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쏙(Upogebia major)은 갑각류에 속하는 종으로(Haan, 1841)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갯벌의 조간대 상부 펄에 주로 서식하며, 러시아의 극동 지역에서도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ong, 2013). 실제로 쏙 서식지에 접근하면 갯벌 표면에연탄구멍이 나있는 것처럼 보여 육안으로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쏙의 서식 깊이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고 알려져 있으며(Mi-yake, 1982), 서식형태는 펄 속에 굴을 파고 Y자 모양의 관을 내어 그 안에 chamber와 branch를 만들어 서식한다(Kinoshita, 2002). 현재 쏙은 생태학적 위치가 다소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쏙의 긍정적인 기능에는 갯벌에 작은 굴을 내어 서식하는 쏙의 서식특성에 따라 해수/퇴적물 경계면의 표면적을 증가시킴으로써 생물교반작용(Rowden and Jones, 1993)과 새로운 미서식처(Ricketts et al., 1985)를 제공하여 생태학적 역할과 생물 다양성 측면 그리고 현탁물 식성으로 의한 수질정화의 기능 등이 있다(Griffen et al., 2004). 반면에 서해안 갯벌의 양식생산량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패류종인 바지락의 서식처를 침해하고, 공간경쟁을 하는 유해한 생물 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함께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ong, 2013).
미국 서부 연안의 경우, 1960년대 굴 서식지역에 쏙(Upoge-bia pugettensis)과 쏙붙이(Neotrypaea californiensis) 두 종의 이상 증식으로 인하여 굴 양식 산업에 경제적 손실을 주었는데 그 원인으로 쏙 서식 주변 퇴적물의 연질화, 즉 미세한 펄이굴 서식공간으로 장기적으로 유입되고, 치패착저 또는 종패이식 시 여과식성인 굴의 먹이섭취 과정과 호흡을 방해하여 대량폐사가 일어난 것으로 보고되었다(Loosanoff and Tonmiers, 1948; Peterson, 1984; Dumbauld et al., 1996).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에서도 쏙의 이상 증식으로 인해 바지락 서식지 면적이 감소하면서 바지락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서해안 갯벌의 전체 바지락 어장면적 12,319 ha 중 쏙 발생면적은 5, 126ha (41.6%)로 나타났으며, 그 중 충청남도의 경우 5,200 ha 중 3,986 ha (76.7%)가 쏙이 발생하여 연간 가장 높은 생산 차질 액(약 108억원)을 나타낸 것으로 추정된다(NIFS, 2016).
갯벌에 서식하는 쏙에 관련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면 물리적, 생태학적, 생지화학적인 접근들이 시도되었다. 쏙의 생물교반활동으로 인한 주변 저서생물 군집 구조의 물리적 변동(Poseyet al., 1991; Wynberg and Branch, 1991; Simenstad and Fresh, 1995)과 생태학적인 측면으로는 생태계 공학자로서의 주변 해역 환경의 수질정화 기능에 대한 연구들이 있다(Dworschak, 1981; Itoh and Nishida, 2002; Marin et al., 2011). 또한 쏙의서식지에 의한 주변 퇴적물 변동과 영양염의 물질순환에 대한 연구들도 있으며(Suchanek et al., 1986; Ziebis et al., 1996), 또 다른 미서식처를 제공함으로써 생물의 다양성 측면에 관한 연구들이 있다(Itani, 2001; Kinoshita et al., 2008). 최근에는 지역분포가 다른 쏙 두 종의 성장과 서식 깊이에 관한 연구도 보고되었다(Song et al., 2019).
쏙에 관한 많은 연구들이 선행되었지만 우리나라 서해안 연안 갯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쏙 서식지와 비서식지에 관한 객관적인 퇴적환경 특성 연구나 패류 생산량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지락과의 공간경쟁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미미한 실정이다. 유럽 산탄데르만에서는 바지락의 비 토착종(Ruditapes philippinarum)이 토착종(Ruditapes decussatus)의 서식지에 유입됨으로써 비 토착종이 점차 우점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생태계 기능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로 토착종 보존에 관한 공간 기반 전략을 지속적으로 수립한 사례가 있었다(Bidegainet al., 2015). 더욱이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에 의한 서식지의 침해나 공간경쟁은 미국의 굴 양식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장기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며(Feldman et al., 2000), 바지락의 입장에서 양성뿐만 아니라 치패발생이나 종패확보 등 자원적인 측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쏙의 증식으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서해안 갯벌 바지락 어장과 주변 및 기타 서식지에 대한 비교와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갯벌어장의 쏙 서식지와 비 서식지의 퇴적환경 특성 변화를 파악하고자 하였다. 쏙의 이상증식에 대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주변 서식지 변화의 원인을 모색하기 위하여 조사지역의 생물과 환경간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고, 쏙 서식지역과 비 서식지역 주변의 공간 특성을 이해하고자 하였다. 또한, 퇴적환경 특성을 바탕으로 쏙 서식지역과 바지락 서식지역이 공존 또는 분획되어있는 서해안 갯벌어장 관리 방안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조사지역
조사 지역은 서해안에 위치한 인천·경기의 강화, 선재, 선감, 충청남도의 황도, 보령, 서천, 전라북도의 신시, 줄포, 고창, 전라남도의 무안, 신안, 목포 갯벌로 각 도당 3개 지역, 지역 당 4개 정점, 총 48정점을 선정하였다(Fig. 1). 조사지역에 따라 바지락 양식어장, 쏙 서식지역이 포함되어있다. 본 연구에서 수행한 서해안 갯벌에 대한 환경 모니터링은 2017년 2월에서 2018년 10월까지 실시하였는데, 동계(2월), 춘계(4월), 하계(8월), 추계(10월)로 2년간 총 8번 조사하였다.
Fig. 1. Study area and surveying sites in west coast of Korea.
해수 현장측정 및 분석
각 지역별 현장조사 시 YSI-556 Multiprobe System (YSI, Yellow Springs, Ohio, USA)을 사용하여 조사지역 standing water의 수온(temperature), 염분(salinity),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수소이온농도(pH)를 현장 측정하였다. 현장 측정과 함께 해수를 2 L 시료병에 채수하고 냉동 보관하여 신속하게 실험실로 옮긴 뒤 분석하였다. 해수 시료를 걸러낸 여지를 암소에24시간 방치한 후 90% 아세톤용액으로 추출하고, 추출된 용액을 분광광도기(Cary 100, Varian, Burton, Michigan, USA)를 이용하여 750, 665, 645, 630 nm 파장으로 측정하고 클로로필 a 를 정량하였다(MOF, 2013).
퇴적물 분석
서해안 갯벌 퇴적물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각 정점별 퇴적물 시료를 채취하여 강열감량(ignition loss, IL), 화학적산소요구량(chemical oxygen demand, COD)를 해양환경공정시험기준에 따라 분석하였다(MOF, 2013). 각 정점별 퇴적물 입도는 전처리 과정을 거쳐 세립질과 조립질로 나누어 세립질 시료는 퇴적물 자동입도분석장치(SediGraph III 5120, Micromeritics Inc. Co., Norcross, Georgia, USA)를 이용하여 분석하고, 조립질 시료는 전자식 체진동기(Analysette 3 Pro, Fritsch Co., I dar-Oberstein, Germany)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후 측정된 결과 값에 따라 입자별 조성을 파악하였다(Folk, 1980). 퇴적물 평균입도(Mean grain size, Mz)와 유기물 함량(IL)에 대한 상관관계를 pearson correlation coeffcient로 계산하였다(PASW statistics 18, SPSS Inc., Chicago, IL, USA).
바지락과 쏙의 서식분포
바지락과 쏙의 서식분포를 분석하기 위해 각 지역의 주상 퇴적물 시료를 채니기(can corer)를 사용하여 0.2 m2 채집하였으며 현장에서 직경 1.0 mm의 원형망목으로 습식체질한 후 남은잔존물을 고밀도폴리에틸렌병(wide mouth HDPE bottle)에 옮겨 담고, 10% 중성포르말린으로 즉시 고정시켰다. 고정된 시료를 실험실로 옮겨 동정한 후, 각 정점에 대한 바지락과 쏙의 서식밀도(density)와 생체량(biomass)을 파악하였다. 저서생물의 서식밀도와 생체량은 2017년 4월과 8월, 2018년 4월로 총 3회 조사 및 분석하였다.
결 과
해수 현장측정 결과
2017년과 2018년의 서해안 갯벌어장의 수온의 변화는 계절에 따른 특징을 나타냈으며, 특히 2018년 2월에 인천·경기의 강화, 선재, 선감의 경우 -1.31~-0.83°C의 범위로 수온이 낮게 나타났다. 이는 2018년 동계 조사 당시 한파에 의해 기온이 영하로 내려갔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염분은 2017년에 17.81-31.92, 2018년에 21.01-32.89의 범위를 보였다. 특히 강화에서 2017년 8월의 염분이 17.81로 낮게 나타나, 조사일 전 3일간의 총 강수량이 62.1 mm로 강우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용존산소는 전체적으로 동계에 가장 높고 점차 감소하여 하계에 가장 낮은 값을 보였으며 추계에 다시 높아지는 온도에 따른 패턴을 보였다(Table 1).
Table 1. Water and sediment quality in sampling sites
천수만 내 위치한 황도의 경우 서산 A, B 방조제 안쪽의 인공 담수호인 부남호와 간월호의 영향으로 과거에 비해 유입되는 담수의 양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Kim et al., 2005), 신시의 경우 새만금방조제 신시배수갑문이 인접해있어 담수의 영향이 높다. 새만금방조제 완공 이후 해역의 내측수역과 외측 수역은 완전히 분리되었고, 이로 인해 내측의 담수가 해수와 충분히 섞이지 못한 채 외해로 직접 배출되어 주변 해역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Lee, 2006). 여과섭식자의 먹이(seston)를 간접적으로 나타내는 클로로필 a 값은 동계에서춘계에 높은 값을 보였고, 공간적으로는 황도와 신시가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났다. 황도는 연평균 2017년 7.16 μg/L, 2018년 14.98 μg/L, 신시는 2017년 8.78 μg/L, 2018년 12.77 μg/L이었다(Table 1).
퇴적물 내 유기물 분포
퇴적물 내 유기물의 양을 간접적으로 나타내어 그 오염도를 가늠할 수 있는 퇴적물 COD는 선감에서 연평균 2017년 6.16 mg/g, 2018년 7.36 mg/g로 나타나 전년도에 비해 높아졌으며, 서천은 3.65 mg/g에서 2.24 mg/g로 낮아졌다(Table 1). 전체적으로 일본의 오염기준치인 20 mg/g 이하로 나타나 양호한 것으로 보인다(Lee and Yu, 2000). 상대적으로 쏙과 바지락이 공존하는 선감 지역이 타 지역에 비해 유기물 오염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퇴적물 IL 역시 쏙과 바지락이 공존하는 선감 지역이연평균 2017년 2.82%, 2018년 3.44%로 높아졌으며, 바지락 어장이 형성되어있는 고창 지역에 비해(2017년, 1.94%; 2018년,1.99%)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Fig. 3a).
퇴적물 입도 분포
퇴적물의 도별 평균입도(Mz)는 전남(무안, 신안, 목포)이 평균 6.58-7.43 Φ로 가장 세립한 퇴적상을 나타냈고, 충남(황도, 보령, 서천)이 평균 3.49-4.56 Φ로 가장 조립한 퇴적상을 나타냈다. 연간 입자크기의 변동은 충남지역이 2017년 4.16 Φ에서 2018년 3.84 Φ로 가장 높았으며, 전북(신시, 줄포, 고창)지역이 6.94 Φ에서 7.00 Φ로 변동이 가장 낮았다(Fig. 2). 바지락 어장이 형성된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선감과 고창에서 2017년에 비해 니질(silt-clay) 함량이 각각 6.5%, 3.8% 증가하였으며, 선재와 보령 그리고 서천에서 사질 함량이 각각 68.0%, 17.1%, 5.7% 증가하였다. 특히 선재에서 사질 함량의 변동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에 따라 니질 함량도 18.8% 감소되어 다른 지역보다 퇴적물 성상의 변동 폭이 높았다.
쏙과 바지락이 공존하는 정점(선감-4)과 바지락이 서식하는 정점(선재-1, 황도-3, 보령-3, 신시-4, 고창-3), 쏙이 서식하는 정점(보령-2, 보령-4, 서천-3, 신시-1)을 분류하여 입도조성을 살펴보면 바지락 서식지역의 경우 사질 함량이 2017년에 18.21-70.33%, 2018년에 11.44-75.37%의 범위를 나타냈으며, 전체 평균 43.38%에서 49.11%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평균입도의 경우도 4.33 Φ에서 4.09 Φ로 변화하여 2017년에 비해 더조립한 입도조성을 보였다. 바지락 서식에 중요한 요인인 입도의 선호 범위가 3.8-4.3 Φ로 알려져 있어(Yoo et al., 2007) 바지락 서식에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쏙 서식지역의 경우 2017년에 니질 함량이 40.51-99.09%의 범위를 보였으며, 2018년에는 46.86-99.10%의 범위를 보여 니질이 우세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또한 바지락과 쏙이 공존하는 선감-4 정점의 경우 2017년에 니질 함량이 84.38%, 2018년에 89.18%로 높아졌으며, 평균입도는 5.48 Φ에서 5.80 Φ로 나타나 더 세립해지는 경향을 보였다(Fig. 2).
Fig. 2. Comparison of grain size composition and mean size insurface sediments. (a) 2017, (b) 2018.
퇴적물 평균입도와 유기물의 상관성
지역별 연평균 퇴적물 평균입도에 따른 유기물 함량 분석결과 입자가 세립할수록 유기물 함량은 높아지며 조립할수록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2017년, n=12, r=0.901, P< 0.01, n=12; 2018년, n=12, r=0.896, P<0.01). 그 중 충남지역이 퇴적물 입자가 조립함에 따라 유기물함량이 2017년 평균 1.59%, 2018년 1.39%로 다른 지역보다 낮게 나타났다(Fig. 3a). 퇴적물 평균입도에 따른 유기물 함량은 퇴적물 입자가 세립할수록 유기물함량이 높아져 2017년에 r=0.797 (n=48), 2018년에r=0.864 (n=48)로 선형의 상관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Fig. 3b, 3c). 이는 이전의 Kim and Ha (2001)이 보고한 낙동강 주변 연안역의 표층 퇴적상에 대한 연구에서 평균입도가 세립할수록 유기물 함량이 증가하여 선형의 상관관계(r2=0.80)를 보였다는 내용과 일치하여 퇴적물 평균입도와 유기물 함량의 상관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령의 경우 쏙 서식공간과 바지락 서식공간이 명확히 분획되어 있는 특징을 갖고 있었는데 2017년평균 1.90%, 2018년 1.39%로 나타나 이전에 비해 떨어지는 경향을 나타냈으며, 쏙과 바지락이 공존하는 선감-4 정점에서 유기물 함량이 2017년 평균 2.82%, 2018년 평균 3.44%로 나타나높아지는 변화양상을 보였다.
Fig. 3. Relationships between sediment mean size and organic content (ignition loss). Organic content versus mean size: (b) 2017, (c) 2018. r is the correlation, n is the number of samples, and P is the statistical P value.
쏙과 바지락 서식밀도 및 생체량
쏙과 바지락의 서식밀도와 생체량의 변화를 살펴보면 쏙과 바지락이 공존하는 선감-4 정점의 경우 2017년 4월의 바지락 서식밀도가 10 ind./m2로 나타났으며 그 이후로 출현하지 않은 반면, 쏙의 서식밀도는 100 ind./m2로 나타났다가 점점 감소하였다(Table 2). 쏙의 서식밀도와 생체량의 비는 0.22, 0.49, 0.35로 나타나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2017년 4월 이전에 가입된 쏙의 어린개체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성숙한 개체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쏙붙이(Nihonotrypaea japonica)가 출현한 서천-3 정점의 경우 2017년 4월에 서식밀도와 생체량이 각각 300 ind./m2, 37.8 gWWt/m2, 2017년 8월에 190 ind./m2, 55.9 gWWt/m2으로 나타났으나 2018년 4월에는 출현하지 않았다. 선재-1 정점에서 2017년에는 바지락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2018년 4월에 서식밀도가 20 ind./m2, 생체량이 11.88 gWWt/m2로 바지락이 출현하였다. 쏙붙이가 출현했다가 사라진 서천-3 정점은 평균입도가 4.72 Φ에서 4.50 Φ로 더 조립해졌으며, 바지락이 출현한 선재-1 정점의 경우도 4.72 Φ에서 3.11 Φ로 조립해졌다. 두 정점 모두 사질의 함량이 늘어나는 공통점을 보였으며, 특히 선재-1 정점에서 사질의 함량이 34.18%에서 63.91%로 퇴적환경의 변화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바지락의 가입이 발생된 것으로 판단된다.
Table 2. Density and biomass of main species in sampling sites Site
고 찰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단지와 농경지를 확보하기 위한 매립 및 간척으로 인해 해안선이 크게 변형되었으며(Sato and Koh, 2004; Koh and Khim, 2014), 이로 인해 주변에 서식하는 생물상과 퇴적환경의 변화로 생태계에 대한 영향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yu et al., 2014). 과거와 현재의 환경변화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접근방식의 다각화를 통해 주변 해안선이나 만 형태에 대해 이해하고 이에 따른 변화 양상을 예측해 볼 필요성이 있다. Choi (2014)는 서해안 갯벌을 3가지 형태 ‘Open coast tidal flat’, ‘Embayment tidal flat ’, ‘Channel margin tidal fat’로 분류하였다. Open coast는 노출시간이 비교적 짧고 개방적인 특징으로 주요지역은 영광-백수, 충남의 서천, 보령, 태안반도 서쪽으로 곧게 뻗은 해안선 부근에 잘 발달되어있다. Embayment는 반 폐쇄성 형태를 띠며전남의 함평만, 남양만, 무안만, 전북의 곰소만, 충남의 천수만,근소만, 가로림만 등 서해안에 골고루 분포되어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의 조사지역 중 쏙 서식지역이 포함된 정점의 갯벌은 모두 open coast tidal fat이라는 공통점을 보였다(Table 3). Opencoast의 경우 embayment에 비해 경사도가 완만하며 보통 지반이 고르고 평평한 특징을 갖추고 있는데 이에 근거하여 쏙 서식에 있어 경사도가 심하고 불안정한 퇴적환경에서는 쏙의 가입이나 서식이 제한되는 것으로 추측된다. 조사정점 중 쏙이 출현한 선감, 보령, 서천, 신시와 과거 쏙의 피해가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선재까지(NFRDI, 2012) 모두 open coast tidal fat에 위치하고 있었다. 북아메리카에 서식하는 퓨젯쏙(Upogebia puget-tensis)은 부화 후 부유유생기를 거쳐 조류에 의해 이동하다가착저를 위해 갯벌로 다시 회유한다고 알려져 있어(Johnson and Gonor, 1982), 반 폐쇄성만 보다는 개방형 만에 착저가 더 수월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전의 연구에서 새만금 방조제와 시화호 방조제는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의 불규칙한 해안선을 단순한 일직선형으로 변경되게 만든 가장 큰 규모의 간척사업으로 언급되었다(Choi, 2014). 신시의 경우 새만금 방조제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섬이었지만 인위적인 변형으로 인해 현재는 곧게 뻗은 단순한 해안선이라 볼 수 있는데 이에 따른 주변 퇴적환경의 변화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새만금 방조제에 근접한 신시-1 정점은 silt와 clay가 99%이상으로 사질이 거의 없으며, 2017년에 비해 clay의 함량이 2018년 8월 25.67%, 10월 33.37%로 점점 높아져 니질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본 정점의 쏙 생체량과 서식밀도 데이터는 없지만 조사시 육안으로 확인된 쏙 서식 정점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시화호 방조제에 근접한 선감-4 정점의 경우도 니질의 유입으로 인해 쏙이 서식하기 적합한 환경으로 변화된 것으로 추측되며, 이로 인해 기존의 바지락 서식지가 쏙의가입으로 서로 공존하는 특징적인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 주변의 매립 및 간척지역인 시화, 화옹, 대호, 석문이 인접해있어 타 지역보다 퇴적환경 변화가 클 것으로 추정된다(Table 3). 반면에 보령은 과거 쏙의 피해가 심각했지만, 쏙 제거 및 패류 생산성 복원 시험연구의 일환으로 2017년 3월, 4월, 8월 각 2회씩쏙이 서식하는 상부 갯벌 약 1 ha의 면적을 반복적인 경운을 통해 지속적인 쏙 구제 사업과 관리가 이행되어 쏙과 바지락이 뚜렷하게 분획 되었다(NIFS, 2016). 현재로는 쏙이 파놓은 연탄구멍 모양의 땅굴이 육안으로 파악될 정도로 많이 감소하였으며, 이는 곧 경운 효과에 따른 쏙 제거 및 회피현상으로 보인다. 또한, 보령 북쪽지역의 사호리 갯벌과 홍성 상황리 갯벌은 쏙(Upogebia major)과 가시이마 쏙(Austinogebia wuhsien weni)의 분포가 두드러져(Song et al., 2019), 이 두 갯벌의 퇴적환경 특성도 파악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보령 방조제와 홍성 방조제에 더 인접한 사호리와 상황리 갯벌을 황도와 비교해 보았을 때, 같은 천수만 내 황도 갯벌은 안쪽(embayment tidal fat), 사호리와 상황리 갯벌은 바깥쪽(open coast tidal fat)에 위치하여 그 특성이 구분되고 서로 퇴적상과 서식생물 분포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Table 3. Major reclamation projects in the given areas
서해안에 분포한 갯벌어장의 퇴적환경은 2017년 쏙이 서식하는 정점의 퇴적물 분포가 silt-clay는 46.96-99.43%인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평균입도는 4.09-5.68 Φ인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2018년에는 이 범위를 벗어나는 정점이 보령-2, 보령-4, 서천-3으로 파악되었는데 보령의 경우 경운으로 인한 인위적인 퇴적상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점과 서천-3의 경우 쏙붙이가 출현하다가 점점 그 양이 감소하여 2018년 4월에는 생체량과 서식밀도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Table 2) 쏙이 서식하기 적합한 것으로 구분 짓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쏙의 가입으로 인해 바지락과 쏙이 공존하는 선감-4 정점의 퇴적환경을 고려하였을 때 쏙의 서식 퇴적환경의 특징은 silt-clay가 60% 이상이며, 평균입도는 5 Φ보다 더 세립할 것으로 판단된다(Fig. 4).
Fig. 4. Annual distribution of silt-clay and sediment mean size in the study area. Coexistence: Seongam-4 site where manila clam Ruditapes philippinarum and mud shrimp Upogebia major coexist. a, 2017; b, 2018.
이전의 미국 굴 양식 사례에서 쏙 피해에 대한 화학적인 구제 방법이 일시적으로 높은 효과를 나타냈다고 보고된 바 있다(Feld man et al., 2000). 그러나 화학물의 위해성에 대한 우려로인해 이후 주변 양식생물 채취를 장기간 금지하는 부작용이 뒤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어 바지락 어장을 침해하는 쏙의 제어를 위해 화학적인 방법보다는 물리적인 방법을 제안한다. 따라서 보령에서 수행되었던 퇴적물 경운을 통한 쏙 서식처 파괴 및 퇴적물 성상의 변화 그리고 Hong (2013)이 제안한 망목을 이용한 어린 쏙의 착저 방지와 같은 물리적인 방법을 활용해 쏙 제어기술을 점차 단계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앞으로 쏙의 생태학적 기능에 대한 더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본 연구와 같은퇴적환경에 관한 기초자료를 활용하여 갯벌의 지속적인 이용과 보존을 위한 전략적인 방안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 사
본 연구는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시험연구 ‘갯벌어장 환경모니터링(R2019048)’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으며, 연구비 지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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