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행정의 광역화 현상으로 최근 행정통합이 지역 주요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행정통합은 행정을 수행하는 둘 이상의 기구나 조직을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자치단체들의 상호의존성이 증가하면서 여러 지역에서는 이미 행정통합을 시도하고 있다[1]. 대구·경북은 2001년 대구·경북통합준비위원회 출범을 시작으로 행정통합을 위한 발판을 꾸준히 준비해왔다. 2006년 대구·경북경제통합포럼과 2008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 출범 그리고 2017년 대구·경북이 주최한 제7차 세계 물포럼 등의 협력으로 많은 성과를 낸 바 있다[2]. 이런 협력들이 행정통합의 실행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020년 대구·경북 특별자치도를 위한 기본구상안을 발표했다. 이를 기점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행정통합은 자치단체의 명칭과 소재지의 변경, 주민의 생활·경제권에 영향을 미친다[3]. 따라서 통합을 둘러싸고 기관 명칭과 관련된 갈등이나 지역개발 갈등, 공무원 인사 갈등 등 각종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통합 과정에서의 갈등은 통합의 실패 또는 성공이라는 극단적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에 심각성이 강조된다. 따라서 행정통합의 성공을 위해서 정책당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된 다양한 갈등 이슈들을 빠르게 포착하고 폭넓게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을 진행하며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잠재적이거나 드러난 갈등을 수용하기 위해 2020년 9월 21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를 출범했다. 시도민들이 지역 미래를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논의장’을 마련한 것이다. 논의 공간을 통해 소규모의 숙의 토론이 지속되면, 구성원은 상호간 정보교환과 설득과정을 거치면서 모두에게 이로운 정책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4]. 공론화위원회는 이와 같은 소규모 숙의 토론장이 되어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람들은 늘 미래에 큰 관심을 가진다. 행정통합은 시도민에게 새로운 미래 이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고 좀 더 예측가능하고 확실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미래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생겨났다[5]. 미래학은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탐구-대안-선택-결정’ 등의 과정으로 미래 대안을 개발한다[6]. 빅데이터는 미래를 비용 효율적이고 과학적으로 예측하게 해주며, 동시에 객관성도 담보한다[7]. 이 연구에서는 미래 이슈인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의 인식과 태도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고자 한다. 특히 이 연구는 온라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하여, 행정통합 과정에서 정책당국이 놓칠 수 있는 숨겨진 여론을 찾도록 도와주고, 필요시 즉각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Ⅱ. 문헌검토 및 연구문제
1. 지역통합에 관한 기존 연구
해외에서도 행정통합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연구에서는 한국, 일본, 스웨덴, 영국, 벨기에, 덴마크 등의 자치단체 수가 1950년 대비 최소 3분의 1에서 최대 10분의 1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8]. 이 중 독일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되며 행정체제를 구축하고 통합하는 노력을 했다. Lehmbruch는 통합 과정에서의 행정체제 구축과 기관 이전에 관해 연구했다[9]. 이 연구에 따르면 독일은 동독의 행정체제를 완전히 파괴함과 동시에 서독의 행정체제를 이식해 새로운 행정체제를 구축했다. 이로 인해 의도치 않은 결과들이 나타났다. 안지호는 인터뷰를 통한 독일행정통합 재고찰을 수행하여, 통일 이후 동·서독 간의 문화적 충돌은 물론, 초기 행정 업무가 급증했음을 밝혔다[10]. 그는 효과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일방적, 강압적 방법보다 행정통합의 문화적 측면을 고려한 행정전문가들의 제도설계가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은 시정촌 통합으로 1999년 이후 기초자치단체의 수가 1400여개 감소했다[11]. 塩津 ゆりか 외는 일본 대규모 지역 합병의 실증분석으로 통합 과정과 효과를 정리했다[12]. 일본의 행정통합에는 지역 간 재정 규모의 격차와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통합협의회의 유명무실과 같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 연구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통합을 위한 지방재원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1990년대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995년 김영삼 정부 당시 도농을 통합하는 대규모의 행정구역 개편이 있었다[13]. 도농통합은 도시와 농촌의 이분법적 생활권 개념에서 벗어나 상호보완적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이었다. 이후 1998년에는 3려 통합이라 일컫는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의 통합이 이루어졌고, 2004년에는 제주시와 북제주군 그리고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통합한 제주특별자치도가 생겼다[14]. 2010년에는 마산시와 창원시, 진해시가 그리고 2014년에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되었다[15]. 특히 마산시와 창원시, 진해시가 합쳐진 통합 창원시는 대규모의 통합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전에는 주로 시·군 간의 통합이 이루어졌었고, 3개의 시가 합쳐진 것은 통합 창원시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적 통합 뒷면에는 실패 사례도 존재한다. 전주와 완주는 1990년대 이후 몇 차례에 걸쳐 통합을 추진하였지만 모두 무산되었다. 2013년 다시 한 번 더 통합이 추진되었지만, 완주 주민투표 결과 찬성 44.65%와 반대 55.35%로 통합은 또 다시 무산되었다. 김길수는 대표적인 통합 실패 사례인 전주·완주를 중심으로 한 연구에서 성공적인 통합을 위한 중요한 점들을 제시했다[16]. 통합에 대한 전문적인 분석과 주민참여의 보장 그리고 통합 이후의 지속적인 노력이 그 내용이다. 이 연구는 전주·완주의 통합이 소수 엘리트들만이 통합의 필요성에 몰입한 채 주민들의 의사와 욕구는 고려되지 않아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2021년 전주·완주의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통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대구·경북은 전주·완주의 앞선 실패 사례들을 살펴봄으로써 통합문제에 현명하게 접근해야 한다.
행정통합에 대한 연구는 통합의 필요성이나 기대 효과, 통합 과정 및 이후의 과제, 지역 갈등 등으로 구분 가능하다. 그 중에도 통합 효과에 관한 연구가 가장 많고, 통합 과정과 지역갈등에 대한 연구 또한 적지 않다. 김승렬은 창원시를 중심으로 행정구역통합에 따른 재정효과를 분석한 바 있다[17]. 창원시와 관련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통합의 갈등 원인을 분석하였다[18]. 청주시와 관련한 연구는 행정구역 통합과정을 분석해 정책갈등 과정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하였다[19]. 복문 수는 3려 통합을 다중합리성 모형으로 분석하였고[20], 민병익은 행정통합 이후 주민들의 인식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살펴보았다[21].
이렇듯 기존 연구들은 전통적인 방법론으로 이루어져 왔다. 대부분 이론적 모형을 통해 분석하거나 설문조사를 활용해 연구를 수행하였다. 하지만, 이 논문은 기존 연구방법에서 탈피해 과학적 미래 예측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분석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책당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생된 다양한 갈등 이슈들을 빠르게 포착하는 것은 성공적인 행정통합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 빅데이터 분석은 행정통합에 대한 시도민들의 의견과 반응을 빠르게 포착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연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선행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과 통합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2. 연구문제
첫째,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둘째,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에 각각 어떤 이슈와 소재가 주를 이루는가?
Ⅲ. 연구방법
1. 데이터 수집
‘대구경북 행정통합’ 키워드로 2020년 1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의 데이터를 수집하였다. 해당 키워드는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최적의 키워드임을 확인했다. 데이터는 온라인 기사와 댓글, 유튜브 영상과 댓글을 포함한다. 온라인 기사와 댓글은 언론사 홈페이지와 포털사이트를 대상으로 수집하였다. 수집에는 자동으로 모든 페이지를 방문하여 방대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하는 Python 기반 웹크롤링 기법을 사용하였다[22]. 유튜브 영상과 댓글은 API를 통해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Webometric Analyst를 이용하였다[23]. 분석 대상이 비정형 데이터인 텍스트일 때 행해져야 하는 전처리 과정은 Python 한국어 자연어 처리 패키지인 Konlpy를 이용하였다 [24]. 수집 결과는 아래 [표 1]과 같으며, 온라인 기사 데이터는 183개이고 유튜브 영상은 94개이다. 온라인 기사 댓글은 1091개이며 유튜브 영상 댓글은 309개이다.
표 1. 데이터 수집 목록
수집된 데이터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시기별로 구분하였다. 2020년 1월 1일부터 공론화위원회 출범 직전인 9월 20일까지가 1차시기다. 2차시기는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인 2020년 9월 21일부터 10월 18일까지이다. 이 연구에서는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의 시기별 비교에 집중하였다.
2. 분석설계
데이터로 활용된 댓글을 크게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분류해 비교하였다. 분류 기준은 기존 연구에서 미래에 대한 관점을 긍정적이고 조심스러운 낙관주의자와 운명론에 바탕을 둔 숙명적인 비관주의자 등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구분한 것을 참고하였다[25].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 긍정론은 낙관적 전망을 지닌 신념 주의자와 상황과 실리를 지켜보는 관망주의자로 세분하고, 부정론은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경계론자와 부정적 인식을 지닌 회의론자로 구분하였다. 유형 분류는 연구자가 댓글을 직접 읽고 행정통합에 대한 공감 정도와 추진 속도를 고려하였다. 예를 들어, 통합에 확고한 긍정적 의사를 표현하는 ‘찬성’, ‘응원’, ‘공감’과 같은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댓글은 낙관적 전망을 지닌 신념 주의자로 분류하였다. 반대로 확고한 부정적 의사를 표현하는 ‘반대’, ‘개소리’ 등의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한 댓글은 부정적 인식을 지닌 회의론자로 분류하였다. 관망 주의자와 경계론자로는 찬성과 반대에 대한 모호한 표현을 사용한 댓글을 분류하였다. 댓글 내용이 특정 항목으로 분류하기에 모호할 경우, 연구진 내부의 토론을 통해서 최종 결정하였다. 분류과정에서 대구·경북이 아닌 타지역인과 스팸 등 기타 댓글은 제외하였고, 시기별로도 댓글 유형을 분류해 공론화위원회 이전과 이후를 비교하였다. 대구·경북이 아닌 타지역인은 ‘대구경북 너네끼리 독립해라’와 같은 명확한 표현을 사용한 댓글을 분류하였다.
분석기법으로는 의미연결망분석(Semantic Network Analysis)과 CONCOR(CONvergence of iterated CORrelation) 기법을 채택하였다. 의미연결망은 구성요소들의 관계를 이용해 사회 구조를 파악하는 사회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을 응용한 방법이다[26]. 텍스트를 분석할 때 구성요소인 단어들 사이의 관계를 살펴봄으로써 그 의미를 파악한다. 이는 핵심단어들이 특정 형태로 결합했을 때, 텍스트 안에서 특별한 의미를 만들기 때문이다[27]. 단어빈도를 계산하고 공출현 단어 관계를 분석해 텍스트의 숨겨진 내용을 해석하고자 하였다[28]. 의미연결망 시각화에는 UCInet 소프트웨어를 활용하였다[29]. CONCOR 기법은 노드들 간의 상관성분석을 반복 수행하여 적정 수준의 유사 집단을 찾아내는 방법이다[30]. 이 기법은 문맥 속 역할에 따라 단어들을 군집별로 묶어주기 때문에 보다 명확한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31].
일반적 추론통계의 방법들을 사용할 수 없는 사회연결망 분석에는 표준오차 추정이 가능한 부트스트랩(bootstrap) 방법을 주로 활용하는 퍼뮤테이션 검정을 수행한다[32]. 이와 같은 검정 방법은 하나 뿐만이 아닌 두 개 이상의 연결망 사이의 평균이 동일한지를 검정하는데도 활용된다[33]. 연결망에서 평균의 개념이란 이진(binary) 데이터일 경우 연결 관계의 존재 확률 또는 밀도(density)이고, 계량(valued) 데이터일 경우 평균 관계 강도이다[34].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공론화위원회출범 이전과 이후 댓글의 의미연결망 특징을 통계적으로 비교해보기 위해 각 시기 댓글의 연결망 밀도 값에 대해 퍼뮤테이션(permutation) 검정을 수행했다. 이 검정기법은 귀무가설이 옳다는 가정 아래에 부트스트랩을 통해 충분히 많은 표본을 추출하고 이 표본들의 분포정보로 통계적 유의성 검정을 수행한다. 따라서 귀무가설은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 댓글의 의미연결망의 응집 강도는 차이가 없다.’와 같은 형태로 설정된다. 해당 통계 검정은 UCInet 소프트웨어의 내재된 옵션을 활용하였다[35].
이러한 절차들을 통해서 이 연구에서는 행정통합과 관련한 온라인 댓글에 나타난 시도민의 의견과 반응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Ⅳ. 연구결과
1. 데이터 월별 비교
각 데이터를 월별로 비교하였고 그 결과는 [표 2]와 같다. 기사와 댓글은 4월을 기점으로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대구경북연구원에서 시행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설문조사가 실시되었기 때문에 4월을 기점으로 기사와 댓글이 많이 작성되었다. 6월에는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행정통합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많이 기사화되었고, 9월 이후로는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핵심 이슈로 확인되었다. 유튜브의 경우 6월에 유난히 많은 댓글이 작성되었는데, 이는 지역의 한 방송국에서에서 행정통합 후 대구·경북 특별자치도의 모습이나 운영 행태에 대해 설명하는 영상이 그 원인이었다. 9월 이후는 기사와 마찬가지로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가 핵심 이슈였다.
표 2.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월별 비교
2. 데이터별, 시기별 댓글 유형 비교
기사의 댓글 유형을 분류한 결과는 [그림 1]이다. 부정적 인식을 지닌 회의론자가 48.344%로 가장 많았고 그 뒤를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경계론자(22.517%), 낙관적 전망을 지닌 신념주의자(17.660%), 상황과 실리를 지켜보는 관망주의자(11.479%)가 잇고 있다.
그림 1. 온라인 기사 댓글 유형
유튜브 영상 댓글 유형을 분류한 결과는 [그림 2]이다. 유튜브는 회의론자가 절반을 넘어선 67.333%로 가장 많았고, 경계론자(12.677%), 관망주의자(10.677%), 신념주의자(9.333%)가 뒤를 이었다. 기사와 유튜브 모두 긍정론보다 부정론의 유형이 더 많다. 그러나 기사가 유튜브에 비해 회의론자 비율이 더 낮고, 신념 주의자가 유튜브에 비해 약 2배 정도 더 많다.
그림 2. 유튜브 영상 댓글 유형
댓글\유형을 시기별로도 분석하였다. 공론화위원회 이전은 [그림 3], 이후는 [그림 4]이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이전에 비해 회의론자가 55.460%에서 49.804%로, 경계론자가 21.264%에서 18.431%로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신념주의자는 14.080%에서 17.647%로 증가하였고, 관망주의자도 9.195%에서 14.118%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가 이전에 비해 부정론은 감소하고 긍정론은 증가하였다.
그림 3. 공론화위원회 이전 댓글 유형
그림 4. 공론화위원회 이후 댓글 유형
3. 의미연결망분석 시기별 결과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의 출범 이전과 이후 단어빈도 분석 결과는 [표 3]이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에는 상위 빈도에 ‘인구’, ‘손해’, ‘세금’의 단어가 다수 사용되었다. 이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에서 대구가 손해라는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또 ‘왜’라는 단어도 꾸준히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행정통합에 대한 의구심과 주민 투표에 대한 의문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도청’, ‘반대’, ‘도지사’ 등의 단어가 행정통합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며 많이 사용되었다. 이와 반대로 ‘공무원’은 행정통합 후 공무원 수를 대거 축소하자는 의견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표 3. 단어빈도분석 결과
단어빈도분석 결과와 이와 함께 공출현한 단어의 빈도 분석 상위 10개 중 중복되는 단어를 제외하고, 의미연결망 시각화를 수행하였다. 공출현 단어를 노드(node)로 활용해 이들 관계 속에 내재된 의미를 찾아보았다. 공론화위원회 이전과 이후의 의미연결망 시각화 결과는 [그림 5]와 [그림 6]이다. 선은 각 단어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고 진할수록 두 단어들이 서로 함께 많이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에는 ‘대구’와 ‘손해’가, ‘경북’은 ‘이득’과 진하게 연결되어 있다. 출범 이전은 대구와 경북과 관련해 누가 이득이고 손해인지를 따지는 댓글이 많았다. 출범 이후에는 ‘도청’, ‘신도시’, ‘도지사’, ‘발전’ 등의 단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전에 비해 의견을 뒷받침 해주는 단어가 도출된 것이다. 또한 ‘주민’, ‘시민’, ‘투표’ 등의 연결은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 투표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다.
그림 5. 공론화위원회 이전 의미연결망 시각화
그림 6. 공론화위원회 이후 의미연결망 시각화
4. CONCOR분석 시기별 결과
온라인 기사와 유튜브 영상 댓글들을 시기별로 CONCOR분석한 결과는 [그림 7]과 [그림 8]이다. 공론화위원회 이전에는 8개의 그룹이 나타났다. ‘경제’, ‘세금’, ‘넓은’, ‘땅’, ‘인구’와 같은 행정통합에 대한 손해와 이득을 논하는 하나의 큰 그룹이 주를 이루었다. 뒤이어 ‘시장’, ‘지자체’, ‘특별자치도’ 등과 같은 지역 정부에 대한 그룹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주민’, ‘투표’, ‘왜’ 등의 단어도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나타났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에는 6개의 그룹이 나타났다. ‘기업’, ‘경북’, ‘대기업’, ‘지역’, ‘손해’ 등의 단어가 지역 기업과 관련해 하나의 큰 그룹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의 큰 그룹은 ‘이득’, ‘의견’, ‘세금’, ‘대구’, ‘인구’, ‘경제’ 등의 단어를 포함하며 행정통합에 대한 팽팽한 의견을 보여준다. 공론화위원회 이전과 이후에는 공통적으로 지역민들의 투표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CONCOR분석 결과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찬성과 반대 의견을 보여주는 단어군이 많이 나타났다. 반면 이전과 이후 모두 행정통합의 구체적 절차나 방향에 대한 단어군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림 7. 공론화위원회 이전 CONCOR분석 시각화
그림 8. 공론화위원회 이전 CONCOR분석 시각화
5. 퍼뮤테이션 검정
[표 4]는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 댓글의 의미연결망 밀도 값을 퍼뮤테이션 검정을 통해 통계적으로 비교한 결과이다. 이전과 이후 댓글의 의미연결망 밀도 값의 차이가 없다는 귀무가설은 유의확률(p-value) 0.0484로 유의수준 5%에서 기각된다. 따라서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의 댓글 의미연결망에는 밀도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는 밀도 값이 각각 3.9886, 2.8090으로 그 차이는 1.1796이다. 이는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 댓글의 의미연결망이 이후보다 더 촘촘한 형태를 띠고 있음을 의미한다.
표 3. 시기별 의미연결망 밀도 값 통계적 비교
* p < 0.05, N = 100
Ⅴ. 결론
이 연구에서는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온라인데이터를 활용하여 사람들의 의견과 반응을 살펴보았다. 분석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첫째, 댓글 유형을 비교한 결과 기사의 댓글이 유튜브 댓글 보다 부정적 인식을 지닌 회의론자가 더 적다. 그와 동시에 낙관적 전망을 지닌 신념주의자는 약 2배더 많다. 이로써 뉴스 기사를 읽음으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토론을 하면, 감정적 대응보다는 숙의형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공론화위원회가 필요함을 보여준다.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의 댓글 유형을 비교한 결과에서는 출범 이후가 이전에 비해 부정론(회의론자, 경계론자)은 줄어들고 긍정론(신념 주의자, 관망주의자)은 증가했다. 이는 공론화위원회의 출범이 행정통합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과 태도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둘째, 의미연결망분석 결과로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에 사용된 단어의 차이가 드러났다. 이전에는 행정통합이 대구에는 손해이고 경북에는 이득이라는 맥락에서 사용된 단어들이 많았다. 또한 행정통합에 대한 의구심과 주민투표에 대한 요구를 보여주는 단어도 도출되었다. 이처럼 행정통합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쓰인 단어들이 더 많이 사용되었다. 그러나 공론화위원회출범 이후에는 찬성의 입장에서 사용된 단어도 도출되었다. 이러한 의미연결망 결과는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후 긍정론이 증가했음을 보여준 댓글 유형 비교 결과와 같이 행정통합에 긍정적인 맥락으로 사용된 단어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셋째, 하위집단분석 결과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 모두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신념주의자와 회의론자와 같은 태도를 보여주는 단어군이 많이 나타났다. 그러나 이전과 이후 모두 행정통합에 대한 구체적 절차나 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단어군은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아직까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넷째,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과 이후의 댓글 의미연결망에는 밀도 차이가 존재한다. 이전이 이후에 비해 연결망이 더 촘촘한 형태를 띠고 있다. 이는 이전 댓글에 찬성과 반대가 더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결과는 공론화위원회 출범 이전에는 팽팽했던 찬반의 입장이 출범 이후 조금은 누그러졌음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결과를 보았을 때 대구·경북은 행정통합에 대해 찬반의 이분법 접근에서 벗어나 하위주제를 다양화해야 한다. 의미연결망분석과 하위집단분석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아직까지 사람들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만한 소재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구·경북에는 하위주제의 다양화와 계층별 맞춤 설득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의 무작위한 대화는 온라인 공간의 난상토론이 되므로, 해당 분야의 인정을 받는 권위자가 직접 참여하는 것이 효과적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은 배경지식의 난이도가 높기 때문에 시도민으로 하여금 여러 정보를 접하면서 개념을 학습하고 최소한의 설득이 단계별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감성의 격화도를 낮추는 정책홍보가 요구되므로, 행정통합의 내용과 절차가 어떤 형식으로 표현되는지의 인지적 프레임이 관건으로 보인다.
행정통합에 대해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를 수행하거나, 통합 과정이나 이후의 과제, 갈등이슈 등을 다룬 문헌은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수행된 행정통합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기존 연구들이 전통적 방법에 한해서만 이루어진 점 등을 보았을 때, 이 논문은 과학적 미래 예측을 위한 빅데이터 기반 분석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숨겨진 여론을 찾아 즉각적 대응이 가능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
* 이 논문은 사이버감성연구소와 TBC가 공동 수행한 ‘2020 대구·경북 상생포럼’ 내용을 바탕으로 연구를 발전시켜 작성하였다.
References
- 성낙인, "국민통합과 행정통합," 공법학연구, 제21권, 제4호, pp.5-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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