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취재 - 산란계 불황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 Published : 2018.04.01

Abstract

Keywords

산란계 장기불황 끝이 안 보인다

- 장기적인 로드맵을 통해 병아리 감축 전개해야 -

산란계 현실

산란업계에서 우려했던 사태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산란계 사육수수 증가와 계란 소비 부진으로 인해 저난가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으며,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최소 1년 이상 불황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년 전과는 정반대의 사태가 산란업계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판에 1만원까지 상승했던 계란 가격이 3천원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이 같은 원인은 2016년 말부터 발생한 고병원성 AI로 30%가 넘은 산란계와 50%에 가까운 종계가 살처분되면서 계란부족 현상이 크게 나타났고, 계란 가격이 크게 상승하자 비어있는 계사를 닭으로 채우기 위해 병아리 수입도 불사했으며, 일부에서는 계사 신축 또는 증축을 통해 사육수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기도 하였다. 지난해 하반기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이 아니더라도 전문가들은 이미 금년 계란 과잉생산으로 인한 불황을 조심스럽게 점쳐왔다. 그러던 것이 계란 살충제 검출 파동으로 인해 불황이 앞당겨졌고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역전이 된 것이다.

최근 본회에서는 농산물 유통조절 명령을 발동해 줄 것을 농식품부에 건의한 바 있으며, 자체적인 회의를 거쳐 농가 스스로 사육 중인 산란계 17%를 감축하기로 결의하였고, 7개 부화장에 산란계 안정화를 위해 산란계 병아리를 적정하게 분양을 해줄 것을 권고, 요청하고 나섰다.

정부에서는 수급조절을 정부가 관여하기 곤란하다고 선을 긋고 나오면서 지난해 계란 부족으로 미국 등에서 항공기로 계란을 수입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정부의 개입 없이 자율 조절로서는 결코 넘을 수 없는 산이 되어 버린 것이 현 산란계 업계의 현실인 것이다.

불황 장기화 예고

현재 대부분의 농가는 매일 생산되는 계란을 쌓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계란 적체가 심화되고 있다. 계란은 신선도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게 되고 살충제 검출 파동으로 인식이 나빠진 현 시점에서 최악의 사태는 계속 누적되고 있다. 최근 전국의 1일 계란 생산량은 약 4,500만개로 추정되고 있으며, 소비감소와 맞물려 하루에 최소 1천만개 이상이 출하를 못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채란업이 어느 정도 심각한가? 산란 실용계 또한 지난해 12월 기준 7,271만수로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였다(도표1). 3개월 미만 병아리 사육수수는 전년 동기대비 10.9%가 증가하였고, 3~6월 사이에 있는 산란 후보 및 산란 계군은 무려 40.6%가 증가하면서 계란생산량 증가세가 지속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도표1> 연도별 산란계 사육수수 추이

지난 1월 육추사료 생산실적은 44,593톤으로 전년 동월 28,612톤 대비 무려 56%가 증가하였으며, 산란사료 또한 226,983톤이 생산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육추사료 생산실적은 금년도 산란에 가담하는 닭들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도표2에서 보듯이 2017년 3/4분기부터 육추사료 생산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간 산란사료는 2015년 41만톤, 2016년 39만톤, 2017년 42만톤으로 나타났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음은 심히 우려되는 바가 크다. 금년 1월에는 전년동월대비 5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면서 그 증가폭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도표2> 분기별 육추사료 변동 추이

산란종계입식수수 역시 지난해 AI 파동에도 불구하고 98만수로 전년대비 68%(15년 대비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것이 생산에 가담할 경우 현재 상황에 비춰 1년 이상 암흑기가 이어질 거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도표3). 즉, 금년 산란계 산업의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겪었던 불황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도표3> 연도별 산란종계 입식수수 추이

수급조절을 위한 자율감축과 정부개입

본회는 40주령이상 계군 환우, 조기도태, 산란계마릿수 쿼터제 도입 의견이 있었으나 특단의 조치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자율감축과 정부의 도움을 요청키로 하였다. 농가들은 스스로 감축을 결의하고 나섰다. 농장별로 사육 중인 산란계를 17% 도태키로 한 것이다. 현재 계란을 생산하고 있는 산란계는 약 5,500만수로 추정되고 있는데 산란계 적정 사육수수를 4,700만수(1인당 계란소비 260개 기준)로 보고 전국의 5만수 이상 농가를 대상으로 17%를 강제로 도태한다는 계획이다. 도태는 랜더링으로 처리하되 비용은 자부담으로 하는 계획이다.

또한, 향후 산란계 병아리 분양을 300만수로 제한하는 것을 부화장에 요구하여 협조를 받기로 했다. 정부에는 계란 수매비용이나 가공공장에 가공비와 냉동보관비 등을 지원하여 당장 팔리지 않는 계란을 처분하는 데 역량을 모아줄 것을 요청키로 하였다.

또한, 본회는 정부에 유통조절명령을 발동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유통조절 명령이란 농림축산식품부 고시(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다. 농수산물의 가격 폭등이나 폭락을 막기 위해 정부가 유통에 개입하여 해당 농수산물의 출하량을 조절하거나 최저가(최고가)를 임의 결정하는 제도로서 농수산물 유통(조절)명령제는 농가와 생산자단체가 협의하여 생산량·출하량 조절 등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 정부에 강제적인 규제명령 요청하고 정부에서는 유통명령의 불가피성을 검토한 후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이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명령을 발하는 제도이다. 축산물에는 아직 유통조절명령이 시행된 적은 없으나 농산물에서는 2003년 제주도 감귤에서 5년 동안 적용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본 사례가 있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추진해 볼 가치는 있다고 본다.

장기적인 쿼터제 방안 검토

앞서 언급했듯이 채란업 안정화를 위해 자율조절, 유통명령, 부화장 병아리 감축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단기적인 방안은 현재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 없다. 부화장 병아리 감축과 관련해서는 병아리 쿼터제를 통해 장기적인 로드맵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본다. 이미 과잉상태에 있는 현재의 산란계 수수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농가, 부화장, 정부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현재는 계란 가격이 낮아서 농가들이 주춤한 상태지만 만약 가격이 오르고 안정세에 접어들면 농장이 풀가동되면서 사육수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한 것이다. 따라서 7개의 부화장이 모일 수 있는 기회를 하루속히 만들어 매월 병아리 300~350만수대 유지를 목표로 철저한 감시(Cross Checking)를 통해 사육수수를 조절해 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과거 2~3차례 병아리 감축 운동이 시도된 바가 있다. 2004년에는 60만수 대에 달하는 PS를 42만수로 묶으면서 장기간 안정을 가져온 사례도 있으며, 2013년에는 병아리 분양을 1달간 중지하면서 사육수수를 조절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루어지다 보니 그 상황은 오래가지 못했으며, 오히려 병아리가격 상승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실효를 보지 못한 사례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비장한 각오로 케이지 면적 확대(단계적인 조치 계획)와 연계하여 부화장은 물론 실용계 농장들까지 함께 동참하여 사육수수를 줄여나가고 정부에서도 확실한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법적, 재정적 지원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