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방역기간 돌입 - 철새의 이동경로와 AI와의 관계

  • Published : 2018.10.01

Abstract

Keywords

겨울철새와 조류인플루엔자

2014년 1월에 우리나라에 나타난 H5N8은 약 5개월간 맹위를 떨친 후 7월 25일까지 발생되었고, 그 이후 9개월간 15년 6월까지 산발적으로 추가 발생되었다. 이후에도 15년 9월부터 11월까지 연이은 발생이 이어졌다. 그리고 2017년 12월 또 발생했다.

이러한 발생에 연신 언론에서는 철새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이 철새라는 게 무엇인지 우리는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철새와 텃새는 이동성을 기준으로 구분한다. 번식지와 월동지를 계절에 따라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조류를 철새라고 하며, 텃새는 일년 내내 한 지역에서 살아가는 조류들을 일컫는다. 이 철새들을 다시 여름철새, 겨울철새, 통과철새와 길잃은새로 나눈다. 여름철새는 제비나 꾀꼬리, 뻐꾸기, 백로류와 같이 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번식한 후 가을에 남쪽으로 이동하는 부류다. 겨울철새는 가을에 북에서 내려와 겨울을 우리나라에서 나고 이듬해 봄, 번식지로 이동하는 조류들이다. 대표적인 종으로 대부분의 오리류와 두루미, 기러기류가 있다. 이 밖에도 통과철새는 봄과 가을에 우리나라에 잠시 들르는 조류들을 지칭하며, 도요·물떼새류가 대표적이다. 길잃은새는 이동경로 상 우리나라에 규칙적으로 오지 않지만 길을 잃거나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우연히 이탈해 한국을 찾아온 새를 말한다. 철새라고 해서 다 같은 곳에서 같은 시기에 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 전 세계 야생동물의 이동경로를 모아놓은 자료다. 동아시아권의 연구 자료가 빈약한 점이 눈에 띤다.

그렇다면 왜 철새들은 계절적 이동을 하는 것일까? 단순하게 말하자면 지구의 연간자원량 변화에 따른 것이다. 이 자원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먹이와 번식장소일 것이다. 흔히 북반구에서 번식하는 조류는 봄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짙다. 봇물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곤충들과 새싹, 그리고 넓디넓은 번식지가 그 이유다. 하지만 가을로 접어들면, 그 많던 곤충들은 급속도로 줄어들고 다른 먹이자원도 줄어든다. 물론 이미 번식도 성공적으로 끝났기에 더 이상 추운 겨울을 북쪽에서 버틸 필요가 없다. 이제 따뜻한 남쪽으로 가야할 시간인 셈이다. 바로 이 종들이 겨울철새인 셈이다. 하지만 제비나 꾀꼬리와 같은 여름철새처럼 열대에 사는 종들은 봄철 굳이 먼 거리를 날아 북쪽으로 이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낮의 길이차이가 한 몫 한다. 북반구 여름철은 열대보다 낮이 길어 풍부한 먹이를 오랫동안 확보할 수 있고, 더많은 자손을 키워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여름철 북극의 백야를 떠올리면 좋을 듯하다). 가을이 다가오면 추워지는 날씨를 대비하여 다시 따뜻한 남쪽으로 이동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이주기간 동안 발생하는 엄청난 에너지 소모와 고도의 스트레스, 포식 등의 위험을 감내하는 것이다.

한편 조류인플루엔자의 세계적 전파는 다양한 경로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국내유입은 겨울철새 중 일부 오리류를 의심하고 있다. 오리류라고 해서 모두 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우리나라를 찾는 오리과에 해당하는 종은 고니류와 기러기류를 포함하여 모두 51종에 이른다. 이중 2010년부터 건강한 개체로부터 반복적으로바이러스가 검출되는 종은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와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있다.

국가 재난형 전염성 질병 전파를 효율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모든 철새종이 문제의 출발점이 아니며, 오리류 중에서도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원앙이 자주 문제가 되는 종이다. 이중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는 어떤 관계일까?

먼저 청둥오리(Anas platyrhynchos)는 우리나라 보다는 북쪽에서 번식하는 종이고, 흰뺨검둥오리(Anas zonorhyncha)는 텃새와 겨울철새가 혼재된 종이다. 즉 번식기인 여름철에는 흰뺨검둥오리를 볼 수 있지만 청둥오리는 거의 없다는 의미다. 두 종은 우리나라에 가장 넓게, 그리고 많이 분포하는 종이다. 우리나라의 어지간한 곳에서는 모두 이 두 종을 볼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생김새가 무척 다른 이 두 종은 여전히 서로 교잡이 가능한 종으로 알려져 있고, 지금도 일부는 유전자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달리 말하자면, 특정 질병에 저항하는 능력도 매우 유사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

▲ 청둥오리 암수 : 가장 흔한 겨울철새 중 한 종이다. 가축인 흰오리의 원종으로 수컷의 윗꽁지덮깃이 말려올라간 것으로 볼 수 있다.

◀ 흰뺨검둥오리 암수 : 우리나라에는 텃새와 겨울철새로 찾아온다. 대표적인 야생오리로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 원앙 : 우리나라에서도 번식하는 종으로 천연기념물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저항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집오리 : 흔히 볼 수 있는 흰 집오리다. 원종이 청둥오리기에, 수컷 집오리의 윗꽁지덮깃도 말려 있다.

바로 이 지점이다. 우리가 사육하는 하얀오리의 출발선은 어디였을까? 역사적으로 알려진 바에 따르면, 가축인 오리는 약 4천 년전쯤 동남아시아에서 청둥오리를 사육하면서 가축화되었다고 한다. 알과 고기를 위해 오랜 기간 개량한 끝에 날개는 작아지고 배가 나온 흰오리가 되었지만, 청둥오리의 후손이라는 특징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바로 수컷의 위꽁지덮깃이 말려 올라갔다는 점이다.

우리가 키우는 집오리는 결국 청둥오리고, 청둥오리의 질병면역 유전형질을 집오리는 고스라니 가지고 있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랜 기간 청둥오리와 공진화해온 것으로 보이며, 그러하기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닭(Gallus gallus)에서 맹위를 떨쳐도, 집오리는 버텨내고 이를 자꾸 주변으로 퍼뜨리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만 하면 언제나 겨울철새를 그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하지만 유입과 확산은 분명히 다른 문제로 인식하고 대응해야 한다. 이번 가을에도 태풍은 한반도를 찾아왔고, 이때문에 인명과 재산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알고 있다. 기상청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비를 권고하며, 사람들은 축대를 보강하고, 어선을 내항으로 대피시키는 등 대비책을 강구한다. 자연재해인 태풍을 탓할 수 없기에 대비하여 그 피해를 줄이자는 것이다. 자연환경의 일부인 철새는 지구의 숨결을 따라 수십만 년 동안 그 위치를 바꿔가며 살아왔다. 이들은 멸종되지 않는 한 그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자연임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오리류가 여름철 집중하는 북극권 번식지에서 수많은 바이러스들을 서로 공유하고, 다시 월동지로 향하는 과정을 통해 2014년 우리나라 바이러스가 유럽과 북미로 퍼져나간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과연 인간이 이러한 현상을 철새 방역이라는 단어로서 통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들어오는 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그게 효과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저수지에 살균제 뿌리는 일이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우리는 어딜 보고 있을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발간한 2014/15년 AI 발생·확산 원인 및 재발 방지 방안 연구를 보자면‘방역 추진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라는 항목에서‘철새에 대한 대응체계 미비’가 다른 원인들에 앞서 가장 앞서 있다. 그 다음은‘가축 사육 시설 및 사육 환경 열악’, ‘농장 차단방역 및 축산관련 차량 관리 미흡’, ‘사육농가 및 계열업체의 방역 책임감 부족’과‘방역 조치 등에 대한 공감대 부족’이 그 뒤를 연달아 잇고 있다. 과연 조류인플루엔자 방역에서 철새에 대한 대응미비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을까? 지난 2017년/18년 겨울 또 한 번의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사태를 경험했으나 3천 8백만 마리가 희생된 14/15년도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았다. 총 22건의 발생으로 통제한 것이다. 그렇다면, 감소 원인은‘철새 방역’이 철저해서일까? 아니다. 많은 전문가가 이야기하듯, 오리농가 일부 휴업보상제 도입, 일시적 이동통제의 과감한 시행, 출하 전 검사와 계열주체 방역책임 부과 등을 통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의 확산은 바로 농가방역이 문제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다.

▲ 철새의 이동 : 이동성 야생조류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지구 곳곳을 정기적으로 이동해가며 살아왔다. 막을 수 없는 자연현상이며, 이 사실의 바탕 위에 질병 방역정책이 세워져야 한다.

우리가 찬 공이 어느 방향으로 향해야 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올해 가을에도 이미 독일을 비롯한 유럽권에서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헛발질하지 않고, 보다 현명한 방법으로 재난형 질병을 이겨낼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