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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on Descriptions of the Prosodic System in French Grammars in the Age of Enlightenment & the Departure of the 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 문법서에서 기술한 운율 현상과 국제음성기호의 출발에 대한 고찰

  • 박문규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학과)
  • Received : 2021.03.10
  • Accepted : 2021.04.20
  • Published : 2021.04.28

Abstract

Our study aimed to analyze and reinterpret, by an acoustic approach, the descriptions of the 18th century prosody and introduce the figurative pronunciation system, which is the 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 pioneer. Our methodology compares and analyzes grammars and documents on the transcription system and restructures the prosodic structure. It is certain that the 18th century grammarians widely accepted the prosody theories made by Arnauld & Lancelot of the seventeenth century. In particular, grammar scholars accepted the dichotomous classification of the accent structures as prosodic and oratorical accents. The prosodic accent has a relation to intonation, and the oratorical accent has as its key elements intonation and intensity. Regarding the temporal structure, the lengthening of the final syllable was observed systematically by grammarians of the 18th century. This time structure is similar to that of today. Therefore, we can conclude that the final elongation, an essential characteristic of the modern French accent, has already played an imbued role in 18th century prosody. Despite this, the 18th century grammarians did not assign it the status of accent, as it was a stereotype that matches accent with intonation.

본 연구는 계몽주의 시대에 프랑스 문법서에서 기술한 다양한 운율을 현대 음성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국제음성기호의 효시가 된 도상표기법을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 권의 문법서와 한 권의 표기법 서적을 비교·분석하여 운율 구조를 음성학적으로 재구성하는 연구방법을 도입하였다. 당시에는 규칙성이 있는 운율악센트와 의미적·화용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웅변악센트로 악센트를 분류하여 분석을 시도한 점이 대표적이다. 운율악센트는 억양과 관계가 있으며, 웅변악센트는 억양과 세기가 중요한 운율 자질이다. 여러 문법학자에 의하여 공통적으로 관찰된 현상은 단어의 말음절 장음화이다. 현대프랑스어 악센트의 중요한 특징인 말음절 장음화는 18세기에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억양을 악센트와 동일시하는 관습 때문에 말음절 장음화를 악센트로 보지 않고 단순히 음량의 패턴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억양을 통한 악센트에 관한 기술이 이전 세기의 일반이성문법학자보다 덜 정교함을 보여주었다. 운율악센트의 위치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점, 웅변악센트에 음의 고저와 세기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한 점이 대표적이다. 18세기의 문법가들이 운율에 관하여 기술한 내용을 분석하면 당시의 운율 현상은 전반적으로 오늘날의 프랑스어 운율 현상과 유사하다. 현대 음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말음절 장음화가 프랑스어 악센트의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바로 18세기인 것이다.

Keywords

Ⅰ. 서론

최초의 프랑스어 문법서인 Meigret의 『프랑스어 문법개요』가 출간된 16세기에는 악센트나 억양과 같은 운율 현상보다는 분절음과 관련된 철자법에 문법학자의 관심이 집중되었다[1]. 당시에 파리 지역에서 엘리트가 발음하는 분절음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철자에 반영 할지에 대한 문제로 많은 문법학자가 논쟁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운율은 분절음에 동반되는 부수적인 현상으로 관심의 영역에서 배제되었다. 운율의 기본 자질인 음장의 연구는 음절이 아닌 모음을 대상으로 이루어져 당시의 운율 체계를 정확히 가늠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운율에 관한 본격적인 연구는 17세기에 Arnauld & Lancelot가 음절을 운율의 기본 단위로 정하고, 악센트를 단어의 말음절에 규칙적으로 오는 문법악센트 (accent de grammaire)와 의미적 초점을 가진 단어의 비말음절에 오는 수사악센트(accent de rhétorique)로 구별함으로써 본격화되었다[2]. 문법서의 4쪽 분량 정도(257~260쪽)에 담은 악센트 이론은 이후 프랑스어의 운율 연구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대 프랑스어의 악센트 구조도 이런 이분법적 구조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반이성문법 rammaire générale et raisonnée』에서 제시한 운율 이론이 이후 18세기의 문법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아울러 18세기의 운율 구조가 어떤 양상을 보였는지 이를 분석하고자 한다. 이런 분석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과를 기반으로 18세기의 운율 현상을 재해석하여 당시의 운율과 악센트의 구조에 대한 정립을 시도해볼 것이다.

Arnauld & Lancelot(1660)가 제시한 운율 이론은 음성분석 장비를 활용하여 측정하고 분석한 현대 프랑스어 음성학의 결과와 유사한 부분이 많다. 문법악센 트와 수사악센트는 현대에 와서 용어만 달리할 뿐 본질적인 운율 특징이나 자질은 거의 유사하다. 문법악 센트의 중요한 운율 특징은 단어의 말음절에서 억양의 변화와 장음화로 실현되며, 의미적 강조초점에 의하여 생성되는 수사악센트는 단어의 비말음절에서 실현되는데 이런 현상은 현대에 음향적·청취적 분석으로 검증되었다.

그렇다면 Arnauld & Lancelot(1660) 이후에 프랑스어의 운율은 이러한 이분법대로 실현되었을까? 만약 이런 가정이 옳다면 17세기 중반부터 현대까지 프랑스어의 운율은 변함없이 그대로 이어진 것인가? 구체적으로 18세기의 운율은 Arnauld & Lancelot(1660)가 제시한 대로 말음절 장음화 현상과 문법악센트와 수사악센트가 중요한 운율 규칙일까?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프랑스어가 유럽의 보편언어, 외교 언어로 주목받던 시대에 이런 의문에 답변을 줄 수 있는 충분한 연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 의아스럽다. Millet가 1933년에 저술한 뺷문법가들과 음성 학뺸에서 일부 다루고 있지만, 분절음과 연관된 장단음 정도의 언급에 그치고 있어, 당시의 전반적인 음의 구조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3].

본고에서는 18세기에 저술된 세 권의 문법서와 한 권의 표기법 서적을 분석하여 당시의 운율 구조를 현대 음성학적 관점으로 분석할 것이며, Arnauld & Lancelot(1660)가 제시한 운율 이론이 18세기에 어떻게 수용되는지 살펴볼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분절음뿐만 아니라 운율 요소가 기술된 다음과 같은 18세기의 문법서를 중심으로 당시의 운율 현상을 고찰할 것이다.

1- Buffier의 『Grammaire française sur un plan nouveau』 (1709)

2- D'Olivet의 『Traité de la Prosodie françois e』(1736)

3- Beauzée의 『Grammaire générale』(1767)

4- Montmignon의 『Système de prononciation figurée: applicable à toutes les langues et exécuté sur les langues françoise et angloise』 (1785)

1~3 문법서는 18세기 전기, 중기, 후기에 각각 저술되어 당시의 전반적인 운율 현상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마지막 서적은 표기법에 관련된 서적으로 음장을 다룬 부분이 있어 중요한 분석 자료체로 선택했다.

Ⅱ. 연구의 난점

18세기에도 이전 세기와 마찬가지로 운율에 관한 용어와 개념이 문법학자들 간에 일치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본문에서 다룰 ‘기음(aspiration)’이 이에 해당하는데 D'Olivet에게는 운율과 연관된 소리의 세기를 의미하지만, Beauzée에게는 분절음 차원의 [h]와 같은 거센소리를 의미한다. 또한, 당시에 사용했던 용어가 현대에 와서 다르게 쓰이는 예도 있다. 악센트가 바로 그런 경우인데, 18세기에는 일반적으로 억양이라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는데 반해, 현대에는 억양뿐만 아니라 음량과 세기를 포괄한 개념이다.

용어나 개념 외에 분류 등급도 학자 간에 불일치하는데, 어떤 학자에게는 음량의 등급을 장음과 단음으로, 또 다른 학자는 단음, 중간음, 장음으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음성분석 장비가 존재하지 않던 시대에 다만 문법학자의 청각적 인상으로 음량을 기술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Ⅲ. 악센트 체계의 이분법, 운율 자질에 대한 다양한 의견

18세기의 문법학자들, 특히 D'Olivet(1736)와 Beauzée(1767)는 Arnauld & Lancelot(1660)의 악센트 이론을 수용하여 발전시켰다. Gouvard(2003)는 Beauzée(1767)의 문법서에 나온 운율에 관한 기술 방식이 Port-Royal의 운율 문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정립되었으며, 결과적으로 다양한 악센트 체계를 형성하였다고 보았다[4]. 그런데 Beauzée는 Port-Royal의 영향을 받은 점은 사실이지만, D'Olivet(1736)의 악센트 체계와 분류를 거의 그대로 승계하였다는 점도 중요하다. Beauzée의 악센트 이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D'Olivet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처럼 18세기에는 17세기에 비하여 다양한 악센트 용어가 등장하고, 음량의 등급도 세분되었으며, 음의 세기도 중요한 운율 자질로 다루어진다. 다른 문법학자의 운율 기술에 대하여 비판하는 움직임도 관찰된다. 운율의 규칙이 프랑스어의 주요한 문법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18세기는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유럽인들의 관심이 커짐에 따라 분절음뿐이 아니라 운율에 대한 정보를 철자부호를 통하여 표기하려는 시도가 나타난다. 본론에서 다룰 Montmignon의 도상 표기발음법(Système de prononciation figurée, 1785)이 바로 이에 해당 한다.

1. Buffier(1709)가 기술한 시간 구조[5]

루이르그랑 콜레쥬(Collège Louis-le-Grand)에서 신학, 지리, 역사, 문학 교수를 역임한 Buffier는 문법서의 분절음과 초분절음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논리적인 틀에서 분석하는 방식보다는 철저히 조음에 대해 관찰을 하는 방식을 취했다. 19세까지 Rouen에서 교육을 받고, 이어서 그리스와 로마를 여행한 후 Paris에 정착하여 교육 활동을 하면서 Buffier는 지역 간 방언에 따라 음량 구조가 상이하다는,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문법서의 분절음과 초분절음의 소리 부분에 기술하였다. 어떤 지역에서는 거의 모든 음절을 짧게 발음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길게 발음하는 경향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파리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프랑스어의 음장 구조를 비교·분석하여 그의 문법서에서 다음과 같이 세밀히 기술하였다.

1.1. 말음절의 장음화

Buffier는 분절음의 고유 지속 시간과 실제로 발화하면서 언술 차원에서 실현되는 지속 시간을 구분하였다. 예를 들어 모음 a는 항상 고유 지속 시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발화 상에서 음량이 변화하게 되고 긴음절 혹은 짧은 음절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Buffier에 의하면 파리와 인근 지역에서 사용하는 방언에서는 모든 음절이 비슷한 길이로 발음되지만 유독 길게 발음하는 음절이 있는데, 이 긴 음절은 다른 음절에 비해 거의 2배 정도 장음화되고, 단어의 말음절에서 관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말음절의 바로 앞 음절(syllabe pénultième)이 장음화되는 현상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말음절이 묵음 e를 포함한다고 하였다. 이 묵음 e는 “인간이 내는 모든 소리 중에 가장 작고, 가장 들리지 않고, 가장 지각되지 않기”[5](139쪽) 때문이라는 것이다.

Buffier는 장음화된 말음절의 모음 위에는 철자부호 ‘∧’를, 짧은소리는 ‘∪’ 을 표기할 것을 제안하였는데, 그만큼 프랑스어의 음량 구조에 관심을 두고 중요성을 인식하였으며, 이를 시각화하려고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음량을 표기하는 방식은 18세기 말에 최초의 국제음성기호로 인정받고 있는 Montmignon (1785)의 도상표기법에서 정교화된다[6].

1.2. 음량의 등급

Buffier 이전에 Oudin(1633), Vairasse(1681)도 말음절 장음화 현상을 기술하였으나, 모두 단어 차원에 국한된 연구였다. Buffier는 단어에서 관찰한 이분법적인 음장 구조를 문장 전체로 확대하여 재정립하면서, 음장을 세 등급으로 분류하였다. 바로 ‘longues, demi-longues, brèves’이다. 여기에서 장음인 ‘longues’는 문장의 말음절에, 단음인 ‘brèves’는 비말 음절에 분포된다고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반장음 ‘demi-longues’인데, 이 반장음은 문장의 마지막 음절이 아닌 문장 내부에 있는 단어 말음절에서 실현된다. Buffier는 이에 대하여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한다. 단어 ‘savans’의 마지막 음절 ‘vans’은 문장 “Ils sont savans.”의 마지막 음절에서는 장음으로 발음되지만, “Ce sont des savans dedaigneux.”에서는 단어 ‘savans’의 마지막 음절 ‘vans’이 장음이 아닌 반장음으로 발음된다는 것이다.

Buffier가 기술한 내용은 현대 음성학에서 음향 장비로 측정한 프랑스어 문장의 시간 구조와 거의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7]. Buffier가 도출한 결과를 수용한다면 18세기 초에 파리 시민들이 발화하는 음량의 리듬은 오늘날의 리듬과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3. 음량과 악센트

이전 세대의 문법학자들은 악센트와 억양을 거의 동의어 개념으로 인식한 데 반해, Buffier는 음량이 악센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그의 문법서에서는 악센트와 억양 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Buffier가 제시한 예시를 살펴보자. 연접한 두 개의 음절에서 묵음 e를 포함하는 경우에는 선행하는 음절의 e는 항상 악센트화되어 발음된다는 것이다. “aime-je”에서 음절 ‘me’는 ‘mé’로 악센트 é로 장음화되어 발음한다.

Buffier는 이전 세대의 문법학자와는 달리 음량을 단어 차원뿐만 아니라 문장까지 확대하여 체계적으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로 음량은 고정된 운율 자질이 아니라 가변적이며 문장 내에서의 위치에 따라 규칙화가 가능하고, 장음화는 악센트의 중요한 운율 특성이라는 점을 보여주었다. 당대의 문법학자들에게 Buffier의 이런 주장은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현대 프랑스어 음성학에서는 중요한 프랑스어의 운율 구조로 인정받고 있다.

2. D'Olivet(1736)가 정립한 운율 체계[8]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이며 문법가인 D‘Olivet는 프랑스의 운율 전반에 관하여 기술한 저서 Traité de la Prosodie françoise의 첫 장을 다음 세 가지 질문으로 시작한다.

1. 운율은 무엇인가?

2. 과거에는 우리의 운율을 잘 알고 있었나? 어느 정도까지 알고 있었나?

3. 과거에 우리의 운율이 잘 알려져 있다면, 오늘날에는 왜 이토록 조금밖에 알려지지 않았는가?

D‘Olivet가 이런 물음을 서두에 던진 이유는 프랑스어의 운율에 대한 인식이 당대에 충분하지 않았고, 문법학자들도 진지하게 운율을 다루지 않는 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프랑스어의 운율에 대하여 한 권의 서적을 집필한 자신의 의지와 필요성을 표명하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다.

2.1. 운율의 정의 및 원칙

D‘Olivet가 내린 운율의 정의는 “각 음절을 규칙에 맞게 발음하는 방식”이고 여기에서 방식이 의미하는 바는 악센트, 음량, 기음(aspiration)이라는 세 가지 운율 특징 차원에서 각 음절이 요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프랑스어의 운율 구조는 규칙을 따르고 세 가지의 운율 특징이 음절과 결합하여 있다는 것이다. D‘Olivet는 그의 문법서에서 여러 차례 그리스어와 라틴어의 운율을 찬양하고 프랑스어의 운율도 이 두 언어와 유사할 것으로 믿는 당시의 학자들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프랑스어에는 고유의 운율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를 세 가지 운율 특징으로 세밀하게 기술하고 있다.

세 가지 운율 특징 중 첫 번째로 기술한 내용은 악센트이다. 이전 시대의 문법학자들과 같이 악센트를 억양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고 있는데,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D‘Olivet는 상승하는 어조뿐만 아니라 하강 어조까지도 악센트로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의 문법학자들이 오직 상승 어조만을 악센트로 분류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두 번째 특징은 기음(aspiration)이다. 각 음절은 필수적으로 강하게 발음되던지 부드럽게 발음되는데, 강하게 발음되는 현상만을 기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음은 [h]와 같은 거센소리를 의미하는 분절음 차원의 현상인데, D‘Olivet는 운율 차원에서 음의 세기(intensité)와 상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분류는 이후 Beauzée(1767)에 의하여 운율 현상에 분절음 특성을 부여했다는 이유로 강한 비난을 받게 된다[9].

세 번째 특징인 음량은 각 음절을 발음하는데 요구되는 시간이라고 정의한다. 음량과 악센트는 완전히 다른 운율 자질로, 음량은 음절을 발음하는데 요구되는 시간이고 악센트는 음절을 발음하는데 필요한 목소리의 상승 혹은 하강이라는 것이다. D‘Olivet가 주장하는 프랑스어 단어의 이분법적인 음량은 단음절과 장 음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런 구분은 절대적 기준에 의해서가 아니라 상대적 음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접한 음절에서 장음절은 단음절에 비하여 길게 들리는 음절이고, 장음인지 단음인지 분명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음절의 위치를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서 D‘Olivet는 비록 프랑스어가 라틴어에서 많은 단어를 차용했지만, 라틴어의 음량 원칙을 프랑스어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프랑스어에는 특별한 음량 원칙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프랑스어 단어의 말음절에는 장음화가 실현되는데, 이는 발화속도와 무관하다는 것이다. 발화속도가 빠른 화자도 분명히 말음절에서는 선행하는 음절에 비해 장음화를 한다고 주장한다.

2.2. 운율 악센트(accent prosodique)와 웅변 악센트(accent oratoire)

D‘Olivet는 프랑스어의 악센트는 설명하기 까다롭고 모호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난점과 모호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악센트라는 단어에 부가형용사를 첨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운율 악센트(accent prosodique), 웅변 악센트(accent oratoire), 음악 악센트(accent musical), 국가 악센트(accent national), 인쇄 악센트(accent imprimé)로 구분할 것을 제안한다.

운율 악센트는 음절 상에서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억양을 의미한다. 운율 악센트의 하위범주에 속하는 세 가지 악센트가 있는데 상승하는 accent aigu, 하강하는 accent grave, 하나의 동일한 음절에서 상승과 하강이 실현되는 accent circonflexe이다. D‘Olivet는 이 세 가지 운율악센트는 인쇄 악센트와 확연히 다른 체계인데, 운율 악센트는 실제로 발화되어 실현되는 억양이고 인쇄 악센트는 철자상의 표기라는 것이다.

웅변 악센트는 음절보다 상위 단위인 문장에서 실현되는 운율 현상을 의미한다. 중립적인 어조로 딱딱하게 발음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답변하고 비난하고 논쟁하며 불평하는 이 모든 발화 행위에는 각각 상이한 억양이 있다는 의견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웅변 악센트에는 반드시 소리의 고저만이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강하고 약한 음이 개입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D‘Olivet가 운율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간주한 기음 요소가 웅변 악센트에 작용하는 것이다.

D‘Olivet는 음의 세기를 웅변 악센트에 부여함으로써 운율 악센트와 웅변 악센트를 분명히 구별하는데, 다만 이런 악센트가 어떤 음절에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술이 없다는 점이 한계이다. 이 부분에 대하여 차후에 Beauzée가 발전시킬 것이다.

2.3. 음악 악센트(accent musical), 국가 악센트(accent national), 인쇄 악센트(accent imprimé)

음악 악센트는 앞에서 기술한 운율 악센트나 웅변 악센트와 마찬가지로 목소리의 상승 혹은 하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점은 음악 악센트는 정확한 음의 간격에 목소리의 고저가 정확히 일치하는 특징이 있다. 악보의 음계와 같은 음악 악센트는 언어의 문법적인 요소에는 근본적으로 속하지 않는다고 D‘Olivet는 판단한다. 언어에서의 악센트, 즉 운율 악센트나 웅변 악센트는 음악 악센트와는 달리 정확히 음계로 표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악센트는 운율과 관련된 모든 자질을 포함한다. 목소리의 고저뿐만이 아니라 음장도 국가 악센트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 음성학에서의 악센트 개념과 유사하다. 이 국가 악센트는 한 국가나 지방의 운율적 특색을 부여하는 악센트이다. 방언의 운율적 말투라고 보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서남부 지방인 가스코뉴(Gascon)의 악센트는 파리 방언과 달리 음의 고저가 실현되는 위치도 상이하고 장음절로 발음해야 하는 음절을 짧게 발음한다는 것이다.

‘악센트’에 할애된 장에서 마지막으로 언급한 악센트는 바로 인쇄 악센트이다. D‘Olivet는 목소리의 하강이나 상승을 철자부호로 고정하기 위하여 인쇄 악센트가 사용되었다고 당시 사람들이 믿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언급한다[8]. 그리스어의 한 음절에 accent aigu로 표시되면 인접한 음절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억양이 실현되는데 반하여, 프랑스어의 인쇄 악센트는 운율 악센트에 전혀 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bonté처럼 말음절에 인쇄 악센트로 표기된 accent aigu는 이 음절이 선행하는 음절보다 높다는 점을 지시하지 않고, 단지 분절적 차원에서 닫힌 E라는 구강의 열림 정도에 대한 정보를 제시할 뿐이라는 것이다. 인쇄 악센트의 accent grave도 마찬가지로 progrès에서 열린 E를 의미한다. 이런 인쇄 악센트의 분절음과 철자와의 연관 관계는 accent circonflexe에서 극명히 나타난다. bête, tôt, aimât는 과거에 beste, tost, aimast 단어에서 철자의 삭제를 표기하는데 사용될 뿐이다. accent circonflexe가 장음을 표기할 때 사용된다는 주장도 억양과 연관된 악센트 차원이 아닌 음량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accent circonflexe라는 용어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D‘Olivet는 판단한다.

D‘Olivet는 Arnauld & Lancelot의 『일반이성문법 Grammaire générale et raisonnée』(1660)의 문법 악센트와 수사 악센트를 각각 운율 악센트와 웅변 악센트로 명칭을 부여하여 프랑스어의 억양 현상을 기술하였다. 18세기에 운율에 관한 연구의 미비함을 지적하여 운율이라는 개념을 정립하고자 하였으며, 이전 세기까지 다루지 않았던 음의 세기 요소를 ‘기음’이라는 운율 자질로 웅변 악센트를 기술하였다. 이외에도 음량을 상대적인 개념으로 파악하여 프랑스어의 리듬 구조를 제시하였다.

3. Beauzée(1767)가 제시한 운율 체계[9]

17세기 Arnauld & Lancelot의 문법서에서 운율의 이분법 분류와 18세기 D‘Olivet의 문법서에서 제시한 음장과 악센트 분류에 큰 영향을 받은 Beauzée는 그의 문법서에서 라틴어와 독립된 프랑스어 고유의 운율 체계를 확립하려고 시도한다.

3.1. 음량의 상대성

Beauzée는 발음되고 있는 음절을 청취하면 음량은 단순히 장과 단이 아닌, 묵음, 단음, 중간음, 장음, 최장음, 이렇게 5개로 분류될 수 있고, 여기에 숫자 1, 2, 3, 4, 5나 혹은 다른 점진적인 수열로 표기하여 프랑스어의 음량 구조를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세분화 과정을 지향하다 보면 더욱 강화된 세분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하다 보면 사실상 분류 작업은 의미 없게 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인접한 음절 간의 음량을 길고 짧은 음량으로 상대적인 분류를 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D‘Olivet가 주장한 프랑스어 음절의 음장은 장음과 단음으로 구성되었다는 주장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음과 단음의 배열도 D‘Olivet의 의견을 거의 그대로 따랐다. 한 단어에서 연속된 두 모음이 있다면 하나는 단음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장음인데, 보편적으로 단음은 첫 번째 모음에 해당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3.2. D'Olivet의 악센트 분류 수용 및 변화

Beauzée는 D‘Olivet의 악센트 개념을 거의 그대로 수용한다. 악센트는 음절에서 억양의 변화를 의미하는데 음량의 변화와는 다르다고 하였다. 학자마다 서로 상이한 의미를 악센트라는 용어에 부여하는데, D‘Olivet가 악센트에 적합한 수식어를 사용하여 모호함을 해소했다고 ‘위대한 스승(grand maître)’ 라고 칭송하며, 운율 악센트, 웅변 악센트, 음악 악센트, 국가 악센트, 인쇄 악센트라는 용어로 악센트를 분류하자고 제안한다.

운율 악센트는 한 음절에서 상승하고 하강하는 억양의 변화라고 D‘Olivet와 동일한 정의를 내렸다. 운율 악센트를 억양의 패턴으로 분류하여, 상승 변화로 인한 고음이라는 accent aigu, 반대로 하강으로 인한 저음인 accent grave, 동일한 음절에서 상승 후 하강하는 억양의 변화인 accent circonflexe라고 명명한 것도 같다.

Beauzée는 D‘Olivet가 주장한 운율 악센트의 정의나 분류를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지만, 프랑스어를 그리스어와 비교 분석하고 운율 악센트에 대한 프랑스인의 인식을 살펴본 결과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첫째, accent circonflexe는 그리스어에서와는 달리 프랑스어에는 부재하다고 보고 있다. 그리스어는 노래하는 듯 말하는 언어인데 반하여 프랑스어는 이런 선율적 특징이 부재하다고 주장한다.

둘째, 프랑스인들은 운율 악센트의 존재에 대하여 잘 모르고, 문장에서 음절의 상승과 하강이 정해지지 않아 악센트 규칙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운율 악센트는 한 단어가 문장에서 의미와 연관될 때 비로소 실현되는 것이다. 고립된 단어에서는 어떤 음절이 운율 악센트를 갖게 되는지 판단할 수 없다.

웅변 악센트의 운율적 특징이나 자질도 D‘Olivet가 언급한 내용과 별 차이가 없다. 인간의 정열을 표현하기 위하여 웅변 악센트를 사용하는데, 정열은 무한대로 나눠질 수 있는 감정이기 때문에 웅변 악센트는 무한대의 뉘앙스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운율 자질로는 음의 고저뿐만이 아니라 음의 세기도 중요하다. 웅변 악센트를 구현하기 위하여 목소리는 과대해지고 심지어 목이 쉬기까지 한다고 주장하였다. Beauzée는 웅변 악센트가 결정적으로 운율 악센트와 다른 점은 바로 실현 단위에 있다고 보았다. 운율 악센트는 음절에 작용하여 소리의 고저를 형성하는데 반해 웅변 악센트는 특정 음절이 아닌 문장 전체에 영향을 주고 담화의 본질을 변화시키기도 한다고 주장하였다.

음악 악센트 역시 D‘Olivet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음악 악센트나 운율 악센트는 모두 목소리의 고저와 연관되어 있지만, 음악 악센트는 고저의 변화를 정확히 기록할 수 있는 반면에, 운율 악센트는 고저의 변화를 느끼게 할 수 있지만 측정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국가 악센트도 Beauzée가 D‘Olivet와 다르게 주장한 바는 없다. 각 국가 간 혹은 지방 간에는 상이한 어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구별되기도 하지만 발음하는 방식에 의해서도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인쇄 악센트와 관련하여 Beauzée는 ‘인쇄 악센트 (accent imprimé)’라는 용어 대신에 ‘형상화된 악센트(accent figuré)’라는 용어가 더욱 적합하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accent aigu나 accent grave, accent circonflexe는 목소리의 상승 혹은 하강을 형상화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철자부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Beauzée는 D‘Olivet의 영향을 받고 운율을 연구하였다. 그의 문법서에 ‘D‘Olivet’를 언급하면서 최대한 D‘Olivet의 용어 및 개념을 수용하려 한 시도를 쉽게 엿볼 수 있다. 음량도 세밀히 청취하면 세분화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연구의 효율을 위하여 상대적인 장단음으로 분류하고 있고, D'Olivet의 악센트 개념 및 분류 방식도 거의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D'Olivet 에 비해 운율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여 기술하려 한 시도는 진일보한 방법론으로 볼 수 있다.

4. Montmignon(1785)의 도상표기법에서 제시한 철자부호[10]

계몽주의 시대에 프랑스는 영국의 의회와 자유를 찬미하며 이와 관련된 영어의 어휘를 도입하고, 영국에서는 Diderot의 백과사전을 읽으며 해박한 지식을 담고 있는 프랑스어에 도취한다. 프랑스어를 배우려는 영국인 학습자가, 그리고 영어를 배우려는 프랑스인 학습자가 급증하면서 목표 언어의 발음에 대한 표기법을 고민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어 철자 R의 발음은 분명히 프랑스어 철자 R 발음과 다른데, 과연 어떤 기호로 적을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아울러 언어 간의 운율 차이를 기호로 시각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갖게 되었다[6]. 이에 대한 첫 시도로 신 학자이며 문법학자였던 Montmignone 국제음성기호의 효시가 된 도상을 이용한 표기법을 고안하였다. 이 도상표기법은 프랑스어를 배우는 외국인들과 모어를 습득하는 프랑스 어린이들이 쉽고 올바르게 발음할 수 있도록 말소리를 그림으로 제시하여 시각화하는 방식이다.

소리와 기호의 체계를 일원화하는 전략으로 단순한 말소리는 단순한 기호로, 이중모음과 같은 복합적인 말소리는 복합적인 기호로 표시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자음보다 미묘한 소리라고 여겨졌던 모음의 특징을 표기하기 위하여 추가적인 철자부호를 제안하였다. 구강 간극도의 차이에 따른 음색의 표기, 장단 음 표기 그리고 비음성의 표기를 해당 모음 옆에 표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철자나 철자부호가 자음, 모음과 같은 분절음에 대한 발음 정보와 더불어 장단음과 같은 운율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간극도가 크고 장음인 모음 e는 하강하는 선으로 표기하고, 간극도가 적고 단음인 모음 e는 상승하는 선으로 표기하는 식이다. 묵음인 자음의 철자 아래에 삭제 기호(-)를 표기하여 발음되지 않는 자음이라는 사실을 명시하였다.

Montmignone 올바른 프랑스어 발음을 위하여 정확한 음량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표기하는 철자부호를 제안하였다. 원래 음절의 기본적인 길이가 있는데 이를 중간음(moyenne), 짧아지면 단음 (brève), 길어질 때는 장음(longue)이 되고 이를 표시할 철자부호를 꼬리표 형태로 제시하였다. 중간음은 모음 아래에 수직선 모양의 꼬리로 표시하고, 장음은 오른편으로 향하는 꼬리 기호로 표시하고, 단음은 왼편으로 향하는 꼬리 기호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그림 1. Montmignon(1785)의 도상표기법

Montmignon이 제시한 음량에 대한 철자부호는 단어보다 상위의 단위인구나 절에서 실현되는 음절의 길이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지 않아, 운율 체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단어 수준에서 제시된 예시에서도 규칙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단어 noble에서 밑줄 친 음절이 중간음으로 발음되고, lobe나 globe에서 밑줄 친 음절이 장음으로 발음되고, mode에서 밑줄 친 음절이 단음으로 철자부호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런 음량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에 대하여 Montmignone 설명을 하지 않고 예시가 충분하지 않아 규칙을 파악하기 어렵다.

이처럼 도상을 이용한 표기법에는 운율 정보에 대한 한계가 분명히 드러남에도 음량에 대한 Montmignon의 청각적 인상을 철자부호로 표기한 이런 시도는 훗날 국제음성기호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11].

Ⅳ. 비교 분석

지금까지 분석한 문법서를 비교할 수 있도록 도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도상을 이용한 표기법은 철자부호의 유용성만을 강조한 측면이 있어 비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프랑스어의 운율 현상을 실험음성학적 접근법으로 정립한 Touati[7]의 운율 분류 방식을 도입하여 정리하였다.

표 1. 18세기 문법서에 기술된 운율 구조

18세기의 문법학자들은 17세기의 Arnauld & Lancelot의 『일반이성문법 Grammaire générale et raisonnée』과 마찬가지로 악센트 체계를 이분화하여 분석하고 기술하였다. 단어에서 규칙적으로 억양의 상승이나 하강이 있는 음절을 운율 악센트로, 화자의 감정이나 강조가 반영된 부분은 웅변 악센트로 분류한 것이다. 오늘날의 프랑스어 운율 체계는 17세기에 정해졌고 18세기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여 운율을 연구하고 기술한 것으로 보인다.

Ⅴ. 결론

본고는 선행연구에서 언급했던 Millet[3]에서 다루지 않은 18세기의 다양한 운율 현상에 대하여 당대의 문법서를 현대 음성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재해석을 시도하여 중요한 결과를 도출하였다. 이러한 전통적인 문법서의 현대적 해석은 인문학 고유의 가치를 발굴하여 새로운 ’디지털 인문학‘을 구축하는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12].

18세기는 17세기에 Arnauld & Lancelot가 『일반 이성문법 Grammaire générale et raisonnée』에서 규정한 여러 운율 이론을 수용하여 다양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규칙성이 담보된 운율악센트와 의미적·화용적 맥락에서 발생하는 웅변악센트를 분리하여 악센트 체계를 구성한 점도 일반이성문법학자의 방식과 유사하다.

18세기 문법학자들의 운율에 관한 기술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말음절 장음화는 18세기에 뚜렷이 나타난 운율 현상으로 보인다. 장음과 단음으로 분류하던, 장음, 중간음, 단음으로 분류하던지 간에 단어의 말음 절이 장음화되는 경향을 당시의 문법학자들은 인지하였다. 현대프랑스어 악센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말 음절 장음화는 18세기에 자리잡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억양을 악센트와 동일시하는 관습 때문에 말음절 장음화를 악센트로 보지 않고 단순히 음량의 패턴으로 간주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억양을 통한 악센트에 관한 기술이 이전 세기의 일반이성문법학자보다 덜 정교한 분석을 보여주었다. 운율 악센트의 위치를 정확히 명시하지 않은 점, 웅변 악센트에 음의 고저와 세기가 어떻게 결합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한 점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당시의 문법서를 통하여 억양 체계에 대한 현대 음성학적 해석이 용이하지 않다.

결론적으로 18세기의 문법가들이 운율에 관하여 기술한 내용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당시의 운율 현상은 전반적으로 오늘날의 프랑스어 운율 현상과 유사하다. 현대 음성학적 관점에서 보면 말음절 장음화가 프랑스어 악센트의 중요한 특성으로 자리 잡은 시기가 바로 18세기인 것이다. 이런 음절의 장음화가 중요한 언어적 특징이 됨으로써 철자부호를 통하여 음의 시간 구조를 분명히 인식시키려는 시도가 18세기 Montmignon의 도상표기법에서 제시한 철자부호로 나타났다고 보여진다. 국제음성기호의 시작이 된 이런 시도가 이후에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후속연구로 살펴보고자 한다.

References

  1. L. Meigret, Le trette de la Grammere francoeze, Chretien Wechel, 1550.
  2. A. Arnauld and C. Lancelot, Grammaire generale et raisonee, Pierre Le Petit, 1660.
  3. A. Millet, Les grammairiens et la phonetique, Monnier, 1933.
  4. J. M, Gouvard, "L'Analyse de la prosodie dans la Grammaire generale de Nicolas Beauzee," SEMEM, n°16, Universite de Franche-Comte, 2003.
  5. C. Buffier, Grammaire francaise sur un plan nouveau, Microeditions Hachette, Paris, 1709.
  6. C. Schweitzwe, C. Dodane, and J. Lazar, "L'histoire des alphabets phonetiques du XVIIIe siecle jusqu'a l'API," XXXIIe Journees d'Etudes sur la Parole, Aix-en-Provence, p.358, 2018.
  7. P. Touati, Structures prosodiques du suedois et du francais, Lund University Press, 1987.
  8. P-J. D'Olivet, Traite de la Prosodie francoise, Gandouin, 1736.
  9. N. Beauzee, Grammaire generale, J. Barbou, 1767.
  10. J. B. Montmignon, Systeme de prononciation figuree: applicable a toutes les langues et execute sur les langues francoise et angloise, France-Expansion, 1785.
  11. H. Sweet, A handbook of phonetics, including a popular exposition of the principles of spelling reform, Clarendon Press, 1877.
  12. 심혜령, "디지털 인문학의 새 지평을 열며-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언어교육을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지, Vol.16, No.3, p.15,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