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계산업 현주소와 발전방안 - 계란의 가치에 대한 제고

  • 김선구 (부산대학교 축산학과, 밀양지부, 부산경남 크러스터사업)
  • Published : 2017.11.01

Abstract

Keywords

계란들이 뿔나있다

식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보니 계란이 수북이 쌓인 그릇이 식탁 위에 놓여 있다. 평소 같으면 사람 수에 맞춰 인심이나 쓰듯이 계란 한 개씩 제공했었는데 오늘은 계란 서비스가 푸짐하다. 그러나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은 것 같다. 요새 계란 살충제 검출 사태 때문에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계란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아우성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 영향으로 계란 공급이 떨어지자 외국산 계란을 수입한다고 요란을 떨었었는데 요새는 계란을 대하는 모습이 이전과 전혀 다르다. 조그만 의혹에도 소비자들의 심리는 언제나 민감한 법이다. 언론들의 경쟁적인 보도 때문이긴 하지만 계란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냉정하다. 문제가 되지 않는 계란들까지도 도매금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계란을 깨뜨려 뜨거운 탕 국물에 풀어 넣었다.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먹음직하게 변하였다. 계란은 일상 우리 식탁에 빼놓을 수 없는 식재료이다. 어느 식단에나 잘 어울려서 매일 먹어도 싫지 않다. 계란이 풀린 국물을 한 술씩 떠먹다 보니 옛 시절이 생각났다. 어린 시절에 살았던 시골집에는 닭을 예닐곱 마리 키웠다. 뒤뜰에 풀어놓아 키운 닭들이 알을 낳으면 하나둘 모았다가 장날이면 시장에 내다가 팔았다. 아니면 계란 장사 아주머니들이 미리 시골집을 방문하여 계란을 거두어 갔다.

당시 계란 저장고는 보리나 콩을 타작하여 담아 둔 항아리였다. 항아리에 저장된 알곡 속에 계란을 묻어두면 잘 보존되었다. 알곡 사이로 공기유통이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한 열흘 정도는 보관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보관이 잘못되거나 너무 오래 보관했던 계란들은 흔들어 보면 내용물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러한 것들은 상품으로 팔 수 없으므로 식구들 반찬으로 이용하였다. 푸성귀가 주체였던 식탁에 계란 반찬은 단연 돋보였다.

“할아버지, 계란 반찬 만들었으니 진지 잡수세요!”하고 이웃집에 놀러가 있는 할아버지에게 먼저 신고한 후에야 손자들도 계란 반찬을 맛볼 수 있었다. 때때로 계란은 시아버지 밥상을 준비해야 했던 며느리들에게 시름을 덜어 주는 구세주 역할도 했다. 가끔 귀한 손님이 오거나 아이들이 소풍 갈 때면 계란의 가치는 더 높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제사며 명절 음식 만들 때도 빼놓을 수 없는 귀중한 재료였다.

생활형편이 나아지면서 계란은 소비량도 많아지고 우리들의 생활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계란이 지니고 있는 여러가지 특성들 때문에 계란의 쓰임새가 많았다. 계란에 열을 가하면 내용물이 굳어진다. 삶은 계란은 그 자체로도 친근한 식품이지만, 여러 가지 모양으로 정형하여 식단에 등장한다. 반으로 자르거나 얇게 썰어 음식에 얹어주기도 하고 꽃 모양을 만들어 식단을 장식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샐러드로 즐길 수도 있다.

계란은 거품성을 갖고 있다. 빵이나 과자를 만들 때 계란을 섞어주면 제품을 부풀려 품질을 좋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 계란노른자는 기름과 잘 결합하는 성질을 갖고있다. 그러므로 여기에 식물성 기름과 각종 부자재를 섞어 마요네즈나 샐러드드레싱을 만들어 또 다른 별미를 제공해주고 있다. 계란 색깔을 이용하여 에그저키와 계란 파이를 만들기도 하고, 엔젤케이크, 에그스크램블에는 계란의 향취가 녹아있어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계란은 식용 이외에도 공업용, 의약품으로 그 용도가 많다. 샴푸와 화장비누의 재료가 되며, 에그 오일은 여성들의 얼굴 마사지용으로 효용성이 크다. 계란 껍데기를 이용하여 알 공예품을 만들어 실내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계란의 가치를 소비자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있을까?

근래 계란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하여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일상생활에 가장 접하기 쉬운 계란프라이가 여러 가지 모습으로 자태를 선보인다. 백색의 보료 같은 흰자위에 노른자를 태양처럼 얹힌 모습( Sunny side up), 노른자를 흰자 위로 포근히 감싸 안은 모습(Over easy), 흰자가 감싸고 있는 노른자를 반숙으로 익혀낸 모습(Over medium) 그리고 노른자까지 완숙시킨 모습(Over hard)들이다. 이들 계란프라이들이 펼치는 애교를 보면서 사람들은 각자 취향에 맞는 것을 골라 우아하게 식단을 즐기기도 한다.

계란들의 봉사와 희생은 여기에 그치지않는다. 조물주는 새 생명체를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포유동물들에게는 자궁에서 새끼를 키우도록 하지만, 닭을 위시하여 새들에게는 알 속에서 병아리를 키워내도록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계란 속에는 병아리가 커나가는데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지니게되었다. 계란 내 아미노산 조성은 사람의 젖과 비슷하고, 필수지방산, 비타민, 무기물이 풍부하다. 이러한 영양소를 두루 갖춘 계란을 만들어 내기 위하여 닭들은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다.

닭들은 먼저 사료를 통하여 섭취한 각종 영양소를 동원하여 난소에서 노른자를 만든다. 이것을 난관으로 보내어 그곳에서 분비된 흰자위가 노른자 주위를 둘러싸게 한다. 다음에는 자궁으로 보내어서 그곳에서 오랜시간 머물게 하고, 그동안 알껍데기를 만들어 계란을 완성시킨다. 대략 계란 하나가 만들어지는 데 열흘이 소요된다. 이와 같은 각고의 노력으로 만들어 낸 계란을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탈취하고 있는 셈이다. 감사한 마음이라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고 되뇌어 본다.

식탁 위에 놓여있는 계란을 들고 찬찬히 그 모습을 관찰하였다. 둥그스름한 모양새와 신선한 색감이 하나의 예술품처럼 친근감을 준다. 어린이들 교육재료로 썼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들이 계란을 좋아하는 이유는 맛과 영양소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계란이 지니고 있는 예술성과 친근감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어미의 자궁을 거쳐 나왔다는 동질감은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계란은 살아있는 생명체이다. 계란 껍질 표면에는 수천 개의 작은 구멍들이 나 있다. 계란은 이 구멍을 통하여 호흡하고 병원균의 침투를 방어하며 신선도를 유지한다. 계란이 살아있다는 사실은 생명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고 어린이들의 정서함양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계란 그 자체가 교육적인 효과를 지니고 있다.

계란은 가난한 집, 부유한 집, 젊은이, 노인 가리지 않고 찾아간다.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좋아하며 최대의 서비스를 자처한다. 한때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성인들로부터 외면당했지만 이제 심장병과 관련이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오히려 혈류관계 질병을 예방하고 건강식품으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노인들이 섭취하면 시력을 건강하게 유지해 준다. 임신부들에게는 태아의 건강을 도와주고, 폐경기 여성들에게는 골다공증을 예방해 준다. 신선한 계란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자들과 친해지려 한다. 매일 계란 두 개씩 먹으면 건강에 좋다고 설득해왔다. 요새는 끼니마다 계란 한 개씩 식탁에 올려놓으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처럼 계란들의 적극적인 공세와 애원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 계란 살충제 검출을 질타하는 데는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죄 없는 계란까지 냉대하는 소비자들의 처사에는 당연히 항의 하고 싶어진다. 그래서 요새 계란들은 외치고 있다.

“그래, 나를 멀리하고 얼마나 버티는지 두고 보자” “얼마 못 가서 우리에게 손짓할 텐데. 그때까지만 참고 견뎌내 보자” 진정성을 몰라주는 소비자들을 향하여 계란들이 뿔이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