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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iteness Strategy in German Communication: Focusing on Politeness according to Familiarity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공손 전략: 친근감 여부에 따른 공손을 중심으로

  • 문윤덕 (호서대학교 혁신융합학부 교수)
  • Received : 2020.01.08
  • Accepted : 2020.01.29
  • Published : 2020.03.28

Abstract

This paper examines the types and functions of politeness in German communication and how politeness strategy can be realized. 'Politeness' is not a grammatical terminology in German, but it can be found in many places in grammar. The criteria for politeness are not only organized according to the rules of the language system, but the boundaries are ambiguous because non-language factors affect communication. Politeness is an important strategic element as well as social value. The polite expression first appears in the grammatical level of invariant with the form of address according to the familiarity between the conversational parties, verb modus, and modal particle. Modal particle with familiarity is considered to be a positive politeness strategy that limits the listener's speech by weakening or avoiding face threatening act. Modal verbs is classified as polite expressions that do not impose a psychological burden by not forcing the listener to make a direct request. The results of this study are therefore expected to suggest a rationale for empirical research on politeness in German communication.

이 논문은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공손의 유형과 기능을 토대로 공손 전략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공손'이란 단어는 독일어에서 문법 용어가 아니지만, 문법서 여러 곳에서 눈에 띈다. 공손의 기준은 언어체계의 규칙에 따라 구성될 뿐만 아니라 언어 외적 요소들이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그 경계가 모호하다. 공손은 사회적 가치 못지않은 중요한 전략적 요소이기도 하다. 공손한 표현은 우선 대화 당사자 간의 친근감 여부에 따른 호칭 형태, 동사의 화법, 그리고 양상 불변화사를 통하여 나타난다. 화법동사는 청자에게 직접적인 요구를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는 공손 표현으로 분류된다. 친근감을 수반하는 양상 불변화사도 체면위협행위를 약화키거나 회피함으로써 청자의 발화를 제한하는 적극적 공손 전략의 하나로 여겨진다. 따라서 이 연구의 결과는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공손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Keywords

I. 서론

공손 표현은 모든 언어공동체 내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으로 중요한 사회적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공손은 일상적인 커뮤니케이션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 공손함은 언어, 몸짓이나 태도로도 표현될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풍습과 관습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습득된다. 하지만 언어 규칙에 따라 구성될 뿐만 아니라 언어 외적 요소가 커뮤니케이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손의 경계가 모호하다.

공손은 규범에 따라 상대방을 배려함으로써 상호 간의 갈등을 줄여준다.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는 발화의 공손 여부에 달려 있으므로 화자의 견해와 의도는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되어야 한다. 만일, 발화에서 공손함이 부족하면 청자의 오해를 유발할 수 있고, 이로 인한 갈등은 대인관계까지 훼손할 수 있는 빌미가 된다. 사회적 규범에 영향을 받는 공손 개념은 문화에 따라 다르고 시대의 흐름으로 변하기 때문에 특정된 규칙은 찾을 수 없다.

경어법이 체계화된 우리말에서 공손은 사회적 규범으로 인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경어법은 통사론적 차원에서, 공손은 화용론적 관점에서 다루어진다. 따라서 공손에 관한 연구는 비교 언어학과 사회언어학뿐만 아니라 화용론에서의 전략적 관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독일어와 우리말에서의 비교 연구는 조용길(2005), 이성만(2005), 김은아 (2013), 최영은(2016) 등에서 나타났다. 이들 연구는 거절 화행에서 나타나는 언어와 공손 현상의 문화적 차이[1], 공손 행위로서의 사고 표현 구조와 사과 행위가 갖는 텍스트 기능[2], 독일어 학습자들의 화용적 지식 및 능력의 발달 양상 분석과 독일어 교육의 방향[3], 독일어 학습자들의 거절 화행의 유형과 부정적인 화용적 요소의 분석을 통한 화용론적 교육의 필요성[4] 등을 기술하고 있다.

사회언어학적 관점에서의 공손에 관한 연구 논문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예를 들어, 이정희(2003), 이남경(2012), 이용희(2017), 황선영 (2018) 등에서 나타났다. 여기서도 거절 표현과 공손에서의 남-여간 공손법의 차이점 비교[5], 청자의 체면이 쉽게 위협받을 수 있는 거절 화행을 대상으로 한 공손성과 이와 관련된 양상의 소통적 효과[6], 러시아어권 한국어 학습자의 공손 표현 양상과 거절 화행에 관한 연구에서 거절 전략에 대한 명시적 학습의 필요성[7], 비교문화적 화용론의 관점에서 본 한국인과 태국인의 거절 화행[8] 등이 고찰되었다.

그 외에도 권혜선(2006)]에서는 우리말 거절 표현의 개념과 종류 그리고 발화의 공손성[9], 허상희(2010)에서는 공손의 개념과 유형 그리고 공손 표현의 체계에 관여하는 요인을 통한 공손 표현의 체계화[10]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커뮤니케이션에서의 전략적 관점은 전정미(2007/2009)와 문윤덕(2015)에서 나타났다. 전자에서는 상대방에게 부담이 되는 요청 화행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화용론적 전략과 공손 전략의 실현 양상을 기술[11]과 거절 화행에서 유발되는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대화의 전략[12]이 연구되었다. 후자에서는 독일어에서의 공손 기능과 심태 불변화사의 개별 기능 그리고 이를 통한 공손 전략[13]이 고찰되었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손 범주에서의 연구들은 대체로 화용론적 관점에서 요청과 거절 화행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특정한 상황에서 공손이 구현되는 양상을 보이거나, 외국어 학습자들을 위한 연구가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이러한 연구의 경향은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노동자들의 증가, K-Pop의 확산 등으로 인하여 다양한 언어권에서의 비교 연구로 이어짐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요청과 거절 화행이 대화 당사자 간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기 때문일 것이다.

공손은 흔히 규범 행위로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규범이란 일정한 범주 내에서 모두가 따를 수밖에 없도록 정해놓은 사회적 원칙을 말한다. 공손을 규범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좋든 싫든 간에 무조건 지키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무조건 공손해야 한다는 개념이 바로 사회적 규범에서의 공손이다. 하지만 공손에는 사회적 가치 못지않은 중요한 전략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규범을 따르기 위해서 공손해야 하지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인 전략 차원에서 공손을 실행하기도 한다. 공손함이 커뮤니케이션의 성공 여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화자의 발화는 청자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해야 한다. 따라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화 당사자 간의 나이, 신분, 직위, 성별과 관계없이 공손한 발화가 필연적이다. 언어적 공손의 가치가 우리의 언행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적인 증거이다.

독일어에서 공손이란 단어는 문법적 전문 용어가 아니지만, 문법서 Duden(2016)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14]. 이는 언어적 공손이 대인관계에 긍정적으로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손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체로 언어학적 개별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어서 공손 실행에서 나타나는 실증적 연구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외국어 또는 제2 언어 교육 현장에서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하는데 주된 목표를 두고 있지만, 화용적 관점에서의 교육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최영은(2016)에 따르면, 숙달된 독일어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화용적 의도에서 비롯된 호칭이나 화법 조동사의 활용 등에서 오류가 나타날 뿐만 아니라 독일인들보다 우리나라 독일어 학습자들이 더 많은 간접 전략을 사용한다고 하였다[4]. 문화의 차이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갈등을 피하고자 공손이라는 사회언어학 범주가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수업에서 다루어질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따라서 독일어를 배우는 학습자들은 정확한 문법적 표현뿐만 아니라 비교문화적 차원에서의 교육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공손은 문화에 따라 상이한 가치를 지니며 언어적 규범으로 표현된다. 독일어에서의 공손 실행은 호칭과 화법 동사 그리고 양상 불변화사라는 언어적 규범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우선 독일어에서의 공손 개념과 그 생성 조건을 알아보고, 유형에 따른 공손 표현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문법서와 선행 연구에서 공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언어적 요소들을 중심으로 친근감을 기반으로 하는 공손 규칙이 커뮤니케이션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고찰한다.

II. 이론적 배경

1. 공손의 개념과 조건

공손이란 개념은 문화와 언어에 따라 다르게 규정될 수 있으므로 사전적 의미도 다양하다. 우리말에서 공손함이란 “말이나 행동이 겸손하고 예의 바르다[15]”로 되어 있다. 따라서 공손을 실행하려면 경어법에 맞는 표현이 전제되므로 공손의 원리가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적용되지 않는다. 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발화할 때, 말과 행동을 겸손히 하여 예의 있는 태도를 보인 것이 공손이다.

독일어에서는 ‘예의 있는, 잘 배운/행실이 바른, 친절한/ 정중한, 공손한, 배려 깊은[16]’으로 정의되어 있다. 이 개념들은 중세 시기에 통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공손이라는 용어는 우선 궁정, 즉 ‘Hof (= court)’와 연관되어 형용사 ‘höflich (= courteous)’가 생성되었고, 여기에서 공손이라는 단어 ‘Höflichkeit’로 나타난다. 따라서 공손함이란 궁정에서 널리 행하여진 왕족과 영주들의 궁정 예절과 관계가 있다. 중고지 독일어 사전에도 ‘영주들이 궁정에서 쓰던 방식에 따른 다른 사람과의 교제에서 나타나는 고상하고 정중한 언행[17]’으로 규정되어 있다. 이 시기의 공손은 귀족들이 자신을 억제하는 수단이면서 다른 계층과 자신들을 구분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18세기 와서 시민 계급의 확대되어 위상이 높아지면서 영어와 프랑스어에서 궁정과 관련된 예의 개념이 사라지고 공손이란 용어는 점차 언어적으로 표현되기 시작하였다.

2. 체면과 공손

공손에 관한 연구는 사회학 관점에서 시작하여 교육학과 사회심리학 차원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공손함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활동의 방식으로 이해된다. 공손 이론은 Grice의 대화 협력원칙(Cooperative Principle)에서 시작되었다. 그 구성 요소는 질(quality), 양(quantity), 관련성(relevance), 태도(manner)라는 네 가지 격률(maxim)이고, 이를 충족해야만 대화자 간의 상호 협력 관계가 형성된다고 하였다[18]. 따라서 화자의 발화는 언어 개념만으로 그 의미의 진위가 규정될 수 없고, 의도 또는 상황과 같은 화용론적 요인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격률들은 커뮤니케이션에서 화자의 전략적 판단으로 자주 훼손되기도 한다.

공손 행위를 인식하려는 이론은 주로 발화와 관련된 개개인 자체를 그 중심으로 보았다. 공손에 관한 언어학 연구는 Lakoff에서 나타났다. 공손 개념은 개인 간의 상호작용에서 야기될 수 있는 마찰을 줄이기 위해 사회적 가치에 따라 규정되고, 언어적 공손은 화자와 청자 간의 갈등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따라서 화자는 청자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되고, 선택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우호적인 느낌이 들게 해야 한다, 그리고 겸손하게 표현하라[19]’고 주장하였다. Leech도 갈등을 피하려는 언어적 공손을 갈등 회피 또는 분쟁을 피하는 전략적인 수단으로 보았다. 그는 Grice의 4가지 격률에 재치, 관용, 겸손, 허락, 동의, 공감을 보완하여 ‘공손하라(Be polite!)’라는 원칙을 구체화하였다[19].

과연 공손은 어떻게 실행되겠느냐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화자가 청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표현을 최대한 줄이고, 이익이 되는 표현을 최대화하라는 화용론적 원칙이다. 다시 말해, 공손을 충족하는 격률들은 대인관계의 협력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여 그 목적을 달성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공손 조건을 갖춘다. 대인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는 체면(face)이고, 이는 개개인의 이미지로서 대중적 정체성을 의미한다. 이미지는 스스로 판단하지만, 상대방이 이를 인식하고 받아들일 때만 존재할 수 있다. Goffman은 체면의 욕구와 이를 지키려는 행위에서 나타나는 상호작용을 ‘체면 관리(face work)[20]’라고 하였다. Brown/Levinson는 화자가 청자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드러냄으로써 자신이 추구하는 목적을 이루려는 것을 ‘체면 욕구(face wants)[21]’로 보았다. 이는 화자 자신의 체면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체면을 보호하려는 행위이다. 그렇다면 체면이란 무엇인가? 유럽인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자율(autonomy)과 능력(competence)[21]’이 있다는 이미지를 추구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뒷받침하는 언어적 표현들이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준다.

그러나 발화에 따라 체면이 훼손되기도 하는데, 이때 작용하는 요소를 ‘체면위협행위(face threatening act)[21]’라고 한다. 예를 들면, 화자의 거부, 사과, 요구 또는 명령 같은 화행이 이에 해당한다. 그럼 왜 이러한 화법들이 체면위협 행위가 될까? 그 이유는 발화에 포함된 요소들이 청자의 개인 영역에 개입하기 때문이다. 개인 영역이란 개념은 Goffman의 체면 관리로 이어지며, Brown/Levinson는 이를 ‘부정적 체면(negative face)’과 ‘긍정적 체면(positive face)[21]’으로 구분하였다. 전자는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고유 영역으로 한정함으로써 외부로부터 자신을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 체면은 개성과 존재감에 직결된다. 반면에, 후자는 자신의 체면을 유지하기 위하여 공동체의 규범과 개개인의 영역을 인정하고 수용함으로써 자신과 상대방을 서로 보호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화 참여자들은 체면위협 행위를 유발하는 발화를 피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이는 청자와 화자 간의 잠재적 공격성과 체면 위협 요소를 최소화하는 공손 전략이다. 체면위협 행위를 피하거나 약화하려는 수단으로 화자는 자신을 낮추어 겸손한 의도를 보임으로써 청자가 체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단이 ‘소극적 공손(negative politeness)[22]’이다.

결론적으로 공손은 상대방의 체면을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행위다[23]. 언어적 공손은 상대방의 호의나 인정을 얻기 위한 화자의 전략 또는 사회적 규범에 따른다. 따라서 체면과 공손은 언어적 개념과 대화 참여자가 처한 언어 외적 요소를 고려하여 어떤 공손 전략을 펼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상대방의 체면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원만한 커뮤니케이션을 갖기 위해서는 적절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III. 공손과 친근감

1. 호칭(styling form)

언어 공동체의 구성원들은 나름대로 문법적으로 일정한 형태의 호칭을 지니고 있다. 호칭은 언어 단위로서 대화 당사자 간의 사회적 관계를 규명하는 전형적인 기능을 지니며, 청자와의 관계에 관여하여 커뮤니케이션이 시작된다. 독일어에서 호칭은 2인칭 단수 du만 사용되었다. 9세기에는 2인칭 복수 ir(= Ihr)가 왕족과 영주, 성직자 같은 사회적 지배 계급에 대한 호칭으로 사용되었고, 일반 서민들은 du로 불렸다[24]. 시민 계급의 확장으로 호칭의 형태가 축소되었고, 프랑스 혁명과 유럽에서의 학생운동(1968) 같은 정치 사회의 변화에 영향으로 2인칭 대명사는 du와 Sie라는 이분법적 호칭이 생성되어 오늘에 이른다 (du - Sie는 프랑스어의 tu - vous와 비교된다).

화자와 청자의 사회적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은 친근감 여부에 따라 2인칭 단수 du - Sie 형태로 구분된다. 독일어 문법서에는 공손이라 개념과 친근감이라는 표현이 구분되어 있다. 과연 친근감이라는 개념이 공손 실행에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가를 살펴보자. 공손의 원리는 모든 언어와 상황에 일정한 규범으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공손에 대하여 Lakoff는 청자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우호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으로, Leech는 대화 당사자 간의 갈등과 분쟁을 회피하는 전략적인 수단이라 정의하였다. 이러한 공손 개념이 독일어에서는 친근감 또는 거리감이라는 형식에서 실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 공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화자와 청자 간의 친근감 또는 거리감을 우선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언어적 특성이 관여한 형태가 바로 호칭이고, 이는 대화 참여자 간의 친근감에 따라 공손으로 여길 수도 있고, 정반대의 경우가 될 수도 있다.

2인칭 단수 du - Sie에 따른 언어 외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25].

du = 친숙함, 친근감, 편안함, 우정, 우호적인 관계, 경멸, 낮춤

Sie = 낯섦, 거리감, 공손, 존중, 형식, 고용, 상하 관계

독일어를 처음 접하는 학습자들은 흔히 du는 우리말의 반말로, Sie는 존대어로 여기는 과오를 범하기도 한다. 이는 독일어와 우리말에서의 문화적 이해의 부족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du는 경멸이나 낮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잘 알고 있는 가까운 관계에서 실현되는데 반하여, Sie는 거리감이 있는 낯선 관계이거나 서로 간에 형식적으로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상대방에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Sie는 문법적으로 청자와 정중한 관계를 유지하거나 상대방에게 존재감과 존중의 의미를 부여하는 데 적합하다. 일반적으로 du는 친근한 형태(familiar form), Sie는 거리감이 있는 형태(distance form)로 간주한다.

du - Sie의 사용은 자연스러운 관계 또는 사회적 규범에 따라 구분된다. 다시 말해, 서로 잘 알고 있어 격 없는 가까운 집단 또는 상호 간의 약속이나 승인에 따라 구분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아이들과 젊은 층 사이에서는 du를, 성인들 간에는 대체로 Sie로 나타난다. 호칭에서 나타나는 대화 당사자 간의 상호성은 세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 같은 호칭을 사용하는 완전한 상호 (du ↔ du;Sie ↔ Sie)

둘째, 같은 호칭을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명사적 호칭 형태가 첨가되는 부분적 상호 (du + 이름 ↔ du +가족 명칭)

셋째, 상호 간의 관계가 무시되어 서로 다른 호칭이 사용되는 불균형적 상호 (du ↔ Sie).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완전 상호 또는 부분적 상호 관계에서 호칭이 이루어진다. 우리말의 경어법과는 달리 독일어에서 불균형적 호칭은 상대를 무시 또는 경멸하거나 위협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거리감이 있는 형태 Sie가 언어 외적 특성인 공손 또는 존중이라는 요소를 지니므로 이를 공손 표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Sie를 사용하였다고 해서 화자가 청자에게 실제로 존경이나 공손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볼 수 없다. Sie의 사용이 형식적인 예의를 갖추는 형태가 될 수 있으므로 공손 표현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형식적이며 거리감을 지닌 Sie보다 친숙함, 친근감, 편안함과 같은 특성을 갖는 du가 공손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그 이유는 가까운 대화 참여자 사이에서 나타나는 친근감이라는 특성이 거리감이 크지 않은 상대방에게 표현됨으로써 청자를 화자에게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공손 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상대방이 화자와 격 없는 가까운 관계라고 여기고 있는 가운데 화자가 Sie로 호칭한다면, 청자는 거리감을 느끼고 적지 않게 당황하거나 불쾌감을 가질 수 있다. 때로는 친근감 있는 호칭보다 거리감 있는 호칭이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분법적 관계인 du - Sie는 문법서에서 상호 대립적 관계에 놓인다고 기술하고 하지만, 실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친근감 있는 형태가 때에 따라서 청자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는 적극적 공손의 일환인 셈이다.

2. 동사의 화법(modus)

du - Sie가 나름대로 공손 표현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공손의 기준이 언어 외적 특성과 커뮤니케이션에서 필요 충분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공손 표현은 화법 동사를 통하여 보완될 수 있다. 이는 화자의 직접적인 요구를 피하거나 요청을 겸손히 하여 청자가 불쾌감을 느끼지 않게 진술을 할 수 있는 화법이다[15].

이러한 화행은 의문문과 서술문을 통하여 du – Sie 모두에서 나타날 수 있다. 화법 동사는 영어와 마찬가지로 동사를 활용하여 화자의 부탁, 요구 또는 진술 등에서 공손 표현으로 사용된다. würden, könnten, dürften, hätten, möchten, wären은 영어의 would, could, may, would, would like, would be와 그 기능과 의미가 유사하다. 의문문에서 나타나는 화법 동사는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발화를 피하고자 질문 형식으로 공손하게 요청함으로써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청자를 배려한다. 반면에 서술문에서는 자신의 태도나 견해를 보다 완곡하게 표현하는 화자 중심의 공손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화법은 명령이나 질문의 형태를 서술문으로, 또는 명령이나 요구를 의문문으로 발화하는 형태로 간접 화행에 속한다.

- Würden Sie bitte ...? (= Would you please...?)

- Dürfte ich ...? (= May I ...?)

- Sie könnten vielleicht ...? (= Maybe you could ...?)

- Ich würde sagen, dass ... (= I would say, that... )

공손이란 화자의 입장과 견해를 언어적으로 최대한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대화 상대방이 거부의 대답을 하더라도 화자나 청자가 모두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않아야 한다. 그 대답이 부정적이지 않으면, 화자는 청자의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따라서 화법 동사는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공손 표현의 최소 단위(minimal unit)[26]’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형태가 그 문맥이나 상황이 분명하지 않을 때는 공손 표현으로 볼 수 없다. 화법 동사를 통한 그 진술이 대체로 문법적 범주에서 공손으로 이해되지만, 그 자체로 공손을 나타내지 않을 때도 있어서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형태들이 어느 정도의 공손함을 나타내는지 실증적으로 연구된 바가 거의 없다.

3. 양상 불변화사(modal particle)

독일어는 불변화사가 매우 풍부한 언어이다. 특히 양상 불변화사는 독일어가 지닌 독특한 표현으로 그 기능을 다른 언어와 구체적으로 비교하기 매우 어렵다. 이 형태는 문어체보다 구어체에서 자주 쓰이는데, 이는 발화의 의미가 억양이나 강세를 통하여 문법적 의미와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든 문장에서 나타날 수 있지만, 그 문장 유형에 따라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자주 나타나는 양상 불변화사는 aber, auch, bloß, denn, doch, eben, eigentlich, einfach, etwa, halt, ja, mal, noch, nur, ruhig, schon, überhaupt, vielleicht, wohl (= but, also, just, because, yes, just, actually, simple, about, stop, yes, sometimes, still, just, calm, already, at all, maybe, well)[15] 등이다.

양상 변화사는 전치사, 부사, 형용사, 접속사 등과 함께 언어적으로 변천하였기 때문에 동음이의어 관계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품사뿐만 아니라 개별적 양상 불 변화에 따른 그 의미를 파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들은 통사적으로 문장 내에서만 나타나며, 대부분 레마(rhema), 즉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단어 앞에 출현하여 문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

예문을 하나 살펴보자. Sie haben (ja) geraucht. (=You smoked.) 이 문장에서 ja (= yes)는 두 가지 정보를 암시한다. 하나는 상대방이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에 관한 놀라움의 표시이고, 다른 하나는 청자가 담배를 피웠다는 사실을 화자가 알고 있음을 시사한다. 예문을 하나 더 살펴보자. Der Vortrag war (ja/aber)interessant! (= The lecture was interesting!). 여기서 ja와 aber는 서로 교환될 수 있지만 함축된 의미가 다르다. 다시 말해, ja (= yes)를 수반한 발화는 강의가 지루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재미있어서 놀라웠다가 된다. aber (= but)는 약간의 흥미는 조금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더 재미있었다는 표현이다. 이처럼 양상 불변화사는 화자가 문장 진술과 관련하여 자신의 처지나 생각을 역설적으로 전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러한 기능은 청자가 대화에 공감하여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갈 수 있게 한다. 이때 양상 불변화사는 친숙하게 공손한 분위기를 갖는다[27]. 따라서 의식적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된 양상 불변화사는 청자를 배려하고 상호 간에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화법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편하게 하는 기초적인 주요 관계부호[28]’인 것이다. 발화를 통한 양상 불변화사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mal (= once) 경우를 살펴보자. mal은 친근하고 부드러운 표현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양상 불변화사 중의 하나이다. 이는 화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부정확하고 모호하게 나타냄으로써 상대방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긴장을 완화하여 친근한 느낌을 준다. 따라서 mal은 ‘공손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핵심적 역할을 하는 촉매제(catalyst)[28]’라고도 한다. 심지어 양상 불변화사가 빠진 발화는‘차갑고 무뚝뚝하게 느껴져서 청자가 반론의 여지를 가질 수 없게 만들고[29]’, 심지어는 ‘예의에 어긋나서 커뮤니케이션이 깨어질 수도 있다[30]’고 하였다. 이처럼 양상 불변화사를 수반한 발화는 청자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격률을 충족시킴으로써 대화자 간에 유발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여 관계를 개선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화자의 입장과 의도, 청자와의 관계, 청자의 입장과 같은 언어 외적 요소들이 커뮤니케이션의 과정과 전개 여부에 관여한다. 이때 양상 불변화사가 문장 유형이나 상황뿐만 아니라 화자의 억양이나 강세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하게 실현되기 때문에 화법에 적절하게 발화되어야 한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화자의 발화가 지닌 언어적 의미뿐만 아니라 문장에 내재 된 양상 불변화사의 의미까지 이해하여야 한다. 만일 이 균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화자의 발화가 불손하거나 파렴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양상 불변화사는 ‘커뮤니케이션에서 친근하거나 공손하지도 않다[31]’는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따라서 양상 불변화사를 공손의 수단으로 볼 것인가 하는 기준은 우선 양상 불변화사의 기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그리고 공손 전략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4. 독일어에서의 공손 전략

공손은 대화자 간의 관계를 고려한 전략적 행위이며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따라서 공손 전략은 커뮤니케이션에서의 보편적 원칙으로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에 내재 된 잠재적 갈등을 피하고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Lakoff의 공손 규칙을 다시 살펴보자. 공손 표현이 문화와 언어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은 모두가 주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세 번째 부칙에서 언급된 ‘우정/친근감(camaraderie)’이라는 개념이 미국 사회에서는 명백하게 공손 표현에 해당하지만, 독일어에도 적용되는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그 근거로 공손 표현은 화자의 청자의 사회적 관계, 즉 언어 외적 요소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에서 이를 언어적으로 직접 규명하는 그 자체가 이 부칙에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32]. 다시 말해, 그의 공손 규칙에서 언급된 ‘친근감’이 독일어에서의 ‘친근감’과 별개라는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du는 친근감과 편안함이라는 언어 외적 특징을 지니므로 때로는 의도적인 공손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양상 불변화사를 수반한 발화도 친근감을 나타낸다. 친근감이란 독일어에서 격 없는 관계에 내재 된 중요한 언어 규범이다[13]. 따라서 독일어에서의 친근감은 Lakoff의 세 번째 부칙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공손 연구는 체면 위협행위를 완화하거나 이를 피하려는 소극적 공손 관점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전략은 Brown/Levinson의 공손 개념에 중점을 두었다. 이는 화자의 발화를 청자가 거절할 때 느낄 수 있는 심리적 부담감을 최소화하여 배려함으로써 대화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에 반하여 Lakoff의 공손 규칙에 근거한 적극적 공손(positive politeness)은 화자의 발화를 청자가 가볍게 수락할 수 있도록 직접적으로 친근감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적극적 공손은 독일어의 호칭과 양상 불변화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하여 화자가 청자에게 더 친근하고 정중하게 관심을 보이고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칭과 양상 불변화사는 ‘청자에 대한 화자의 직접적이며 상호 간의 기호[33]’로서 사회적 커뮤니케이션과 대화 당사자들의 발화에 도움이 되는 근거를 마련하는 수단이다. 이는 체면 위협행위를 약화하거나 회피함으로써 화자의 발화를 제한하는 소극적 공손이 아니라, 화자가 친근감 있는 호칭과 양상 불변화사를 통하여 의도적으로 적극적 공손 전략을 실행할 수 있다. 이러한 전략으로 화자는 청자로부터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인함으로써 의도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해서 이를 ‘사교적 전략(accessibility strategy)[34]’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양상 불변화사의 사용이 공손 전략에 해당하는지는 소극적 공손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적극적 공손을 취할 것인지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IV. 결론

언어적 공손은 대인관계에서 사회적 균형과 조화를 유지하기 위한 상호작용이며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이다. 따라서 화자의 발화는 대화 상대방과의 사회적 관계뿐만 아니라 청자의 체면을 배려하여 언어 외적 요소에 따른 공손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여야 한다.

공손 개념은 언어와 문화에 따라 다르며, 공손 실행에 있어서 다양한 언어 외적 요소들이 관여한다. 특히, 독일어에서 공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화 당사자 간의 친근감 여부가 중요하며, 공손 전략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가도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공손의 기저를 이루는 독일어에서의 친근감이라는 언어 외적 요소들이 어떻게 공손 실행이 구현될 수 있지를 이론적으로 살펴보았다.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세 가지 언어적 유형을 통하여 이들이 어떻게 공손에 관여하는지를 살펴보았다.

첫째, 호칭 du - Sie는 2인칭 단수로서 친근한 형태와 거리감이 있는 형태로 구분된다. Sie은 거리감이 있는 대인관계에서 사용되기에 형식적일 수 있지만 나름대로 공손의 기능을 지니고 있다. 반면에 du는 가깝고 친근한 사이에서 사용되어 공손의 개념이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거리감이 크지 않은 상대방에게 du를 사용함으로써 청자에게 심리적 거리감보다 오히려 친근감을 줄 수 있어서 공손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분법적 관계인 du와 Sie는 절대적 대립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요소이므로 친근감 여부에 따른 호칭의 사용 구분이 교육 초기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호칭 du와 Sie를 통한 공손 표현은 화법 동사를 추가로 사용함으로써 발화를 더 공손하게 표현하는 수단으로 보완될 수 있다.

둘째, 화법 동사는 화자가 자신의 태도나 견해를 보다 완곡하게 표현하여 상대방에게 직접적인 요구를 강요하지 않아서 심리적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Duden(2016)에서 공손 표현으로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법이 어느 정도의 공손 실행으로 실현되는지에 관한 실증적 연구가 뒷받침되어 있지 않다. 호칭과 마찬가지로 화법 동사를 통한 공손 표현도 양상 불변화사가 추가됨으로써 공손 실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셋째, 구어체에서 나타나는 양상 불변화사는 화자의 의도적인 발화를 청자가 좀 더 부드럽고 친근하게 여기는 효과가 있다. 독일어만이 지닌 독특한 이 표현은 소극적 공손이 아닌 적극적 공손으로 거리감이 크지 않은 상대방을 더 친근하게 대화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공손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다. 양상 불변화사가 공손에 관여하는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는 있다. 하지만 양상 불변화사가 거리감보다는 친근감 있는 대인관계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공손과의 연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양상 불변화사가 문형과 상황에 따라서 오히려 파렴치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 나타나는 공손은 호칭과 화법 동사 그리고 양상 불변화사를 통하여 친근감이라는 언어 외적 요소를 통하여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형태들이 공손 실행에 있어서 필요 충분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경계가 모호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독일어에서 공손은 우리말과는 달리 언어적으로 규범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형태들이 어느 정도의 공손을 나타내는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부족하여서 이에 관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는 한계를 보였다. 따라서 호칭, 화법 동사 그리고 양상 불변화사가 지닌 공손 실행에 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론적 연구를 토대로 외국어로서의 독일어 학습자들은 문법적으로 정확한 언어표현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할 뿐만 아니라 언어 외적 요소, 즉 친근감 여부에 따른 공손 전략을 적절하게 사용함으로써 상대방의 체면을 훼손하지 않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연구의 결과는 대화의 양상 분석과 화용론을 접목하는 역할로서 독일어 커뮤니케이션에서의 공손에 관한 실증적 연구를 위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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