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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f Simulacre in Virtual Space for VR content development - Focused on Ocean Space of 『Jasan-urbo』

VR 콘텐츠 개발을 위한 가상공간의 시뮬라크르 연구 - 『자산어보』의 해양공간을 중심으로

  • Kim, Sang-Nam (Graduate School of Digital Image and Contents, Dongguk University) ;
  • Lee, Young-Suk (Institute of Image and Cultural Contents, Dongguk University)
  • Received : 2019.12.23
  • Accepted : 2020.02.28
  • Published : 2020.04.30

Abstract

In this study, presents geographic analysis of Heuksando Island We classified each area of the island according to physical attributes. Then, we derived the meaning of each area as a physical space and virtual space. In order to symbolize the events that happens around the spaces, we set directions and relations for those spaces. In this process, we figured the stages of voluntary experience that originates from the user's actions. This study proposes hierarchical categories of virtual environments from spacial reality, experience and the creation of simulacrum.

Keywords

1. 서론

19세기, 정약전에 의해 기록된『자산어보』는 흑산도 연근해에 사는 해상생물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한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도감이다. 최초의 근대적, 실학적 접근으로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기록한 것뿐 아니라 해양생물과 관련된 식문화나 어획법 등, 문화요소들도 함께 기록하여 더 큰 의의를 가진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문화적 요소들을 분석하여 당시 선조들의 생활상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처럼 『자산어보』는 단순히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생물도감이라는 과학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문화적 측면에서도 큰 연구가치를 가지고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1].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산어보』에 대한 연구는 생물학적 관점과 인문학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것이 대다수였다. 그러나『자산어보』가 담고 있는 해양생태문화는 학술적 연구가치 뿐만 아니라 콘텐츠로서의 변용으로도 가치가 높다. 이에『자산어보』가 담고 있는 문화유산의 현대적 콘텐츠로의 변용, 개발 연구가 필요하다.

문화원형의 현대적 콘텐츠로의 변용을 위해서는 어떤 미디어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적합성을 따져보아야 한다.『자산어보』는 흑산도라는 공간에서 생성된 정보를 추출, 가공한 것이기에 그 자체가 공간의 개념과 밀접하게 닿아있다. 그렇기에『자산어보』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재현하기 위해서는 공간개념을 가진 미디어가 가장 적합하다 할 수 있다. 기존의 미디어는 미디어라는 매개를 통해 이미지 혹은 기호로 구현된 메시지를 단순히 감상하는 형태로 사용자에게 전달하여 3인칭 시점의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가상현실은 1인칭 시점에서 가상의 객체 혹은 환경과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경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제공해준다. 이때 사용자는 프레즌스(presence)를 경험한다. 프레즌스는 ‘현실을 벗어나 마치 미디어 속에 자신이 존재하는 느낌’이다. 다시말해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자신이 이를 시청하고 있는 상태를 지각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미디어를 시청하고 있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매개된 영상물에 몰입하는 심리적인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2].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용자는 실제와 같은 ‘경험’을 획득한다. 기존의 미디어는 실제를 가공한 이미지 혹은 기호를 통해 ‘프레즌스’를 느끼지만 가상현실에서는 그에 더해 가상의 ‘공간’이라는 비실체적 개념이 더해진다. 이러한 비실체성에서의 경험을 우리는 시뮬라크르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험을 위한 공간은 사용자를 둘러싼 실제와 유사한 환경이 존재해야 한다. 여기서 실제와 유사한 환경이란 단순한 시각적 기호들이 아니라 물리적 속성과 법칙에 의해 규율되는 질서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3]. 즉, 사용자는 눈에 보이는 이미지를 통해서가 아닌 어떠한 규칙을 가진 공간 안에 존재함으로써 프레즌스를 경험한다. 프레즌스의 경험이 중요한 가상미디어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공간 구성에 대한 고민이 기획단계에서부터 고려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는 공간의 기술적 구현 이전에 인문학적인 접근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앞서 말했듯, 가상현실에서의 공간의 의미는 사용자의 경험에 의해 획득된다. 이를 위해선 우선 사용자와 공간, 그리고 객체의 관계성이 성립되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하게 공간과의 관계 맺기를 통해 시뮬라크르가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공간간의 관계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거리와 방향에 대한 추상적 관계의 성립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공간에서의 시뮬라크르적 속성을 파악하고 공간적 규칙을 규정하고자 한다. 우선 선행 연구를 통해 공간과 경험에 대한 범위를 설정하고 그 속에서 나타나는 경험에 대한 과정을 자산어보의 가상공간 설정과 함께 설명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자산어보』VR콘텐츠 구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상현실의 공간 구성을 계층적으로 구성하려 한다.

2. 시뮬라크르와 공간 구현

2.1 공간과 경험

일반적으로 공간은 물리적인 경계 혹은 심리적인 경계로 둘러싸여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리스텔레스(Aristoteles)에 의하면 공간이란 모든 장소의 총화,즉 방향성과 정서적인 특성을 갖춘 동적인 장의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후 공간은 무한하고 균질한 것이고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차원의 하나라는 유클리드적 사고를 거쳐 17세기 직교좌표체계에 의하여 명확한 도구적 개념인 공간을 다루는 데카르트적 개념으로 정착하였다. 그러나 공간의 모든 것이 좌표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공간은 인간이 구축하는 것이고 인간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는다. 공간은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서 의미를 발생시켜야만 비로소 공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동시에 공간은 시간과 관계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것이 되고 살아있는 것이 된다. 그러나 가상현실에서의 공간은 실시간이라는 요소를 담고 있기에 본 연구에서는 시간의 개념을 언급하지 않겠다.

공간은 추상적인 개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물체에 의해 한정되고 비균질적인 특성을 알아차리고 주변과 구별되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즉,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어떤 물체를 통해 유한성과 비균질성을 인식하고, 그를 통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 공간은 구체적인 존재로 형성되는 것이다. 공간에 어떠한 중심을 기점으로 물체로 한정되고 어떤 의미를 가질 때, 우리는 그 공간을 장소(space)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4].

Fig. 1과 같이 의미와 사용자의 행위, 물질적 요소를 통해 장소로 구분된 공간은 그 자체로 정보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정보를 공간 정보라고 하며, 이것은 사물과 사물, 또는 자기와 사물과의 위치․거리의 관계에 의해 생성된다. 생성된 정보는 사물과 사물간의 상관관계에 의해 인간에게 인식되며 경험되어진다. 이때 공간은 개별적인 요소로 지각되는 것이 아닌 크기와 방향, 힘 등의 물리적인 요소들이 통합된 요소로 인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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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A visual model of the nature of a space [5].

하지만 물리적 요소들만을 가지고 인간의 공간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인간을 둘러싼 공간 중에서 인간의 행위로 인해 의미가 발생하는 공간을 의미공간이라 하고 이는 인간의 주체적 행위로 변화한다. 이러한 의미 공간은 인체의 구조와 일치하도록 상하, 앞-뒤, 좌-우로 분화되어 있으며 인간을 중심으로 관계가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사용자는 의미공간을 지각하고 체험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때 경험은 객관적인 실체를 기록하는 사고와 주관적인 상태인 정서가 감각과 지각, 개념을 통해 총체적으로 이뤄진다. 이에 본 논의는 공간 중에서 ‘경험’을 발생시키는 의미공간을 연구범위로 진행하려 한다.

2.2 공간적 시뮬라크르의 성립

시뮬라크르(simulacre)라는 말은 “이미지나 유사한 것, 모호한 재현이나 닮은 것, 단순한 속임수나 가짜”를 뜻한다[6]. 피에르 클로소프스키(Pierre Klossowski)는 신의 힘을 의미하던 ‘Simulare’를 변용하여 인간 육체의 내적 충동으로 의미를 확장시켰다. 인간이 환영을 자발적으로 재생산하여 드러냄으로써 환영을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이에 들뢰즈(Gilles Deleuze)는 시뮬라크르를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의의나 가치를 갖지 않으며 물체의 표면효과로서의 사건 혹은 의미가 그것이 선재하는 담론의 장으로 솟아올라 체계화될 때 비로소 ‘의의’나 ’가치‘를 획득’ 하는 것”이라고 개념을 재정립했다. 단순한 환영의 현실화가 아님 시뮬라크르 자체로 자율성과 의미를 얻는다. 또한 ‘유사성’과 ‘차이’라는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에 의해 재현적 사유와 비재현적 사유가 차이가 남을 보여준다[7]. 재현적 사유는 세계 자체를 재현으로서 발생하는 한편, 비재현적 사유는 세계를 그 자체가 환영인 것에서 시작한다.

이에 더 나아가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시뮬라크르를 ‘실재’의 복제 혹은 재생산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으로써 시뮬라크르가 점차 실재로부터 분리되어 자율적인 지위를 획득하는 단계를 분리했다[8]. 본래의 복사라는 첫 번째 단계를 넘어서 단계가 넘어감에 따라 본체의 의미는 희미해지고 시뮬라크르화 된 환영이 의미와 실제를 뛰어넘는 실재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7].

이처럼 현대 미디어 시대로 넘어오면서 존재하는 것의 복제를 넘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실재하는 시뮬라크르로 그 의미가 확장된다. 이를 두고 보드리야르는 현실을 넘어선 현실, 초과현실이라 규정하였다.

현대의 미디어는 실제를 조작하여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를 소비한다. 가상현실은 재현된 현실의 이미지를 인체의 오감을 통해 받아들이고 몰입감을 통해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고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하는 공간이다. 현실의 재현은 비단 가상공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미디어 역시 현실 세계의 시뮬라크르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를 이용해왔다. 그러나 컴퓨터의 등장과 함께 가상현실과 관련된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존 미디어에서 가지고 있던 공간의 개념을 그대로 접목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기존의 미디어들이 물리적 공간의 발견과 재현에 머물렀다면 VR 등의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이 만들어낸 공간은 데이터로 채워진 흐름의 공간으로 그 자체가 커뮤니케이션을 형성한다. 따라서 가상현실이 만드는 공간은 가시적인 이미지 언어와 사람들의 감각적이고 지각적 언어가 결합 된 새로운 공간이자 세계인 것이다.

가상공간은 데이터와 상호 작용에 의해 유동성을 가지고 기존의 공간을 변형시키며 정보를 증강시킨다. 그 정보를 통해 사용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공간을 실재처럼 인지하고 그 안에서 경험을 하게된다. 여기에서의 경험은 사용자의 의미 있는 행동으로 발생 된 사건에 의해 공간의 의의와 가치가 획득하는 과정이며 결과물이다. 이처럼 가상현실에서의 공간은 그 자체로 완성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개입으로 공간이 변화되고 그로 인해 공간의 경험을 만듦으로써 존재적 의의를 획득한다. 사용자에게 획득되어진 경험은 정보와 지식이 되어 다시 경험자에게 되돌아간다. 가상현실은 실제보다 더 실제적인 초과현실을 넘어 구현된 공간 안에서 스스로 ‘의의’와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공간적 시뮬라크르’로 확장된다. ‘공간적 시뮬라크르’는 기존의 시뮬라크르와 달리 가상공간에서 발생하는 현실의 재현인 동시에 사용자와 가상공간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경험이 중요한 요소이다. 단순한 기호와 이미지를 통한 현실의 재현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공간과 더불어 사용자의 행위까지 포함된다. 가상현실에서의 공간의 의미는 사용자의 의미 있는 행동을 발생시켜 ‘경험’이라는 의미와 가치를 획득하는 ‘공간적 시뮬라크르’라 할 수 있다. 결국 ‘공간적 시뮬라크르’는 현실의 재현을 뛰어넘은 초과현실의 구현과 스스로의 체험을 통한 가치획득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모두 성립되어야지만 성립할 수 있다.

2.3 가상현실에서의 시공간과 욕망

가상현실에서 공간은 사용자의 행위에 의해 의미가 부여되고 가치를 획득하게 된다. 이를 위해선 공간은 사용자 스스로 행위를 유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가상현실의 공간은 ‘장소와 물건에 기반한 물리적인 공간은 아니면서 사용자 스스로 공간으로 지각되는 공간’이다[10]. 가상현실에서 행동을 유발시키는 기제는 실제와 같은 현실감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실세계와 유사한 공간 관계를 성립시켜야 한다. 공간 관계란 위치, 방향에 대한 추상화된 정성적 표현에 의해 생성된다. 이는 실제 수치를 기반으로 하는 정량 위치와는 달리 객체의 위치 간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객체는 가상현실에서 범위와 위치를 부여받게 되는데 공간 관계를 인간의 인식하는 바와 유사하게 모델링을 위해 위치정보를 추상화된 모델로 변환하여 표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박정호와 최은영(2018)은 계층으로 표현된 거리나 방향과 위치에 한 모델링 방안을 제시하였다. 동일한 공간 속에 위치한 여러 개의 객체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기 위해 기본인 거리 외에 방향성을 표할 필요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객체의 영역을 구분하고 추상화하여 절대적인 위치에 주관적 표현을 나타내어야 한다[11].

이는 곧 가상 상황의 구현에 있어 사실성과 함께 다양성과 융통성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추론을 위한 공간관계 지식으로서 다양하고 실세계와 유사한 공간 관계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가상공간에 필요한 추상화 된 위치에 대한 정의와 이것을 바탕으로 공간 관계와 물리적 상황을 표현하여야 한다. 실제와 유사한 공간 관계를 성립하기 위해서는 거리와 방향에 대한 추상화된 위치를 설정함으로써 사용자와 공간, 객체와 공간 간의 관계를 성립할 수 있다[12]. 그러나 현실과 비슷한 공간을 구현했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행위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사용자와 공간의 관계를 규정짓는 것에 그친 것은 기존 연구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공간의 관계 설정을 통해 가상공간에서의 시뮬라크르 형성을 살펴보려고 한다.

3. 가상공간의 설계와 공간적 시뮬라크르

3.1『자산어보』공간의 계층 재분류

분류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용자의 행위이다. 절대적 거리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재설계되는 거리는 공간 사이의 관계성과 방향성을 결정한다. 앞서 설명한 위치와 방향에 더해 객체와 공간 간의 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는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이렇게 습득된 정보는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 경험으로 이어지는 단계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러한 기존연구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자산어보』VR해양생태지도 개발을 위한 가상공간의 분류와 관계성을 논하고 그를 통해 발생하는 경험의 과정을 알아보려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간적 시뮬라크르’의 특성을 이해하려 한다. 이에 연구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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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Experience in Virtual Space.

먼저, 실제 흑산도 지형을 분류하여 방향성과 특성을 부여한다. 이후, 사용자를 중심으로 공간을 재결합, 공간과 사용자와의 관계성을 부여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관계성 속에서 사용자의 행위가 유도되고 경험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추론했다.

앞서 서론에서 언급하였듯이『자산어보』의 진정한 가치는 해양생물의 생물학적 기록과 더불어 그들의 유기적인 연결성과 생태계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13]. 이러한 가치를 사용자에게 ‘경험’함으로써 경험시키기 위해선 공간이 단순한 실재의 복재가 아닌 공간적 시뮬라크르의 확장이 가능하도록 그에 맞는 설계를 구성하려 한다.

『자산어보』의 실제 공간인 흑산도를 가상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선 물리적 공간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물리적 공간은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에서 구별되며 이는 가상현실에서 사용자에게 실제성을 제공해준다. 흑산도의 지형은『자산어보』의 기록된 물고기들의 서식지를 근거로 영역화하였다. 영역화된 물리적 공간은 차후 3D모형으로 구현될 물고기 객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사용자에게 의미를 발생시키게 된다. 공간 계층의 재분류의 첫 번째 단계로 먼저 육지와의 거리에 따른 육지와 연안(육지와 바다의 경계), 근해와 원해(바다영역)로 구성된 수평적 지형으로 분류하였다. 각 공간의 특성은 그 공간에 서식하는 생물들의 특성과 관계를 가진다. 앞서 설정하였듯이 물고기들의 서식지를 근거로 영역화된 공간과 객체의 결합을 통해 그 공간만의 특성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며 그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결부된다.

첫 번째 분류가 수평적 분류였다면 두 번째 공간은 수직적 방향에 의해 나누어진다[14]. 이를 자산어보 가상공간에 적용시키게 되면 공간은 해양의 표층과 중층, 그리고 저층의 수직적 지형으로 구분된다. 이 역시 물고기의 서식지와 행동 양상을 토대로 계층화되며 향후 사용자에게 실제감을 부여한다. 또한 수직적 공간 설정을 통해 객체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구현이 가능하다. 이러한 지형의 재구분과 분류를 통해 추후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물리 공간을 계층화시킬 수 있다. 본 분류를 통해『자산어보』VR콘텐츠 구현을 위해 흑산도의 지형을 Fig. 3과 같이 재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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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Classify spatial hierarchy to be implemented in content.

이렇게 분류한 수평적, 수직적 공간은 현실 자체이면서도 가상적 공간으로 재현 가능하다. 즉 절대적 위치를 관계적 위치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각 공간은 그 공간에 분포하는 해양생물이라는 객체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이 공간은 사용자의 행위가 발생하기 전에는 의미를 발생시키지 못한다. 객체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간과 객체는 사용자에게 인식되고 상호작용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에 비로소 의미를 획득한다.

3.2 거리와 방향성에 따른 공간 설정

수직적, 수평적으로 분류된 공간은 사용자와 결합, 물리적 세계에 의해 분류된 공간계층은 절대적 거리가 아닌 주관적 거리로써 사용자와 결합한다. 공간에서의 방향성은 사용자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앞서 분류하였던 수평적·수직적 공간과 결합하게 된다. 이러한 결합은 앞서 설명했던 인간 인체를 중심으로 의미를 발생시키기 위해 진행된다. 수평적 요소는 좌-우(혹은 앞-뒤))로, 수직적 요소는 상-하(혹은 위아래)로 설정되고 각 공간은 각기 다른 공간간의 관계 속에서 방향성을 획득한다.

사용자의 방향성과 결합하여 재구성된 가상공간은 Fig. 4처럼 구성된다. 사용자를 중심으로 좌, 우로 구성된 공간은 수평적 지형인 육지와 연안, 근해와 원해의 바다 영역으로 구성되어 방향성을 획득한다. 수직적으로 분류가 되었던 표층, 중층, 저층의 영역은 위-아래의 방향성을 획득하고 다른 공간과 다시 유기적으로 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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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User-oriented directionality setting and combination of space.​​​​​​​

이때, 결합을 통해 재배치된 공간간의 거리와 방향은 절대적 지표가 아닌 사용자 중심으로 주관적으로 변화한다. 먼저 공간의 거리는 변하지 않는 물리적인 의미의 절대적 위치와 함께 사용자를 중심으로 ‘멀다’, ‘가깝다’와 같은 주관적 인식 전환도 함께 이뤄진다. 이러한 주관적 거리는 방향성과 결합하여 절대성이 아닌 상대성을 가진다. 즉, 사용자의 행위에 따른 상호작용을 통해 공간 사이의 거리 개념이 변화한다. 방향성 또한 절대적 위치와 함께 사용자의 위치변화에 따라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주관적 관계성 획득한다. 사용자의 움직임에 따라 각 공간은 수직적․수평적 관계가 변화된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사용자는 자신의 위치를 절대적 위치와 더불어 주관적 거리와 방향을 인식함으로써 공간에 대한 구체성을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구체성은 사용자로 하여금 공간에 현존하고 있다는 감각을 불러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기엔 한계가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공간적 시뮬라크르는 단순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 그 재현과 사용자의 행위가 결합되어야 한다. ‘현실을 벗어나 마치 미디어 속에 자신이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고 서문에 설명했던 것처럼 프레즌스는 단순한 경험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공간의 결합을 통해 실제감을 부여한다고 해도 구현하고자 하는 공간과 실제 현실의 공간은 서로 다를 뿐만 아니라 시간적 균열이 발생한다. 시간적 균열은 사용자의 현존감을 방해하고 결국엔 행위를 지연시킨다. 시간적 균열을 인지하느냐, 무시하느냐의 차이에서 사용자는 행위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시간적 균열을 극복하고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는 것이 공간적 시뮬라크르를 생성하는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3.3 시공간과 욕망의 결합을 통한 공간적 시뮬라크르 생성

공간의 관계성은 사용자의 적극적인 행위, 즉 개입에 의해 형성된다. 사용자는 행위에 따른 관계성을 ‘경험’함으로써 공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습득하게 된다. 또한 공간의 사실감과 관계를 통해 사용자는 이 공간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즉 행위에 대한 목표와의 관련성을 획득한다. 공간과 사용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충족된다. 이때 공간은 물리적, 주관적 요소를 통해 리얼리티를 획득하게 된다. 이러한 공간적 리얼리티는 사용자 중심의 공간 구성을 통해 더욱 증폭된다. 절대적 거리가 아닌 상대적 거리를 통해 사용자는 공간과 사용자 간의 관계를 구성한다. 또한 방향성을 설정함으로써 앞으로의 행동을 통해 공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확실성을 가지게 된다. 이때 획득한 경험은 또 다른 행위를 유발하고 스스로 공간을 탐색하며 목표를 설정하게 된다. 이러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한 과정은 결국 개발자의 목적에 사용자를 도달하게 하기 위함이다. 사용자가 콘텐츠에 나타나는 공간을 탐색하고 경험이라는 기제를 활용하여 콘텐츠의 목적에 맞게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는 것이다.

주관적으로 재결합된 공간에서 사용자가 행동이라는 적극적 개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이후 사용자는 관계성 변화를 통해 현실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기반으로 사용자는 또 다른 행위를 진행할 수 있는 현존감을 가지게 되고 가상으로 이뤄진 공간이 ‘실제’처럼 느껴지는 ‘공간적 시뮬라크르’를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경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의 ‘적극적’인 ‘행위’이다. 이러한 행위를 유도하기 위해 앞서 설명한 시간적 균열을 해결하여야 한다.

아이슈타인(Albert Einstein)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공간은 독립되어 분리된 것이 아닌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융합현상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한 주장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새로운 개념인 시공간을 정립하고 그전까지 근대역학의 기본이 되었던 시간과 공간의 절대성에 ‘상대성’이라는 새로운 이론을 구축하였다. 이러한 개념은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모방이론과 맞닿아 있다. 인간의 ‘자아’나 대상과의 동일성에 초점을 맞췄던 프로이트와는 달리 르네 지라르는 그 관계 속에서 대상을 모방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프랑스의 심리학자인 우구를리엥은 움직임은 욕망에 의해 발현된다고 보았다[15]. 욕망은 심리의 움직임이고 이는 곧 행위로 이어진다. 욕망은 모방적이며 이는 곧 인간의 기본욕구이다. 이러한 욕망은 실질적 객체와의 ‘관계’ 안에서 생성된다. 결국 사용자의 행위를 유도하는 것은 실질적 객체와의 관계를 맺게 함으로써 움직임에 대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욕망은 결국 행위를 유도하고, 행위의 연속을 통해 시간은 절대적이 아닌 상대적으로 변하게 된다. 가상공간에서 공간과 시간을 관계에 따라 상대성을 가지게 되면 앞서 문제가 되었던 시간적 균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공간이 가지고 있는 상대적 시간을 통해 사용자는 진정하게 그 공간 안에서 시뮬라크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4. 결론

우리는 지금까지 흑산도 지형을 물리적 속성으로 분류하여 다시 사용자 중심의 주관적 공간으로 재구성하여 보았다. 그 과정을 통해 공간이 가지는 의미와 가상현실에서 나타나는 공간 가상현실은 현실의 재현이 아닌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보았다. 공간은 사용자의 자발적 행위를 통해 객체의 정보와 객체와 공간의 관계까지 사용자에게 경험되어질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본 연구에서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다시 살펴보고 사건과 의미를 만들어내기 위해 공간에 방향과 관계를 설정하였다. 그를 기반으로 흑산도의 공간을 계층별로 분류하고 다시 관계를 기반으로 위치와 방향성을 구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공간이 어떻게 사용자 중심으로 분류되고 결합되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를 통해 획득되는 공간적 리얼리티와 경험 공간적 시뮬라크르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앞서 공간을 구분함에 있어 우리는 물고기의 서식지라는 조건과 그를 통해 공간들을 관계지었다. 그를 통해 공간의 실제감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성을 획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용자의 자발적 행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객체와의 관계를 통해 욕망을 자극하고 그를 통해 상대적 시간을 획득하게 되어야 한다. 욕망을 통해 사용자의 자발적 행위가 이뤄지게될 때, 진정한 공간적 시뮬라크르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 실제적인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추출하지 못한 것은 이 연구가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다. 그러나 공간의 재분류와 공간적 시물라크르라는 개념을 도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시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가상미디어가 새로운 미디어 형태로 자리 잡는 이때, 공간의 의미를 되돌아보고 공간의 미디어적 속성, 공간적 시뮬라크르를 살펴보는 것은 가상현실이라는 영역에서 집중되었던 기술적 관점에서 인간 중심의 인문․융합적 관점으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또한 향후 VR콘텐츠 제작에 있어 공간 기획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사료된다. 이를 기반으로 추후 공간의 확장과 행위의 요소를 분석하여 공간적 시뮬라르크가 가지는 요인 분석으로 확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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