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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ysis of Emotional Colors in The Mise-en-scene of The Film

영화 <로얄 테넌바움> 미장센에 나타난 감성색채 이미지 분석

  • 심형근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 교수)
  • Received : 2020.03.05
  • Accepted : 2020.05.07
  • Published : 2020.05.28

Abstract

In film, color is a tool for storytelling and a metaphor for a story's theme. This study constructs efficient and objective data by analyzing color images of movies delivered to the audience. This Research the visual perception process of color in films and studies the processes accepted by the audience. Through this research process, we examine the emotional response caused by the visual stimulus of film color and quantify the visual factor through color in the film as a factor that effectively induces the emotional response of viewers who watch the movie. This study analyzes the mise-en-scene of Wes Anderson's film, Royal Tenenbaum, and studies the role of communication in cinematic colors. Quantitative analysis of color distribution data is performed using computer color analysis program on the colors displayed through 10 chapters of mise en scene. Through color analysis, it was analyzed that Anderson composed the movie scenes in red and yellow red (YR) with low saturation and medium brightness. Through this analysis, we study how color is used throughout the film and how the quantitative form of its use is to be used as the psychological factor controlling audience's emotion.

영화에서 색상은 스토리텔링을 이끄는 도구이며 이야기 주제를 암시하는 메타포다. 본 연구는 관객에게 전달되는 영화의 색상이미지를 분석하여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한다. 영화에서 색상의 시각적 인지과정을 살피고 관객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연구한다. 이 연구과정을 통해 영화 색상의 시각적 자극에 의해 인과적으로 발생하는 감성적 반응을 살피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감성적 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영화에서 색상을 통한 시각적 요인의 정량화 연구를 진행한다. 본 연구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로얄테넌바움>의 미장센을 분석하고, 영화적 색상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에 대해 연구 한다. 영화 속 10개의 챕터별 미장센을 통해 나타난 색상을 컴퓨터 색채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색채 분포데이터의 정량적 분석을 수행한다. 색채분석을 통해 앤더슨 감독이 이 영화에서 저채도와 중명도의 레드(R)와 옐로우레드(YR)를 중심 색상으로 영화 장면들을 구성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 분석을 통해서 영화가 표현하는 색상이 관객의 감성을 제어하는 심리적 요소로 사용되기 위해 영화 전반에 어떻게 색상을 사용하고, 그 사용의 정량적 형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연구한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 배경 및 목적

계급간의 갈등과 선악의 모호함을 블랙코미디형식으로 풀어낸 영화<기생충>은 숨기고 싶은 우리사회의 어두운 모습을 극적으로 표현한 설정과 다양한 캐릭터들 그리고 위트 있는 대사가 관객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은 반지하와 대저택이라는 대조적인 공간 대비를 통해 내러티브 속의 계급 간 갈등을 진지하게 인지하게 된다. 영화를 보고나면 반지하방의 낮고 좁은 창에서 보이는 눅눅한 느낌의 회색빛과 대저택 넓은 거실 창 밖에 펼쳐지는 푸른색 하늘과 잔디 그리고 마지막 장면을 물들이는 붉은 핏빛이 머릿속에 각인되어 남는다. 여기서 회색, 푸른색, 붉은색은 계급간의 흠모와 질투 그리고 욕망을 은유하는 메타포(Metaphor)로서 역할을 한다.

관객들이 인지하게 되는 영화 스토리텔링은 연기자의 대사와 연기를 통해 그 갈등의 구조를 파악하게 되지만 이야기의 깊은 내면은 영화화면 전체가 뿜어내는 톤 앤 매너(Tone & Manner)가 중심역할을 한다. 따라서 영화감독은 프러덕션디자이너와 함께 이 톤 앤 매너의 완벽한 구축을 위해 세심하게 미장센(mise en scène)을 준비한다.

영화는 몰입감(Immersion)이 강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무엇인가’가 있어야한다. 그래야 이야기 즉 ‘서사’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할 수 있다. 영화의 몰입감을 위해 짧은 시간동안 분절된 쇼트(Shot)들을 나열하는 몽타주(Montage)를 이용하거나, 장시간 영화의 시각적 환영을 응시하도록 하는 미장센을 이용하기도 한다. 몽타주는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라는 기차를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면, 미장센은 기차의 복도를 천천히 걷는 것과 같다. 빠르게 보여지는 몽타주 방식은 서사를 이끌어주기도 하지만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연극무대의 관객들은 객석에서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대의 미장센을 응시하게 된다. 미장센이 연극무대에서 기인한 것처럼 영화 화면을 지배하는 미장센을 관객들은 마주하게 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화면에 몰입하게 된다.

미장센은 많은 구성 요인의 조화로 만들어진다. 미장센은 관객에게 화면깊이 숨겨진 다양한 코드를 읽어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멋진 연기자의 표정에서부터 감각적인 세트와 소품 그리고 조명은 한데 어우러져 감독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해준다. 이 어우러짐의 핵심은 색채에 있다. 그중에 연기자, 공간, 조명, 미술, 의상 등 많은 요소에 공통으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색(Color)’이다. 영화에서 색상은 스토리텔링을 이끄는 도구이며 이야기 주제를 암시하는 메타포다. 영화장면의 색상은 그래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영화에서 색상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연구결과의 객관성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영화 사례를 통해 표준화를 시도해야 하지만 본 논문은 영화 <로얄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s)>의 색채 연구에 한정하고 있어 그 한계가 분명하다. 또한, 색은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가지며, 개인별로 감성적인 수용의 차이가 존재하고, 영화제작 프로세스의 기술적 차이에서도 색상의 변화가 일어나기에 색채 감성의 정량적 연구는 더욱 쉽지 않다. 따라서 영화 색상에 대한 연구는 정확한 통계와 객관적인 결론을 위해 수많은 변수들을 정량화하고 수많은 영화와 관객들을 대상으로 연구해야 한다. 따라서 표준 데이터를 얻기 위해 최대한 연구범위를 넓혀야 하지만, 본 연구는 정확한 데이터 추출을 통한 정량화된 색채 감성 연구의 시작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색채연구를 통해 적정한 연구방법을 찾고, 감성색채 연구의 효율적인 객관화 시도를 하려고 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 관객에게 전달되는 영화의 색상이미지를 분석하여 효율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하려고 한다. 영화의 전반적인 색상을 색채프로그램을 통해 분포도를 확인하고 관객이 인지하는 색상이미지의 감성적 수용을 비교하여 연구하고, 영화 미장센이 말하고자하는 주제와 대조하여 감성데이터의 효용성을 판단한다. 본 연구는 영상을 지배하는 색상 분석을 통해 영상매체 이미지의 감성적 수용에 대한 연구이며, 이 연구를 통해 연구방법론의 객관성과 효율성 담보를 위한 연구 다양성을 확대하고 연구저변을 넓히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Goethe)는 “경험이 가르치는 바에 의하면 각각의 색은 특별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고 했다[1]. 괴테의 말처럼 색은 인간에게 특별한 정서를 선물한다. 영화에서 색상은 등장인물의 심리표현을 위한 중요한 도구다. 색을 인지하는 관객은 색상 안에 담겨진 감독의 정서를 꺼내 볼 수 있게 된다. 감독은 색을 이용해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그리고 관객들이 어떻게 색을 인지시키고 특정 정서를 전달할지 고민하게 된다. 영화에서 색은 감독과 관객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며, 소통을 위한 언어이자 ‘기호’ 역할을 하게 된다.

영화감독은 세상을 향한 질문과 영상 미학적 함의를 담아내려고 다양한 영화적 도구로 현실을 제어하고 통제한다. 많은 영화감독들이 통제수단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화적 도구는 영화 색채다. <그녀에게(Talk toHer)>, <페인 앤 글로리(Pain and Glory)>의 페드로알모도바르(Pedro Almodóvar)에서 <단지 세상의 끝(It's Only the End of the World)>의 자비에 돌란(Xavier Dolan)까지 수많은 감독들이 영화적 색채를 제조한다. 그중에 웨스 앤더슨(Wes Anderson) 감독은 영화 환경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여 자기의 색채를 영화 미장센에 녹여내려고 하는 감독 중에 가장 ‘회화적’ 표현을 선호한다. 1996년 <바틀 로켓(Bottle Rocket)>으로 데뷔한 앤더슨은 2001년 영화 <로얄 테넌바움으로, 그리고 2012년 <문라이즈 킹덤(Moonrise Kingdom)>, 2014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The Grand Budapest Hotel)>로 아카데미 후보에 올랐다.

본 연구가 집중하고 있는 영화<로열 테넌바움>은 영화적 색상이 내러티브에 끼치는 역할이 명확한 텍스트 중 하나다. 따라서 영화색채 연구에서 보다 정확한 분석이 가능하여 이 영화를 중심으로 연구하고자 한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영화 미학 연구를 위한 정량적 색채감성 자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본 연구는 <로얄 테넌바움>의 미장센을 분석하고, 영화적 색상의 커뮤니케이션 역할에 대해 연구하고자 한다.

영화 미장센의 색상 분석에 앞서, 먼저 영화 색채의 감성 수용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하고, 영화에서 색상의 시각적 인지과정을 살펴서 관객에게 수용되는 과정을 연구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로얄 테넌바움> 영화이미지의 색상을 분석한다. 한국표준색 색채분석(KSCA : KoreaStandard Color Analysis)1)을 통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구축하여 분석하고, 영화 색상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본다.

분석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해당영화의 미장센 이미지를 선택하여 분석을 준비한다.2)

두 번째, KSCA프로그램을 이용해 해당 장면의 색상 데이터를 추출한다.

마지막으로 색상분석을 통해 추출된 주요 색상의 영화적 역할을 분석한다.

이 연구과정을 통해 영화 색상의 시각적 자극에 의해 인과적으로 발생하는 감성적 반응을 살피고,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에게 내러티브의 감성적 측면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감성적 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영화에서 색상을 통한 시각적 요인의 정량화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II. 영화 색채의 감성 수용에 관한 이론적 고찰

1. 영화의 비언어적 표현 수단인 시각적 자극의 감성인지

내러티브가 전하는 감성적 충격은 영화와 관객의 상호작용에 관여하는 여러 가지 시청각적 자극으로 생성된다. 비언어적 자극의 형태를 가진다는 것은 오감을 통한 감각적 전달의 형태를 중심으로 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이것은 감각정보로부터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감성과의 연관성을 내포하고 있다[2].

다양한 시청각적 자극 중에 비언어적 표현 수단인 시각적 자극으로 인한 감성인지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시각적 인지는 인식 수단으로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시각적 인지를 염두 해두고 설계된다.

일찍이 이성적 존재가 되려면 감각을 불신하라고 외쳤던 르네 데카르트(René Descartes)도 “우리가 빛에 대해 갖는 감각, 즉 우리가 눈을 매개로 상상력 속에서 형성하는 생각과 우리에게 감각을 일으키는 그것, 즉불이 나 태양 속에 우리가 빛이라 부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라고 빛과 인간의 감각들 사이의 차이를 설명하며 시각의 절대적 중요성을 강조했다[3].

르네상스 이후 시각중심주의는 더욱 공고하게 된다. 건축과 회화의 모든 시각 예술에서 사용되던 일점 투시작법은 강화된 시각중심주의의 방증이다. 나아가 시각예술인 미술(Fine Art)이 ‘아트(Art)’의 핵심위치를 차지하게 되고, 오늘날 가장 순수한 예술(Fine Art)이 미술로 불리게 된다. 회화는 시각예술의 대표이며, 회화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몰입‘이 필요하다. 그림을 응시하면 마치 그림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해야 한다. 그래서 화가들은 인간의 시각을 연구하고 시각적인지를 통한 관객의 감성적 수용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을 개발하여 인지적 몰입에 성공하게 된다.

같은 시각매체인 영화에서도 시각적 인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관객은 시각적 인지로 영화를 보면서 정서적 반응을 일으키고, 정서적 반응은 감정적 형태와 리적 반응으로 연계되어 활성화된다. 결국 시각적 인지를 통한 자극의 강도가 감성 수용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게 된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dix SchonfliesBenjamin)은 전통적인 회화와 새로운 예술 매체인 영화의 시각적 인지와 미적수용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사진과 영화가 차례로 발명되고 무성영화가 전성기를 보낸 오래된 시절이었다. 하지만 오래된 담론에도 불구하고 현대 영화가 보여주는 관객의 시각적 수용에 대해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그는 회화와 영화의 수용방식에서 차이나는 가장 큰 지점이 관객의 수용에 있다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예술작품 앞에서 집중 하는 사람은 그 작품 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그는 자기가 완성한 그림을 보고 그 속으로 들어간 어느 중국화가에 관한 전설처럼 그 작품속으로 들어간다. 이에 반해서 산만한(정신이 분산된) 대중은 예술작품들이 자신들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4].”

벤야민에 의하면 영화의 관객은 더 이상 영화라는 매체의 지배하에 있지 않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관객은 자아를 잃고 영화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영화를 자신의 관념 안에 두게 된다. 회화의 인지 방법인 시각적 몰입에 반해 영화의 시각적 인지 특징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영화 쇼트(Shot)의 빠른 변화가 주의 산만한 영화적 지각을 가져온다고 했다. 관객이 하나의 쇼트를 응시하면 곧이어 다음 쇼트가 몰입을 강요하기 때문에 차분한 응시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관의 관객들은 팝콘을 먹으며 옆 사람과 영화 내용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관람하는 ‘산만한’ 태도를 보인다.

영화는 회화와 달리 기계적으로 복제가 가능한 예술이다. 더 이상 시각적 인지가 생산자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수용자의 반응이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이 가능성이 관객의 수용방식에 변화를 불러일으켰는데 관객의 반응 즉, 비평가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벤야민은 이 변화를 진보적인 미적 수용의 태도라고 했다. 관객의 미적 수용 태도는 영화를 즐기는 ‘소비자’와 전문적인 영화 ‘비평가’가 서로 연계되어 있다고 볼 수있다. 영화<기생충>의 사회적 성공이후에 대중의 환호와 비평이 확산되는 것처럼 매체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수용자의 감상자와 비평자로서의 태도도 비례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영화의 시각적 수용에서 관객의 미학적 수용태도를 인식한 감독의 ‘의도한’ 시각정보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영화 장면의 감성적 시각 색채 정보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는 추상미술을 성립하는 과정에서 인간심리에 기반 한 색채미학을 연구한바 있다. 칸딘스키는 예술이 내적 요소와 외적 요소의 연계로 이루어진다고 했다. 내적인 요소는 예술가의 정신적 감정을 의미하며 이 감정은 관람자들에게 유사한 정신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외적요소는 신과 육체를 가진 인간이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각을 통해서 비물질적인 예술가의 감정은 물질적인 색채와 형태로 연결되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5]. 색채는 시각적 자극을 통해 즐거운, 우울함 등의 감정을 일으키면서 인간의 감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색채의 정확한 사용은 예술이 가져야할 중요한 태도이며, 예술가는 색채의 감성적 사용을 위해 색상에 조화와 질서를 부여해야 한다.

세르게이 미하일로비치 예이젠시테인(Серге́й Миха́йлович Эйзенште́йн)은 몽타주기법으로 유명하지만 그의 영화색채에 대한 평가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영화에서 색상이 단지 현실 재현의 방법으로만이 아니라 색채 이미지가 영화에 더 집중하게 한다고 했으며, 감독은 색채 선택을 통해 영화의 방향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디즈니의 단순한 색채 사용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영화에서 색채는 “단순한 채색이 아니라, 드라마에 필요한 내적 요소”[6] 라고 영화에서 색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따라서 영화는 관객의 미학적 수용태도를 인식하고 내러티브의 방향성을 재고하려는 의도된 색채를 선택해야한다.

심리학에서 색채심리는 인간의 사고체계 뿐 아니라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연상과 상징 등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작용하는 지를 다루며, 이렇게 생성된 색채 이미지의 심리적 작용을 연구한다. 심리학에서 이처럼 색에서 연상되는 분위기에 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었다.

심리학자 로버트 로스(Robert R. Ross)는 색을 극적인 감동과 관련시켜 연구하였는데, 그에 따르면 회색 ·파란색 및 자주색은 비극과 가장 잘 어울리며, 희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으론 빨간색 · 주홍색 및 노란색이라고 논하고 있다[7]. 본 연구의 주요 관심사인 앤더슨감독의 영화<로얄 테넌바움>에서 색채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연구해보면서 심리학자 로스 박사의 희극색채론을 확인해보려고 한다.

III. 영화 <로얄 테넌바움>의 미장센 분석

1. 내러티브 분석

영화는 별거한 부부와 세 천재 남매의 이야기다. 로얄 테넌바움은 아내 에슬린 테넌바움과 사이에 마고, 채스, 리치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이들은 어릴 적부터 전 세계가 알아주는 천재로 자랐다. 입양한 딸 마고는 나중에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극작가다. 채스는 10대초부터 부동산 투자와 금융 전문가의 면모를 보였고, 막내 리치는 3년 연속 US오픈 타이틀을 획득한 테니스선수였다. 모두 다 천재였던 이들은 부모의 별거와 함께 아버지 로얄이 가족을 떠나면서 자신의 천재 커리어를 마감하게 되고 상처와 갈등을 겪게 된다. 아버지 로얄은 아내에게 세 아이의 육아 부담을 모두 떠넘기고 자신은 편하고 자유롭고자 한 이기주의자다. 20년 후, 가족을 등지고 호텔에서 자유롭게 살던 전직 변호사 로얄 테넌바움이 파산하게 되고 가족과 함께 살기위해 자신이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고 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결국 흩어졌던 가족들은 옛집이 모여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새로운 가족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웨스 앤더슨 영화답게 이 영화도 플랫한 구조를 가진다. 과격한 감정 갈등도 격한 카메라 앵글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조명을 쓰지 않는다. 그저 항상 있는 일인양 바라보게 될 뿐이다. 영화 장면들도 좌우대칭을 많이 쓰고, 반복된 앵글을 사용한다. 심지어 내레이션과 자막,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10막으로 구성돼 있는 연극적 구성 등이 앤더슨 특유의 감성을 드러낸다. 심지어 극작가인 마고를 이용해 작고 귀여운 무대모형이라든지 아기자기한 어린이연극을 직접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캐릭터들이 흔한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영웅적이거나 이상주의적인 인물들이 하나도 없단 것을 알 수 있다. <로얄 테넌바움>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딘가 철없고 미성숙한 행동을 하고 있는 이른바 ‘어른아이’다. 어린 시절의 아픔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많이 소유한 자들의 이야기다. 하지만 많이 가지고 있으나 아직 ‘불안’하다.

아내를 사고로 잃은 채스는 또 다른 사고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아이들을 잃을까 두려워 항상 불안 속에 산다. 무책임했던 자신의 아버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강박이다. 마고와 리치는 아버지의 부재와 함께 서로에 대한 사랑의 부재로 인해 실패와 절망, 무기력함 등과 같은 불안정에 시달린다. 어린 시절 어른들이 겪던 사회적 성공을 거두지만 평범한 어린아이들이 체험해야 할 가족의 사랑은 부족했던 ‘어른아이’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일지 모른다.

2. 내러티브를 이끄는 색채

웨스 앤더슨은 ‘회화’적인 감독이다. 그는 항상 색채를 동원하여 내러티브를 확장하고 이끈다. 철저히 계획된 색채는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와 어우러져 개성강한 정서적 톤 앤 매너로 관객을 영화에 몰입시킨다.

<로얄 테넌바움>으로 아카데미 주연상을 받은 진 해크만의 뛰어난 연기도 독창적인 영화 속 색채 표현으로 그 가치를 높일 수 있었다. 그가 출연하는 장면은 주로 붉은색과 회색 또는 핑크색으로 표현된다. 테넌바움 가족이 사는 성채와 같은 그의 집도 붉은 색으로 채우고 있다. 로얄이 입고 있는 밝은 핑크색 셔츠와 병원복은 그의 엉뚱하고 책임감 없는 철없는 어른의 모습을 환기시켜준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로얄은 회색의 호텔리어로 변신한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그는 ‘어른’이 되어가는 그의 모습을 색채가 표현해주고 있다. 여기에 덧붙여 앤더슨이 색채를 이용한 위트도 엿 볼 수 있는데 로얄의 장례식에서 검은색 장례복 대신에 채스의 상징과 같은 빨간색 트레이닝복을 검은색 트레이닝복으로 바꾸었다. 로얄이 사고 직전의 채스 아이들을 구하면서 채스가 가지고 있던 아내를 잃은 슬픔을 해소하고,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하게 되어 빨간색이 가지고 있던 ‘위험’이라는 상징을 없애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보인다.

앤더슨의 영화에 참여했던 밀레나 카로네로(MilenaCanonero)에 따르면 “저는 세트 디자이너, 촬영 감독과 밀접하게 일하죠. 모든 게 전체적으로 하나가 돼야 하니까요. 특히 영화의 색상을 더 그렇죠. 색에는 저마다 음악이 있어요. 앤더슨 감독은 색이 음계를 잘 찾아가도록 하는데 신경을 많이 써요”[8] 라고 그의 영화 색채에 대한 세밀한 열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3. 영화<로얄 테넌바움>색채 감성이미지의 정량적분석

3.1 영화의 챕터 별 중심 미장센의 이미지 선택

영화전체의 주요 색상을 정확히 추출하기 위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연극적인 막 구성을 활용했다. 마치 연극처럼 이 영화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해 10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는 가족 간 갈등의 시작부터 가족의 사랑이라는 어쩌면 진부한 결론을 향해 챕터 하나하나에 연극적인 요소와 편집디자인적인 요소 등을 배치해 신선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앤더슨 영화의 특징이기도 한 미장센 구성은 동화적이면서 연극적이다. 하나의 챕터는 연극무대의 미장센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있어서 영화 전반을 흐르는 색상에 대한 분석을 위해 10개의 챕터 별 주요 미장센 중심으로 장면을 선택하여 색채 분석을 하였다.

표 1. 10개의 챕터로 구성된 영화 주요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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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한국표준색 색채분석(KSCA : Korea StandardColor Analysis)을 통한 색상 데이터 분석

색채분석은 국가기술표준원의 한국표준색 색채분석을 사용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색상 수 감소(K값 개수 줄이기; 본 연구는 8색 이하)와 중심 색상별 분포도(%)를 계산하는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KSCA추출색상 분포와 KS색상기호를 사용하였다.

본 연구는 10개 챕터의 중심이미지를 프로그램에 대입하여 다음과 같은 데이터 값을 확인하였다.

표 2. 챕터 별 색상 분포 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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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연구결과 및 논의

색상(hue)분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영화 전반적으로 R , YR, Y 계열의 색상 분포가 상당히 높다는 것을 분석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또한 중명도(Mediumvalue)와 저채도(Low chroma)로 영화 색상이 구성된 것을 알 수 있었다. 심리학자 로버트 로스가 희극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으로 빨간색·주홍색 및 노란색이라고 언급한 연구와 본 연구 결과가 제시한 색채 분포의 유사성을 비교해 보면 감독의 우화적 영화 색채 전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본 연구 분석을 통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로얄 테넌바움>의 내러티브를 이끄는 주요 색상이 [표 3]과 같이 중명도와 저채도 톤의 R, YR, Y 계열의 색채 특성을 발견했다.

표 3. 영화 전체의 색상 분포 데이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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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특정한 감성과 상응한다는 관점으로 감성색채가 연구되고 있으며, 감성색채는 다양한 통계적 연구를 통해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 특히. 색채를 인지한 인간의 감성을 표현하는 형용사와의 연관성을 통계적 데이터로 분석하여 이미지스케일이라는 메트릭스를 통해 나타내고 있다. 본 연구에서 분석된 영화적 색채를 [표 4]와 같이 색채와 형용사이미지스케일과 연계하여 살펴보면 해당 색채는 ‘고상한’, ‘품위 있는’, ‘우아한’ 등의 감성형용사 표현과 일치한 결과를 나타낸다.

표 4. I.R.I.색채연구소의 배색이미지스케일과 형용사이미지스케일을 이용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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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결과는 이 영화의 감독이 주된 색채(중명도와 저채도 톤의 R, YR, Y 계열)의 다중 노출을 통해 각각의 에피소드에 나타난 다양한 감성들을 통제하고, 일관된 시각적 맥락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감독은 영화 전반이 극적갈등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일관된 시각적 맥락을 위해 ‘고상하고, 품위 있고, 우아하게’ 미장센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 중 몇 가지 장면을 예로 살펴보겠다.

첫 번째 장면은 [그림 1]로 로얄 테넌바움이 본인의 별거와 집을 떠나는 것을 세 자녀에게 알려주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 품위있는 장면을 만들고 있으며, 로얄의 캐릭터 색채인 어두운 붉은색 계열의 주조색과 브라운 그레이 배색이 사용되었다.

그림 1. 영화<로얄 테넌바움>의 Prologue중 로얄

두 번째 장면인 [그림 2]은 비행기 사고로 아내를 잃은 채스가 항상 안전 강박증과 불안에 사로잡혀 아이들의 대피훈련을 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은 채스의 캐릭터 색채인 강렬한 레드와 쿨 그레이 배색이 사용되었다.

마치 ‘우리는 한 팀이다‘라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채스와 그의 두 아들은 빨간색 트레이닝 복을 항상 입고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입은 그의 상처에 덧붙여, 사고로 인한 아내의 부재가 할퀸 채스의 처를 붉은색으로 표현하고 있다. 아이들까지 같은 붉은색 옷으로 입힌 것은 자신은 아버지와 달리 아이들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맹세와 같다.

그림 2. 영화<로얄 테넌바움>의 Chapter 1의 채스

세 번째 장면은 [그림 3]로 리치와 입양된 마고가 리치의 자살 사건 이후에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게 되는 장면이다. 여기서 옐로우 계열은 행복했던 둘의 어린 시절을 상징한다.

그림 3. 영화<로얄 테넌바움>의 Chapter 6의 마고와 리치

누나 마고를 사랑하는 리치는 여기저기를 떠돌며 지내다가 아버지의 거짓말로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는 붉은 벽으로 둘러싸인 거실에 자신의 노란 텐트를 치고 지낸다. 노란색은 리치의 어린 시절 테니스 선수로서의 영광을 나타낸다. 노란 테니스공과 초록색 코트는 그의 공간과 패션에도 함께한다. 또한 리치의 노란색 삼각텐트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마고와의 추억도 담겨있다. 결국, 리치의 자살소동이후 마고와 리치는 노란색 텐트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된다.

이상과 같이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로얄 테넌바움>에 나타난 색상 데이터를 이용하여 색채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저채도와 중명도의 레드(R)와 옐로우레드(YR)를 중심 색상으로 영화 장면들을 구성하여 관객에게 가족의 중요성이라는 중심 주제를 고상하고, 우아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캐릭터를 구성하는 의상과 소품 그리고 공간 환경인 세트와 건축, 자연환경까지 그의 색채로 통제되어 영화 전체적인 시각적 맥락을 구축했다.

V. 결론

영화관에서 관객들은 정서적으로 풍부한 기호들로 가득 찬 영화 스크린을 마주한다. 판타지가 가득한 장면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미장센이 만들어내는 먹먹한 기운에 동화되어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한다. 영화 장면들의 이미지는 마치 회화의 그것처럼 조형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관객의 감성적 몰입을 제어하게 된다. 미장센의 조형적 변주가 가져오는 정서적 변화의 감성적 탐구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라면, 관객들의 감성적인 수용에 관여하는 영화 색상 이미지의 정서적 의도 연구도 중요한 과제다.

영화를 감상하는데 있어 그 영화 속에 녹아 든 감성을 인지하는데 시각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인간의 시각 능력이 가장 빠르고 깊게 인지하는 요소는 ‘색’이다. 따라서 영화에서의 색상은 관객의 감성변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색상은 영화 속에서 한 가지 역할 만이 아니라 다양한 의미와 효과를 가진다. 영화 속 내러티브와 연계하여 다양한 감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영화은 주로 레드(R)와 옐로우레드(YR)계열을 극적구성의 배경으로 사용한다. 레드(R)는 따뜻하고 치유의 역할을 하는 색이다. 반대로 폭력과 광기의 이미지도 가능한데 피의 이미지가 생명인 동시에 공포의 대상인 것과 같다. 따라서 색은 이중성을 가진다. 어린 시절 세 남매에게 레드는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상처를 상징했다면 관계회복 후의 레드는 치유된 가족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영화가 표현하는 색상이 관객의 감성을 제어하는 심리적 요소로 사용되기 위해 영화 전반에 어떻게 색상을 사용하였고, 그 사용의 정량적 형태는 어떠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번 색상 분석 연구는 최대한 정량적 분석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영화에 나타난 색상의 감성적 수용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데이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인간의 감성연구가 수많은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데 반해 실제 연구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로 영화 언어 중에 색채가 가지는 커뮤니케이션 특성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방법론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연구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영화의 색상 분포 연구와 감성적 색채 사용에 대한 데이터 연구가 폭넓게 이루어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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