과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비교 분석하여 오키나와 전투와 4.3을 둘러싼 기억투쟁의 차이와 그것이 내포하는 의미를 문제 삼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두 소설이 '집단자결'과 '집단학살'이라는 금기의 기억에 주목하고 폭로한 점에서 매우 유사한 양상을 보이지만, 기억투쟁의 향방(비전)을 제시하는 방식은 각각 다르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후의 작품에서 현기영은 국가폭력 사태에 분노하고 고발하는 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용서와 화해라는 예정된 수순을 밟아간 반면, 오시로의 경우 본토에 반응하는 형태로 변화해 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은 그러한 예증이다.
이 연구는 기록학에서의 기억 접근법을 기록전문직의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기 위한 것이다. 국내외 기록학계의 기억 연구들을 토대로 실천 영역별로 나누고 이를 모형화하였다. 기억 연구들이 제시하는 실천 영역은 다음과 같이 범주화하였다. 첫째, 기억기관(사회적 기억의 형성자 역할), 둘째, 기억투쟁(과거사 진상규명을 위한 기록활동), 셋째, 회복적 기억(사회적 참사나 인권침해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기억 치유를 기록활동), 넷째, 기억과정(공동체 정체성을 추구하는 기록활동)이다. 또한 각 범주 별로 의미와 쟁점을 분석하였고, 아울러 실천에 필요한 역량으로서 기록전문성의 개입을 통한 실천과 정치사회적 실천성을 함께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념일을 둘러싼 갈등과 투쟁에 주목해 기념일에 관해 라캉과 알튀세르적 접근을 시도했다. 연구대상으로는 8.15, 한국전쟁, 3.1절, 임시정부를 선정했으며, 이들에 대한 기념 투쟁들의 양상과 그 변화 과정을 살펴보았다. 연구방법으로는 라캉과 알튀세르의 이론과 개념 등을 활용했다. 연구결과는 기념투쟁이 19세기말 진행된 근대화 초입을 그 기원으로 삼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일제강점에 의해 강압적으로 이루어진 근대화가 우리 사회에 외상과 균열을 냈으며, 이는 이데올로기 및 환상과 접합되어 사회적 갈등의 형상을 취하게 되었다. 그것이 수렴되는 지점이 바로 기념일이다. 기념일과 기념투쟁이 과거에 대한 사회적 기억의 현상으로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이라면, 이들은 분열된 과거의 회귀가 아니라 내일을 향하는, 균열을 메우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되새기는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은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으려는 운동의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러한 운동의 참여자는 자신을 권리의 주체로 확인하고 다른 구성원과 함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공유하게 된다. 공공의 의사형성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받는 것은 인권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1980년 광주는 짧은 기간에 불완전하기는 했지만 국가권력이 일시적으로 정지된 상태에서 공동체적 자치를 경험하였다. 국가권력의 침탈에 대항하여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지키려 했던 광주민주화운동의 내용과 기억은 5.18민주화운동기록물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은 인권과 민주주의 수호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은 1980년 광주에서 억압적 정치권력 하에 정의를 향한 저항과 투쟁 그리고 시민의 희생과 고통의 기억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 기록물은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적 투쟁과 관련되어 있으며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 관한 교훈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기록유산의 보존과 활용은 역사적 사건의 기억을 지속적으로 현재화시키고 현재와 미래에 경험과 사상의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본고는 5.18민주화운동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사례를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수호'라는 기록물의 가치를 넘어서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이 기록물을 통해 어떻게 현재화되는지 살펴보고, 인권기록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해 논의한다.
칠레 작가 아리엘 도르프만의 "죽음과 소녀"(1990)는 피노체트 독재체제가 종식된 직후 수립된 아일윈의 과도기적 민주정부가 안고 있는 첨예한 과거청산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본고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에 나타난 개인 기억의 대립과 갈등 양상을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예컨대 지난 정권에서 성고문을 받은 파울리나의 트라우마적 기억이 그녀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과 그녀의 개인 기억이 집단 기억과 맺는 관계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성고문 의사 로베르토의 진술을 통해 지배 기억의 담론을 들여다보고, 조사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변호사 헤라르도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면서 두 사람 간의 기억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는가를 알아봤다. 이런 과정을 통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기억투쟁 속에 개입하려는 국가 기억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억의 탈영토화 개념이 이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모색하고자 했다. 궁극적으로 과도기적 정의 실현의 핵심은 진실한 후회이며, 그것이 아래로부터의 기억이 사회적 기억으로 이행되는 과정의 선결 조건임을 탐색하였다.
보수와 진보, 이념적 갈등이 빚어내는 정치 정서의 팬덤현상은 문화매체인 영화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데에 있어 우리사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 글은 우리나라 정치의식구조가 왜 팬덤화되고 있나, 무엇이 영화 수용을 정치 이념의 논란의 중심에 서게 하였는가, 그렇다면 바람직한 영화 수용의 태도는 무엇인가를 점검해 보고자 수행되었다. 당시 영화를 두고 보수와 진보의 논란이 되었던 <변호인>,(2013)과 <국제시장>,(2014) 관련 논문과 기사 그리고 인터넷상의 논쟁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담론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보수 진보 양진영은 두 영화를 해석하고 수용함에 있어서 다른 시선으로 같은 세계를 보고 있으며, 두 영화의 공식기억을 정치정서의 양극화와 기억투쟁의 이데올로기, 진영화를 구축하는 기재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 근현대사에 대한 합의된 기억의 구성이 되지 못함으로써 양세력 간에 서로의 공과를 인정치 않으며 자기 진영의 의미와 가치성만을 외치는 이기성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셋째, 영화 해석과 의미생산은 결국 관객들의 몫이며 거기에는 다양성이 중요한 가치성을 지닌다. 영화 수용은 관객 개인들이 현재의 현실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이상을 이성적으로 성찰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바람직한 태도일 것이다.
본 연구는 노근리 학살사건 기록들이 사회적 기억을 담지하는 과정을 살피고, 그 특징을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한 이론 연구로서 사회적 기록의 특징을 분석한다. 사회적 기록은 첫째, 의도적으로 구성된 사회 구성물로 개인의 기억에 영향을 미치고, 둘째, 기억의 가변성을 반영하며, 셋째, 다양한 측면에서 하나의 사건을 증거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저자는 노근리 사건의 기억과 기록의 분석을 위해 노근리 사건의 개요를 정리하고, 제1기 반기억의 시기, 제2기 기억 투쟁의 시기, 제3기 공식기억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별 기억과 기록의 변화과정과 특징 및 내용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보았다. 제1기 구술 및 개인 소장 기록 등의 암묵적 기록, 제2기 대책위활동, 입법활동, 조사활동을 중심으로 한 기록, 제3기 특별법과 평화공원 건립 및 운영 관련 공식 기록이 각각 주로 생산되었다. 제3기는 다양한 사회 주체들이 노근리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생산한 다양한 문화기록들로 기록의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에 발생했던 수많은 사건들 가운데 '$5{\cdot}18$' 만큼 사회적 기억의 편차가 컸던 경우는 드물 것이다. $5{\cdot}18$은 다른 민주화운동 관련 사건들에 비해 의미의 변용이 다양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그래서 이 글은 먼저 기념사업을 중심으로 $5{\cdot}18$의 의미가 변용되었던 배경과 논리를 파악하고, 이것이 $5{\cdot}18$기념사업의 관점과 형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고찰한다. $5{\cdot}18$기념사업에 관한 인식과 형태는 2000년을 전후하여 크게 달라졌다. 이전 시기의 기념사업은 사회 운동 논리가 제도화의 논리로 일정하게 수렴되는 양상을 보였다. 이 시기에는 민주성지와 성역화의 담론이 중심을 이루었고, 기억투쟁의 성격을 띠었다. 반면 이후의 시기에는 $5{\cdot}18$의 의미가 문화도시와 인권도시를 조성하는 역사적 자원으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5{\cdot}18$의 의미는 때로는 지역 발전 담론으로 전유되었고, 때로는 도시차별화 전략의 소재로 채택되었다. 이에 맞추어 기념사업이 추진되었던 형태도 기억투쟁형에서 유산산업형으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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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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