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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朱熹) 심성론(心性論)을 중심으로 본 복괘(復卦) 해석의 문제 (The Problem of the Interpretation of the Fû Hexagram[復卦] based on Zhu Xi[朱熹]'s Theory of Psychology)

  • 김광수;김원명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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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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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8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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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이 논문은 주희(朱熹, 1130-1200)의 심성론(心性論)에서 복괘(復卦)가 미발(未發)의 괘상(卦象)이라는 설명에 대한 현대 한국의 여러 학자들의 반론에 대한 반성적 연구다. 주희는 미발설(未發說)을 복괘(復卦)로 설명한다. 여러 연구자들은 복괘(復卦)의 '사려미맹(思慮未萌) 지각불매(知覺不昧)'는 과연 미발설을 설명하기에 충분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사려미맹(思慮未萌)'은 미발설을 설명하기에 적당하지만, '지각불매(知覺不昧)'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본 연구는 주희의 복괘 해석에서 '사려미맹 지각불매'가 미발설을 충분히 설명함을 보이고자 한다. 주희의 미발설은 중화구설(中和舊說)의 시기와 중화신설(中和新說)의 시기로 그 관점이 나뉜다. 중화구설 시기는 성체심용설(性體心用說)을 바탕으로 미발설을 전개하고, 중화신설 시기는 심통성정설(心統性情說)을 바탕으로 미발설을 전개한다. 두 시기 사이에 마음의 지위는 이발에서 미발이발을 관통하는 것으로 바뀌며, 그 역할도 '성(性)이 발(發)한 것' 에서 '성정(性情)을 주재(主宰)하는 것'으로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는 미발에 대한 설명인 '사려미맹(思慮未萌) 지각불매(知覺不昧)'의 해석에 영향을 미친다. 주희는 '사려(思慮)'를 성정의 관계에서 정처럼 말하지만, '지각불매'는 마음과 연관지어 설명하며, '지각불매'를 마음의 상태로 말한다. 그러므로 지극히 고요할 때[지정지시(至靜之時)]에도 '지각불매'하다고 말한다. 지극히 고요할 때는 미발의 때이고, 이러한 미발의 때에도 지각은 어둡지 않다는 것이다. 주희는 '지각'이 미발이발을 관통한다고 본다. 이러한 주장은 주희의 복괘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면 설득력을 가진다. 정이(程?, 1033-1107)는 복괘에서 양(陽)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는 반면에, 주희는 곤괘(坤卦)에서 양(陽)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지, 복괘에서 양(陽)이 생겨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또 주희는 양(陽)을 사려나 감정이 아니라, '성정을 통괄하는 마음'으로 본다. 주희는 '복괘에서 천지지심의 단서를 본다'고 하였고, 복괘를 '양이 다시 회복했지만 만물이 아직 생겨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한다. 만물이 생겨나기 이전이나 천지가 만물을 낳는 마음의 단서를 복괘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주희의 이런 설명을 받아들인다면, 복괘는 미발설을 설명하기에 충분하고, 주희의 복괘 해석에서 '사려미맹 지각불매'는 미발설을 설명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근대 '격물치지학(格物致知學)[science]'에 대한 유학적 성찰 (Neo-Confucian Study of Modern 'Science of gaining knowledge by the study of things[格物致知學])

  • 박정심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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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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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4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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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 근대 science를 '격물치지학'으로 번역한 것은 객관사물[만물(萬物)]에 내재한 보편적 천리[리일(理一)]를 과학적 자연법칙으로 국한시켜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대적 문명국이 신학의 효력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면, 신학(新學)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근대적 문명에 이르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었다. 신학의 정수(精髓)였던 격물치지학[science]은 전근대적인 유학의 도덕(道德)문명에서 서구적 근대문명[civilization]으로 '보편문명의 전이(轉移)'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서구근대적 문명인식과 과학적 사유방식은 인간 역시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여기게 하였다. 몸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해부학에서 생리학 및 인종학 등으로 발전하였다. 인간에 관한 과학적 탐구는 사회다윈주의 수용과 맞물려 더욱 공고화되었다. 사회다윈주의적 현실인식은 그들처럼 되는 것[문명화]만이 가장 시의적절한 선택인 것처럼 오도(誤導)하였으며, 더 나아가 강자의 침략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제하였다. 그러나 과학적 보편주의는 곧 군국주의와 제국주의침략을 정당화했다는 점에서 폭력적 야만이었다. 격물치지학의 근대적 폭력성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가능하게 했던 사유가 바로 유학이었다. 당시 서구적 문명과 삶이 곧 진보요 발전이 되면서 유학은 전근대적 삶의 양식으로서 낡고 쓸모없는 것으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문명성과 폭력성을 동시에 지닌 야누스적 타자에 대한 주체적 대응을 가능하게 하는 이념으로 작동하기도 하였다. 이항로가 성리학적 세계관에 입각하여 서양의 과학기술을 양화론(洋禍論)으로 규정하였다면, 박은식은 과학기술이 군국주의의 도구로 전락했던 측면을 비판하였다. 그동안 우리는 서구적 근대성을 전범으로 삼아 전통철학의 의미를 해석하는데 치중하였다. 한국 근대를 서구문명에 대한 모방과 번역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것은 식민주의를 재생산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근대 유럽중심주의의 폐해를 넘어서 한국 근대를 제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유학적 자산은 재음미할 필요가 있다. '무성무물(無誠無物)'은 과학기술이 삶을 도리어 황폐화시키는 기술만능주의시대에 문명다움 즉 이시대의 바람직한 인간다움과 기술다움을 성찰할 수 있는 도덕성의 기반을 제공할 것이다. '바른 몸-사람다움[성신(誠身)]'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간이 마주하고 선 '참된 자연'에 대한 인식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성(誠)] 때문이다. 삶의 맥락에서의 바른 몸은 성(誠)하고자 함[성지(誠之)]을 통해 시중(時中)을 실현하는 주체로 거듭나야, 비로소 물(物)과도 바른 관계맺음이 가능할 것이다.

신라성덕대왕신종(新羅聖德大王神鍾)의 명문(銘文) 연구(硏究) -'사상성(思想性)' 탐색을 겸하여- (Study on the Words Carved on Seongdeokdaewang-Shinjong (Divine Bell of King Seongdeok) with a New Viewpoint)

  • 최영성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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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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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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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은 신라 중대(中代)의 사상사, 불교사, 정치사, 공예사, 한문학사, 서예사, 금석학사 등 여러 면에서 연구 자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그러나 신종에 대한 일반의 관심도에 비추어 명문(銘文)에 대한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명문에 대한 판독과 번역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체계적인 분석과 연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글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초한다. 부제(副題)를 '사상성의 탐색'으로 한것은 제2차 연구를 염두에 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먼저 종래의 판독과 역주(譯註)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였다. 변려문(騈儷文)의 문체적 특성에 대한 연구도 병행하였다. 그 결과 약 20건 정도의 문제점을 발견하였다. 특히 '工匠?模', '日月?暉' 등 중요한 문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것은, 명문 해석의 중요성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신종의 명문은 사상사의 측면에서 연구할 가치가 높다. 명문에는 불교사상, 유교사상, 도가사상은 물론 우리나라 고유사상 등이 서로 걸림이 없이 무르녹아 있다. 전반적으로 철학성이 높은 글이다. '원공(圓空)'을 주제어로 신종의 의미를 부여하면서, 아울러 불교사상의 핵심과 통치철학을 제시한 것이 돋보인다. 한편 성덕왕의 정치이념, 통치원리가 우리 고유의 풍류도(風流道)에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 것은, 풍류도 전승의 맥락을 추적하게 하는 중요한 단서다. 혜공왕 대에 유교사상에 입각한 개혁파와 민족 고유사상에 기반을 둔 보수파와의 대결을 시사한 대목도 함께 보아야 할 대목이다.

왕부(王符)의 천인관계론(天人關係論) 연구 (A Study on the Tian-Ren relations theory of Wangfu)

  • 조원일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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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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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27-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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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 왕부의 천인관계론은 비록 시대적 상황의 한계 때문에 양한시기에 만연했던 음양오행설의 종교적 이해에 대한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지만, "잠부론" 속에서 곳곳에 걸쳐 인간의 지위와 역량에 대하여 언급을 하고 있으며, 인간의 주재 능력을 제고시키려는 시도와 천과 신의 권능을 희석시키려는 시도를 한 흔적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아울러 국가의 사무나 정치의 초점을 천에서 백성들에게로 이동시킨 점 역시 높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철학적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각도에서 볼 때, 왕부의 일차적인 관심사는 바로 백성들의 생활안정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왕부의 "잠부론"이 당시 사회의 정치 철학사상 측면에 끼친 영향과 공헌은 양한 시기 전체를 아울러 볼 때 왕충의 그것에 비견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왕부가 처한 시대적 상황의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만일 우리가 다른 각도에서 본다면 왕부의 시대적 한계는 천인감응론의 정형화 된 패러다임을 뛰어 넘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동한 말기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당시의 여타 지식인들과 달리 혼란한 사회의 세태를 통렬하게 비판한 점은 긍정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생의 안정이라고 하는 근본에 힘쓰고자 했던 왕부는 왕충과 같이 당시의 시대적 문제를 학술 사상적 측면에서 치력하지 않고, 대부분의 정력을 국가의 사무가 재이나 미신 등의 종교적 관념에 의해서 해석되고 운영되는 것을 타파하는 등의 국가적 내우외환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데에 쏟았던 점 역시 그 나름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왕부는 난세의 상황 속에 처해서 어떻게 하면 현실적 문제를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음양오행설이나 참위설 같은 미신적 색채가 짙은 관념들을 혁파하는데 앞장서게 되었던 것이다.

송명역학과 조선전기역학의 상수위주적 상의관의 특징 (A Brief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Image-Meaning theory focused on image in the early days of the Joseon Dynasty and SongMing period)

  • 윤석민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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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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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67-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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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 본고는 조선전기역학과 송명역학 상의관(象義觀)의 상수위주적(象數爲主的) 특징을 고찰함에 목적이 있다. 조선전기역학은 송명역학의 기초 위에 독창적인 상의관을 전개했다. 조선전기역학의 상의관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갖는다. 하나는 정이(程?)와 양만리(楊萬裏)로 이어지는 의리역학의 상의관에 대한 비판적 계승의 관점이다. 권근의 '인기리이순응지(因其理而順應之)'와 퇴계의 '귀리불귀수(貴理不貴數)'는 '이의리위주(以義理爲主)'의 상의관에 관한 대표적인 명제들이다. 이들은 의리중심의 상의관을 주지하면서도, '의불출수외(義不出數外)', '은오지의여승제지법도득명상(隱奧之義與乘除之法都得明詳)' 등 주희역학의 겸치상의(兼治象義) 상의관도 적극 수용한다. 요컨대, 이들 상의관은 의리위주(義理爲主)의 입장에서 겸치상의(兼治象義)를 천명함에 의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진단(陳?)과 소옹(邵雍)으로 이어지는 도서역학의 상의관과 정주의 상수계열 후학에 대한 적극적 계승과 창조적 변용이다. 이이는 철학적 관점에서 '리(理) 기(氣) 물(物)의 동시적 발생'을 주장하였고, 이는 역학철학에서 '리(理) 상(象) 수(數)의 불가분리성(不可分離性)'의 상의관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적 배열로 우주의 정합적 도식을 설명하려했던 도서학적 전통이다. 이러한 도서학적 전통 속에서, 장현광은 '이득수이위체(理得數而爲體)'와 '역리불외수(易理不外數)' 명제를 제기한다. 이들은 소옹의 수학적 역학을 적극 계승하여 이수위주(以數爲主)의 상의관(象義觀)을 천명하고 있다. 조호익(曹好益)은 도서학적 전통에서 벗어나 "주역"경전 해석에 집중하면서 이상위주(以象爲主)의 상의관(象義觀)을 전개한다. 그는 '불외호상(不外乎象)', '상개구의(象皆具義)', '취상무상(取象無常)' 등 이상위주(以象爲主)의 상의관(象義觀)을 제기하면서 이를 근거로 다양한 상수역학적 해석틀을 창안했다. 요컨대, 조선전기역학의 상의관은 전대의 상의관(象義觀)을 상(象) 수(數), 상(象) 리(理)(의(義)), 상(象) 기(氣), 수(數) 리(理), 수(數) 상(象) 의(義), 상(象) 수(數) 리(理) 기(氣) 등 다양한 논의로 발전시켰다. 그 논의는 이겸치상의(以兼治象義), 이수상위주(以數象爲主)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다산의 인간관과 효(孝)·제(弟)·자(慈)의 실천 (Tasan's Viewpoint of Human Being and Practice of Xiao (孝)·Ti(弟)·Ci(慈))

  • 정상봉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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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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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107-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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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
  • 이 논문은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형이상학적 설명을 한 주자의 관점을 비판하였던 다산이 어떻게 인간을 이해했는가, 그리고 인간의 윤리실천에 대하여 어떤 주장을 하였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다산에 따르면, 신체와 정신의 결합체인 인간은 신체적 성향과 도덕적 성향을 타고난다. 특히 선을 좋아하고 악을 싫어하는 성향은 인간 존재의 본질이다. 이것은 상제로서의 하늘이 인간에게만 부여해 준 것이다. 또한 인간은 자율적 판단능력과 주체적 실천의지인 자주지권(自主之權)을 갖추고 있다. 향선(向善)의 경향성이 있지만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의 행실은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 이에 상제(上帝)는 인간의 동기와 행위의 선악 여부를 언제 어느 때고 감찰한다. 상제의 목소리는 인간의 도심(道心)을 통해 울려나온다. 이것이 윤리실천의 외적 동인(動因)이요, 내적 동인이다. 인간의 제반 실천윤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을 표상한 개념어가 바로 인(仁)이다. 즉 인간은 부모와 자식 형과 동생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친구 등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상에 합당한 도리의 실천을 통하여 인(仁)의 덕을 쌓아간다. 인(仁)의 덕(德)을 이루는 데는 효(孝) 제(弟) 자(慈)가 기본이다. 이 천륜에 관한 윤리에는 유가윤리의 쌍무적 정신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다. 효(孝)를 바탕으로 임금을 섬기고, 제(弟)를 바탕으로 어른을 섬기며, 자(慈)를 바탕으로 백성을 부려야 하는 것이다. 이 효(孝) 제(弟) 자(慈)를 토대로 한 윤리실천의 방법이 바로 '서(恕)'다. 서(恕)는 나의 마음을 미루어 타인의 마음을 헤아리는 추서(推恕)로서 신체적 성향에 관한 것과 도덕적 성향에 관한 것을 두루 포괄한다. 전자의 경우, 자기 욕구의 절제나 양보가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는 공동체 사회내의 당위의 구현을 목표로 삼는다. 결론적으로 다산의 윤리학은 도덕적 성향과 자주지권을 갖고 타고난 인간은 상제의 뜻이 투영된 도심(道心), 즉 도덕적 양심에 귀 기울여 효(孝) 제(弟) 자(慈)의 윤리를 서(恕)의 방법에 따라 실천해 나감으로써 인(仁)의 덕(德)을 쌓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것이 인간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요, 또한 상제인 하늘을 섬기는 길인 것이다. 이에 다산은 수사지학(洙泗之學), 즉 공맹철학의 핵심사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정이(程?) 철학에서 성(性)과 기질(氣質)의 문제 (The Problem of Xing and Qizhi in Cheng Yi's Philosophy)

  • 박승원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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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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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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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
  • 정이(程?)는 변화(變化)의 세계, 즉 '역(易)'의 세계로 자연(自然)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흘러가는 자연 안에 있는 인간(人間)도 자연의 일부로서 생장(生長) 소멸(消滅)하는 존재 중에 하나임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인간을 포함한 만물(萬物)이 모두 '천리(天理)'를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이를 '만물일체(萬物一體)', '천인합일(天人合一)' 등으로 표현하였다. 이것은 정이의 독창적인 사유가 아니라 '북송오자(北宋五子)'와 공유한 것이지만, 이를 해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차별성을 가지고 있었다. 정이는 만물이 동일한 리(理)를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만이 완전하게 천리(天理)를 체화하여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자각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자연은 변화하면서도 스스로 질서를 갖추고 있는데, 정이는 그러한 자연의 질서인 천리를 인간의 질서인 인륜(人倫)과 유비시키고, 인륜을 체화하여 자연과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른 사람을 '성인(聖人)'으로 지칭하였다. 성인(聖人)은 타고나는 측면도 있지만, 누구나 동일한 선(善)한 성(性)을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부단한 수양을 통해서 성인(聖人)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정이의 이와 같은 철학적 구상은 맹자(孟子)의 '성선설(性善說)'의 철저한 계승에서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정이는 '성선설(性善說)'이 유학의 본령이며, 자신이 이를 계승했다고 자부하였다. 다만 맹자에게는 성선의 근거를 해명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정이는 성(性)을 곧 순선(純善)한 리(理)로 보고[성즉리(性卽理)] 성인(聖人)부터 보통의 사람까지 같은 성(性)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면서 이를 해명하고자 하였다. 정이가 말하는 성(性)은 본연(本然)의 선한 성(性)으로서 악(惡) 또는 불선(不善)이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악은 성(性)과는 차원을 달리 하는 불완전한 기질(氣質) 즉 '재(才)'의 문제로 전환되게 되었으며, 정이에게는 이제 이러한 불완전한 기질(氣質)을 바로잡아 본래의 올바른 성(性)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수양의 방법을 제시해야 할 과제가 주어지게 되었다.

'도죽장, 부채, 거문고'를 통해 본 서경덕의 선비적 풍모와 기철학적 특징 (Exploring the characteristics of Seo Kyung-duk's a man of virtue and Ki(氣) philosophy through 'the dojookjang[bamboo cane], the buchae[fan], and the k?mungo[Korean lute])

  • 황광욱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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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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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261-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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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 동양적 전통에서는 다양한 문체로 사물과 대화할 수 있지만 특히 시(詩), 명(銘), 부(賦)가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말은 입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영혼이 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물과 함께 있는지가 그 사람을 규정하는 겉이라면, 사물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는 그 사람의 속이다. 겉과 속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속없이 겉이 없고, 겉이 없이 속도 없다. 그래서 그 사람이 어떤 사물과 함께 했는지를 알면 그의 겉을 상상할 수 있고, 사물과 어떤 대화를 했는지를 알면 속에 들어가 볼 수 있다. 빈한한 삶을 살았던 서경덕이지만 사물 없이 살 수는 없기에 그의 사물이 전무하지는 않다. 서경덕은 여러 사물 가운데 도죽장, 부채, 거문고에 대해 특별하게 기록해 두었다. 부채를 든 서경덕, 도죽장을 짚은 서경덕, 거문고를 품고 있는 서경덕. 우리가 상상해볼 수 있는 그림들이다. 도죽장에 투영된 서경덕은 백성의 곤궁과 험한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는 현실 참여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채에 비춰지는 서경덕은 백성의 어려움을 씻어줘야 하는 현실적 선비의 모습과 함께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철학자이다. 거문고에서 찾을 수 있는 서경덕은 현상과 근원, 체와 용, 형이상과 형이하, 유형과 무형을 일기(一氣)로 파악하는 기철학자이다. 도죽장, 부채, 거문고를 통해 본 서경덕은 세상의 아픔을 걱정하고 좋은 세상을 이루어야 한다는 현실감을 지닌 선비이고, 존재의 근원을 파고드는 철학자이며, 기(氣)의 논리로 요순의 통치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확신하는 이상가이기도 한다.

영국과 독일의 직업훈련·숙련자격제도: 특정 및 최근 변화 (Vocational Training and Qualifications Systems in Britain and Germany: Their Distinct Features and Recent Developments)

  • 정주연
    • 노동경제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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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6권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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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5-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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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
  • 최근에 시급해진 국내의 직업훈련이나 숙련자격제도의 평가나 개혁을 위해 선진국의 제도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영국의 경우 제도의 구조가 최근에 자유방임형에서 정부주도형으로 변화되고 있는 반면에 독일의 제도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구조적 특성은 기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고 독일의 제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독일의 제도의 구조나 성과도 1990년대의 정치적 통일과 경제적인 장기불황의 상황하에서 상당한 한계를 노출하고 제도의 접진적인 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본 연구는 두 국가의 제도의 구조 및 기능적 특성이나 그 최근 변화는 교육철학이나 직업문화, 정부 및 사용자의 역할의 차이, 이에 기초한 훈련 과정이나 숙련자격제도의 작동방식의 차이, 독일의 환경적 변화와 높은 연관성을 보임을 확인했다. 이러한 두 국가의 제도에 대한 이해는 국내의 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는 일부 연구에서 이 선진국들과 국내의 제도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지 않고 그 제도에 속하는 특정한 정책쓸 이식하자는 성급한 진단에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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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의 리더십과 그 현대적 특징 - 지경(持敬)에서 지치(至治)로, 지혜의 리더십 - (The Leadership in Korean Confucianism and its Modern Characteristics : Chíjìng(持敬) to Zhìzhì(至治), the Leadership Wisdom)

  • 김동민
    • 한국철학논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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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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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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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 본 논문은 최근 동양철학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리더십이론의 한국적 적용을 그 목적으로 한다. 즉 현대 리더십이론을 조선시대 유학에 접목시켜 우리 고유의 한국형 리더십의 원형과 현실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 연구를 위하여 본 논문에서는 두 가지 분석모델, 즉 리더의 개인적 특성과 역할을 규정하는 하나의 축과 리더십이 발휘되는 구체적 현장을 규정하는 하나의 축을 설정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방법론적 도구로 사용하였다. 첫 번째 축은 리더십이 효과적으로 발휘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의 모습, 즉 리더가 정체성을 확립하고 역량을 강화해나가는 과정이며, 두 번째 축은 개인영역(Self) - 관계영역(Relationship) - 조직영역(Team) - 사회영역(Community) 등 리더십이 발휘되는 4개의 구체적인 현장이다. 각 영역별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한 핵심가치를 설정했으며, 그 핵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량들을 제시하였다. 먼저 개인영역에서는 치심(治心)과 지경(持敬)을 핵심가치로, 그리고 입지(立志)와 실심(實心)을 그 역량으로 한 셀프리더십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관계영역과 조직영역에서는 각각 시의(時宜)와 실사경장(實事更張)이라는 핵심가치 및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 역량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영역에서는 '이상적 리더상과 이상사회의 비전'이라는 핵심가치를 '목민지치(牧民至治)'라는 개념으로 정의함으로써, 개인영역에서 점차 확대되어 리더십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과정을 한국 유학의 이론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이 연구를 통해서 한국형 리더십은 어느 한 시점이나 특정의 상황에서만 유용한 단발적인 리더십이 아니라 현대의 다양한 리더십이론을 포괄하는 종합적 리더십의 성격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