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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vestigating Korean Culture Education Based on Culture and Art Contents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국문화교육의 재모색

  • 이영조 (배재대학교 주시경교양대학 글로벌교육부 조교수)
  • Received : 2019.10.31
  • Accepted : 2019.12.30
  • Published : 2020.02.28

Abstract

The proportion of cultural education in Korean language education is increasing. Many researchers in Korean language education have used a variety of teaching methods and materials for cultural education, and the range of contents applied to cultural education is wide ranging from literature, drama, film, theater, and music. In addition, the results studied until recently are vast. Nevertheless, cultural education in the classroom is fragmentary and often stays one-off. Since culture is a product that is produced over time, it raises the question that it needs to be more phased, systematic and sustainable. Therefore, this study examines the existing aspects of arts and contents-based culture education, selects literature among the art contents, and presents specific class cases conducted for one semester, and implements the continuous and systematic culture education aspects. I tried to find the direction of Korean culture education.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어교육에 종사하는 많은 연구자들이 문화교육을 위해 다양한 교수법과 자료들을 활용해 왔으며, 문화교육에 접목시킨 콘텐츠도 문학, 드라마, 영화, 연극, 음악 등에 걸쳐 그 범위가 넓다. 또한 최근까지 연구된 결과물만 보더라도 방대한 양이다. 그럼에도 수업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교육은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라는 것이 유구한 시간에 걸쳐 생성되는 산물이다 보니 보다 단계적이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일 필요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예술·콘텐츠 기반 문화교육 양상을 살펴보고, 그 중 예술 콘텐츠 중 문학 분야를 선정하여 한 학기 동안 이루어진 구체적인 수업 사례를 제시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문화교육 양상을 구현함으로써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았다.

Keywords

I. 서론

현대 사회에서 문화․예술은 인간과 떨어질 수 없는 필요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이는 언어교육이라는 영역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더욱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학습자의 목적이 다양해지면서 언어 교육은 기존의 언어 구조와 기능 위주의 교육 방식에서 탈피하여 문화․예술 분야까지 교수요목에 포함하는 등 많은 변화를 맞이하였다. 본 연구를 진행하기에 앞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사전적 정의와 본고에서 의미하는 두 용어의 위계를 규정하면 다음과 같다.

문화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삶을 풍요롭고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해 습득, 공유, 전달이 되는 행동 양식, 즉 한 개인 또는 특정 집단의 삶의 방식 전체를 말하며, 예술이란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창조하는 일에 목적을 두고 작품을 제작하는 모든 인간 활동과 그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에 본고에서는 문화는 언어교육의 배경이며 동시에 의사소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주요 요소로, 예술은 문화의 구체적 실현태로 규정하여 문화와 예술의 범주를 구분하고자 한다.

국내 한국어교육의 역사가 60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동안 한국어 학습자의 양적인 증가와 다양한 학습 목적에 따른 한국어교육의 교수 방안도 발전을 거듭해 왔다. 예컨대 의사소통 교수법의 등장과 함께 한국어교육은 언어교육을 기반으로 역사, 정치, 경제,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여러 측면으로 외연을 확장하였다. 특히 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여러 유형의 학습 도구들이 등장하였으며, 이 중에는 문학 텍스트를 비롯하여 가요, 영화, 드라마, 연극, TV 예능 프로그램 등의 시청각 자료들까지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그동안 논의된 문화교육 방안들이 결국 목표 문법이나 어휘를 연습하기 위한 보조적 위치에 머무르다 보니, 한 나라의 문화가 가지고 있는 풍성한 세계를 경험하게 해 주지 못하고, 일방향적이고 단편적인 정보 제공에 그쳤다는 한계를 보였다. 이에 더하여 제한된 수업 시간에 학습목표인 한국어의 어휘, 문법 표현 등을 학습하다 보면, 역사, 정치, 경제, 예술 등 전반적인 사회 문화 분야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학습 자료 및 수업 시간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점도 지적할 만하다. 이런 문제는 결국 학습자의 흥미를 떨어뜨리게 되고, 언어 교육의 최종 목적에 도달하는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기존의 동향 분석 연구와의 변별력을 얻고,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화교육을 위해 문화와 예술을 구분하여 다음의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는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이 ‘언어’와 ‘문화’ 사이의 어느 위치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고민해보고, 현 시점에서 요구되는 문화교육의 본질에 대하여 논의할 것이다.

둘째는 문화의 하위범주인 예술 측면이다. 예술 콘텐츠의 교육적 활용과 가치에 대한 논의로 문학, 음악,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분류하여 한국 문화교육 논의에서 이루어진 학위논문과 학술지논문의 연구 경향을 고찰해 봄으로써 그동안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담론 양상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고찰은 문헌 연구 방식으로 RISS와 학술논문검색서비스(Earticle)를 이용하였 다.

마지막으로 학부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학 수업 사례를 통해 기존의 문화교육과의 차별화된 교수방안을 소개함으로써 Ⅲ장에서 논의된 연구에서 진일보한 문화교육의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Ⅱ.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성격과 위상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지에 대해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 나가는 여정이다.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 육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언어를 학습할 때 언어에 함축되어 있는 문화 요소의 습득은 의사소통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문화교육은 학습자가 겪는 문화 충돌을 감소시켜줄 뿐만 아니라 목표 언어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여준다는 점에서도 그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1990년대에 이르러 본격적으로 시작된 한국어교육에 서의 문화교육은 어떤 문화 내용을 어떤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는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성격과 위상을 논하기에 앞서 한 가지 문제를 고구해 보고자 한다. 그것은 한국어교육에서의 문화교육은 ‘무엇을’, ‘어떻게’라는 기존의 원리에 ‘왜’라는 사항을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즉, 언어교육을 위한 문화 교육인가, 문화교육을 위한 언어교육인가 하는 두 가지 관점에서 문화교육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김정숙은 1996년 한글학회 제5회 국제 학술대회 발표 논문에서 「한국어 숙달도 배양을 위한 한국 문화 교육모델」을 통해 ‘일상생활 양식, 언어 양식, 정치 경제적 요소, 문학과 예술 등을 포함한 한국문 화의 내용과 학습자 스스로 문화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게 한다’는 교육 방향 및 절차를 제시하였다. 여기에서 문화교육의 내용과 방향, 절차 등에 대한 연구의 목적은 결국 한국어 숙달도를 배양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1989년〈이중언어학〉제5호에 발표된 박영순의 ‘제2언어로서의 문화교육’에서도 문화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학습동기, 능률성, 언어 능력 신장 면에서 살펴 보았다고 밝히면서 한국어의 문법, 어휘 등을 문화 요소와 연결 지어 교수 했을 때 효과가 높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출발점이기도 한 이 시기에 ‘언어문화’라는 용어를 도입하게 되는데, ‘언 어문화는 언어 교수 시 ‘언어’ 즉 어휘, 문법, 담화, 화행 등을 가르칠 때 그 배경 지식이나 문화적 함의 및 맥락 등을 가리키는 것’[1]으로 정의하면서 언어에 방점을 찍은 것을 보면 ‘문화와 언어의 상관성’에 집중하면서도 최종적으로 문화교육의 목적을 언어에 두었다는 것이 더 확실해진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한국어교육의 양적 질적 팽창과 함께 문화교육 연구 역시 놀라운 발전 양상을 보이게 되었다. 강경희·강승혜의 연구를 참고로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2].

표 1. 연구자별 문화교육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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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문화교육에서 다루어져야 할 내용의 범주 폭이 매우 넓으며, 수업 방안도 학습자 변인, 수업 환경, 수업 기능을 고려하여 활발하게 모색되었다.

서론에서 밝혔듯이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이 문화교육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의미를 두되, 본질적인 문화교육의 위치에 대해 고구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연구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표 2. 연구자별 문화교육 연구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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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다시피 언어와 문화는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언어는 단순히 사물을 지시하거나 지칭하는 기호를 넘어선다. 화자들은 단어의 기본의미를 조절, 변화, 첨가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화적 의미를 포괄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언어의 은밀한 기호성으로 인해 다른 문화권에 있는 외국인 학습자들은 언어 속에 내재된 넓은 범위의 의미를 완전히 이해하기 어렵다[7]. 따라서 언어의 문맥까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언어에 내재된 문화적 요소를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언어교육이 지향하는 목표를 상기해 보았을 때 목표 언어권의 문화 이해 없이는 언어 학습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역사도 30년이 되었다.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많은 성과물이 다양한 측면에서 제시되고 있으며, 그 효과 역시 검증단계에 있다. 또한 한류의 바람을 타고 동남아시아에서 남미, 유럽에 이르는 학습자군에 따른 연구, 전통문화에서 미용, 뷰티, 1인 크리에이터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교육내용과 교수방안, 교육과정, 수업모형, 교재 등이 왕성하게 개발되고 있다. 향후 언어교육과 문화교육이 합리적이고 적절한 위치에서 상호보완 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위상은 틀림없이 제고될 것이라 확신한다.

Ⅲ. 한국어교육에서 문화·예술 콘텐츠의 교육적 활용과 가치에 대한 논의들

1. 문학을 활용한 배경으로서의 문화 지식 함양

문학작품은 한 언어권에서 생산한 문화적 산물로, 그 언어권의 정서가 정제되고 세련된 언어를 매개로 표상된 것이다. 또한 문학작품 속에 내재된 어휘 용법, 통사적 구조, 다양한 문체 등은 언어적 지식을 향상시킨다. 그래서 문학은 가치 있는 언어 자료로서 충분한 역할이 가능하다. 이러한 이유로 언어교육에서 문학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이미 콜리와 슬레이크, 카터와 롱 등 여러 이론가들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들에 의하면 문학 작품은 풍요로운 언어와 문화 요소를 지니고 있으며, 개인의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가치 있고 실제적인 자료라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교 육은 1998년 황인교의 연구를 시작으로 하는 짧은 역사에 비해 왕성하게 연구되고 있다[8].

언어는 생활 속에서 실제적인 맥락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사용될 때 가장 자연스럽다. 물론 한국어교육 현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국어 교재도 실제적인 자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교재에서는 가르치고자 하는 목표 문법 요소나 표현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정적이고 규범적인 언어생활의 단면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그러다 보니 학습자들은 단편적이고 어색한 대화, 억지스러운 상황 설정 등으로 실제성이 떨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곤 한다. 이런 경우에 문학작품은 자연스럽게 언어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한국어교육의 제재로서 충분히 효과적이다. 또한 문학작품은 창작 당시의 사회 문화에 대한 정보의 보고로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사회, 정치,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인식과, 특정한 상황에서 목표 언어 문화권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문화 그 자체이다. 따라서 한국어교육에서 문학교육은 언어 학습을 통한 학습자의 의사소통 능력 향상은 물론 고급 텍스트까지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예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울 수 있는 통섭교 육의 일환이자 유의미한 수업 방안이라고 하겠다. 결과적으로 학습자들은 문학교육을 통해 문화적 배경 지식을 충분하게 함양할 수 있게 된다.

한국어교육에서의 초기 문학교육 연구는 필요성과 정당성에 집중하다가 점차 교육의 가능성과 효용성에 주목하면서 어학기관의 교육현황을 소개, 한국어 문학 교육의 교수요목 설계나 한국어 문학작품을 시대별, 장르별로 나누어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교육방법에 대해 모색하였다[9]. 현재는 교재 분석, 수업 모형 제시, 수업 사례연구 등으로 확대되었다.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문화교육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RISS(2019. 04. 06 기준)에서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교육’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았다. 검색 결과 학위논문이 397편, 국내학술지논문이 390편, 단행본이 112권, 연구보고서가 59건으로 나타났다. 다시 범위를 좁혀 ‘문학을 활용한 한국어 문화교육’으로 재검색을 하였더니 학위논문이 54편, 국내학술지논문이 46편, 단행본이 5권, 연구보고서가 1건으로 나타났다. 연구 영역은 언어나 문화, 문학 등 학습목표에 따른 연구, 시나 수필, 소설 등의 장르별 연구, 학습자 수준에 따른 급별 연구, 학습자의 목적에 따른 연구, 다양한 매체와 결합한 상호텍스트적 연구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

한국어교육에서 문학교육의 내용은 대학 내 한국어 교육기관의 교재에 수록된 문학작품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문학교육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2급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기본어휘의 습득이 끝나고 난 뒤 문학작품 읽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완실(2018)의 연구에서 밝힌 내용도 이와 같다. 이 연구에서는 대학의 한국어교육 기관의 2급에서 6급까지 34권의 교재에 수록된 문학작품을 등급별, 장르별로 분류하였다. 조사에 의하면 총 156편이 수록되어 있다[10].

통합교재에 등장한 문학작품들은 특별한 교수-학습 방안 없이 작품의 전편이나 혹은 일부가 제시된 경우도 있고, 교수 형태가 제시되었다 하더라도 문법교육을 위한 단편적인 텍스트만 제시되었다. 그럼에도 한국어 교재에 156편의 문학작품이 수록되어 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어교육에 적합하도록 문학작품에 대한 선정 기준을 마련하고 실제 작품 목록도 제시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문학적 가치만을 고려하여 정전에만 의존한다든지, 수업 활용으로 선정된 작품들의 등급별 위계가 맞지 않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이미 제시된 문학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고, 아울러 수업 방안의 다양화, 문학 전공 교원 확보, 문학 작품을 활용한 한국 문화 교재 개발과 같은 문제가 해결된다면 문학작품을 통한 문화 지식의 함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2.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활용한 상황-맥락의 이해

문학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를 활용한 한국어교육’, ‘영화를 활용한 한국어교육’, ‘연극을 활용한 한국어교육’ 으로 검색해보았다. 먼저 ‘드라마를 활용한 한국어교 육’은 전체 196건, 학위논문 134건, 학술지 논문 32건, 단행본 25권, 연구보고서 5건으로 검색되었다. 이 중 한국어교육과 관련이 있는 자료로 압축해보니 학위 논문 24건, 학술지논문 4건만이 추려졌고, 다시 문화교육과 직접 관계가 있는 연구를 찾아보니 학위논문이 6편, 학술지 논문은 1편밖에는 찾을 수 없었다. 이들 중 관심 있게 살펴 볼 연구로, 박찬숙(2008)의 중급 한국어 수업에서 언어문화 교육을 위한 드라마 활용 방안 연구 : 드라마 [낭랑 18세]를 중심으로, 유란(2013)의 <성균관 스캔들>을 활용한 한국 문화 교육 내용 연구, 김민경(2019)의 드라마 "헬로! 애기씨"를 활용한 한국 문화 수업방안 : 태국학습자를 중심으로 등이 있다. 이밖에도 이제빙(2016), TV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를 활용한 한국 문화교육 방안 연구, 푸옹마이(2016), 베트남 학습자를 위한 한국 문화교육 연구 텔레비전 드라마 활용을 중심으로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외국인으로 한류로 인기를 모은 드라마에 관심을 보였다.

다음으로 ‘영화를 활용한 한국어교육’은 전체 295편, 학위논문 162편, 학술지논문 65편이 검색되었다. 다시 ‘영화를 활용한 한국문화교육’으로 검색하니 학위논문 이 482편, 학술지논문이 265편으로 더 늘어났다. 이를 대상으로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학위논문 16편, 학술지 논문은 8편이었다. 마지막으로 ‘연극을 활용한 한국어 교육’은 총 118편, 학위논문 52편, 학술지논문 36편이 검색되었다. 이중 문화교육을 다룬 논문을 찾아보니 학위 논문 1편만이 발표되었다. 본 연구에서 학습자의 직접적인 행동이 필요한 연극과, 시청각 자료에 의해 학습이 필요한 드라마와 영화를 한 절로 묶은 이유는 세 장르가 공히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고, 실제생활이 사실적으로 노출되어 상황-맥락 파악에 유효하다는 점이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활용한 한국어교육 연구는 상당히 많았다. 하지만 문학 장르와 마찬가지로 나머지는 대부분 기능교육의 일환으로 어휘, 문법교육, 읽기와 말하기 교육, 발음, 표현 능력, 교재 개발 등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였다.

영상매체는 눈과 귀로 보고 듣는 언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말은 드라마와 영화를 언어교육에 활용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을 높여주는 의미가 된다. 특히 한국 어교육에서 드라마와 영화는 젊은 학습자 층이 많은 점이나, ‘한류’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매우 주요한 문화 교육 요소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와 영화가 주목받게 된 이유는 일상생활을 비교적 사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자연스러운 실제 생활의 모습 속에서 당대의 생활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하고, 언어 또한 자연스럽고 살아 있는 한국어를 접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관용표현이나 속담 등은 단순한 어휘교육을 넘어 그 안에 응축된 한국인의 정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사회적 언어 능력과 문화적 능력의 향상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상황에 맞는 맥락의 의미를 유추할 수 있는 화용적 의미 교육까지 유도할 수 있다. 화용적 의미 이해는 의사소통능력 향상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학습자 들의 흥미를 높여 학습동기 유발에도 효과적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활용한 교육 사례를 보면 주로 고급과정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드러난다. 고급 학습자일수록 자연스러운 언어 구사 능력을 요구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에 적합한 자료가 바로 드라마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언어학적인 효용성은 영화와 비교하였을 때, 구술성, 일상성, 공유성, 시의성, 분절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유경수․홍웅기에서는 ‘시크릿 가든’을 활용하여 한국의 ‘선 문화’를 학습하도록 설계하였는데, 주로 2~30대인 고급 학습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흥미로운 소재이며,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비속어 사용이 없어서 학습 도구로 더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11]. 영화를 활용한 문화수업의 유용성은 서사성이 강하고, 듣기 자료나 과제활동으로 연계시키기에 적합하다는 점에서 드라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를 활용한 문화수업에 대한 이재하의 연구가 흥미롭다. 이 연구는 일본 원작 소설〈South Bound〉(2005)에서 각색된 두 영화, 한국 영화〈남쪽으로 튀어〉(2013)와 일본 영화 〈South Bound〉(2007)를 통해 한국과 일본 두 나라의 사회 운동 양상, 갈등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 등이 영화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그 문화현상을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주목하였다[12].

드라마와 영화 활용 문화교육은 단순히 한류에 영향을 받은 몇 몇 인기 작품에만 머물지 않고 고전 작품을 통해 문학과 영화의 상호텍스트적으로 연구한 논의도 있다. 서보영․김종철은 ‘춘향전’의 최선본(最善本)으로 평가받는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국제영화제를 통해 예술성을 인정받은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을 학습 자료로 활용하여 한국의 전통문화를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수업 방안을 마련하였다[9]. 드라마와 영화를 활용한 한국문화교육에서 다루어진 작품은 ‘대장금’, ‘가족끼리 왜 이래’, ‘헬로 애기씨’, ‘내 이름은 김삼순’, ‘미생’, ‘성균관 스캔들’ 등이고, 영화로는 ‘국제시장’, ‘축제’, ‘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 ‘엽기적인 그녀’ 등이다.

언어교육에서 연극은 ‘교육연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여 수업에 활용하고 있다. 연극이 가지고 있는 교육적 장점은 무엇보다 활동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학습자 중심의 수업에 효과적이고, 학습자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 흥미롭다는 점이다 [13]. 조미자의 연구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표준 한국어1과 2의 내용 중에서 연극에 활용할 요소를 선정하였는데, 재미있는 연극놀이를 통해 흥미롭고 활동 성이 높은 한국어수업 방안을 제시하였다[14].

연극을 활용한 한국어교육은 대부분 전래동화나 설화를 이용하여 말하기와 발음, 표현 능력 향상, 의사소통 불안 감소를 위한 수업 도구의 역할이다. 연극을 활용한 문화교육 방안에 대한 학위논문은 김소현이 유일한데, 이 연구는 초등 다문화 가정 2세를 대상으로 문화 간 감수성을 향상시키고자 이루어졌으며, 표준한국 어교재 1, 2의 내용을 분석하여 연극적 요소를 찾아낸 뒤, 간단한 역할극부터 가상공간을 설정하고, 장면을 만들어 시연하는 것까지 구성하였다[15]. 문화 간 감수성 향상과 같은 정의적 요소의 발달은 다문화 역량 함양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활용한 문화교육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은 자칫 한국 사회의 실상을 지나치게 왜곡된 모습으로 보여주는 작품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학습자의 특성을 고려하여 특정 국가의 민감한 주제, 이를 테면 교사와 학습자, 학습자들 사이에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종교문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문화교육에 해당되는 문제지만 일방적인 한국문화 중심보다는 상호문화존중의 입장에서 작품을 선정하고, 교수-학습 방안이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을 활용한 문화교육은 학습자들이 상황-맥락에 맞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목표언어 성취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3. 음악을 활용한 전통, 대중문화 향유 기회

오랜 시간 동안 인류는 음악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음악 속에는 일상생활이 속속 스며들어 있고, 시대와 사회상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문화가 인간 생활의 총체라고 할 때, 음악 또한 그 구성원들의 사회에서 형성된 주요한 문화 요소이다. 이 말은 목표어의 문화 이해 측면에서 목표어권의 음악이 가지는 역할이 지대하다는 의미이다.

음악이 제2언어 습득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바이다. 단편적인 지식 위주의 수업 중에 음악을 듣거나 불렀을 경우 분위기가 환기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음악을 통한 언어학습은 음운인 식, 단어 암기력, 읽기,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그 결과 전반적인 인지발달을 유발한다는 연구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음악처리 과정과 언어처리과정의 신경계의 유사성, 음악과 어휘암기력과의 관련성, 음악이 제 2언어학습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특히 언어와 같이, 음악이 감정과 느낌 이상의 의미를 전달한다는 Koelsch의 주장도 이를 뒷받침한다[16](재인용).

음악을 통한 한국어교육의 동향은 동요와 가요, 민요 판소리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먼저 동요, 대중가요와 K-POP 관련 연구로는 한국의 동요와 가요를 토대로 실제 수업 방안을 제시한 괵셀의 학회 발표 논문이 처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17]. 김경지에서는 노래를 통한 한국어 수업의 효과와 노래 선정의 기준과 유의점, 노래 수업의 목표, 듣기 수업의 교수-학습 활동 등에 대한 한국어 학습 모형을 제시하였다[18]. 이 연구에서는 조성모의 To : heaven - 천국으로 보낸 편지로 노래 수업을 진행한 후 학습자들의 반응을 토대로 결과까지 도출해 냄으로써 초기 연구로서 의의를 가진다. 학생들은 노래 수업을 통해 듣기와 말하기뿐만 아니라 읽기, 쓰기에도 도움이 되었다, 뮤직비디오 수업이 흥미로웠다 등의 긍정적 평가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아름은 ‘노래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 방안 연구’에서 초급 학습 자를 대상으로 가요와 동요 속에 내재된 한국문화 요소를 학습할 수 있는 수업 모형을 제시하였고[19], 심선향(2017)은 K-pop 가사 내에 나타난 한⋅영 code-switching의 특성에 관한 연구에서 ‘가사’에 주목하여 문화교육 방안을 마련하였다[20]. 박수정(2014) 은 “동요를 활용한 한국어 교육방안 연구: 여성결혼이 민자를 중심으로-에서”, 이신혜(2017)는 “전통 자장가를 활용한 상호문화교육 방안”을 연구하였는데 이 연구에서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학습자 유형을 고려한 문화수업 방안을 제안하였다. 학습자 대상 음악 활용 연구를 검토하면서 윤성진(2017)의 연구 “노래를 활용한 한국어 수업 모형 연구: 제3국 출생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대상으로”가 주목할 만하다. 이 연구에서는 청소년들이 좋아할 만한 가요를 선정하였는데, 수업을 통해 한국 청소년들의 생활 방식을 이해할 수 있고, 자신들도 그러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Zhou, Qiong(2017)은 독특하게 “중국인 학습자를 위한 고려속요의 여성상(女性像) 교육 연구: 송사(宋詞)와의 비교를 중심으로-”에서 고려 속요를 한국어학습에 도입하였다. 손정(2013)은 “한국 어교육에서의 전래동요 활용방안 연구: 말놀이노래를 중심으로-”에서 한국의 성씨 알아보기, 중국과 한국의 말놀이 비교 등 민요를 문화교육에 활용하였고, 윤주은 (2014)은 “한국어 교육에서 전래 동요 활용 방안 연구” 에서 반응중심교수법과 대화중심교수법을 적용하여 민요 속의 문화요소를 교육하였다.

다음으로 민요와 판소리 등을 활용한 한국 문화교육 연구사를 살펴보겠다. 민요와 판소리는 오래 전부터 한국인들 사이에서 발생하여 형성된 장르로 한국인의 생활 모습, 정서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렇다 보니 민요나 판소리는 그 자체가 문화요소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민요나 판소리는 외국인들에게는 이색적이고 독특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이 역시 문화교육에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연구들이 각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문화 요소를 찾아 외국인 학습자의 특성에 맞추어 수업 방안을 모색하였다.

연구논문은 송희원(2004), “초급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문화 교육으로서의 민요 활용 방안 연구”, 양민정 (2008), “한국어 문화교육과 판소리의 세계화 방안 연구”, 연선자(2008), “판소리를 활용한 한국 문화교육 방안 연구”, 이은성(2010), “「농가월령가」를 활용한 한국어 문화교육 방안 연구”, 김혜진(2014),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限)의 정서 이해 교육 연구-"판소리 사설"을 중심으로”, 김미진(2015), 판“소리계열 텍스트를 활용한 한국어 문화 교육 연구, 최은숙(2015), 외국인 유학생 대상 아리랑 관련 문화교육의 현황과 교육 내용 설계”, 서유석, 장만호(2015), “<춘향가>를 통한 한국 문화 교육 방안 연구-한국어 고급 학습자를 중심으로”, 배현숙(2017), “한국어교육에서 민요를 활용한 문화교육 연구 현황과 제언”, 서소혜(2017), “민요를 활용한 농촌지역 결혼이주 여성의 초급 단계 한국어 교육 방안”, 영화(2018), “월령체 민요〈떡 타령〉의 한국어교육적 가치에 대한 연구”, 유순영(2019), “<적벽가> 서사 변용의 동인 분석에 기반한 한국문화 교육내용 연구”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이신혜, 2017)의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전통 자장가를 활용한 상호문화교육 방안 연구”가 주목 받을 만하다.

한국 문화교육에서 음악 장르가 가지고 있는 전통성, 혹은 문화적 분위기, 또한 가사가 품고 있는 사회적 맥락과 문화적 의미를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음악을 통해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은 한국어 학습자들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Ⅳ. 문학을 활용한 문화 수업 사례

앞장에서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연구 검토에서 드러났듯이 문화·예술 콘텐츠를 활용한 대부분의 논의들이 언어 교육을 중심에 놓고 이루어지고 있거나, 작품 한두 편을 선정하여 그 안에서 한국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정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이 장에서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다양한 분야 중 문학 분야를 선택하고, 15주에 걸쳐 진행된 수업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 수업은 외국인 유학생 전용 교양 선택 교과목 으로 일주일에 두 시간씩 이루어지고 있다. 문학 분야를 선택한 이유는 연구자가 실제로 유학생 전용 문학 교과목으로 매 학기 운영하고 있으므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문화교육을 모색하고자 하는 본 연구의 논의를 뒷받침 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향후 문화수업에 대한 방향성 제시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1. 연구 대상 및 수업 구성

다음은 대전 소재 P대학에서 운영한 2018년 학부 외국인전용 교양 <유학생을 위한 한국문학> 수업 사례이다.

표 3. 연구대상 및 국적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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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유학생을 위한 한국문학> 강의 목차

2. 문학 수업의 효율적 요소

위 수업은 “한국문학 작품을 통해 한국의 문화·역사·사회적 배경을 이해할 수 있다’”라는 교과목 목표 아래 총 15주 동안 진행하고 있다. 문학 작품 선정 기준은 첫째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알 수 있는 작품으로, 둘째는 문학 장르가 고르게 분포되도록 하였으며, 마지막으로 문화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수업 진행은 가급적 문법 공부는 지양하고, 작품 속에 내재된 문화적 요소를 찾아 이해하기 위해 매 시간 작품 감상을 목표로 낭송, 낭독을 한 뒤, 문화적 요서를 찾는 데 중점을 두고 설명, 토의, 토론 등의 수업기법을 적용하였다.

위 작품에서 어떤 문화 요소를 찾아내고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시를 활용한 수업에서는 김소월의 ‘진달래꽃’과 ‘산유화’를 윤동주의 ‘서시’, ‘자화상’,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활용하였다. ‘진달래꽃’에서는 한국인의 내면에 깊이 배어 있다고 하는 ‘한’, ‘이별’의 정서가 어떻게 순화되어 나타나는지를 이야기 할 수 있겠고, ‘서시’에서는 일제강점기를 겪었던 한국인들의 삶의 모습을,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는 누구에게나 힘든 고난의 시기가 있고, 또한 이를 이겨내는 의지가 있음을 확인하며, 이를 자신의 삶에 연관시켜 보았다. 시를 활용한 수업은 시어가 가지고 있는 난해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지만, 시 속에 내재된 인류 보편적인 정서의 교감을 통해 오히려 차원 높은 언어학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수필을 활용한 문화교육이다. 중급 이상의 학습자들은 어느 정도의 분량을 가지고 있는 읽기 텍스트에 익숙해진다. 수필은 비교적 짧은 글이면서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는 문학 장르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활용이 가능하다. 장영희의 ‘괜찮아’에서는 60년대 한국의 골목과 엿장수가 등장하는 거리 풍경 등을 알 수 있고,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절망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했던 주인공의 모습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주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강인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동․서양이 공존하는 작은 세계이기도 한 한국어교실에서 ‘폭포와 분수’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식 차이에 대해 토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본 연구에서 사례로 제시된 수업 구성원은 모두 동양인이었지만 이들이 가지고 있는 서양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알아보고, 동․서양을 비교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었다. 다만 문화교육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일방향의 한국문화중심교육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동양과 서양은 우열을 가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이 수업을 통해 상호 문화를 존중할 줄 아는 교육이 이루어지게 된다[21].

소설은 분량 문제로 쉽게 다룰 수 있는 장르는 아니지만 단편소설을 활용하여 문화교육으로서의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홍길동전’을 통해 조선시대의 신분제도, 적서차별과 같은 사회제도를 알게 되고, 황순원의 ‘학’을 통해 50년대의 시대적 배경, 한국인들의 인간애와 끈끈한 우정을 이해할 수 있다. 오정희의 ‘소음공해’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 소음, 장애인에 대한 시각 등을 말하면서 한국의 현대 주거환경에 대한 이해, 이웃에 대한 진정한 배려가 무엇인지 말하면서 개인의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밖에도 한국어 학습자들은 단군신화나 건국신화를 통해 상호문화 비교를 하고, 민담이나 전설을 활용하여 한국인들의 효 사상, 우애, 가치관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학생들 스스로 한국의 시를 낭송하거나 소설, 수필을 낭독하면서 문학의 힘, 한국문학의 향취를 느껴볼 수 있었고, 한국 사회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심을 키우며 개인적 성장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최소 열한 편의 문학 작품을 읽고, 실제로 낭송, 낭독을 체험하며, 때로는 한국어로 창작활동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학습하면서 한국인의 정서와 사회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본 수업에 대한 평가는 형성평가와 출석, 과제물 등을 종합한 총괄평가로 이루어지는데, 어휘나 문법 중심이 아닌 작품 속 문화 요소를 이해하고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예를 들어 ‘단군신화’에서는 ‘숫자 3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를 묻고, ‘홍길동전’에서는 홍길동이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는 이유, ‘홍길동전’이 나오게 된 조선사회의 배경을 설명하도록 하였다. 물론 이 내용들은 수업 중에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었던 과제들이다.

학기말 강의평가에서 90% 이상의 학생들이 본 수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친구들에게 이 수업을 권하겠다는 응답을 하였다. 설문 항목은 총 6개가 있었으나 2개 항목만 제시해 본다.

표 4. 강의평가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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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4 수업을 통해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문항5 이 수업을 친구들에게 권하겠다.

3. 문학교육 사례를 통한 문화교육의 방향성 제시

앞에서 문화교육의 무게가 언어인가 문화인가, 또 문화라면 단지 일방적인 문화소개가 진정한 문화교육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위 수업 사례에서 확인하였듯이 한국인의 삶에 녹아든 다양한 문화를 여러 장르의 문학 작품을 통해 이해하고 나아가 간접체험까지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어휘나 문형표현 등의 언어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언어학습과 문화 교육이 접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연구에서 보았듯이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수업은 예술 콘텐츠 중 한정적인 작품을 선정하여 단편적이고 일회성에 그치거나, 단순한 기능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산물로 목표어권의 정서, 역사적 사실 들이 심도 깊게 녹아들어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한두 작품, 한두 번의 수업 경험만으로는 충분히 학습될 수 없다. 문화 수업은 그것이 어느 문화 콘텐츠인가를 불문하고 그 장르 내에서 연계성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학습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 본 연구에서 말하고자 함이다.

다만 위와 같이 문학수업이 언어, 문화교육에서 유효하다는 연구 성과에 비해 실제 교실에서 활발하게 운영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이유로 문학 교육에 대한 교사의 자신감 결여, 수업 활용에 적합한 작품 선정의 어려움, 다양한 수업모형 부족,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기까지의 시간적인 제한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교실에서는 한국어교육이라는 점이 전제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자유로운 감상보다는 학습의 일환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자칫 문학의 본질이 변질될 위험도 간과할 수가 없다. 문학을 통한 한국어교육이 문학적인 측면과 언어교육적인 측면에서 서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제시된 작품 해석이나 미리 예견된 주제를 찾아가는 학습 중심보다는 학습자들이 자신의 경험에 바탕을 둔 자율적이고 폭 넓은 감상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또 서로 나누며 향유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언어교육의 배경이 되는 문화 지식을 함양할 수 있다.

Ⅴ. 결론

지금까지 한국어교육에서 문화교육의 성격과 현주소를 탐색하고 수업 사례를 통해 방향성을 모색해 보았다. 한국어교육에서 ‘문화’라는 키워드는 분명 훌륭한 교육 자료이자 도구로서 충분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백 편에 이르는 연구 결과물이 쏟아져 나왔으리라고 본다. 예술콘텐츠를 활용한 문화교육은 대부분 젊은 층인 유학생들에게 한국어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데에 유효하게 작용한다는 사실은 본고에서 분석한 연구사 검토에서도 확인하였다.

또한 문학 콘텐츠 활용에서 보이는 문제들, 이를 테면 정전 작품의 의존성, 작품의 부적절한 위계 문제를 해결하고 수업 방안의 다양성, 전공 교원 학보, 교재 개발 등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드라마와 영화, 연극 역시 학습자의 배경, 학습 환경 등을 고려하여 상호문화존중의 입장에서 교수-학습 방안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음악 콘텐츠도 한국의 전통성, 가사가 지닌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학습자가 대중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면 이들 문화·예술 콘텐츠 기반 한국문화 교육은 매우 유의미한 교육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어교육에서 언어인가 문화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언어교육과 문화교육이 조화롭게 절충된 교육 방안, 문화 내 융합으로 문자 텍스트와 영상 텍스트가 만나는 복합양식의 교수-학습 방안 등 새로운 방안이 모색되고 수업에서 적극 활용될 때 진정한 문화교육이 이루어진다. 또한 문화교육에 대한 연구 결과물들이 실제 교실 수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충분한 문화수업 시수를 확보한다거나, 문화교육을 위한 특별프로그램을 설강하는 등의 교육과정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한국어교육 학습자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학부 재학 유학생을 위해 ‘유학생을 위한 한국문학’, ‘한국 문화의 이해’, ‘유학생을 위한 한국역사 이야기’ 같은 교과목의 개설 확대가 필요하다. 여기에 문화교육 전용 교재의 개발, 교육목표와 교육내용에 따른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이 일회성이거나 단편적이지 않은 지속성과 체계성을 갖춘 총체적인 문화교육이 이루어지질 것이다.

* 본 연구는 배재대학교 교내학술연구과제로 선정·지원되어 수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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