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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Strategies of Entering the Overseas Market for the Profit Diversification of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dustry

전통공연예술산업의 수익 다원화를 위한 해외시장진출 모델연구

  • 백정일 (고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
  • 노수연 (고려대학교 글로벌학부)
  • Received : 2020.07.24
  • Accepted : 2020.11.17
  • Published : 2021.01.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whether entering the overseas market can be an opportunity in overcoming the limitations of the single profit structure in which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dustry relies on public support. To this end, we applied the concept of industrial value-chain and business model and divided the overseas market entry process into four stages-preparation, promotion, harvest, and follow-up. Based on three case-studies that actively pursued overseas market development with market-oriented thinking in the field of traditional music, the relevant entry model of overseas market for the Korean traditional performing arts industry was suggested. Although the overseas market is not yet a major source of revenue,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teams searching for profit diversification can consider the overseas entry model derived from this study. Also as found in case studies, the Korean government should establish an institutional system to foster planning and distribution experts in charge of overseas markets for the traditional performing arts, and develop a long-term information provision program away from the one-time expense support.

본 연구의 목적은 한국 전통공연예술 산업이 무상지원에 의존하는 단일한 수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해외시장진출이 기회요인이 될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산업가치사슬과 비즈니스모델의 개념을 응용하여 해외시장진출과정을 준비, 추진, 수확, 후속의 4단계로 구분한 분석 틀을 설계하였다. 또한 전통음악분야에서 시장지향적 사고를 갖고 능동적으로 해외시장개척에 나선 사례 3곳을 발굴하여 현 단계 한국 전통공연예술 산업의 해외진출모델을 도식화하였다. 해외시장이 아직은 주요 수익원이 되지는 못하지만 수익 다원화 차원에서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전통공연예술종사자라면 본 연구에서 도출한 해외진출모델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편 정부는 사례연구에서 지적되었듯이 전통공연예술 산업의 해외진출을 담당하는 전문기획자와 유통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를 정비하고, 해외진출을 위한 일회성 경비지원 일색에서 벗어나 장기적인 정보제공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Keywords

I. 서론

지금까지 전통공연예술은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가 시장성이나 수익성을 염두에 둔 산업 또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다루어진 것과 달리, ‘예술(art)’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여 주요 수입의 대부분을 정부지원이나 기업의 메세나(Mecenat)에 의존하는 공공사업 차원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실제로 2017년 공연단체별 항목별 평균수입내역에서 국악은 자체수입이 10.8%, 기타 수입이 0.4%에 불과해 다른 분야보다 현저히 낮은 비중을 보인 반면, 공공지원금 86%, 기부 및 후원금이 2%를 차지하였다[1]. 또한 전통공연예술단체인 경기도지정(2018-7호) 전문예술법인 소리사위예술단의 경우, 2018년 예산 중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공모사업이 차지 하는 비중이 92%를 차지하여 정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서구 선진국들 사이에서는 이미 정부의 전통공연예술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지원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며, 한국 역시 전통공연예술지원에 배정된 예산증액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2017년도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별 지원 금액에서 국악, 전통예술 분야는 인프라나 클래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업지원이 취약한 분야로 분류되며 지원 금액 역시 전년 대비 8.7% 감소하여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2].

이와 같은 국내외 추세로 볼 때 우리 전통공연예술단체도 공공 또는 민간부문의 무상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 다원화를 추구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전통공연예술분야 종사자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과 비즈니스모델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한편, 국내 전통공연예술시장의 협소성을 탈피하여 수익원을 다원화하는 차원에서 해외시장진출이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전통공연예술분야를 산업적 차원에서 접근하거나 해외시장진출방식의 체계화, 해외시장진출의 실효성 여부 등을 탐색하는 연구는 많지 않았다. 또한 유사 주제를 다루었다 하더라도 연구의 최종수요자는 정부이며, 정작 해외시장진출의 주체인 전통공연예술종사자가 능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이나 모델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는 실제로 시장지향적인 사고를 갖고 능동적으로 해외시장개척에 나선 대표적인 전통음악분야 사례를 발굴하여 전통공연예술분야의 수익 다원화 차원에서 해외시장진출이 과연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인지를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사례연구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항목을 종합해 해외시장개척을 추진하는 전통공연예술종사자가 우선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해외시장진출모델을 제시한다. 또한 심층인터뷰에서 확인된 해외진출의 성공요인과 애로사항을 토대로 하여 우리 전통공연예술이 서양의 클래식 음악이나 발레처럼 일종의 문화산업으로서 국제 견본시(art market)에서 활발히 거래되는 등 세계시장에서 주목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전통공연예술종사자와 정부의 입장에서 탐색한다.

본 논문은 4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연구배경과 필요성을 밝힌다. 2장에서는 전통공연예술과 관련한 국내 선행연구를 정리하고,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과 관련한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분석 틀을 제시한다. 3장에서는 심층인터뷰를 통한 사례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우리 전통공연예술분야에서 현재 가용한 해외시장진출모델을 수립한다. 4장에서는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과 관련하여 전통공연예술 종사자와 정책입안자에게 시사점을 제공하고 본 논문의 한계와 후속연구계획을 밝힌다.

II. 이론적 검토와 분석 틀

1. 선행연구 분석

1.1 산업 측면에서의 전통공연예술

독일의 철학자 호르크하이머와 아도르노가 1947년 최초로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래 문화예술 분야는 1980년대 들어 유네스코(UNESCO)의 연구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산업의 관점에서 연구되어 왔다.

특히 문화예술을 산업차원에서 분석하는 가장 통상적인 방법으로 포터(Porter)의 가치사슬개념이 활용되면서[3] 제조업의 가치사슬 단계에 문화예술의 특징을 접목하여 문화산업을 콘텐츠의 창작, 제작, 홍보․마케팅, 유통․배급으로 구분하여 분석한 연구가 활발하다. 일례로 박경숙, 이철우(2007)는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치사슬체계를 4단계로 구분하여 대구시의 문화콘텐츠 기업을 유형화했다[4].

우리 전통공연예술산업에서도 유사한 연구방법이 2000년대 이후 꾸준히 활용되었는데, 임영순 외(2016)는 전통공연예술이라는 서비스산업의 특징을 고려하여 창작, 유통, 소비, 지원으로 재분류하여 현황을 분석하였다[5]. 김중현(2010)은 외래 관광객 유치차원에서 전통공연예술의 상품화를 제안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상설 공연, 전략적 마케팅 지원 등이 필수임을 지적하였다[6].

그러나 대부분의 선행연구는 전통공연예술의 현황을 분석하고 대중화, 활성화, 산업화하기 위한 정책대안 제시를 위주로 한다[7-10]. 즉 대부분 정책 수요자 입장에서 애로사항을 분석하여 정책 공급자에게 제안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전통공연예술의 주체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취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의 관점에서 연구된 사례는 많지 않다.

1.2 전통공연예술의 해외시장진출

전통공연예술의 해외시장진출에 관한 선행연구는 전통음악 분야에 집중되어 있으며, 세계화 현황과 경쟁력 강화방안에 관한 연구가 주를 이룬다[11][12].

양은영, 전인수(2016)는 국악 록밴드 ‘잠비나이’의 사례연구를 통해 잠비나이의 지속가능한 해외 성과는 그들의 음악이 한국음악의 전통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확보한 새로운 혼종음악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하였다. 따라서 우리 전통음악이 세계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창작 단계부터 세계인의 취향에 맞춰 리모델링하고 브랜드 콘셉트를 시대와 장소에 맞게 리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조언하였다[13]. 신광철(2007)은 2007년 현재 사물놀이로 대표되는 민속악이 전통음악의 세계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12]. 김용범(2011) 역시 사물놀이를 사례로 글로벌 콘텐츠 성공요인과 개발전략을 제시하였다[14]. 김가현(2018)은 ‘공명’, ‘잔치마당’, ‘맥’, ‘갯돌’ 등 해외진출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며 민간전통공연예술단체가 자생력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콘텐츠 개발과 메세나 활동 강화, 경영혁신 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였다[15].

임영순 외(2016)는 전통공연예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전통의 보존과 창조적 계승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고, 대중화정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산업을 육성해야 하며, 세계화를 위한 한국적이면서 전통적인 문화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하였다[5]. 구문모(2017)는 전통공연예술도 현대적인 재해석과 해외 수용자의 취향 반영이 필요하고, 다양한 혁신활동을 통해 이윤창출형 작품을 만들어야만 국제무대에서 시장성과를 높일 수 있다고 제언하였다[16].

그러나 수익의 다원화 차원에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나 해외시장진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해외시장진출전략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선행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대표적인 전통공연예술단체의 심층연구를 토대로 하여 현 단계의 해외진출모델을 체계화하였다.

2. 분석 틀

본 연구에서는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과정을 [그림 1]과 같이 4개의 단계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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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통공연예술분야의 해외시장 진출단계별 분석틀

먼저 해외시장진출의 참여자를 장르, 주체, 규모를 기준으로 세분화한다. 전통공연예술은 일반적으로 성악, 기악, 무용으로 구분하며 여기에는 각각 정통에 해당하는 전통영역과 새로운 요소를 도입하는 창작영역이 있다. 또한 향후 성악, 기악, 무용, 그리고 매핑기술이나 홀로그램 등 ICT 기술이 다양하게 협업하여 새로운 종합영역을 만들 수도 있으므로 이를 융합장르로 명명하였다. 둘째,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주체의 경우 5인 이하의 팀을 포함한 개인일 수도 있고, 기존의 전통공연예술단체(사단법인 등)인 단체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해외시장에 진출한 주체는 이와 같은 개인이나 단체였으나, 향후에는 전통공연예술분야와는 무관하나 다른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활약하는 기업 또는 심지어 은행과 같이 문화콘텐츠와도 전혀 무관한 기업도 새로운 참여자로 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해외시장에서 공연을 시연하는 주체의 규모는 10인 이하의 소규모, 11-20인의 중규모, 21-50인의 대규모, 51인 이상의 기업형 특대규모로 구분할 수 있다.

해외시장 진출자는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1단계인 준비단계를 거친다. 준비과정에서 진출자는 자금조달, 진출경로, 창작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금조달은 일반적으로 정부 및 공공기관의 공공지원, 후원 및 기부 등의 민간지원, 자체부담,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 등으로 이루어진다. 실제로 ‘고래야’의 경우 정규 4집 음반 <박수무곡>의 CD, LP 제작을 위해 텀블벅에서 펀딩을 진행하는 등[17] 전통공연예술산업에서도 새로운 자금조달방법으로 크라우드 펀딩이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해외진출에도 유용할 수 있다. 자금조달 후에는 어떤 경로로 진출을 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데, 여기에는 국내외 에이전시를 활용하거나 국내외 아트마켓(견본시)에 참가하는 등의 전통적인 방법과 함께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에 노출하는 방법 등도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민요프로젝트팀인 씽씽은 2017년 미국 공영방송인 NPR에서 진행한 15분 길이의 공연이 유튜브에 게시된지 한 달 만에 조회 수 40만을 넘었고 2020년 7월 현재 누적 조회 수 500만을 넘어서기도 하였다[18]. 준비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중요한 전략이 바로 창작의 문제이다. 선행연구에서는 전통공연예술의 창작을 가치사슬의 첫 단계로서 분석해 왔으며, 해외시장진출 과정에서도 첫 번째 준비단계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수요자 중심 입장에서 해외시장에 선보일 작품을 새롭게 창작하거나 기존작품을 일부 수정할 것인지, 또는 공급자 중심 입장에서 기존 작품의 고유 성을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작품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할 것인지 여부도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준비단계가 완료되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을 추진하는 2단계에 돌입한다. 이 추진단계에서는 타깃시장, 진출방식, 진출시한 등을 결정하게 된다. 먼저 타깃시장의 범위를 1-2개국에 한정한 지엽적인 시장으로 둘 것인지, 유럽, 북미, 아시아와 같이 권역 시장으로 둘 것인지, 아니면 국가나 권역을 망라한 세계시장으로 둘 것인지를 결정한다. 이 때 특히 공연을 수용하는 주최국 (host country)의 선호도도 타깃시장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타깃시장을 결정하고 나면 구체적인 진출방식과 진출시한을 결정하게 되는데, 이때 무기한적 프로그램을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해당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라면 난타의 사례와 같이 전용관 설치를 고려하겠지만, 단발성 또는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경우라면 프로젝트팀을 구성해 단독 진출, 현지 단체와 협업, 국내 단체 또는 기업과의 공동진출 등을 꾀하게 된다.

3단계는 해외시장진출성공에 따른 결실을 수확하는 단계이다. 지금까지 국내 전통공연예술팀의 해외공연은 대부분 공공지원을 받아서 일회성으로 수행되어 왔기 때문에 현지 시장에서의 수입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공연예술산업을 비즈니스모델 차원에서 고려한다면 이제는 해외공연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금전적인 수익이나 간접적인 수익 외 성과가 발생했는지도 고려해야만 한다. 따라서 수확단계에서는 현지에서 개런티를 받았는지, 파생상품이나 음반 발매, 스트리밍 수입이 있는지, 계획하지 않은 추가적인 공연이 현장에서 진행되거나 향후 공연계약을 수주했는지 등을 변수로 삼았다.

마지막 4단계는 후속단계로서 해당 공연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주최국 기업 또는 유관단체와의 네트워크 형성, 해당 시장에 팬클럽이나 팬덤 조성, 유튜브 채널 의 상설운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III. 전통공연예술분야의 해외시장진출사례

1. 연구방법 및 사례선정

우리나라 문화예술 생태계는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국·공립, 도립, 시립에 종사하는 문화예술인(단체)을 제외하면 대부분 문화예술 활동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게 현실이다. 전문예술법인 및 단체, 사단법인 형태를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단체의 형태로 고유번호증(임의단체)을 가지고 있어 단체에 대한 매출, 판매자료, 재무제표 등 계량적인 자료제공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본 논문에서는 사례연구방법을 선택하되 현실적 제약 하에 최대한 객관성을 띨 수 있도록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단체이면서 민간기획사에 소속되어 있는 단체를 선정하였다.

사례 선정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 논문의 목표가 민간단체의 경쟁력 및 자생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므로 국공립단체를 제외하였다. 다음으로 선행연구 검토와 함께 2019년 6-7월간 전통공연예술 분야의 해외시장진출지원기관인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예술경영지원센터 실무자를 인터뷰해 해외진출 모범사례로 꼽히는 개인이나 팀을 복수 추천받았다. 이들 후보가 모범사례로 적정한지는 인터넷 검색 및 동종업계 관계자의 평판 등을 통해 재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비교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장르, 규모, 창단연도, 해외진출시기 등이 유사한 ‘잠비나이’, ‘고래야’, ‘블랙스트링’ 세 팀을 연구대상으로 최종 선정하고 2019년 9-10월간 해당 단체의 대표자 또는 기획자를 심층 인터뷰하였다.1

표 1. 인터뷰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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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팀은 모두 창단시기가 2010년대 초이고 음악분야(non-verbal)에 해당하며, 4-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표 2]. 또한 전문기획자와 해외에이전트가 있고 국내외 아트마켓을 활용한 쇼케이스 등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 인지도를 높였으며, 창단 후 1-3년이내에 성공적인 해외투어 및 현지 담당자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네임 밸류를 높이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표 2. 사례 개요(2019년 9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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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관계자 인터뷰를 토대로 저자 작성.​​​​​​​

2. 개별사례연구

2.1 잠비나이

‘잠비나이’는 2010년 결성된 밴드로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포스트 록과 메탈 음악을 지향하는 팀이다. 이일우(피리, 태평소, 기타), 김보미(해금), 심은용(거문고), 최재혁(드럼), 병구(베이스기타)로 구성된 소규모 그룹에 해당하며 국내의 해외진출 팀 중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2

한국의 예술경영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인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해외시장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였다. 2013년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월드뮤직엑스포(WOMEX)에 참가해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후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그들의 공연을 본 제롬 윌리엄스(Jerome Williams) 등 음악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연이어 다른 공연에도 공식 쇼케이스 아티스트로 설 수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현재까지 브라질의 국제현대축제(Cena Contemporanea)와 같은 모던 아츠 페스티벌부터 워맥스, 미국의 SXSW 같은 대형 뮤직마켓, 영국 글래스톤베리(Glastonbury), 덴마크 로스킬데(ROSKILDE), 세르비아 엑시트(Exit) 같은 초대형 국제 록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무대에서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13].

2013년 월드뮤직엑스포 공식 아티스트로 선정된 뒤 매년 50회 이상 해외 공연을 갖고 있다. 영국 록 페스티벌이 선정한 2017년 최고 아티스트로 선정되어 포스트 록 장르에 있어서 세계 최정상급 밴드의 서열에 함께 하는 팀으로 성장하였으며, Rennes Musique(프랑스), KMC Radio(벨기에), ST. PAULS LIFE Style(영국 매거진), Al Monde(덴마크) 이외에도 수많은 세계 언론에서 극찬을 받고 있다[13].

국내에서도 2011년 EBS 스페이스공감 올해의 헬로 루키 심사위원 특별상을 시작으로 2013년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 & 크로스오버 크로스오버 음반상, 2015년 제12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 2016년 KBS 국악대상 단체상, 2017년 제16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국악부문 수상과 더불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 연주 등을 통해 음악적 완성도에 대한 인정을 받고 있다.

잠비나이의 해외진출방식은 다음과 같다. 시즌 초에 메인 및 부킹에이전시와 협의를 통해 팀의 음악색깔과 어울리는 공연, 페스티벌에 초점을 맞추어 해외투어 일정을 잡고 있으며, 현재까지 유럽 전역을 포함한 전세계 대부분 국가에 진출하였다. 아시아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음반사인 벨라 유니온(Bella Union)과 계약을 맺었으며, 음반들은 글로벌 대형 배급사 피아스(PIAS)사를 통해 전 세계에 발매되고 있다.

든든한 조력자인 벨라 유니온과의 인연은 2014년 첫 장기투어 이후 새로운 도약을 위해 음반사 및 배급사의 절대적 필요성에 공감하고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보던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Primavera Sound 2015에 출연한 공연을 벨라 유니온의 소유주인 사이먼 레이먼드가 보게 되면서 시작되었으며, 이후 잠비나이가 보다 큰 무대 및 시장에 진출하는데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19].

앞으로는 전 세계 음악시장의 코어를 담당하고 있는 미국시장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 새 앨범 작업과 지속적인 네트워킹을 위한 아트마켓 및 메이저 페스티벌 참여에 많은 일정을 할애하고 있으며, 국내 관객을 위한 공연 및 투어일정도 고려하고 있다.

투어나 공연일정이 없을 때 아티스트들은 새로운 창작활동과 완성도 높은 연주를 위한 연습에 시간을 할애하고, 기획자는 더 많은 공연(연주)기회를 만들기 위해 담당자들과의 미팅 및 언론과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단체의 역량 및 네임 밸류 향상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다른 팀보다 해외투어를 많이 다니다 보니 주위에서는 고수익을 예상하지만, 실제로는 아직까지 기대만큼 수익성이 높지는 않고 참여 아티스트들에 대한 개런티를 어느 정도 보장하는 수준이다. 아무래도 유럽 및 북미권역 투어를 진행하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항공료 및 체재비 등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전체적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있다.

‘잠비나이’는 아티스트 본인들이 진정 좋아하고 원하는 음악을 하며, 해외투어는 현지 담당자들과의 오랜 파트너십과 네트워킹을 통해 진행하면서 아티스트들은 작품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전문 에이전시 및 에이전트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 유럽을 기점으로한 장거리투어로 인해 항공료 및 체재비 해결을 위해 출국, 귀국일을 제외한 모든 일정에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스케줄링을 하고 있다.

2.2 고래야

‘고래야’는 전통음악의 여러 가지 개성을 최대한 살리면서 대중음악적인 접근을 하는 팀으로 2010년 8월에 열린 21C 한국음악 프로젝트 창작국악 경연대회 후 밴드를 결성하여 창단하였으며, 이후 여러 변화과정을 거쳐 현재 김동근(대금, 소금, 퉁소), 나선진(거문고), 경이(퍼커션), 김초롱(퍼커션), 고재현(기타, 세션), 함보영(보컬) 6인조 밴드로 활동하고 있다.3

활동 초기에는 여러 아트마켓에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해외 공연 관계자들 앞에서 쇼케이스를 여러 차례 진행했으며, 대부분은 후속 공연연계로 이어지지 않지만 그 중에 몇 곳과는 공연 섭외가 이뤄지기도 하였다. 특히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서울 아트마켓 기간에 주최하는 한국음악 쇼케이스 지원 프로그램인 ‘저니 투 코리안 뮤직(Journey to Korean Music)’ 무대에 서면서 네트워킹이나 공연 교섭에 많은 도움을 받았으며, 2015년부터 북미권역은 SORI라는 뉴욕기반의 에이전트와 계약을 하여 매년 북미투어를 안정되게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속적인 투어일정이 잡히지 않을 시 이동경비 및 체류비 해결을 위해서 장기적인 투어보다는 보통 한 국가에서 2-3회의 공연을 하며, 문화원이나 대사관과 연계가 될 경우 인접국악들에서 몇 차례 추가공연을 하여 공연 후의 수익성도 고려하며 진행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투어로 인한 수익성에 대해서는 항공료 및 체재비와 아티스트 개런티를 제외하면 여유 있는 예산편성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팀의 네임 밸류를 높여 일정부분 수익성을 고려한 투어가 진행될 수 있도록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하겠다.

현시대 대중들에게 소비가 되기 위해 전통음악, 월드 뮤직, 팝 등의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초청 호스트의 공연성격에 따라 댄서블(danceable)하고 밝은 에너지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하고, 컨템포러리한 예술작품을 소개하는 큐레이팅의 의미가 있는 극장공연에 적합한 레퍼토리와 콘서트형태의 공연에 맞는 경량화된 테크니컬 라이더와 예산규모에 맞게 기동성을 갖추어 호스트의 요구에 최대한 부합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다른 팀과는 다르게 연주만이 아닌 보컬을 통해 다양함을 선보인다.

2.3 블랙스트링

‘블랙스트링’은 전통과 재즈에 기반을 둔 월드뮤직으로 2012년 런던에서 데뷔하였으며 허윤정(거문고),이아람(대금, 양금), 황민왕(장구, 구음), 오정수(기타)로 구성된 4인조 밴드이다.4

처음에는 국악기를 바탕으로 컨템포러리 형태의 밴드로 시작하였으나, 공연기획 및 디렉터인 계명국 국장이 영국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2년간하며 조사한 결과 국악에 기반을 둔 음악보다는 재즈라는 장르에 국악적인 요소를 입히는 것이 월드뮤직 수요에 부합한다고 판단하여 새롭게 팀의 색깔을 정하였다. 현재는 팀의 분명한 색깔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세계 음악시장에서 섭외가 끊이지 않고 있다. ‘블랙스트링’의 첫 번째 음반 [Mask Dance]가 독일 재즈레이블인 ACT에서 2016년 출반된 바 있다.

무엇보다 해외진출은 좋은 에이전시와 레이블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며, 에이전트의 역할은 절대적이라 할수 있겠다. 이를 위해 전세계에서 개최되는 마켓 및 페스티벌 참가를 통해 현지 담당자들과의 관계와 정보교환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북미) 에이전트와 연주 스케줄을 잡고 있으며, 유럽 에이전트와의 매칭작업도 예정되어 있다. 해외 음악시장에 대한 인지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국내관객을 위한 10여개 도시 투어를 2020년에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투어와 관련하여 세부적인 수익구조는 언급하기 어렵다고 관계자는 토로한다. 에이전트 및 주최국의 섭외담당자가 책정한 기본적인 개런티 레벨에 따른 초청료를 받고 공연이 진행되고, 티켓파워 및 연주형태(페스티벌, 연주회, 콘서트 등)에 따라 수익구조가 상이하므로 어떤 기준에 맞게 수익을 정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연주팀이 가진 장점 중 하나인 음원발매를 통해 좋은 레이블과의 작업은 팀의 수익성 다변화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도 있다.

3. 종합분석

본 연구는 “해외시장진출이 전통공연예술분야의 단일한 수익구조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회요인이 될 수있는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했으며, 음악분야의 대표 사례분석을 통해 그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론에 밝혔듯이 전통공연예술분야의 최대 약점은 공공 및 민간지원에 대한 과도한 재정의존으로 인해 자생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며, 이는 해외시장진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외공관이나 문화원 초청 등 국가차원의 지원에 의존한 기존의 단발성 해외시장진출은 지속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를 현지 국가에서의 인지도와 네임 밸류를 높이는 기회로 삼고 적극적으로 국내외 에이전시를 고용하여 홍보하는 것만이 지속가능한 수익으로 연결되는 방법이다. ‘잠 비나이’, ‘고래야’, ‘블랙 스트링’과 같이 아직은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으나 부단한 노력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나가는 중인 선도자적인 팀(밴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음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물론 사례연구에서도 확인되었듯이 해외시장이 아직은 전통공연예술단체의 주요 수익원이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인 수익 다원화 차원에서 해외진출을 추진한다면 현 단계에서 우리 전통공연예술종사자가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모델이 필요하다. 이에 성공사례로 꼽히는 세 개의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내용을 토대로 구성한 해외시장진출모델은 [그림 2]와 같다.

우선 연구대상은 공통적으로 10인 이하 소규모 기악 단체이며, 현대화, 개량화, 현지화, 간소화를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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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현 단계 한국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모델​​​​​​​

단계별로 보면 먼저 해외시장진출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은 공공지원을 통해 조달했고, 경로는 해외 아트마켓 참가를 활용하였으며, 기존 작품을 그대로 실연하기 보다는 수요자의 취향을 고려하여 새롭게 창작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3개 팀 모두 철저한 시장분석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하였으며 수익원 다원화에 성공하였다. 이들이 해외시장진출에 성공할 수 있었던 데에는 공통적으로 저니투 코리안 뮤직(Journey to Korean Music)을 거쳐 워맥스(WOMEX: World Music Expo)라는 세계 최대 아트마켓에서 인지도를 높였고, 주최국 기획자와의 장기적인 신뢰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 주효했다.

본격적인 추진단계에서는 타깃시장으로 1-2개국이 아닌 북미, 유럽이라는 권역시장을 삼았다. 이는 현재 세계 아트마켓이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음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선택이라 하겠다. 연구대상단체는 상설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기 때문에 1개월 이상의 단독공연을 수행하였다.

수확단계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일부 현지 개런티 수입이 발생했고, 그밖에도 음반발매나 추가공연 등이 이루어지는 등 공연 외 수익도 발생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동종업계에서 인정한 해외시장진출성공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 북미시장이 주요 고객이기 때문에 원거리 및 장기체류로 인한 비용문제가 심각하여 여전히 높은 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해외시장진출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지막 후속단계가 중요한데, 연구대상 단체는 주로 해외 에이전시와의 돈독한 관계형성에만 중점을 두었다. 그러나 2020년 COVID-19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 공연예술계에도 온라인 플랫폼이나 IT 기술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향후에는 후속단계에서 보다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상의 해외시장진출모델에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이 발견된다. 첫째, 창작 면에서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했다. 단순히 우리 국악기에 서양악기를 입히는 것이 아닌 정확하게 수요자 중심에서 타깃팅을 한 후 경영적인 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둘째, 유통 면에서는 해외시장진출 성패에 있어 전문기획자와 해외 에이전시, 전문레이블 회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며, 이를 위해서는 수년간의 지속적인 관계형성을 위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경영면에서는 현재 세계음악시장이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므로 해외투어 시 항공료와 체재비 등제반경비 절감과 및 수익성 향상을 위해서는 투어일정과 연계공연 여부를 사전에 조율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IV. 결론

1. 전통공연예술종사자와 정부에 대한 제언

1.1 전통공연예술종사자에 대한 제언

우리 전통공연예술 창작자, 실연자가 정부지원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데는 국내 소비시장의 무관심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에서 클래식에 대한 지원은 늘어나는 반면, 국악에 대한 지원은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시장의 선호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자국민도 외면하는 전통공연예술이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상황은 비극이지만 냉혹한 사실이 기도 하다. 따라서 공급과잉현상이 심화되는 국내 전통공연예술시장에 의존하지 말고 보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자세로 다양한 시도를 해 볼 필요가 있다.

한유진(2020)은 혁신성, 위험감수성, 진취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업가정신이 창의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실증분석을 통해 입증하였으며[20], 특히 임지영, 구문모(2015)는 문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가를 ‘문화기업가’라 명명하기도 하였다. 문화기업가는 일반적인 기업가와 달리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시장의 수요를 간과한 예술적 창의성을 중시하는 모순성, 독립성, 임시성을 갖는다[21]. 문화산업에서는 1인 창작, 1인 기업인 경우도 많기 때문에 창작자 또는 예술가 본인이 기업가의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전통공연예술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이므로 이제 창작자, 실연자는 독창적이고 예술적인 작품만 창작하면 된다거나 실연만 잘 하면 된다는 태도에서 탈피하여 시장지향적인 기업가 정신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지금까지 정책지원에 의존해 왔던 우리 전통공연예술업계에게 있어서는 간고한 도전이 아닐 수 없겠으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해외시장진출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변신이다.

예술의 상품화가 제품이나 여타 서비스의 그것과 동일할 수는 없으나, 창‧제작자들도 시장경제의 본질 및 4차 산업혁명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여 이에 부합하는 전략을 능동적으로 취해야 한다.

실제로 본 논문에서 살펴본 세 가지 사례에서는 공통적으로 해외시장의 중요성을 선도적으로 의식하고 시장개척을 위해 창작과 유통, 소비 모든 가치사슬을 망라해 다양한 방법을 주도적으로 활용했다.

일례로 창작에 있어서 모든 이의 구미에 맞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음악을 제작하기보다는 자신의 고유색깔과 가치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음악을 창작하는 전략을 취하는가 하면, 특정 마니아층(재즈, 록 등)을 겨냥하여 국악을 접목하는 식의 융합 전략을 취하기도 한다.

해외시장진출을 시작하는 전통공연예술 팀이나 단체는 본 연구에서 제시한 현 단계 해외진출모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장기적인 네트워킹, 해외시장 담당 기획유통전문가 채용, 원거리 비용문제를 해결해 줄 새로운 유통경로(예. 음원사업) 또는 시장개척(예. 아시아권 시장) 등까지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

1.2 정부에 대한 제언

전통공연예술 산업의 핵심주체는 결국 창조 관련 종사자(기획, 창작, 제작), 유통 관련 종사자, 소비자이며, 정부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수행해야 전통공연예술의 독창성, 예술성, 상업성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다. 현재 전통공연예술산업이 가치사슬 단계별, 주체별로 직면한 애로사항 중 인터뷰 응답자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바로 해외시장진출을 기획하고 유통하는 전문인력의 부족이다.

‘잠비나이’, ‘고래야’, ‘블랙스트링’의 해외진출이 가속화된 계기는 워맥스였다. 일단 워맥스에 선정이 되면 지명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해외투어가 수월해 진다. 그러나 이 단계까지 진행할 수 있는 전문기획자 및 전문 에이전트가 부족한 상황이다.5

해외시장진출을 준비하는 단체라면 기본적으로 현지 담당자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 외국어능력과 국제적인 감각, 다양한 경험과 네트워킹에 대한 투자가 요구 된다. 특히 해외마켓 디렉터들이 섭외하고자 하는 팀들을 고려할 때 작품성(실연능력), 실연인원 규모와 함께 전문기획자의 존재여부를 중시하므로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전통공연예술산업의 전체 밸류체인에서 해외시장 성공을 좌우하는 관건은 결국 유통임을 사례연구를 통해 확인하였다. 김선영, 이의신(2017), 김선영(2018)의 연구에서도 한국 공연예술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유통부문이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음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정책 차원의 개선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22][23].

그러나 2016년 기준 평균 21.7명에 불과한 국악인 공연단체[24]에서 해외진출을 기획하고 유통을 전담할 전문 인력을 직접 양성하기란 물적, 인적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공연예술 전문기획자 및 유통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정부의 전문인력양성과정을 이용하여 해외시장진출을 준비함으로써 보다 상업적으로 현대인들의 니즈에 맞는 장르, 동시대에 공감을 줄 수 있는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새로운 판로개척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해야 지속가능한 진출과 수익성 보장이 가능하다.6

아울러 전통공연예술종사자가 해외진출을 추진할 때 겪게 되는 정보부재와 역량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지금까지의 정부지원은 해외진출을 위한 일회성 경비지원 위주였다. 그러나 해외무대가 단발성 공연장이 아니라 지속적인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 임을 고려할 때 전통공연예술종사자가 자생력 및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과 사업의 확대, 전문적인 정보제공기관 등이 필요하다.

2. 연구의 한계와 후속연구

본 연구는 연구대상이 기악(음악)부분으로 제한되고 전수조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구결과를 기악 부분 전체 또는 전통공연예술산업으로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그러나 관계자 인터뷰를 통한 심층 분석을 기반으로 하여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실태를 최대한 반영한 진출모델과 시사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성을 갖는다. 본 연구는 해외시장진출모델 수립의 1단계 작업에 해당하며, 창단시기, 해외진출시기, 장르, 규모 등에서 동일한 조건을 갖춘 단체들을 비교하여 공통점을 도출함으로써 유사한 규모의 전통음악단체가 해외시장진출을 추진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현실성을 최대한 확보하였다. 전통공연예술종사자의 해외시장진출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향후 진출이 활성화되어 정량데이터가 축적된다면 보다 정교한 분석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전통공연예술분야의 해외시장진출은 국내 전통공연예술시장의 활성화, 예술과 콘텐츠의 융합 등 다양한 층위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게 될 주제인 만큼 향후 다음과 같은 후속연구가 가능하다.

첫째, 일본, 중국 등 주변 아시아국가의 전통공연예술 해외진출 전략에 대한 비교연구를 진행하여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연구를 통해 유통의 중요성이 재확인되었으므로 이를 구체화시켜 유통의 주체별, 매체별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일례로 국내 에이전시는 여전히 국내 정부지원사업 용역수주 의존형이므로7 호주의 예술경영 민간회사인 아츠 프로젝트 오스트레일리아(Arts Projects Australia), 대만 단체의 해외투어를 진행하는 대만의 에이전시 핑퐁프로덕션 등 외국 에이전시의 해외진출전략을 비교연구할 수 있다[25].

마지막으로 최근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전통공연예술산업의 해외시장진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를 계기로 언택트(untact) 시대에 대응하는 해외진출전략의 전환 등 연구도 고려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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