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생활 법률 - 가축사육 제한구역에 관한 지자체의 조례가 무효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 Published : 2018.05.01

Abstract

Keywords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여러 화두 중 하나는 지방분권이다. 지방자치권의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나아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에서 ‘조례’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조례를 통해 국가의 획일적 통제에서 벗어나 그 지방의 고유사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조례는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제정되어 지역주민에게 근거리 행정을 실현하는 수단이 된다.

하지만 조례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조례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제정되어야 한다. 특히 주민의 권리 제한, 의무 부과, 벌칙제정에 관한 사항이라면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만 조례로서 제정될 수 있다. 상위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에서 조례를 제정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침익적 조례가 상위 법령의 위임범위를 초과하는 경우 당해 조례는 무효가 된다. 무효인 조례에 근거한 처분 또한 위법하며, 취소를 면하기 어렵다.

축산농가에 가장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조례는 ‘가축사육 제한에 관한 조례’다.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되는 경우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축을 사육할 수 있고, 축사의 신축, 개축, 증축, 재축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지자체는 각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지정·고시한다. 가축분뇨관리법의 위임한계 내에서 보통 주민의 생활환경보전 또는 상수원의 수질 보전을 위한 지역을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고시한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에서 가축분뇨법의 위임 한계를 벗어난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지정하여 축산농가와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한 지자체는 ‘도로(고속국도, 일반국도, 지방도, 군도)나 철도, 농어촌도로 경계선으로부터 가축사육시설 건축물 외벽까지 직선거리 200m 이내 지역(단, 한우는 100m 이내 지역)’을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고시했다. 도로법상 도로는 물론 철도나 농어촌도로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고시는 가축분뇨관리법의 위임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무효로 보아야 한다.

가축분뇨관리법은 가축사육 제한구역의 실질적 기준의 대강을 정하면서 ‘지역주민의 생활환경 또는 상수원의 수질 보전’을 가축사육 제한구역 설정의 목적으로 둔다. 또한, 대상 지역을 ‘주거밀집지역, 상수원 보호구역 등 수질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 환경기준 초과지역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지정할 경우 당연히 이러한 규정의 취지에 부합해야한다.

하지만 위와 같은 고시는 도로의 종류, 폭, 입지, 주변 환경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도로의 경계선부터 상당한 거리 이내의 모든 지역을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일률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도로 인근지역은 가축분뇨관리법상 설정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 가축분뇨관리법상 주거밀집지역, 수질 환경보전이 필요한 지역, 환경기준 초과지역 중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위와 같은 고시가 무효가 아니라면, 주변에 인가나 시설물 등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지역이나 차량 통행이 거의 없는 지역 등도 도로 인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될 수밖에 없다. 가축분뇨관리법의 입법 목적상 불필요한 제한인 것이다. 일단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 가축사육 신규허가가 제한됨은 물론 가축분뇨관리법에 따라 기존에 운영되던 축사에 이전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이에 불응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따라서 각종 도로의 경계선으로부터 일정거리 이내의 모든 지역을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은 축산농가의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축산농가는 위와 같은 무효인 조례에 근거한 처분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과정에서 처분의 위법사유로서 조례의 위법성을 주장할 수 있다.

법원은 선결문제로서 조례의 위법여부에 대해 심리하게 된다. 지방자치, 지방분권, 균형발전 등은 모두 중요한 가치다. 시대의 흐름에도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지자체의 조례는 지역 주민들의 재산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국가 법률체계 범위 내에서 적절하게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