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가금진료연구소 양계 질병 동향 - 10월은 AI 발생에 적극 대비해야 할 때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반석LTC)
  • Published : 2017.10.01

Abstract

Keywords

작년 11월 16일에 시작하여 올해 4월까지 지속 발생하였던 고병원성 AI(이하‘AI’)는 산란계만 무려 2,500만수 이상을 살처분하게 하는 등 사상 초유의 피해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AI 발생으로 인해 많은 농가가 극심한 어려움을 겪었으며, 아직도 AI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농가들이 많은 상황에서, 다시 AI가 발생하기 쉬운 10월이 된 것이다. 과거의 AI 발생 경험에 비추어볼 때 10월은 우리나라 가금사육농장에서 AI가 발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사실 우리나라의 과거 AI 발생보고 공식기록들을 보면 최초로 AI가 발생한 날짜가 10월인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가금사육농장에서 AI가 10월 중에 발생하였다는 자료들이 있으며, 농가들은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지금부터 AI 발생에 대비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업계, 그리고 농가들은 내년 2월에 우리나라 평창에서 개최되는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어떻게든 AI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바, 이번 호에서는 과거의 AI 발생사례들을 통해 국내 AI 발생 위험시기를 정확히 인식하고, 다시는 AI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방법에 관해 기술하고자 한다.

1. 우리나라에서 AI가 10월에 최초로 발생하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

1) 2003년 국내 최초 발생 시 역학조사 자료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12월에 AI가 최초로 발생한 것으로 되어 있다. 발생한 축종은 종계였으며, 많은 분이 해당 농장에서 폐사된 닭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AI를 겪은 농가들의 긴장도는 매우 높았으며, 앞으로 업계에 닥칠 위기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AI는 102일간 지속하면서 392 농가의 528만 5천 수의 가금을 살처분하고서야 종식되었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당시 발생한 AI에 대한 역학 조사결과들에서 국내에서 최초로 발생한 농가가 2003년 12월의 종계 농가가 아닌 10월 말에서 11월 초까지 충남의 한 종오리농장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근거들이 제시되었다는 것이다.

2) 2016년 발생 시 역학조사 자료

작년에 발생하였던 AI도 11월 16일 최초로 신고가 있었던 농가보다 앞서 발생한 농장들이 있었음을 추정할 만한 근거들이 있다. 발생농장에서 생존한 오리의 항체역가를 통해 보면 최초 발생일이 11월 16일이 아니고 10월 말~11월 초로 추정되는 것이다. 위 사실들로 볼 때, 2006년 11월과 2010년 12월, 그리고 2014년 1월의 AI 발생도 최초신고보다 앞서 발생한 농가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2003년과 2016년의 사례만 보더라도 10월이 AI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국내 철새 도래 관련 자료

2003년 국내에 최초로 유입된 AI 바이러스는 철새의 이동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발표되었었다. 이후에도 국내 AI 발생과 철새 도래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고하는 많은 자료가 있었다. <표1>은 환경부에서 발표한 2014년과 2015년 10월에 확인된 철새 도래 현황이며, <그림1>은 ‘AI 발생 가금농가와 야생조류 양성지점에 대한 시·공간적 클러스터 분석 결과’로 야생조류와 가금 사육 농장의 AI 발생 연관성을 설명해 주는 자료이다.

표 1. 10월 국내 철새 도래 현황(출처 : 환경부)

<그림1> HPAI 발생 가금농가와 야생조류 양성지점에 대한 시·공간적 클러스터 분석 결과

(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해에는 예외 없이 국내 가금사육 농가에서 AI가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철새의 처음 도래 시기가 대부분 10월임을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에서 AI가 최초로 발생한 것이 10월이라는 것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2. AI 발생 위험평가 및 대책

우리나라의 AI 발생과 중국의 AI 발생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여러 경로를 통해 입증되고 있으며, 지난해에 발생하였던 AI인 H5N6 바이러스에 대한 유전자분석 결과에 의해서도 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졌었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AI 발생이 잦은 중국과 지정학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것이 AI 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앞으로도 세계 여러 나라와 지역에서 야생조류 및 사육 농가의 가금에서 AI의 발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 사실들로 미루어 볼 때 우리나라는 올해도 AI의 발생 위험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미리 예상하고 준비하여야 한다.

과거의 발생경험을 통해 볼 때 우리가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여야 하는 사항들은 아래와 같다.

1) 먼저 농가 단위의 차단 방역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사실상 AI 발생대비는 사육 농가 단위의 차단 방역이 가장 중요하다. 아래 사항들을 한 번쯤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았으면 한다.

(1) 실행적 측면의 차단 방역 적극적으로 실시

차단 방역은 방역시설의 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실질적으로 어떻게 차단 방역 조치들을 이행하느냐 하는 실행적 측면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시설이 잘 되어 있다 하더라도 농장주의 방역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과거에 AI가 발생한 농장들이 모두 방역시설이 미비하여 발생하였던 것은 아니다. 불필요한 농장 출입의 통제, 세척과 소독의 병행 시행, 전실의 설치 및 위생적관리, 그리고 축사 전용 신발의 사용에 문제점이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꼼꼼한 점검과 조치가 중요하다.

(2) 설치류, 야생동물 및 야생조류 등에 대한 대책 수립

가금사육 농장으로의 AI 바이러스 유입에 관여하는 위험요인 가운데 실질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것이 설치류, 야생동물 및 야생조류를 관리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관심을 두고 차단망과 차단벽 등 이들의 접근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물들을 설치하고, 지역(시·군·면 등) 단위로 구서작업을 지속해서 실시하며, 이들이 축사에 접근하는 유인물(흘린 사료나 폐사체 등) 등을 제거한다면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3) 잦은 왕래가 이루어지는 대상에 대한 특별 관리

지난해부터 발생하였던 AI가 산란계 농장에 집중되었던 원인으로 계란 및 종란의 수송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식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그 결과로 최근 많은 농가가 계란 및 종란에 대한 인수도장을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 이에 대한 대책을 수준 높게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한 농가도 빠짐없이 계란 및 종란수송과 관련하여 더욱 철저한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계란 및 종란수송 외에도 농가에 진입하는 각종 서비스 관련 출입사항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4) AI 발생을 가정한 방역활동 시행

지금도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어딘가에서 AI가 발생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방역활동을 해주시기를 당부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AI 발생은 최초신고농장보다 앞서 발생한 농장이 확인된 사례가 많다. 따라서 가금사육 농가들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AI가 발생하고 있고, 어떤 확인되지 않은 매개체에 의해 우리 농장에 AI 바이러스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방역활동을 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AI 발생을 예방하는 것은 10월을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하느냐에 의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에서도 특별방역 기간을 10월부터 설정하여 AI에 대비하고 있는데, 이 역시 앞서 설명한 AI의 발생 시기에 맞춰 총력방역을 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철새가 AI 바이러스를 국내에 유입시킬 것이 예상되지만, 농가 단위의 철저한 대비로 철새에서 AI 바이러스가 확인된다 하더라도 사육농장의 가금에서는 AI 발생이 확인되지 않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