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 서론
상담은 혼자서는 해결하기 힘든 심리적 어려움이나 정서적 고통, 적응적 문제를 가지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치료 행위이다. 또한 치료장면 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다른 부수적 도구 없이 상담자 자신이 치료적 도구가 되어 내담자에게 치료적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동안 상담에서 상담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적 요인으로 여겨져 왔으며, 연구자들은 성공적인 상담에 기여하는 상담자의 요인을 찾으려는데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왔다.
상담자 요인에 관한 초기의 연구들은 주로 상담자의 이론과 기법 차이에 주목한 특수요인모형(specific factor model)이 주류를 이루었다[1][2]. 그러나 이론이나 기법 보다는 오히려 누가 상담을 했는지가 성공적인 상담과 관련된 핵심요인으로 드러나면서 공통 요인 모형(common factor model) 또는 맥락 모형 (contextual model)으로 불리는 상담자 개인 요인에 대한 연구들이 대두되게 되었다[3-5].
진정성(authenticity)은 이러한 상담자 개인 요인중 하나로, 이것이 치료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본격적으로등장한 것은 인본주의 심리학자 Rogers에 의해서이다. 진정성은 일치성(congruence), 진실성(genuineness), 실제성(realness) 등으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Rogers 는 1957년 발표한 치유적인 인격 변화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논문을 통해 치료의 필요충분조건 중 하나로 진정성을 제시하였다[6]. Rogers(1965)는 상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는 진정한 만남을 통해 깊은 유대와 치료동맹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내담자의 진정성을 향상시킨다고 보았다[7]. Rogers(1959)는 또한 구체적인 치료 기법보다는 상담자의 기본적인 태도를· 시사하였는데, 그 관계가 진솔하지 않을 때에는 어떤 조건들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모든 태도 중에서도 진정성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실존주의 심리치료에서도 진정성을 심리치료의 근본가치이자 내담자가 치료에 깊이 참여하도록 돕는 핵심요인으로 보았다. Bugental(1965), Frankl(1984), May(1969), Yalom(1980) 등 실존주의 치료자들은 치료자의 주관성과 주관적 성찰이 치료적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치료자가 투명하고 진정할 때 치료관계에서 내담자와 매우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며, 이러한 과정 자체가 내담자에게 치유적인 경험이 된다고 보았다[9-12].
그러나 진정성의 치료적 가치가 이와 같이 이론적 입장을 초월하여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치료적 핵심 요인으로 강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진정성과 관련된 경험적 연구는 매우 소수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상담자 진정성이 내담자들에게 어떻게 경험되며 치료적으로 어떻게 기여하는지 그 과정을 명료하게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고, 치료자들은 진정성을 어떻게 함양해야 하는지에 대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없는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진정성에 관한 대부분의 연구는 Rogers가 치료적 필요충분조건으로 진정성을 제시한 직후인 1960년대와 70년대에 집중해 있으며, 이후 급격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대해 박성희(2012)는 수많은 심리치료 이론들이 새롭게 등장하면서 연구자들이 각 이론에 맞는 특수한 기법 개발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진정성에 대한 연구가 급감하게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진정성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지적하였다[13]. 홍정순과 정남운(2013) 또한 진정성이라는 의미가 가지는 추상성과 모호함으로 인해 연구 변인으로써 그 의미와 구성요인들을 명확하게 발견해 내고 조작적으로 정의내리기 위해 충분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한데, 그동안 변변히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진정성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14].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진정성이 다시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게 되면서 두 가지 연구의 흐름을 이루었다. 첫 번째 흐름은 진정성을 이론적 관점으로 살펴 본 연구들이었다. Miars(2002)는 실존적 관점에서 진정성이 무엇인지 살펴보았고[15], Boccara 등(2009)과Neri(2008)는 정신분석적 관점에서 진정성을 고찰하였다[16][17]. 국내에서는 김미경(2002), 박성희(2012)가Rogers의 진정성 개념을 깊이 있게 고찰한 문헌 연구를 하였고[13][18], 김예실과 이희경(2010), 홍정순과 정남운(2013), 홍종관(2005)은 진정성에 대한 개관 연구를 수행하였다[14]11)[20), 두 번째 흐름은 새로운척도들의 개발과 이를 사용한 다양한 양적연구들의 흐름이다. Gelso 등(2005)은 실제적 지각과 진정성의 두 하위요인으로 구성된 실제관계 척도를 개발하였고[21], Lopez와 Rice(2006)는 관계에서 진정성을 측정하는 척도를 개발했으며[22], Wood 등(2008)은 독립된 척도로써 진정성 척도를 개발했다[23]. 국내에서는 이들 척도들을 타당화 하는 연구들이 진행되었으며(24-261, 홍정순(2017)은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한국형 진정성 척도를 개발하였다[27]. 이와 같은 다양한 척도의 개발은 진정성에 대한 연구에 활기를 띄게 만들었 고, 진정성과 다른 상담변인들과의 관계를 연구한 다양한 양적 연구들이 수행되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또한이로 인해 이론적 주장 뿐 아니라 실제 임상장면에서도 상담자의 진정성이 갖는 치료적 중요성이 확인되었는데, 상담자의 진정성이 작업동맹을 강화하고, 내담자의 진정성을 높이며, 긍정적인 치료성과를 내는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다[28-30].
그러나 그동안 진정성에 대한 대부분의 경험적 연구들이 양적 연구에 치우쳐 있었기 때문에 진정성의 치료적 가치를 보다 풍부하고 다양하게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홍정순과 정남운(2013)은 질적 연구를 통해 상담자 진정성의 개념이 무엇이며 그 구성요인들은 무엇인지, 그리고 구성요인들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지에 관해 보다 구체적이고 심층적으로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14]. 김예실(2018)도 양적연구로는 상담자의 진정성이 상담과정에서 어떻게 발현이 되고 경험이 되는지 그 구체적인 양상을 탐색하기 어렵기 때문에 진정성과 관련된 주체들의 주관적인 깊은 생각과 감정그리고 행동 간의 긴밀하고 유기적 관계를 깊게 살펴보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31]. 김진옥과 정문주(2018), 박종환과 박의성(2022)도 현상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질적 연구가 유용하다고 하였다[32][33]. Paulson 등 (1999) 또한 내담자의 치료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상담과정에서 내담자들이 어떤 영향을 받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도움을 받았는지, 그 구체적인 양상과 요인들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상담 과정을 탐색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34].
그동안 매우 소수지만 해외에서는 상담자의 진정성에 대해 수행된 몇 개의 질적 연구들이 있었다. Adomaitis (1992)는 인간중심접근 치료자 9명을 대상으로 진정성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이며 상담에서 이것을 어떻게 구현하는지 치료자의 경험을 탐색하였고[35], Burks(2009) 는 이론적 입장이 서로 다른 14명의 치료자들을 대상으로 진정성 개념과 진정성 경험을 탐색하였다[36] Minnillo(2007) 또한 치료자 7명을 면접하여 이들이 진정성의 의미와 역할을 어떻게 개념화하고 있는지 탐색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상담자의 경험에서만 진정성을 연구했다는 한계를 가진다[35]. Rogers(1957)는 상담에서 내담자의 지각을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고 하면서 상담자 진정성에 대한 내담자의 경험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6]. 홍정순(2017)의 연구도 같은 상담 안에서도 상담자와 내담자가 진정성에 대해 인식하는 것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어 내담자 경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할 수 있겠다[27]. 그런 의미에서 김예실(2018)의 연구는 큰 의의를 가진다 [31]. 김예실(2018)은 연구를 통해 상담 과정에서 상담자와 내담자의 경험을 모두 살펴보았으며, 합의적 질적연구방법을 통해 진정성의 개념과 치료적 경험에 대해 탐색하였다[31]. 그러나 여전히 내담자의 입장에서 경험되는 상담자 진정성의 경험에 대한 보다 실제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필요한데, 특히 진정성이 어떻게, 어떠한 과정을 거쳐 치료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지 상담 전반에 걸쳐 그 과정과 영향을 면밀히 탐색하는 연구가 필요하며, 이에 관련된 요인들과 요인들 간의 유기적인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실제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들이 무엇으로 상담자의 진정성을 인식하는지 그 구성요인들을 확인하고, 상담자 진정성과 관련된 치료적 변화와 그 과정에 대해 살피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상담자에게 진정성을 느꼈던 구체적인 장면에 초점을 두는 면접지를 선행연구를 참고하여 구성했으며[311[35-37], 질적 연구 방법인 근거이론 접근법(Grounded Theory Approach)을 사용하여 내담자들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면밀히 탐색하고 분석하고자 하였다. 질적 연구방법은 연구 참여자들이 경험한 현상을 있는 그대로 풍부하게 기술하면서 연구 주제에 대해 보다 실제적이고 풍부한정보들을 제공할 수 있으며, 이중 근거이론 접근법은 치료적 변화의 과정과 관련된 요인들을 유기적으로면밀히 살펴보기에 가장 적합한 연구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진정성의 치료적 가치를 보다 명료하고 풍부하게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며, 초심 상담자들이 진정성을 함양하고 그들의 내담자를 더 잘 돕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상담자 교육과 훈련에 의미있는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Ⅱ. 연구 방법
1. 참여자
본 연구는 상담 심리 전문가에게 최소 10회기 이상 상담을 받은 상담 전공자 12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여기에서 상담 심리 전문가라 함은 상담관련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상담 실무 경력이 15년 이상인 상담자를 말한다. 상담자들은 모두 현직 상담자들로 이들의 주요 이론적 배경은 게슈탈트 1명, 정신역동 2명, 인간중심 1명, 온마음 상담 1명, 인지 행동 2명, 절충적 3 명, 현실역동 1명, 대상관계 1명 이었다.
연구 참여자의 경험과 표현 능력에 의존하는 질적 연구방법에서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풍부하게 기술하면서 연구 주제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정보들을 제공할 수있는 참여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상담 경험 속에서 상담자 진정성의 요인들을 명료화하고 그 영향과 전개양상을 풍부하게 기술할 수 있도록 상담 전공자들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연구 참여자는 연구조건을 충족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선정하는 초점 표집 방식(focused sampling) 을 사용하여 18명을 확보하였고, 이 중 참여의사를 밝힌 12명을 연구대상으로 선정 하였다. 참여자들의 성별은여성 7명, 남성 5명이며, 평균 연령은 37세(최소 28 세, 최대 54세)였다. 참여자들의 상담 기간은 평균 8.4 개월(최소 4개월, 최대 15개월), 25회기(최소 10회기, 최대 50회기)였고, 주 호소 문제는 불안, 우울, 진로, 대인관계 문제, 자기이해 증진 등이었다. 면접 당시 3명은 상담이 진행 중이었고 9명은 종결한 상태였다.
2. 면접
상담자 진정성 경험에 대한 내담자의 경험을 살피는 방법으로 개별적 심층 면담이 진행되었고, 면접을 위한 반구조화 개방형 질문지를 구성했다. 질문지의 문항 작성을 위해 문헌고찰과 상담자 진정성에 대한 선행 연구의 질문지를 참고했으며(31[[35-371, 상담자 진정성에 대해 선행연구를 한 심리학 박사 2인의 평정과 3회의 수정을 거쳐 총 6개의 질문들을 구성하였다(주요문항 4 개, 하위문항 2개). 최종 구성된 질문지는 1명에게 예비조사를 실시하여 최종 확정하였다. 면접 질문은 [표 1] 에 제시되었다.
표 1. 면접질문
3. 자료수집
본 연구는 기관생명윤리위원회의 연구 승인을 거쳐 진행되었다(1040395-201802-05). 연구 참여자 12명에게 개별적으로 심층면접을 실시하였고, 면접에서는 내담자들의 인적사항, 상담 기간과 회수, 주 호소 문제 종결방식, 상담자 정보 등이 포함된 기본 질문지'와 '연구 동의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 설명서' 및 비밀유지와 관련된 내용을 안내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면접 전 질문지를 참여자들에게 사전 배부하였는데, 이는 면담의 의도된 초점을 보다 명확히 파악함으로써 참여자 스스로 연구의 적절성과 부당성을 확인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정성 경험을 회상해 봄으로써 보다 깊고 풍부하게 내적 경험에 접근하며, 마지막으로 사적 경험의 공개에 대한 요구 수준과 위험성을 확실히 인지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면접은 연구자 1인이 진행하였고, 참여자들이 연구자의 소속 대학원 상담실에 방문하여 이루어졌다. 이것이 불가능했던 2명에 한해서는 연구자가 참여자들의 근무지로 방문하여 면담을 진행하였다. 심층면접은 최소 70 분에서 최대 10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평균 면담 시간은 80분이었다. 면담 내용은 사전 동의 후 녹음되었고, 12개의 개별적인 축어록으로 작성되었다. 면담 자료의 분석 과정에서 추가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참여자들에게 전화, 이메일, SNS를 통해 1~2회에 걸쳐 추가 정보를 확보하였다.
4.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근거이론 접근법(Grounded theory approach)의 분석절차를 따랐다. 근거이론 접근법은 현상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확인하고 개념들 간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특정한 현상에 적합한 변인들이 구체화 되어 있지 않은 경우, 또는 이론적 기반이 갖추어지지 않은 분야나, 기존 이론에 대한 수정 또는 명확성이 필요한 분야들에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다 [36]. 본 연구의 분석방법으로 근거이론 접근법을 선택한 것은 상담자 진정성이 내담자에게 무엇으로 어떻게 경험되었는지 그 구성요인들을 밝히고, 요인들 간의 유기적 관계들과 치료적 과정에 대해 보다 면밀히 살펴보기에 근거이론 접근법이 제시하는 분석절차와 패러다임 모형 분석이 가장 적합한 연구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본 연구에서는 Strauss와 Corbin(1998)이 제시한 분석절차에 따라 개방 코딩(open coding), 축 코딩 (axial coding),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의 분석을 진행하였고, 의미를 가진 가장 작은 단위인 개념부터 하위범주, 범주로 점진적으로 영역을 넓혀 구조화하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범주들 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였다[38]. 또한, 이를 바탕으로 연구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 개요와 핵심범주를 도출해 내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4.1. 원자료 준비
수집된 면담 녹음 자료를 참여자가 표현한 언어 그대로 기술하여 개별적인 12개의 축어록으로 완성하고, 참여자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축어록에 면담 날짜 순서로 번호를 매기고 영문 이니셜을 표기하여 연구자만 이들을 구분할 수 있도록 처리하였다.
4.2. 개념 및 범주화
이 과정은 축어록을 문장 단위로 분석하여 주요 개념을 도출하고 명명하는 개방 코딩(open coding) 과정이다. 지속적인 비교방법(contrast comparison method)을 통해 도출된 개념들을 비교, 분류하여 유사한 현상들을 범주로 묶고, 각각 범주들의 속성과 차원육 설정하여다
4.3. 패러다임 모형 구성
한 범주를 중심축으로 속성과 차원이 같은 다른 범주들을 연결시키는 축 코딩(axial coding)과정을 통해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는 과정이다. 중심이 되는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인과적 조건, 맥락적 조건, 작용/상호작용 효과를 규명하고, 이에 개입하는 중재적 조건과 결과로 이어지는 패러다임 모형을 구성하였다.
4.4. 이야기 개요 및 핵심범주 구성
범주의 속성과 차원 사이에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관계들의 유형(pattern)을 발견하는 선택 코딩(selective coding)과정을 통해 범주를 통합하고 이론을 정교화 하였다. 또한 개별 사례간의 중심 내용의 차이를 발견해 내고 이에 관계된 요인들을 규명해 내었으며, 이와같은 과정들을 통합하여 이야기 개요를 구성하고 핵심범주의 속상과 차원을 규명하였다.
5. 연구의 타당성 검증
연구 절차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위해 본 연구에서는 Guba와 Limcoln(1981)이 제시한 사실적 가치(truth value), 적용가능성(applicability), 일관성(consistency), 중립성(neutrality)의 4가지의 기준을 따랐다[39]. 우선 사실적 가치 기준을 높이기 위해 한 가지 방법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반구조화 된 자유 기술식 사전 질문, 심층 면접 추가 정보 확인을 위한 전화, 이메일,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그리고 분석을 마친 뒤에는 연구 참가자들 중 연락이 가능했던 11명에게 결과물을 보여주고 전체적인 패러다임 모형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뒤, 각각의 개념과 범주명이 현상을 잘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정을 거쳤으며, 재분석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수정과정을 거쳤다. 다음으로 적용가능성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최근에 상담을 종결하거나 현재 상담중인 3인에게 본 연구결과물을 제시하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연구결과가 본인에게도 적용 가능한지에 대한 검증을 부탁하였다. 일관성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본 연구에서는 분석과정과 결과에 대한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상담심리사 1급 자격이 있는 상담학 박사 1인, 근거이론 접근법으로 박사학위 논문을 쓴 상담학 박사 1인, 상담심리사 2 급 자격증이 있는 2인에게 자문과 논의과정을 거쳐 수정해 나갔다. 마지막으로 중립성에 대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연구과정과 결과에서 편견이 배제되어야 하는데, Guba와 Limcoln(1981)은 질적 연구에서 중립성은 앞의 사실적 가치, 적용가능성, 일관성이 확립될 때에 획득된다고 하였는바[39], 앞의 세 기준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자 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자료의 개념 및 범주화 결과
본 연구에서는 개방코딩 과정을 통해 심층 면접에서 얻은 자료들을 문장 단위로 비교, 분석하여 개념을 도출해 명명하고, 이들중 유사한 개념들끼리 분류, 통합하여 하위범주를 생성한 후, 다시 하위범주들의 속성과 차원에 따라 상위 범주로 발전시켜 가는 일련의 작업들을 수행하였다. 연구 결과 최종적으로 57개의 개념이 명명되었고, 이 개념들을 추상화 시킨 40개의 하위범주, 그리고 이들 하위 범주들을 보다 광범위하게 아우르는 14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표 2].
표 2. 자료의 개념 및 범주화 결과
2. 근거이론 패러다임 모형
도출된 개념, 하위범주, 범주들을 근거이론 접근법이 제시하는 패러다임 모형에 따라 축 코딩 과정 분석을 통해 인과적 조건, 현상, 맥락, 작용/상호작용, 중재효과, 결과로 분류되었는데 그 결과는 [그림 1]에 제시되어 있다.
그림1. 상담자 진정성과 치료적 변화 패러다임 모형
인과적 조건(causal condition)은 어떤 현상이 발생하거나 발전하도록 이끄는 사건 또는 원인을 말한다 [38]. 본 연구에서는 중심 현상을 이끄는 인과적 조건으로 '내담자가 지각한 상담자 진정성'이 주요 범주로 나타났고, 하위 범주로는 '진솔성', '진심어린 태도', 정성스런 돌봄'이 도출되었다. 이는 내담자가 무엇으로 상담자의 진정성을 경험하게 되는 지, 내담자가 인식하는 상담자 진정성의 구성 요인에 해당된다.
현상(phenomenon)은 인과적 조건의 영향으로 인해 참여자들이 겪게 되는 경험을 말하는 것으로, 연구결과 진정성에 대한 내적 경험'이 '내담자가 지각한 상담자 진정성'이라는 인과적 조건으로 인해 일어난 중심현상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인 하위 범주로는 '신뢰감' '안심/안도감' '따뜻한 위안' 그리고 '함께 함'이 도출되었다.
맥락(context)은 중심적인 현상이나 문제들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전후관계나 상황들의 집합을 말한다 [38]. 연구 결과에서는 중심적 현상에 기여한 맥락으로 높은 치료 동기'와 문제 해결에 대한 무능감'이 주요범주로 도출되었고, 그 하위 범주로 각각 높은 부적절감'과 '심리적 고통감' 문제 해결에 대한 무능감'과 문제가 오래 지속됨'이 나타났다.
중재적 조건(intervening condition)은 참여자가 경험한 현상의 강도나 영향의 변화를 유도하는 조건으로 작용/상호작용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말한다[38]. 연구 결과 상담자 수용 수준', 상담자 공감 수준', 내담자 개인 요인'이 중재적 조건으로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상담자 수용 수준'은 '빈약한 관심과 존중', '기본적인 관심과 존중', 가치와 잠재력까지 존중'의 하위 범주로 구성되었고, 상담자 공감수준'은 '빈약한 공감', 내담자 표현과 일치' 존재의미, 성장 동기까지 고려'의 하위 범주를 포함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내담자 개인 요인'은 '개방에 대한 불편감' '낮은 대인간 의존성' 내담자 준비도'로 구성되었다.
작용/상호작용(acti.on/interaction)은 참여자들이 마주치는 상황, 문제, 쟁점을 다루는 전략적 혹은 일상적 대응을 말한다. 연구 결과에서는 중재적 조건에 따라 중심 현상이 '믿고 의지하기', '보류하기', 저항하기' 의 세 가지 범주로 나뉜 것으로 나타났으며, 참여자 중 5명은 믿고 의지하기', 5명은 보류하기', 2명은 저항하기1 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 범주들의 구체적인 하위 범주를 살펴보면, 믿고 의지하기'는 신뢰와 의지' '자기개방 증가', 밀도 있는 상담' 친밀감과 애정'의 하위 범주로 구성되었고, 보류하기'는 표면 문제만 다룸과 '지켜봄'으로 구성되었으며, '저항하기'는 상담 내용을 제한함'과 말이나 제안 무시'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결과(consequences)는 작용/상호작용을 거쳐 나타나게 된 현상의 변화, 상태 양상의 총체를 말한다[38]. 연구 결과 긍정적 심리 내적 변화' 행동변화' '대인관계 변화' '미진한 종결 또는 조기종결'의 네가지가 결과 범주로 도출되었다. 각각의 하위범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긍정적 심리 내적 변화'는 자기이해와 수용', '자아존중감 상승', '희망과 용기', 자기 탐색증가', '안정감'이, '행동 변화'는 문제에 적극적 대처와 변화 시도'가, 대인관계 변화'는 진정성 모델링', '자기표현, 자기주장 증가', '타인에 대한 개방성, 수용성 증가'가, 그리고 '미진한 종결 또는 조기종결'은 '미진한 종결', 조기종결'이 각각 하위 범주로 도출되었다. 연구참여자들 중 10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치료적 변화로 긍정적 심리 내적 변화' 대인관계 변화', '행동변화'를 보고하였고, 1명은 '긍정적 심리 내적 변화'만을, 나머지 1명은 전혀 치료적으로 변화 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3. 이야기 개요
근거이론 접근법에서 이야기 개요(story line)는 선택 코딩의 과정을 통해서 도출되는 결과로써, 연구의 중심적인 현상과 각 범주들 간의 관계를 서술적으로 기술하고 이를 분석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개념화하여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38].
본 연구를 통해서 발견된 이야기 개요는 다음과 같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연구 참여자들은 적응상의 문제나 심리적 고통감과 같은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 문제를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능감과 왜 내가 이러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상담에 임하게 된다. 참여자들은 이러한 어려움들을 상담자와 상의하는 과정에서 상담자의 태도, 모습, 행동을 통해 상담자의 진정성을 경험하게 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요인은 진솔성'이 었다. 즉, 상담자가 거짓이나 꾸밈없이 진실하며 솔직하다고 생각될 때 상담자가 진정성이 있다고 느끼게 되고, 이러한 진솔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상담자가 진심어린 태도를 보여주고 정성스럽게 자신을 돌보고 있다고 느끼게 될 때 상담자가 진정성 있게 자신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때 내담자는 내적으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되는데, 안심과 안도감, 신뢰감, 따뜻한 위로를 느끼게 되며 상담자가 지금 여기에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강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나를 알고 계신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저 분은 아신다는 안도감이 들고, 저를 정말 위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이런 느낌?"
참여자들은 이후 상담에서 서로 다른 세 가지 양상을 보이는데, 첫 번째는 상담자를 지속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유형이었다. 이들은 상담에서 자신의 깊은 내면까지 탐색하고 개방해 가면서 상담을 더욱 밀도 있게 만들어 갔고, 상담자에게 인간적인 친밀감과 애정을 느끼며 강한 치료적 동맹관계를 형성해 갔다. 두 번째는 상담에서 보류적인 자세를 취하는 유형으로, 이들은 상담에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주저하며 상담자에게 조금 더 신뢰가 쌓이고 확신이 느껴질 때까지 주시하고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은 매우 소수지만 상담에서 저항하는 태도를 보였던 유형들이었다. 이들은 상담자에게 때때로 반감과 반발심이 들어서 상담에서 다루는 내용을 제한하거나 상담자의 조언이나 제안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차이가 중재적 조건의 개입으로 인한 상호작용의 결과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여기에 개입된 중재적 조건은 상담자의 수용수준과 공감 수준으로 나타났다. 즉 상담자의 수용과 공감 수준이 자신의 가치, 잠재력, 성장 동기와 존재의 의미까지 아우를 정도로 깊고 정확할수록 상담자를 더욱 믿고 의지하는 태도를 보였고, 이것이 충분하지 않을 때는 보류적인 태도를, 아주 얕거나 매우 빈약하다고 느낄 때는 저항하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표면적인 것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이 제가 표현한 감정을 그대로 수용해 주시고 더 깊게 건드려 주시면서 이전엔 한 번도 생각 자체를 아예 안 했었고, 무시했던 부분을 떠올리고 살펴보게 해 주셨죠."
"저를 어느 정도 파악을 하고 얘기를 해 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냥 그때의 감정 뿐 아니라 저를 전체적으로 이해하시면서 해 주신 말씀이니까 선생님의 조언이 굉장히 진심 어리게 느껴졌죠."
상담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조기종결을 한 1인을 제외한 모든 참여자들이 긍정적인 치료적 변화를 보였는데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심리 내적으로 긍정성이 증가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었으며, 자신에 대해 호감이 생기면서 자아존중감이 상승하고, 성장과 변화에 대한 희망과 용기가 생기면서 삶의 전반에서 불안과 우울감이 감소하였다. 두 번째 변화는 대인관계에서의 변화이다. 이들은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 증가하였고, 자기 경험에 대해 좀 더 개방적이고 수용적이 되었으며, 비판단적인 태도가 증가하였다. 마지막은 행동에서의 변화 였다. 이들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게 되었으며, 이전과는 다르게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나를 수용하게 되고 나 자신에게 자비가 생겼다고 할까요? 내가 무시하고 했던 것들을 나의 일부로 이렇게 갖고올 수 있게 된 거죠."
'선생님하고 상담하면서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선선님처럼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대인관계에서 화를 많이 표현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대화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 쪽으로 가고 있거나 하면 그걸 제가좀 전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태도가 좀 된 거죠."
4. 핵심범주
핵심범주(core category)는 이야기 개요를 다시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생성되는 것으로 연구의 중심 주제를 집약적으로 대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연구가 무엇에 관한 것인지를 핵심적인 단어로 응축하여 표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은 분석의 가장 마지막 단계로서 모든 범주들을 통합하고 정교화 하는 작업이다. 이야기 개요의 결과를 분석하여 살펴 본 결과, 본 연구 의 핵심 범주는 상담자 진정성은 내담자가 경험하는 상담자의 수용 및 공감 수준에 따라 치료적 변화 수준에 차이를 보 임' 으로 요약되었다. 본 연구에서 핵심 범주의 속성과 차원은 [표 3]에 제시되어 있다.
표 3. 핵심범주의 속성과 차원
즉, 상담자의 수용 수준과 공감 수준이 깊을수록 내담자의 긍정적 내적 경험이 강해지면서 긍정적인 치료적 변화가 나타났는데, 자기이해와 수용이 깊어지고, 상담자의 진정성을 모델링하는 것이 생활 전반으로 일반화 되어가며, 자기 문제에 대처하는 태도가 보다 적극성을 띄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IV. 논의
본 연구는 실제 상담에서 내담자들이 상담자의 진정성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그 구성요인들을 확인하고, 상담자 진정성과 관련된 치료적 변화 및 그 과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수행되었다. 이를 위하여 질적 연구방법인 근거이론 접근법을 사용하였으며, 분석 결과 총 57개의 개념과 이것을 추상화 시킨 40개의 하위범주, 14개의 범주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와 논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내담자들은 상담자의 진정성을 진솔성', 진진어린 태도, 정성스런 도움'으로 인식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각 구성 요인들의 하위 개념을 살펴보면, '신솔성'은 주로 솔직함, 정직함 등과 관련된 개인 내적 측면의 개념들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고, 진심어린 태도'와 정성스런 돌봄'에는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적인 측면, 특히 내담자를 위하는 태도 또는 행동과 같은 개념들이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는 내담자가 인식하는 상담자의 진정성에는 개인 내적 측면과 동시에 관계적인 측면이 함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개인 내적 측면의 진정성을 강조한 서구의 입장과는 달리 한국의 내담자들은 관계적인 측면 또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Robinson 등(2012)은 진정성을 인류가 공통적으로 공유하는 보편가치임과 동시에 문화적인 특수성을 고려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하였다[40].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결과는 관계를 중시하는 집단주의 문화권에 속하는 한국사회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해 볼수 있을 것이며, 한국의 내담자들은 개인 내적 측면인 진솔성뿐아니라 관계적 측면인 상대를 위하는 태도'와 행동까지 일치 될 때 상담자를 진정성 있다고 인식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상담자 진정성은 내담자에 대한 깊은 수준의 수용과 공감이 수반될 때 보다 일반화되고 강력한 치료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용과 공감수준이 기본적인 존중과 관심을 넘어 내담자의 가치와 잠재력까지 맞닿고, 내담자의 존재의 의미와 성장 동기까지 담아 낼만큼 심층적이고 정확할수록 보다 긍정적이고 강력한 치료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Schnellbacher와 Leijssen(2009)은 내담자의 진정성경험 연구를 통해 상담자의 진정성이 수용, 공감과 강한 관련이 있었다고 보고하였다[41]. Bozarth(1998)도 진정성이 공감과 상관이 있다고 보았으며[42], Orange(2002) 또한 진정성이 공감과 강한 상관이 있으며,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43]. Rogers(1959)도 진정성이 공감적 이해 그리고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는데[8], 본 연구결과 또한 이들의 이론과 기존의 연구결과들이 확인한대로 상담자 진정성이 상담자의 수용, 공감 수준과 밀접한 상관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상담자의 수용 수준이 내담자가 표현한 것들을 통합적으로 아울러 개인의 가치와 잠재력까지 고려하는 깊은 수준이 될수록, 그리고 상담자의 공감 수준이 내담자가 느끼고 표현한 것을 넘어 개인의 존재의 의미와 성장 동기까지 담아낼 정도로 깊고 정확하게 맞닿을수록 보다 깊고 일반화된 치료적 변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상담자 진정성의 치료적 변화는 크게 긍정적인 심리 내적 변화, 대인관계 변화, 행동 변화로 나타났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심리 내적으로는 자기이해와 수용이 증가하면서 삶에 대한 안정감과 희망이 생기는 등 긍정적인 정서가 증가했으며, 대인관계에서는 자기개방과 수용이 증가하고 경험에대한 자기표현과 자기주장이 증가하였으며, 삶 전반에서 상담자 진정성을 모델링하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적으로는 변화를 시도하고 문제에 대한 대처가 보다 적극성을 띄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Rogers(1957) 는 성공적인 치료의 판단 기준으로 자기개방과 자기표현이 증가하고, 자신의 내적 경험에 대한 확신이 강해지며, 자신의 가치에 따라 행동하는 모습이 증가한다고 하였다[6]. 또한 진정한 자기다운 모습이 되어가며, 상담자의 진정성이 내담자의 진정성을 높인다고 하였다. 본 연구결과는 Rogers의 주장을 확인하는 결과를 보여 주었는데, 개인 내적으로 자기 확신이 증가하면서 관계안에서도 진정성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띄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제한점 및 후속연구에 대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에서 참여자들은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한 내담자 12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따라서 이들의 경험을 일반 내담자의 경험으로 확대하여 일반화 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실제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자의 진정성 경험을 탐색해 볼 필요가 있겠다. 둘째, 본 연구에서는 '개방에 대한 불편감', '낮은 대인간 의존성', '내담자 준비도'와 같은 개념들을 포함하는 '내담자 개인 내적 요인'들을 범주로 확인하였으나, 본 연구 참여자들에게서는 이와 같은 요인들에 대한 개인 간 편차와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일반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이와는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속 연구에서는 일반 내담자들을 상대로 이와 같은 개인 내적요인들의 영향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셋째, 참여자들 중 일부는 상담과 관련되지 않은 상담자의 개인 요인들, 가령 상담자의 인간적 매력, 삶에 대한 철학, 기부행동, 인지도 등이 상담자의 진정성 인식에 영향을 주었다고 말해 주었다. 후속 연구에서는 상담자의 진정성을 촉진하거나 방해하는 상담자 개인 요인에 대한 탐색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본 연구에서는 상담자의 진정성을 신뢰했으나 미진한 종결 혹은 조기종결에 이르게 된 소수의 참여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치료 중반에 상담자에 대한 진정성이 와해되었다고 보고하였는데, 후속 연구에서는 상담자 진정성을 저해하고 방해하는 요인들에 대한 탐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내담자가 상담자의 진정성을 보다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상담자는 상담과정에서 자기 자신과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민감히 자각하고 알아차리는 것이 유익하며, 일상에서도 개인의 진정성 함양을 위하여 꾸준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희경(2010)과 김예실(2018)도 진정성을 상담에서만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개인의 삶에서도 이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고 하였다[19][31]. 둘째, 내담자를 더 잘 돕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치료 이론이나 기법을 익히는 것보다는 내담자를 더 깊게 이해하고 정확히 공감하며 폭넓게 수용하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개인적으로는 상담자 자신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와 수용의 경험을 위해 교육 분석에 참여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며,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사례들을 보다 깊이 살피고 성찰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삶의 영역 전반에서 인간에 대한 호기심을 유지하고 탐구하는 자세가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 연구의 의의는 첫째, 실제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들의 경험을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여 매우 구체적이고 풍부하게 탐색하였다는 것이다. 진정성의 보편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하여 한국의 내담자들이 실제 상담에서 무엇으로 상담자의 진정성을 인식하고 어떠한 치료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지 있는 그대로를 살펴봄으로써 진정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공하였다. 둘째, 본 연구는 상담자 진정성이 내담자에게 긍정적 치료적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과 이에 관련된 요인들을 명확히 확인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또한, 상담자 진정성과 내담자의 치료적 변화 사이에 관계되는 요인들과 그 영향을 밝힘으로써 진정성의 전달과 함양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를 제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초보상담자의 교육과 훈련의 근거 자료를 제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Hammond, Hepworth와 Smith (2002)는 진정성을 긍정적인 치료적 변화를 촉진시키는 임상 기술로 보면서 훈련을 통해 이를 함양할 수 있다고 보았다[44]. 또한, Tudor와 Worrall(1994)도 진정성을 존재하는 방식인 동시에 개발시킬 수 있는 기술로 보았다[45]. 본 연구는 상담자 진정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그 치료적 가치를 밝힘으로써 초보상담자가 유능한 상담자로 성장하고 발전해감에 있어 함양해 나가야 할 역량이 무엇인지를 제시하였고, 상담 전문가들에게는 이들의 교육과 지도에서 무엇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공하였다는데 의의가 있다. 본 연구가 한국의 상담환경에서 진정성이 가지는 치료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보다 실제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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