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장각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한국본도서는 "규장각도서한국본종합목록" "규장각한국본도서해제"의 편찬과 간행으로 그 정리작업이 일단락된 바 있다. 이 "목록"가 "해제"의 발간에 힘입어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들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었거니와, 그런 점에서 이제 문제는 자료의 정리라기보다는 '활용'에 있다. 이를 위해 현재 규장각에서는 정리된 자료를 영인하여 간행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는데, 국고지원이 충분치 않아 그 성과는 지지부진한 편이다. 다행히 최근들어 대기업의 기부금 희사가 이뤄지고 있어 부족한 예산과 인력으로 어려운 살림을 꾸려가는 규장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본 연구는 43년간 대학도서관 사서로 헌신한 백린(白麟, 1923-2015)의 생애를 종합적으로 재구하고, 그가 도서관학 발전에 미친 영향과 학문적 성과를 개관하는 데 목적이 있다. 1948년 서울대 도서관 사서 채용 시험 합격 후 한·중·일 문헌자료와 서양서를 두루 다루는 사서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전쟁 당시 규장각 소장 국보급 고서의 부산 소개(疏開) 및 보관의 실무 책임을 맡았고, 전후에 서울대 규장각 도서 정리 및 목록 작성, 분류를 책임졌다. 도서 분류, 도서기호 초안을 마련했고, 한국도서관협회 등 여러 기관의 임원으로 활동했다. 연세대 도서관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도서관학 관련 50여 편의 소논문(학술기사)과 7편의 편·저서를 출간했다. 1960년대에 규장각 장서의 역사뿐 아니라 국내 도서관의 역사를 학계 최초로 통시적으로 집필한 성과는 높게 평가되어 마땅하다. 1973년 하버드대 옌칭 도서관 한국학 목록 사서로 이직 후, 1991년 퇴임 때까지 하버드대 옌칭 도서관 내 한국관 소장 동아시아 한적과 한국 서적을 목록화하고 그곳 교수들의 연구에 조력했다. 백린은 불모지 같던 한국 도서관학계에 초석을 마련한 1세대 연구 사서이자 스승이다.
광복 후 우리나라 도서관계는 장서의 확충에만 급급하였다. 결과로 20세기 말에 들어와서는 서적을 보존할 공간이 협소하게 되었다. 장서 보존에 있어 중요한 요소의 하나는 자료를 수장할 공간이다. 따라서 도서관계의 중대한 관심사의 하나는 공간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존도서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차원의 보존도서관을 설립해야 하는데, 보존이란 '보존' '보호', '복원'의 개념으로 나누어 정의되고 있다. 열람이 주목적이 아닌 자료를 보존하기 위한 도서관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고려시대부터 비롯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외사고와 규장각의 규장외각에 계승되었다. 본고는 조선 정조년간에 설치된 규장외각의 설치, 보존도서관으로서 문헌의 '보존', '보호', '복원' 활동에 관해 분석한 것이다.
선생안은 인명부로써 관원의 성명 부임일 체직일 내직 거직 본관 자 과거 급제 여부까지 다양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조선시대 인사 관련 자료에서는 살펴볼 수 없는 지방 수령과 중인들의 관직생활에 대한 선행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조선시대 선생안의 현황과 분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이에 따라 본고는 조선시대 선생안의 현황과 분류 그리고 선생안 자료의 자료적 특징에 대해서 밝히고자 한다. 현재까지 전하고 있는 조선시대 선생안은 176종이다. 이 선생안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47건), 서울대학교 규장각(80건), 국립중앙도서관(24건), 기타 소장처(25건)에 소장되어 있다. 장서각에는 왕실관련 선생안이, 규장각에는 중앙관청 관련 선생안이, 국립중앙도서관과 기타 소장처에는 지방관청 관련 선생안이 소장되어 있다. 다만, 본고는 접근 가능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선생안 47건에 대해서 중심으로 그 내용을 검토하였다. 앞서 밝힌바와 같이 장서각 소장 선생안은 대체로 왕실과 관련된 선생안이다. 이를 분류해보면 중앙관청 선생안 18건, 지방관청 선생안 5건, 왕실관련 선생안 24건이다. 이를 다시 내용으로 분류해보면, 의례 및 외교 관련 관청 선생안 6건, 왕실 관리 관청 선생안 12건, 지방 관청 선생안 5건, 혼전 능원 선생안 14건, 왕실 교육 선생안 10건으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선생안에 수록된 성명 본관 자 과거 급제 여부 제수일 부임일 체차일 내직 거직 등의 내용을 검토한 결과는 다음의 여섯 가지 특징으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수록 인원에 대한 기본적인 인적 사항을 알 수 있다. 둘째, 각 관청 및 관직의 재직기간과 승직 및 체직 사유를 알 수 있다. 셋째, 관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넷째, 내직과 거직을 통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의 일면을 살펴볼 수 있다. 다섯째, 각 관청별로 특별히 중요한 날을 알 수 있다. 여섯째, 포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법전에 기록된 내용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조선시대 현실의 모습이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에 대해서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정밀한 검토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까지 전하는 선생안 176종에 대한 DB화 작업이 필요하며, 이후 기존에 구축된 방목 족보 등의 자료와 연계하여 데이터를 분석해나간다면 조선시대 인사행정 시스템을 알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역과보(譯科譜)는 역과입격자(譯科入格者) 명단인 역과방목(譯科榜目) 등과 같은 1차 정보원을 기초로 재편집된 역사적 인명정보원이다. 본고는 7종의 현전 역과보를 조사하고, 내용을 분석하였다. 특히 역과보의 기록하한선으로 1882년이 언급되어 왔으나, 조사결과 현전 역과보는 1807년부터 최대 1891년까지를 수록기간으로 하고 있음을 밝혔다. 수록성씨, 본관, 역과입격자 총수 및 기록내용의 비교 결과 일본 천리대학(天理大學)의 ${\ulcorner}$역보(譯譜)${\lrcorner}$가 가장 광범위하고 충실하며, 국내본 중 장서각의 ${\ulcorner}$역과보(譯科譜)${\lrcorner}$가 대체적으로 우수하나 모두 기록의 누락이나 오류, 글자혼동 등의 문제가 있음을 발견되었다. 따라서 역과입격자 개인에 대한 정보뿐 만 아니라 그 가계 및 선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역과보 참조시 역과방목을 통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ASEM기간동안 김대중 대통령과 프랑스 시라크 대통령은 1998년 미테랑 대통령이 반환하기로 약속한 외규장각도서의 반환에 관한 문제에 관해 회의를 가졌다. 회의의 결과는 뜻밖에도 우리측이 원하는 무조건적인 반환이 아닌 등가등량 교환 원칙이었다. 이 결과를 놓고 우리나라 학계와 시민들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다. 문화재반환이란 고대 역사 이래로 정치적 경제적, 역사적,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뒤엉킨 풀리지 않은 미묘한 문제중의 하나다.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연방이 해체된 후 독일과 러시아는 우리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세계 2차 대전 중에 서로 빼앗아간 문화재반환, 그 중에서도 도서관장서의 반환에 관한 협상을 시작했다. 독일과 러시아가 정부와 도서관전문가 차원에서 여러 차례의 협상을 했지만 소련연방에서 독립한 리투아니아와 게오르기아의 사례를 제외하고는 확실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프랑스의 도서반환협상문제는 독일과 러시아의 협상과는 그 역사적 배경이 분명히 다르지만 도서반환이란 주제는 동일하기 때문에 이들 두 나라가 이 문제를 어떻게 접근하는가는 우리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선의 국왕은 나라를 경영하거나 개인적으로 느낀 바를 시(詩)로 남기곤 했다. 태종(太宗, 재위 1400-1418)·성종(成宗, 재위 1469-1494)·영조(英祖, 재위 1724-1776) 등 국왕은 신하들에게 직접 지은 시를 내리고 운자(韻字)를 맞추어 화답하도록 했는데, 이러한 군신 간의 문학적 교유를 갱진(賡進)이라 한다. 갱진과 관련한 자료는 국왕들의 언행을 기록한 연대기자료, 역대 국왕들이 지은 글을 모은 『열성어제(列聖御製)』, 국왕이 갱진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한 《갱진첩(賡進帖)》, 갱진에 참여한 신하들의 문집 등에 다수 남아 있다. 이 중 《갱진첩》은 국왕과 신하의 갱진 직후에 제작된 것으로, 갱진의 배경과 내용 그리고 참석자 등 다양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갱진첩》은 국립중앙박물관·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등에 다수 소장되어 있는데, 현전하는 갱진첩 가운데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은 영조대 제작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연대기자료를 통해 영조가 52년의 즉위 기간 내 공식적으로 200여 차례가 넘는 갱진을 시행했음을 분석하고, 영조의 노년기에 해당하는 1769년(영조 45)부터 1776년(영조 52)까지 갱진이 대폭 증가하는 양상을 살폈다. 또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18~19세기 갱진 관련 자료 첩(帖)·책(冊)·현판(懸板)·병풍(屛風) 16건을 소개하고, 그중 영조대 제작된 《갱진첩》 8건을 중심으로 제작 배경과 내용 그리고 해당 작품의 특징에 대해 정리했다. 영조 연간 제작된 갱진 자료는 국가(또는 왕실)의 경사, 국정 운영, 군신 간의 문학 활동 등 당대를 다양한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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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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