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실미도](2003)는 은폐되었던 역사적 사실을 폭로하면서 실미도에서 행해진 특수부대의 훈련 과정을 스펙타클하게 묘사한다. 말하자면 영화라는 허구적 공간이 사실적으로 변모된다. 영화는 파쇼적인 정부에 대해 비판적 시각과 함께 정부의 권위를 보호하는 이데올로기적 모순을 노출시킨다. 또한 영화는 이런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데 있어서 신파와 같은 멜로적 표현에 의한 감성적 과잉으로 묘사한다. 여기서 관객의 동화작용은 비극적 민족 담론으로부터 파생되는 감정 이입으로 성취된다. [실미도]는 이성적 차원이 아닌 감성적 차원에서 상상의 공동체라는 민족의식에 호소하는 영화이다. 시각적 영상은 남과 북으로 나뉜 민족적 비극이라는 감상주의에 의해 더욱 고조된다. [실미도]는 신파적인 감상주의를 통해 분단 이데올로기에 의해 야기된 비극적 상황을 더욱 심화시킨다. 더구나 이 비극에서 군사정부는 야만적으로 묘사되는데 비해 실미도 부대원들은 영웅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문화가 당대 사회적 현실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문화의 주요 축인 영화에 대한 연구는 사회분석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텍스트로서의 영화는 작가와 독자 간의 사회적 의사소통을 형성하는 은유적 표현물이며, 수많은 담론들이 교차하여 가로지르는 하나의 구체적인 공간이다. 영화 속에 나타난 작가의 사회적 의식은 작가의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의 형태가 아니라 작가의 의도와 독자의 의도의 변증법적 관계 속에서 궁극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이런 문제의식 하에서 최근의 한국영화 중 재난과 관련하여 다양한 사회적 의미를 지녔다고 판단되는 ‘괴물’ 을 중심으로 재난의 사회적 의미와 그에 따른 성찰적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열린 구조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괴물’ 은 넓게 보아 탈식민사회에 작동하는 제국주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로 분석 가능할 것이다. 근대와 탈근대, 식민과 제국, 지배와 피지배, 주체와 종속, 정부와 시민 그리고 이것들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권력의 배분과 작동에 관한 논의를 열어 주고 있다. 이 논의의 결과는 구체적으로 미국에 대한 재인식, 근대화에 대한 성찰, 정부의 신뢰제고, 그리고 시민사회 역량의 성숙이라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CAD 테크놀로지는 새로운 디자인 사고나 조형 원리를 촉진시킬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본 논문은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모델링 인터페이스라는 개념을 분석의 수단으로 삼아 투시도법과 CAD 프로그램의 사회적 구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르네상스 이후 투시도법이 그리기 중심의 모델링 인터페이스로 자리잡는 과정, 그리고 투시도법의 기하학적 원리가 신재료의 등장으로 현실 공간으로 확산되고, 미적 담론의 차원에서 정당화되는 과정을 논의한다. 두 번째, 컴퓨터를 사용한 모델링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는 역사적 맥락을 살펴보고, CAD 프로그램이 새로운 모델링 알고리듬과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의 개발을 거치면서 컴퓨터를 통한 디자인을 실현하는 과정을 검토한다. 특히 본 논문은 이 두 가지 모델링 인터페이스가 구성되는 역사적 경로를 추적하면서, 개별 모델링 인터페이스가 디자인 행위와 맺게 되는 관계, 그리고 그 관계 내부에서 구성되는 디자이너의 인지 양식과 조형 논리의 변모를 분석한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find out how the otherness philosophy reveals itself in the principle of F.O.A construction space creation. The traditional philosophy of totality is self-centered and thoughts are based on the subject. It couldn't escape from the world associated with the self, and has subordinated the other to the main body. But the philosophy of otherness transcends the subject, to the open, creative way of thinking which acknowledges deconstruction, decentralization, and non-hierarchy. This is very similar to contemporary architecture, which pursuits change, and also to the current state of society. In construction by the construction group F.O.A, which is doing notable activity this generation, there is an attempt to transcend the fixed subject which is seen in the otherness discussion, and realize recategorization by overcoming the boundaries of subject and object. First, by the realization of landscape architecture using a topographical folding technique, boundaries of the subject and object are demolished in the relationship of the landscape construction, and recategorization. Second, by breaking up the meaning of the surface which is a visual and physical boundary for both the internal and external, recategorization is being done. Third, by making the boundary between the interior and exterior indistinct, cognitive threshold is dissolved, and the relationship between the subject and object is being recategorization. In conclusion, we can see that the many recategorization phenomenons that are happening in the F.O.A construction show the otherness that escapes from the conventional and stationary relationship, and recognizes each other at the same time, forming new relationships.
본 논문은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 지역에 위치한 한 농촌마을에 대한 민족지이다. 뉴꾸닝 마을을 중심으로 관광발전에 따른 사회 문화적 전개 과정과 거주관광객의 문화적 실천방식을 고찰한다. 문화관광 발달에 있어 반자르의 역할 특히 전통 담론에 대한 재인식 과정은 마을 번영의 주요한 계기가 된다. 거주관광객을 중심으로 마을에 대한 요구, 이에 대응하는 현지주민의 역할에 대해 논의한다. 거주관광객과 주민집단은 한 공간에서 문화접변의 과정을 경험하고, 이는 각각의 집단이 전통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결국 거주관광객의 마을 거주는 기존의 객관적 구성주의적 고유성에 대한 개념에서 비롯된 대상물 중심의 관광실천에 대해 재고찰하는 계기가 된다. 거주관광객의 고유성에 대한 인식은 관광경험 과정에서 획득한 일상적인 만족과 안전에서 비롯된 존재론적 인식의 일부이다. 뉴꾸닝 마을이 관광지로 발전하는 과정은 거주관광객이 마을 전통을 실천하면서 획득하는 일종의 실존적 고유성의 관점에서 이해된다.
본 연구는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언캐니(Uncanny) 개념과 그로테스크 이미지가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마기 마랭(Maguy Marin)의 작품(1981)를 분석함으로써 무용작품의 미학적 해석 지평을 확장시킬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언캐니와 그로테스크 이론은 문헌연구와 함께 호프만의 『모래 사나이』(1816)를 사례로 제시하였다. 무용작품 분석에서는 무대공간, 움직임, 의상, 음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이 작품이 언캐니와 그로테스크를 통해 전통적 무대미학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관객의 정신적 참여를 제공하는 실험정신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아울러 시대에 따른 관점변화가 무용 창작에 영향을 주듯이 작품 분석을 통한 다양한 미학적 해석방법의 담론화는 향후 무용 연구에 다양한 방향성을 제공하리라 사료되며, 이 연구가 무용예술의 미적 가치와 위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영화, 소설, 풍경화와 같은 재현 매체를 이용한 경관 연구의 연장선상에서 1인 미디어인 블로그(blog)에서의 선유도 경관의 소통 방식과 내용을 검토하였다. 여기에는 정보화 사회의 영향으로 일반인들도 경관 해석과 이에 따른 결과물 생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전제가 있었고, 조경 분야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가능성과 한계점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다루는 바는 첫 번째는 블로그에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선유도공원의 경관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두 번째는 블로그에서의 경관 포착 방식과 해석의 특성이다. 여기에는 전분가 집단 내 담론과의 관계도 포함된다. 세 번째는 블로그에서 포착하고 해석한 경관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과 한계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된 '선유도공원' 관련 블로그 1,000건을 포스팅의 목적에 따라 세 가지로 유형화했다. 첫 번째는 '사진, 출사, 사진 찍기 좋은 곳, 풍경'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블로그의 포스트들이다. 이들은 선유도공원 정관의 시각적 측면에 집중하고 있다. 두 번째는 '국내 여행, 서울 여행, 여행, 추천'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것들로서,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선유도 공원에 대한 소개를 주고 담고 있다. 즉, 공간으로서의 효용가치를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은 선유도공원에서의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한 포스트들로서 사진의 피사체는 자신이나 동반한 이들이 된다. 검색 결과, 세 번째 유형이 가장 많았다. 이 세 가지 유형을 토대로 블로그들이 경관을 다루는 방식을 살펴볼 때, 먼저 사람들은 경관을 기록하는 차원을 넘어 연출하는 등 경관 포착 능력을 향상시키고 있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경관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경관과 장소의 재생산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감상과 느낌의 기록은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추측했던 바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험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다. 더 나아가서 전문가 담론에서 언급되지 않았던 것들과 공원의 유지관리 및 운영에 대한 언급도 있어 전문가 실천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로 활용 가능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도 있었다. 블로거들은 경관을 극화시키거나 비슷한 장면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일종의 이미지화장술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의 한계는 먼저 연구 대상인 블로그 자체가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라 해석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의 포스트에 다양한 사진이 포함되고 날의 범위도 넓어 내용의 유형화와 계량화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블로그 같은 1인 미디어를 통해 경관과 현대인의 관계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기에, 조경분야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활용해야 할 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사회발전에 관한 기존이론의 분석틀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이 글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사회적 결과로서 삶의 질의 과정에 대해 그 인과 구조를 조망함으로써 정치경제적 요소보다는 사회적 조건에 대한 합리적 선택이론의 명제를 제시한다. 아울러 근대의 지배적 담론이었던 시간과 역사에 가려져 있던 공간을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자 동시에 사회적 과정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역동적인 대상으로 접근한다. 곧 삶의 질 자체가 공간적으로 생산되며, 복지국가의 실현 역시 그것이 실현될 수 있는 열린 사회의 공간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분석의 초점은 부분적으로 국가구조의 결과이면서 동시에 국가로부터의 자율성을 기반으로 하는 발전경로의 역사적인 흐름과 성격을 파악하는 데 두고 있다. 또한 국가권력과 시민사회 세력간의 힘의 역학관계를 바탕으로 성장위주의 발전전략으로부터 삶의 질을 찾아가는 사회적 변동에 관한 이론적 함의를 제시함으로써 사회발전의 의미를 재성찰하고 앞으로의 발전과정에 대해 조심스럽게 진단하고자 한다. 연구의 결과는 시민사회가 국가권력과의 대응관계에서 어떻게 그 성격을 변화시켜 왔으며 또 삶의 질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은 어떻게 형성해 왔는가를 보여준다. 특히 국가의 성장위주의 경제정책과 억압적 사회정책은 역설적으로 경제성장의 주체인 사회적 공간의 인내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사회변동의 틀을 마련해 준다. 더욱이 국가권력의 질적으로 상이한 측면을 반영한 질적 분석에 따르면, 국가중심적 이론은 국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과 사회통제를 강조함으로써 사회의 다른 영역을 등한시함과 동시에 삶의 질을 위한 사회적 조건을 규명하는데 한계를 지님으로써 그 이론적 내용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반대로 노동 및 환경운동에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민사회의 성립과 공고화과정은 한국에서 복지국가의 형성과 삶의 질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제고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의 지탱가능한 사회발전에 대한 이론적 전망은 공공-민간 부문의 협력체계에 입각한 국가재정의 견고성에 의해 삶의 질의 사회적 공간을 제공, 확산하는 데 달려있으며, 유럽의 경우에서와 같이 과도한 복지지향의 사회정책과 형평성의 원리는 동시에 견제됨을 요구한다. 이러한 성장과 분배의 양립가능성을 조절하는 균형점으로서 삶의 질에 관한 연구는 발전과정과 사회정의와 관련하여 다른 역사적·문화적 조건 위에서 그 일반화의 수준을 검토하는 작업을 미래의 탐구영역으로 남겨놓고 있다.
본 연구는 심양 서탑 코리아타운의 장소성을 새롭게 규명하기 위하여 포용도시의 주요 담론을 토대로 행위자-연결망 이론에 기반한 도시 포용성의 개념적 구조를 확립하고, 이를 해당 공간에 적용하여 분석하였다. 사례 분석의 과정은 신중국 건국부터 현재까지의 시기를 서탑 코리아타운의 맹아기와 발전기로 나누어 주요 행위자를 추출하고, 이 지역의 변화를 대표하는 여섯 개의 시기별로 각각의 행위자-연결망의 네트워크 그래프를 작성하였다. 이를 통하여 해당 공간의 도시 표용성 변화 추이를 해석하고 포용도시의 실현가능성을 전망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서탑 코리아타운을 구성하는 행위자의 수와 종류는 한중 수교를 기점으로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행위자-연결망 역시 도시 포용성의 전 지표에서 지속적으로 강화되었다. 둘째, 서탑 코리아타운의 특수성을 대표하는 조선족, 한국인, 현지인, 북한인 등의 주요 인간 행위자들의 행위성이 비약적으로 증진하였다. 셋째, 문화교류와 관련 정책 행위자가 성장하면서 이 지역의 행위자-연결망은 유래없는 도약을 성취하였다. 결론적으로, 심양 서탑 코리아타운의 도시 포용성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도시 포용성을 더욱 향상시킬 잠재적 요인 또한 다수 관찰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일제강점기의 신사(神社)와 관련해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장소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데 있다. 조선신사는 일제의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달성키 위한 식민지배 전략 중 하나로서 공간적으로는 중일전쟁(1937년) 이전까지 개항장을 비롯한 전국의 중요 도시들에 51개의 신사들이 세워졌으며, 당시의 철도체계와 연계해서 해안과 내륙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한 일종의 "신사 네트워크"였다. 또한 시각적으로 이 신사들은 도시의 조망이 탁월한 구릉에 대부분 입지하였으며, 일본인 거류지를 포함한 식민지 경관들과 인접하였다. 이 신사들에 안치된 천조대신(天照大神)과 명치천황(明治天皇)은 응시의 주체로서 지배자를, 그리고 피식민지인들은 응시의 대상으로 전락하였음을 상징하였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신사는 식민지 지배를 위한 감시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사례지역인 전주는 공간적으로 호남평야의 중심도시로서 전라선 철도와 연계되었다. 또한 전주신사는 전주읍성의 서문 밖에 위치한 다가산(多佳山)(65m) 구릉의 정상에 세워져 전망이 탁월하였으며, 일본인 거류지를 비롯한 식민지 경관들과 인접하였다. 그런데 광복이 되자 전주신사가 시민들에 의해 해체되었다. 이것은 훼손된 민족 정체성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한 시민들의 저항 담론의 결과였다. 그 장소에는 대신 충혼탑과 가람 시비가 세워짐으로써 다가산은 일제의 신사가 세워졌던 장소에서 국가 및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경관을 통해 장소에 재현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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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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