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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Coverage on COVID-19 and Partisan Agenda-setting: An Analysis of Topic Modeling Results and Survey Data

코로나19 보도와 정파적 의제설정: 토픽모델링과 설문조사 연결분석

  • Received : 2021.09.02
  • Accepted : 2021.11.30
  • Published : 2022.01.28

Abstract

This study explored the agenda of conservative and liberal media in reporting COVID-19, and observed the effects of each media's partisan agenda-setting on the public with the same political orientation. To this end, researchers collected 5,286 articles on COVID-19 from five newspapers, and analyzed the survey data of 1,067 respondents. Next, the researchers extracted main agenda using LDA topic modeling and analyzed the correlation between newspapers' agenda and survey respondents' agenda. As results, 15 topics such as infection, vaccine, and economic crisis appeared as the media agenda, and the difference in major agenda between conservative and liberal media was found. On the other hand, the conservative media exerted an agenda-setting influence not only on the conservatives but also on the liberals, but the liberal media did not have a significant influence on the liberals. This study contributes to the methodological expansion of agenda-setting research by introducing a new way to confirm the effectiveness of agenda-setting by combining topic modeling and survey.

본 연구는 코로나19 보도에 있어 보수와 진보 언론의 의제를 확인하고, 각 언론이 정치성향이 같은 수용자에 미치는 정파적 의제설정 효과를 검증했다. 이를 위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의 코로나19 관련 기사 5,286건을 수집했고, 진보-중도-보수 응답자 1,067명의 설문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어서 본 연구진은 LDA 토픽모델링을 활용해 의제를 추출하고,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의제 중요도 인식과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언론 의제로는 감염, 백신, 경제위기 등 15개 토픽이 나타났으며, 보수와 진보 언론 사이에 주요 의제의 차이가 드러났다. 한편, 보수 언론은 보수 응답자는 물론 진보 응답자에게도 의제설정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진보 언론은 진보 응답자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본 연구는 토픽모델링과 설문조사를 결합해 의제설정 효과를 검증하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여, 의제설정 연구의 방법론적 확장에 기여했다.

Keywords

I. 서론

2019년 12월 출현한 코로나19가 방역과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불안으로 몰아넣고 있다. 예상 밖의 재난 상황은 건강뿐 아니라 경제, 교육, 복지, 외교, 문화, 스포츠 전 분야에서 경험하지 못한 변화를 유발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비대면 회의에 익숙해지고, 공동체의 방역 규범에 적응하며, 빠른 정보의 습득을 중시하게 됐다. 특히 코로나19 관련 정보는 언론매체와 SNS 등에서 셀 수 없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불확실한 뉴스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자극적인 표현은 공포를 심어주었다. 특정 국가나 인종에 대한 혐오 표현은 불필요한 대립을 촉발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시기에 언론은 감염병 위험 경고, 정보 전달, 의제설정, 국민 의견 전달의 역할을 해야 한다[1]. 그러나 국회 입법조사처의 ‘감염병 보도 규제의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지나친 속보 경쟁으로 부정확한 보도, 자극적 보도, 감염자 신원 노출, 혐오 유발 등의 문제를 드러냈다[2].

특히 코로나19가 건강과 안전 이외에 다양한 의제를 만들어낸 만큼, 언론은 국민이 알아야 할 의제들을 적절하게 선택해 전달해야 했다.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의제설정은 국민이 관련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데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언론은 코로나19 관련 중요한 의제를 주도하지 못하고, 정치적 성향에 따라 보도에 차이를 나타냈다 [3][4]. 특히 코로나19 유행 시기인 2021년 4·7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른 언론의 차별적 의제설정과 보수-진보 간 진영 갈등은 더욱 심해졌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본 연구는 코로나19 보도에서 언론이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 다른 의제를 다뤘는지 살펴보고, 더 나아가 보수와 진보 언론이 각각 보수와 진보 수용자에게 의제설정의 영향을 미쳤는지 검증해보았다. 정치적 성향에 따른 언론의 영향을 ‘정파적 의제설정’으로 개념화하고, 그 가능성을 추적한 것이다. 방법론상으로, 언론 의제 도출을 위해 빅데이터 규모의 기사 수집과 토픽모델링이 실시됐고, 대중 의제 추출을 위해 설문조사가 실시됐다.

본 연구의 의의는 건강 관련 이슈에 대해 정파적 의제설정의 가능성을 탐구해 본 데에 있다. 기존 의제설정 연구에서 이와 같은 시도는 거의 없었다. 이를 통해 정치와 무관한 이슈도 정파적 언론과 정파적 수용자에게 갈등의 소재로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다. 또한, 방법론 측면에서 토픽모델링과 설문조사를 결합해 의제설정을 검증한 시도도 거의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방법론을 사용해 의제설정 연구가 빅데이터 활용의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Ⅱ. 이론적 배경

1. 감염병 보도와 코로나19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안전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여 사람들의 신체와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5]. 이 때에는 불안, 우울증, 스트레스를 겪기 전에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제공받는 것이 중요하다[6]. 미디어 의존 이론(media dependency theory)[7]을 적용하면,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이 신체적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고자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며 필요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감염병 사태에서 언론의 역할은 다양하게 조명된다. 감염병의 위험을 알리는 경고자, 감염병 위험의 프레임 설정자, 감염병 위험 인식의 확산자, 국민 의견의 전달자 등을 수행해야 한다[1]. 무엇보다 사람들이 거짓 정보로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언론은 감염병에 대해 정확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그러나 언론의 대응에 대해서는 비판적 지적이 많다. 과거 사스(SARS), 에볼라, 메르스 유행 당시에 언론이 자극적 용어를 사용해 공포를 조장하고 과도한 위험 인식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8-10].

지금의 코로나19는 오랜 기간 지속하며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다양한 의제를 만들어냈다. 박주현(2020)[3] 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시기를 발생기, 확산기, 대유행기로 나누고,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보도 프레임을 분석했다. 보수 신문은 발생기와 확산기에 정부-지방자치단체-병원의 대응을 집중 보도하고, 대유행기에는 정책의 입안과 수용에서 생긴 갈등과 경제적 피해를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진보신문은 발생기에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확산을 경계하는 보도에 주력했고, 확산기에는 정책 입안과 수용에서의 갈등에 집중하고, 대유행기에는 다시 지역사회 감염확산을 경계하는 보도를 했다. 그 밖에도 보수 신문은 금융, 부동산, 운송 등 경제적 손실과 정책을 비판하는 데에 집중했지만, 진보 신문은 확산 방지를 위한 치료와 마스크 대란 등 실생활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보도에 집중했다. 함승경, 김혜정, 김영욱(2021)[4]은 코로나 19와 관련해 5개 시기를 나누고, 언론 보도에 주제분석(토픽모델링)과 언어 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가장 유행이 심했던 절정 시기에 보수지는 경제 위기와 정부 대응에 집중한 반면, 진보지는 정부 지원과 해외 상황을 집중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와 관련해 다양한 의제가 생성되지만,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특정 의제가 부각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향후 코로나19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종합적 평가와 비판이 이어지겠지만, 언론이 주목한 주제와 정치적 성향에 따른 보도의 차이에 대한 분석은 코로나19 보도 평가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언론이 국민이 코로나19 관련 중요한 의제를 제대로 파악하게 유도하고, 정치 성향에 따른 오해와 갈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2. 정파적 의제설정

의제설정(agenda-setting)은 언론 매체가 중요하게 보도한 의제가 매체 수용자들에게도 중요한 의제로 전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11]. 반현과 맥콤스(반현ㆍ McCombs, 2007)[12]에 따르면, 의제설정 이론은 5단계를 거쳐 발전해 왔다. 1단계에서는 선거 보도에 나타난 의제들을 분석해 언론의 의제가 수용자 의제로 전이된 것을 검증하는 초기 연구가 나타났다[11]. 2단계 연구는 의제설정에 영향을 주는 조건들(contingency conditions)에 대한 것이었다. 의제에 대한 개인 관련성(issue obtrusiveness)[13]이나 정향욕구(need for orientation)[14] 등이 조절변인으로 포함됐다. 3단계에서는 속성 의제설정(attribute agenda-setting) 이출현했다. 언론이 보도하는 의제뿐 아니라 이를 구성하는 하위 의제들도 수용자에게 전이됨을 검증한 연구들이 나타났다[15][16]. 4단계에서는 의제설정의 결과 (consequences of agenda-setting)라고 할 수 있는 수용자의 의견 강도(strength of opinion) 등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졌다. 마지막 5단계에서는 언론의 의제 형성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로 뉴스 정보원이나 다른 매체 등에 대한 분석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국내에서도 의제설정에 대한 연구는 많이 이뤄졌다. 반현·최원석·신성혜(2004)[17]는 위도 핵폐기물 처리장건설 관련 기사를 분석해 각 언론사가 생산하는 속성의제가 미디어 수용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이 언론에 보도된 이슈 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최종적으로 관련 이슈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병혜(2005)[18]는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의 의제설정 효과 차이를 비교했다. 종이 신문과 인터넷신문의 1차 의제설정 효과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2차 (속성) 의제설정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 또한, 안정윤과 이종혁(2015)[19]은 언론 매체와 온라인 게시판 내용을 비교해 네트워크 의제설정의 효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언론은 의제설정이라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보도 규범을 지켜야 한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론의 의제가 국민 전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의제로 형성된다면, 다양한 의견과 조화를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은 기자의 개인적 가치관, 미디어 조직의 문화와 관행, 정치·경제 권력과의 이해 관계 등에 따라 보도 내용에 차이를 만들어낸다[20][21]. 언론사의 정치적 성향도 언론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요인이다.

정치 성향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진다. 특히 유사한 정치 성향을 가진 언론과 정치 권력 사이에 가까운 관계가 형성되는 ‘병행(parallelism)’이 나타나기도 한다 [22]. 언론의 정파성은 같은 정치적 지향을 가진 정당을 지지하고 반대 정당을 공격하는 보도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나타난다. 그 과정에서 언론사의 가치관이 개입돼 사안을 해석한 것이 뉴스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정치적 편향은 선거 기간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송병권 (2019)[23]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기간에 여론조사 보도를 통해 각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을 측정했다. 보도 편차는 후보자에 따라 최대 5.2% 차이로 나타났으며, 언론사의 정치적 편향성도 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됐다.

언론의 정치적 편향 보도는 수용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편향적 뉴스 소비로 이어진다. ‘정파적 의제설정’ 은 보수와 진보 언론의 편향적 의제가 각각 보수와 진보 수용자에게 중요한 의제로 전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수용자가 자신의 성향과 부합하는 언론의 의제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뉴스 수용자가 자신의 태도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를 접하면 불쾌감을 느끼므로, 이런 경험을 최소화하려 하기 때문이다 (인지부조화 이론 참조)[24]. 이런 경향은 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자신의 강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하는 보도를 더욱 찾아 읽고, 반대되는 보도를 더욱 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3. 의제 중요도 인식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정향욕구(need for orientation)’라는 심리적 변인이 있다[14][25]. 정향욕구는 메시지에 대한 관련성 (relevance)과 불확실성(uncertainty)으로 구성된다 [14]. 따라서 정향욕구는 어떤 의제에 대해 개인이 관련돼 있고 의제의 결과에 대해 확실한 예측이 어려울 때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족 일부가 감염돼 있으며 백신 접종 효과를 확신하지 못하는 개인에게 코로나19 는 관련성이 높고 불확실성도 높은 의제이다. 위버 (Weaver, 1977)[14]는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 연구에서 정향욕구가 높은 개인이 미디어 이용도 많이 하는 것을 밝혀냈다.

개인 요인 가운데 ‘메시지 주목에 필요한 노력(effort required to attend to the message)’도 의제설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주목받았다. 인터넷 환경에서 뉴스 수용자의 노출이 관심 있는 정보를 중심으로 선택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의제설정이 성공하려면 개인의 특정 정보에 주목하기 위한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정보에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은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는 정도와도 관련이 있다[26][27]. 즉, 주변 환경에 적응하려는 사람일수록 관련 정보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며, 이 때 언론 의제를 쉽게 받아들인다.

이건호, 유찬윤, 맥스웰 맥콤스(2007)[25]는 정향욕구 및 환경 적응 노력을 관여도(involvement)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여기에서 관여도는 “생존이나 생활을 위해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겠다는 자각”으로 정의된다 (416쪽). 인간의 정보 습득 행동은 이처럼 환경에 적응해야겠다는 자각으로서 관여를 느끼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런 관여를 바탕으로 인간은 필요한 정보와 관련 맺으려 하는데, 이 관련에 대한 인식이 정향욕구의 관련성이 된다. 여기에 정보 습득이 환경 적응에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추가되면, 환경에 적응하겠다는 관여도가 증가한다.

의제설정 연구에서는 응답자의 의제에 대한 중요도가 일반적으로 측정된다. 그런데 응답자의 중요도 인식은 해당 의제가 자신의 환경 적응에 얼마나 필요한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집 마련이 가장 절실한 적응 과제인 응답자에게 부동산 의제는 매우 중요하게 인식될 것이다. 앞서 논의대로 의제 관여도가 높은 응답자는 언론의 해당 의제 보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중요하게 여길 가능성이 높다. 관여도와 중요도 인식의 밀접한 관련을 전제하면, 의제 중요도 인식이 높은 응답자가 언론의 의제설정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Ⅲ. 연구문제 및 연구모형

본 연구는 앞서 논의를 바탕으로 코로나19 관련 언론의 의제를 살펴보고, 정치 성향에 따른 정파적 의제설정의 흔적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추가로 의제 중요도 인식이 의제설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검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보수와 진보 언론 보도를 코로나 19 관련 의제에 따라 정교하게 비교해야 하며, 설문조사 응답자들의 의제 중요도 인식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차별화해 보수-진보 언론의 의제와 비교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아래와 같이 5가지 연구문제를 제시하고, 연구 모형을 [그림 1]에 제시한다.

연구문제1: 언론의 코로나19 관련 보도에는 어떤 의제가 나타나는가?

연구문제2: 언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코로나19 관련 보도 의제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가?

연구문제3: 코로나19 의제에 대한 언론 보도는 수용자의 코로나19 의제에 대한 중요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가? 즉, 코로나19 보도에 있어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가 나타나는가?

연구문제4: 코로나19 관련된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는 언론사와 대중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어떤 차이를 나타내는가? 구체적으로, 보수 언론은 보수 수용자에게, 진보 언론은 진보 수용자에게 더 강한 의제설정 영향을 미치는가?

연구문제5: 코로나19 관련된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는 수용자의 코로나19 관련 중요도 인식의 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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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연구모형과 연구문제

Ⅳ. 연구방법

1. 언론 의제 분석:LDA 토픽모델링 활용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 토픽모델링은블레이와 그의 동료들(Blei, Ng & Jordan, 2003)[28] 이 최초로 제시한 텍스트 분석 기법 중 하나로 텍스트 문서 집합 속에 존재하는 잠재적인 주제 구조들을 확인하고 설명하는 분석법이다. 이를 활용하여 텍스트 데이터에서 사용된 주제어들의 동시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해당 텍스트의 대표적인 주제나 이슈 그룹들을 자동으로 추출할 수 있다. 일반적인 군집화(clustering) 기법과 달리 하나의 문서가 여러 토픽에 할당될 수 있어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기법이다[29].

LDA토픽모델링 기법을 기반으로 코로나19 와 관련된 국내 언론 뉴스의 토픽을 분석한 기존 연구로 김태종(2020)[30] 은 토픽모델링 분석을 이용해 언론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어떠한 주요 의제가 형성되고 있는지 또는 언론보도의 방향성을 파악했다. 위기 커뮤니케이션 차원에서 관련 정책을 개발할 때 기초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함승경, 김혜정, 김영욱(2021)[4] 은 코로나19 언론보도 경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에서 토픽모델링을 사용해서 언론의 정치적 지향성에 따라 의제 간의 차이를 분석해 공론장에서 주요 의제가 무엇인지를 살펴보았다.

본 연구에서는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 검증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에서 ‘코로나19’를 키워드로 기사를 수집했다. 4·7 보궐선거 직전 한 달인 2021년 3월 9일부터 4월 7일까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의 기사 5, 286건이 최종 수집되었다. 이후 파이썬을 활용하여 각 기사 본문의 미리 보기 내용에 대해 전처리(preprocessing)를 실시했다. 특수기호와 숫자 삭제, Hannanum 형태소 분석기를 이용한 명사 추출, 무의미한 단어들인 불용어(stopwords) 제거 등이 이뤄졌다. 이어서 파이썬의 gensim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토픽모델링을 실시했다. 토픽의 개수는 perplexity 점수 분포에서 하향선을 그리다가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지점인 34로 선정했다. 분석 후 각 토픽을 구성하는 20개 단어를 파악해 토픽의 이름을 명명했다.

2. 수용자 의제 분석:설문조사

본 연구진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주제로 한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 관련 20개 토픽에 대한중요도 인식을 측정했다. 조사는 앞서 기사 수집 기간 다음날인 4월 8일부터 4월 14일에 조사전문 회사 엠브레인에 의해 온라인으로 실시됐다. 코로나19 토픽에 대한 중요도 인식 측정은 각 토픽에 대해 ‘상대적으로 매우 중요하지 않다(1)’부터 ‘상대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7)’까지의 7점 척도로 답하도록 했다. 또 정치 성향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일치하는 정도’에 ‘매우 보수(1)’ 부터 ‘매우 진보(7)’까지의 7점 척도로 답하도록 했다. 1, 2, 3점으로 답한 응답자는 보수 집단으로, 5, 6, 7점으로 답한 경우는 진보 집단으로 재구성했다. 4점은 중도 집단으로 분류됐다.

조사에는 최종 1067명이 응답했다. 이 가운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49.9대 50.1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44.07세로 나타났다. 교육에서는 대학교 졸업 65.6%, 고등학교 졸업 12.7%, 대학원 이상 12.5% 등으로 분석됐다. 월 수입에서는 200~300만원 16.0%, 400~500 만원 13.8%, 300~400만원 13.5%, 500~600만원 13.1%로 집계됐다. 앞서 재구성한 정치 성향에 대해서는 보수 250명, 중도 436명, 진보 381명으로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토픽모델링으로 분석된 언론 의제와 설문조사로 분석된 수용자 의제를 비교했다. 기존 의제설정 연구에서 토픽모델링은 언론 의제 분석에만 사용되거나, 수용자 의제 분석에만 사용되거나, 언론 의제를 수용자 포스트(소셜미디어 글)와 비교하는 정도로만 사용됐다1. 본 연구와 같이 토픽모델링을 설문조사와 함께 사용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Ⅴ. 분석 결과

1. 연구문제1 관련 결과

연구문제1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언론 보도에 어떤 주제가 나타나는지 물었다. 본 연구진은 이에 답하기 위해 수집된 기사들에 대해 LDA 토픽모델링을 실시하여 perplexity 수치를 참고해 적절한 토픽 개수를 34 개로 설정했다. 각 토픽을 구성하는 상위 20위권 단어들과 이를 토대로 명명된 토픽 이름들이 [표 1]에 나타나 있다. 주요 토픽으로는 ‘경제위기’, ‘감염’, ‘경제지원’, ‘정부관리’, ‘외국사례’, ‘문화예술위기’, ‘백신’, ‘생활 변화’, ‘스포츠제한’, ‘문화업계지원’, ‘경제회복’ 등이 도출됐다.

‘경제위기’ 토픽은 ‘매출’, ‘감소’, ‘채용’ 등의 단어로 구성됐으며,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 채용 및 임금 동결로 인한 고용 불안정 등의 내용을 담은 기사가 포함됐다. ‘감염’ 토픽에는 ‘확진자’, ‘발생’ 등이 나타났으며,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및 집단 감염 발생 사례를 주로 다뤘다. ‘경제지원’ 토픽에는 ‘재난지원금’, ‘지급’ 등의 단어가 포함됐으며, 정부와 기업 등에서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시민들에게 지원해준 내용을 다뤘다. ‘정부관리’ 토픽은 ‘진단검사’, ‘행정명령’ 등으로 구성돼, 코로나19에 대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발표한 대응 정책을 주로 보도한 기사들이 포함됐다. ‘외국사례’ 토픽에는 ‘미국’, ‘정부’ 등의 단어가 포함됐고,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관련 내용과 코로나19 이후의 경제 지원 정책 등 외국의 코로나 19 감염과 대응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문화예술위기’ 토픽은 ‘벚꽃’, ‘취소’, ‘공연’ 등의 단어로 구성됐으며, 벚꽃축제와 같은 지역 행사나 공연이 코로나 19로 취소됐다는 기사가 포함됐다. ‘백신’ 토픽에는 ‘접종’, ‘아스트라제네카’, ‘시작’ 등의 단어가 포함됐고, 국내 백신 접종의 시작과 절차 등을 다뤘다. ‘생활변화’ 토픽에는 ‘온라인’, ‘여행’ 등의 단어가 나타났고, 코로나 19로 여행과 외출을 못하고 온라인 활동이 많아진다는 기사들이 포함됐다. ‘스포츠제한’ 토픽은 ‘개막’, ‘연기’ 등의 단어로 구성됐으며, 도쿄올림픽 개최를 걱정하는 내용과 불참 국가들에 대해 다뤘다. ‘문화업계지원’ 토픽은 ‘사업’, ‘지원’, ‘지역’ 등의 단어로 구성됐으며, 침체된관광산업이나 문화예술인을 지원하는 사업에 대한 기사가 나타났다. ‘경제회복’ 토픽은 ‘영업이익’, ‘흑자’, ‘전망’ 등의 단어로 구성됐고, 침체된 경제가 회복하고 성장할 전망을 다루는 기사가 포함됐다. 그 밖에 코로나 19와 관련이 없는 한일 축구 평가전을 다룬 ‘한일전’, 4·7 보궐선거 내용으로 구성된 ‘4월선거’, 외교 행사와 전략을 다룬 ‘외교’, 다양한 주제가 섞여 있어 토픽 이름을 정하기 어려운 ‘기타’ 토픽 등이 있었다. 본 연구진은 34개의 토픽 가운데 중복되는 것을 병합하고 정리해 15개의 토픽으로 재구성했으며, 그 결과와 각 토픽에 속하는 기사 비율을 [표 2]에 제시했다.

표 1. 도출된 토픽(주제)과 주요 키워드(20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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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재구성된 15개 토픽과 기사 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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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문제2 관련 결과

연구문제2는 언론의 정치성향에 따라 코로나19 보도주제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물었다. 분석 결과, 보수언론과 진보 언론은 재구성된 15개 토픽에 따른 기사 비율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X2 =29.93, df=14, p=0.0078, [표 3]). 코로나19와 관련성이 낮은 ‘외교’, ‘4월 선거’, ‘한일전’, ‘기타’를 제외하고, 보수 언론은 ‘백신’, ‘감염’, ‘외교’, ‘경제회복’, 경제지원’, ‘생활변화’, ‘경제 위기’, ‘외국사례’, ‘스포츠제한’, ‘정부관리’, ‘문화업계지원’, ‘문화예술위기’ 순으로 토픽별 기사 비율을 나타냈다. 한편, 진보 언론에서는 ‘감염’, ‘백신’, ‘경제회복’, ‘경제지원’, ‘문화예술위기’, ‘스포츠제한’, ‘생활변화’, ‘정부 관리’, ‘경제위기’, ‘문화업계지원’, ‘외국사례’의 순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수 언론이 진보 언론에 비해 많이 다룬 토픽은 ‘백신’, ‘경제 위기’, ‘외국사례’, ‘생활변화’ 등이었다. ‘백신’은 보수 언론에서 1위, 진보 언론에서 3 위를 기록했으며, ‘경제위기’ 도 보수 언론에서 9위, 진보 언론에서 13위를 기록했다. 반면, 보수 언론에 비해 진보 언론에서 많이 나타난 토픽은 ‘문화예술위기’, ‘스포츠 제한’, ‘경제회복’, ‘정부관리’ 등이었다. 특히 ‘문화예술위기’는 진보 언론에서 8위, 보수 언론에서 15위로 큰 차이를 보였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감염’과 ‘백신’이 전체 기사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주요 토픽이었는데, 보수 언론은 ‘감염’보다 ‘백신’을, 진보 언론은 ‘백신’보다 ‘감염’을 더 많이 다룬 것이다. 또한 경제 관련 2개의 토픽 가운데, ‘경제위기’는 진보 언론보다 보수 언론에서 더 많이 나타났으며, ‘경제회복’은 보수 언론보다 진보 언론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표 3.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토픽 분포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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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구문제3 관련 결과

연구문제3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언론의 의제 보도가 대중의 의제 중요도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코로나19 보도에 있어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를 검증하자는 제안이었다. 이를 위해 본 연구진은 15개의 토픽 가운데 설문조사의 코로나19 이슈 중요도 인식 문항에공통적으로 포함된 9개 토픽을 추렸다. ‘감염’, ‘백신’, ‘경제위기’, ‘경제지원’, ‘정부관리’, ‘외국사례’, ‘생활 변화’, ‘스포츠제한’, ‘문화예술위기’ 등이었다. 결국 언론 보도와 설문조사 응답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9개 토픽이 의제로 재구성된 것이다. 설문조사에서는 9개 의제에 대한 중요도를 7점 척도(1=매우 중요하지 않음, 4=보통, 7=매우 중요함)로 측정했다. 이에 따라 각 의제를 중요하다고 응답한 3가지 경우(5점 이상, 6점 이상, 7점)별로 응답자 수를 계산해, 의제별 대중의 중요도 인식 수준을 재구성했다. 이후 언론에 나타난 9개 토픽의 기사 건수와 설문조사에서 9개 토픽에 대해 중요하다고 평가한 응답자 수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이 실시됐다. [표 4]는 토픽(의제)에 따른 언론 보도 건수와 설문조사 응답자 수를 정리한 것이다. 이어서 본 연구진은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별로 9개 토픽의 기사 건수를 계산하고, 응답자의 정치성향과 중요도 인식에 따라 9 개 토픽별 응답자 수를 세부적으로 계산했다[표 4]. 이를 바탕으로 언론 유형과 응답자 집단 사이의 상관관계 수치와 유의미 수준을 정리한 것이 [표 5]에 나타나 있다.

표 4. 의제별 보도 건수(비율)와 중요도 응답자 수(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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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5. 코로나19 의제에 대한 언론 보도와 응답자의 중요도 인 식 간 상관관계 분석(Pearson’s correlation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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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 .10, *p < .05, **p < .012

연구문제3에 답하기 위해서는 [표 5]에서 전체 언론과 전체 응답자 간의 상관관계 분석 결과를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서 코로나19 관련 의제의 중요도를 6점 이상 또는 7점으로 답한 응답자에 대해 언론의 의제 보도방식이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즉, 언론이 많이 (적게) 보도한 의제일수록 대중도 그 의제의 중요도를 높게(낮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코로나 19에 대한 언론의 의제설정 효과는 상당히 유의미하게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4. 연구문제4 관련 결과

연구문제4는 앞서의 의제설정의 효과가 보수 언론과 보수 응답자, 진보 언론과 진보 응답자 사이에도 나타나는지를 물었다. 언론이 같은 정치 성향의 집단에게강한 의제설정 효과를 발휘하는 이른바 ‘정파적 의제설정’에 대한 검증을 요구한 것이다. [표 5]의 결과를 살펴보면, 보수 언론과 보수 응답자(중요도 6점 이상과 7점) 간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는 보수 언론이 보수적 대중에 대해 정파적 의제설정 영향을 미쳤음을 뜻한다. 하지만 진보 언론과 진보 응답자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진보 언론의 진보 대중에 대한 정파적 의제설정 효과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언론이 보수 응답자뿐 아니라 전체 응답자와 심지어 진보 응답자에게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이다. 보수 언론과 전체 응답자와 진보응답자 사이에 중요도 인식 6점 이상과 7점 집단에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나타난 것이다. 물론 보수 언론 보도와 상대적으로 큰 상관관계를 보인 집단은 역시 보수 응답자였다. 종합하면, 보수 언론은 코로나19 보도에 있어 정파적 의제설정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동시에 대중 전반에 대해 유의미한 의제설정자의 역할을 하고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5. 연구문제5 관련 결과

마지막으로 연구문제5에서는 코로나19 관련 중요도 인식이 의제설정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표 5]에 따르면, 유의미한 상관관계(유의미한 의제설정 효과)는 대부분 의제 중요도를 6점 이상과 7점으로 응답한 집단에서 나타났다. 더욱이 중요도 인식 6점 이상의 응답자보다 중요도 인식 7점 응답자들에게서 더 높은 상관관계 수치가 나타났다. 이는 의제에 대한 중요도 인식이 높을수록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을 더 강하게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제에 대한 중요도 인식은 관여도와 관련되므로, 이 결과는 앞서 관여도가 의제설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 연구의 관점과 부합한다.

Ⅵ. 결론 및 함의

언론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위험경고, 정보 전달, 의제 설정, 국민 의견 전달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1]. 2021년 1월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여러 차례의 대유행 시기를 경험하며 보건 영역뿐만 아니라 경제, 문화, 교육,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 크고 작은 변화를 야기했고 수많은 의제를 생성해냈다. 그렇게 생성된 의제들을 언론은 앞다투어 보도하며 경쟁이 발생하기도 하고 적절하지 못한 보도 행태를 보인 것에 지적을 받기도 했다[2]. 특히 오래 지속된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2021년 4·7 보궐선거를 치르며 감염병 이슈의 정치화가 우려됐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선거 직전 30일 동안의 코로나19를 주요 키워드로 한 5, 286건의 기사를 수집하여 토픽모델링 분석을 실시하고, 이를 설문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정파적 의제설정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언론 보도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해 ‘경제위기’, ‘감염’, ‘경제지원’, ‘정부관리’, ‘외국사례’, ‘문화예술위기’, ‘백신’, ‘생활변화’, ‘스포츠제한’, ‘문화업계지원’, ‘경제회복’ 등의 의제가 다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자현황이나 집단 감염 발생 사례나 백신 개발, 공급, 접종과 같이 직접적인 보건 영역의 이슈와 함께 코로나19 로 인해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경제위기, 문화예술의 위기, 스포츠 제한, 온라인 중심의 생활 변화 등 코로나19가 다양한 영역에 미친 영향이 뉴스로 보도되었다. 한편으로는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나 기업의 경제 지원과 침체된 경제의 회복 가능성에 대한 내용도 주요 의제로 언론에 나타났다.

본 연구의 초점은 코로나19에 대한 언론의 정파적 보도와 정파적 의제설정 가능성을 탐구하는 데에 있었다. 우선, [표 6]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의 주요 의제에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보수 성향을 가진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진보 성향을 가진 한겨레, 경향신문에 비해 백신 의제를 상대적으로 더 많이 다루었다. 구체적으로, 보수 언론 기사를 살펴보면,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이나 백신 수급에 대한 우려에 대한 보도가 많이 나타났다. 백신 이상 반응에 대한 외국 사례 소개도 이어졌다. 보수 언론에서 백신 의제는 감염 의제보다도 더 많이 나타났다. 반면, 진보 언론에서는 백신 접종 현황과 계획에 보도를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진보 언론에서 백신 의제는 감염 의제 비율보다 낮게 나타났다.

경제 관련 의제에서 보수-진보 언론의 차이도 주목할만하다. 보수 언론은 진보 언론에 비해 경제 위기를, 진보 언론은 보수 언론에 비해 경제 회복을 더 많은 비중으로 보도했다. 양쪽 언론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강조하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보수 언론은 현재 진보 정권의 책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제 위기를 강조한 반면, 진보 언론은 현재 정권의 정책을 긍정하며 경제 회복을 강조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문화예술과 스포츠 위기 관련 의제에서도 보수와 진보 언론 사이에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진보 언론이 보수 언론에 비해 이런 의제를 더 많이 다룬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감염병과 같은 재난 이슈에서도 언론이 정치 성향에 따라 차별적 보도 행태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표 6.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간 중요 의제의 차이와 유의미한 의제설정 영향을 미친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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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의제설정 측면에서 본 연구는 기사에 대한 토픽 분석과 설문조사의 의제별 중요도 인식 측정을 바탕으로 다양한 검증을 시도했다. 코로나19 관련 9개 의제에 대해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은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언론 보도에서 높은(낮은) 비중을 차지한 의제일수록 더 많은(적은) 사람들이 해당 의제가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와 같이 일반인이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전문가의 판단을 요구하는 의제에 대해서는 언론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

그러나 정파적 의제설정의 흔적은 보수 언론과 보수응답자 사이에서만 나타났다[표 6]. 진보 언론의 의제 보도와 진보 응답자의 의제 중요도 인식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검증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보수 언론은 전체 응답자와 심지어 진보 응답자에게도 의제설정의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물론 보수 언론과 보수응답자 사이의 상관관계의 크기가 다른 응답자 집단보다 크게 나타나, 정파적 의제설정의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관련 우리나라 여론 전체에 보수 언론이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보수 언론의 강한 의제설정 영향력은 본 연구가 선정한 언론사의 개별 영향력의 차이에 기인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로 구성된 보수 언론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으로 구성된 진보 언론에 비해 발행부수나 점유율 등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3

한편, 진보 응답자가 진보 언론이 아닌 보수 언론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점도 예상 밖의 결과였다. [표 4]를 살펴보면, 진보 응답자(중요도 6점 이상)는 백신(중요도 1위)을 감염(4위)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경제 위기(중요도 2위)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의제 구성은 백신보다 감염을 더 많이 보도하고 경제 위기를 낮은 비중(중요도 8위)으로 다룬 진보 언론의 의제 구성과 차이를 보인다. 진보 응답자의 의제 구성은 오히려 보수 언론의 의제 구성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진보 언론과 진보 응답자 사이에 정파적 의제설정이 나타나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는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이 개인적 안전을 위한 백신 접종과 일상에서 체감하는 경제 위기가 가장 중요하게 인식된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추가로 코로나19 관련 의제설정 효과가 응답자의 중요도 인식에 따라 차이가 있음을 밝혔다. 의제 중요도를 높게 인식하는 응답자일수록, 더욱 강한 의제 설정 영향을 받는 것이 나타났다. 의제에 대한 중요도 인식은 응답자가 의제에 높은 관여도를 느낄 때 높아진다. 코로나19와 관련해 백신 접종을 신청할 수 있어 개인 관여도가 높아진 사람이 백신 의제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또한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사람이 경제적 위기에 대해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관련 의제설정에서도 대중의 관여도가 유의미한 조절 변인으로 작동함을 재확인한 것이다[27].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언론 보도에 대한 탐색적 분석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 19 의제를 토픽모델링으로 추출하고 의제설정 이론의 검증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방법론상으로도, 본연구와 같이 토픽모델링과 설문조사를 결합해 의제설정 이론 검증을 시도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둘째, 본연구는 언론의 전반적인 의제설정뿐 아니라 보수와 진보 언론과 응답자 사이에 정파적 의제설정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검증했다. 특히 코로나19 보도마저 정파적 여론형성으로 변질될 가능성을 일부 확인했다. 코로나 19와 같이 국민 안전과 관련된 이슈가 정파적으로 활용되면 큰 사회적 폐해를 유발한다. 언론은 재난과 안전 이슈가 정치적 갈등의 소재로 사용되지 않도록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하겠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토픽모델링에서 토픽이 불명확한 경우가 일부 등장해 ‘기타’로 분류했다. 토픽모델링 기법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향후 추가 분석을 통해 명확한 토픽을 최대한 많이 도출해야 하겠다. 둘째, 토픽모델링과 설문조사 의제를 동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일부 토픽과 소속 기사들은 분석에 포함되지 못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토픽 분석이 빠르게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설문조사를 빠르게 구성하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셋째, 보수 언론의 의제설정 영향력이 진보 언론에 비해 강력하게 나타났다. 신문 발행 부수와 이용자 수의 차이로 설명했지만, 그 밖의 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후속연구가 이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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