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연도별로 발생한 AI 바이러스의 특성과 새로운 발생상황 국면의 시작
1) 연도별로 발생한 AI 바이러스의 아형(subtype)과 병원성
2016년 가을이후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고 병원성 AI는 최초 H5N6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에서 금년 2월 이후에는 H5N8형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바뀌었다. H5N6형은 지난해 11월 16일 전남 해남의 산란계 농장과 충북 음성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금년 초까지 산란계 농장에 발생하여 막대한 피해를 주었고, H5N8형은 금년 2월 6일에 전북 김제의 산란계 농장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3월 중순까지 종계, 백세미, 육용오리 및 종오리, 그리고 산란계 농장에서 발생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 발생하고 있는 고병원성 AI의 특징은,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한 이래 2016년 4월까지는 H5N1형 1종(아형:subtype)만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유행하였던 반면 이번에는 다양한 종류의 AI 바이러스 아형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에 최초로 발생한 H5N6형은 과거와는 달리 산란계 농장 과육용 오리농장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피해를 주었다가, 2월 이후부터는 H5N8형이 이어서 발생하고 있는 것도 과거와는 다른 특징 중의 하나이다.
이번에 H5N6형 바이러스에 의한 AI가 국내 산란계 농장에서 폭발적으로 발생하여 큰 피해를 준 정확한 원인은 몇몇 발생원인 외에는 아직까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H5N6형의 병원성이 상당히 높아서 산란계 농장에 큰 피해를 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H5N6형의 병원성은 과거에 발생하였던 H5N1형의 병원성과 서로 비슷하여 단순히 H5N6형의 병원성이 높아 산란계 농장에 큰 피해를 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2014년부터 2016년 봄까지 유행하였던 H5N8형(고창 바이러스) 의병 원성은 과거에 발생하였던 H5N1형이나 이번에 발생한 H5N6형보다는 병원성이 약하다고 한다. 그러나 금년 2월 6일 전북 김제에서 새롭게 발생하여 확산되고 있는 H5N8형은 과거 2014~16년 국내에서 유행하였던 H5N8형(고창 바이러스)보다는 병원성이 높아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번 H5N6형은 5가지의 세부 유형이 국내에 유입되어 이중 4가지가 가금농장에서 유행하였다. 과거에는 1~2종의 유형만이 유행하여 바이러스가 인접농장으로 전파되었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데 제한이 있었으나, 이번 발생의 경우 역학조사 결과 동일지역에서 같은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아 ‘인근 전파’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2)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AI 발생상황
이번에 발생한 H5N6형은 오리에서도 높은 병원성을 나타냈으며, 발병 시 신속하게 신고가 이루어져 살처분되는 관계로 오리농장에서 항체가 생기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달리 육용오리와 종오리농장에서 항체가 검출된 사례가 나타났다. 결국 이번에 발생한 H5N6형이 병원성이강하기는 하였으나 AI 바이러스가 생존하여 번식·전파하기에 최적 동물인 오리에서는 어느 정도의 폐사(육용오리)와 산란율의 저하(종오리)만 극복하면 회복이 되어 AI를 전파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오리농가들이 고병원성 AI의 임상증상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그냥 지나가는 경우에는 인접 농장과 타 지역으로의 수평전파(기계적 전파)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또한 2월 6일부터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몇 개 농장(경남 고성의 육용오리, 경기 고양의 산란계 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농장에서 H5N8형의 발생이 이어지고 있어 AI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발생에서 과거와 달리 전남지역의 육용오리 농장에서 AI의 발생이 많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는, 지난해 말과 올 초에 전북지역의 육용오리농가에서 AI의 발생이 이어지면서 전북과 전남에 육용오리의 입식이 많지 않았기(평소 입식 수준의 30% 정도만을 입식하였음) 때문이다. 그러나 2월 중순 이후로는 상당수의 육용오리 농가들이 입식이 늘었기 때문에 3월 중순 에이 지역에 일부 계열회사를 중심으로 AI 발생이 산발적으로 일어났는데, 4월 초 이후의 발생상 황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3) 고병원성 AI의 장기화 위험성
최근 한 육용오리농장이 3개의 부화장으로부터 분양받은 새끼오리에 대하여 AI 항체를 검사한 결과 항체가 확인된 사례가 있었다. 원인 분석을 위해 3개의 부화장에 종란을 공급한 종오리농장에 대하여 AI 항체를 검사한 결과, 그중 한 곳에서 아주 적은 량의 AI 항체가 확인되었으나 이는 비특이 반응에 의한 결과로 보일 정도일 뿐 정확하게 원인제공 종오리농장을 가려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AI에 감염되어 항체가 생겼다가 이후 소실되었을 것으로 추정이 되긴 하지만 정확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재차 추가 정밀검사를 통해 AI 감염 후 회복되어 항체가 생긴 종오리농장이 밝혀짐에 따라 해당 종오리농장의 살처분을 실시하였다. 종오리가 AI가 감염되었다가 회복된 상황에서 생산된 종란은 부화장에 공급되어, 28일간의 부화 기간과 새끼오리에서 확인한 일령(금번 케이스는 7 일령) 등을 고려하면, 최소 35일 동안 AI의 전파 위험에 노출된 안타까운 상황인 셈이다. 이렇게 AI 발생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신고가 지연되면 수평전파의 위험성이 높은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이 또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또 다른 사례로, 3월 초 전남에서 AI가 발생한 종오리농장의 부화장에서 분양된 새끼오리를 예방적으로 살처분하는 과정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확인된 바 있다. 이는 오리부화장에서 새끼오리를 분양할 때 사용하는 분양 상자를 재사용함으로써 분양 상자를 통하여 AI가 전파된 사례로 볼 수 있어, 오리부화장의 새끼오리 분양 관련 AI 전파 위험성은 비교적 높다고 볼 수 있다.
만일 4월 중에도 AI의 발생이 지속된다면 호남 지역 등 AI 방역대가 해제된 지역을 포함한 가금사육농가의 입식이 늘어날 것이 예상되므로 향후 AI가 장기화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어 가금 사육 농가들은 이에 대비한 차단방역에 최대한 힘써야 할 것이다.
지금은 축종에 관계없이 AI의 발생이 이어지고 있어 조금도 안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의 아형이 2014~16년에 유행하였던 바이러스의 아형과 같아 그때의 안 좋았던 상황이 재현되지 않는다고는 아무도 보장할 수 없다. 지난해 말 H5N6형 바이러스가 출현했을 당시 혹시라도 과거의 H5N8형 바이러스가 다시 출현할 경우 방역 상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지금 그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축산농가 등 방역 주체들의 AI에 대한 철저한 차단방역 및 온 국민들의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