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석가금진료연구소 양계 질병 동향 - 이번 AI(H5N6)의 특성과 주요 전파원인 분석(2)

  • 손영호 (반석가금진료연구소 반석LTC)
  • Published : 2017.03.01

Abstract

Keywords

4. 이번 H5N6형 AI 바이러스의 주요 유입 및 전파원인

1) 철새에 의한 유입 및 전파

최근 철새 등 야생조류의 이동으로 AI 바이러스가 대륙 간에 전파됨을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있었다(사이언스 2016년 10월호). 실제로 고병원성 AI가 여러 대륙에서 철새의 이동경로(fly-way)를 따라 발생하고 있고, 이번에 국내에서 발생한 AI도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결과에 의하면 철새에 의하여 바이러스가 유입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즉, 지난해 10월 중순 이전에 철새에 의하여 광범위한 지역에 AI 바이러스가 유입된 후 인근 농장으로 빠르게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발생 기간 중 철새의 분변에 대하여 AI 바이러스를 검사해 본 결과,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종류의 아형들(H5N6, H5N8, H7N7 등)이 동시에 분리되었고, 이중 고병원성 AI를 일으켰던 H5N6형은 다섯 가지의 세부 유형이 동시에 유행하고 있음이 확인되어, 과거의(14.1~16.4) H5N8형이 3가지 유형의 바이러스가 확인되어 이 중 한 가지 유형만이 주로 유행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AI의 발생이 반복되면서 점점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철새에 의해 유입되고 있고, 그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철새에 의하여 AI 바이러스가 다량 유입되면 이번처럼 초기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는 점과 철새의 이동 및 유입시기에는 언제든 AI가 발생할 수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2) 발생농장 인근 전파

이번에 발생한 AI에 대하여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바이러스의 유형에 근거하여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의하면, 발생농장에서 인근으로 전파된 사례가 다수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유행하는 바이러스의 세부 유형까지 과학적으로 조사하여 발생 초기부터 확산 양상을 파악한 것은 과거에 비하여 전파 원인을 좀 더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으며, 이러한 방법으로 분석한 발생농장 인근 전파 원인들은 주로 아래와 같았다.

가. 살처분 및 매몰 지연에 의한 전파

현행‘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SOP)’상 살처분 및 매몰은 24시간 내에 완료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여러 농장에서 동시에 발생하였고, 사육규모가 큰 농장에서의 발생이 많아 매몰 인력 및 장소의 부족 등으로 살처분 및 매몰이 지연되어 AI가 인근 농장으로 전파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나. 분진에 의한 전파

AI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AI가 발생된 후 농장에서 바이러스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발생하는 각종 분진(살처분 및 매몰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진 등)에 의한 전파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는 없다. 과거에도 봄철에 AI가 발생한 경우 계절적으로 심하게 부는 바람 속 분진에 의한 전파 가능성들이 지적되어 왔으며, 이번 산란계 농장의 발생 예에서도 살처분 및 매몰이 지연되어 이 사이에 배기 팬에 의해 계사 밖으로 배출되는 분진에 의하여 농장 주변으로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지적되었었다. 농장에서 AI 발생이 의심되면 농장에서는 방역당국에 신고하고, 방역당국에서는 조사하여 필요하면 살처분 및 매몰을 하게 되는 데, 사실 바이러스는 살처분 및 매몰 작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배기 팬에 의하여 분진의 형태로 계사 밖으로 배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빠른 진단과 조치는 매우 중요하며, 완벽한 차단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다. 설치류나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

다수의 농장에서 인근 전파의 사례가 확인되면서 설치류나 야생고양이 등에 의한 전파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이 많았었다. 농장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설치류나 야생동물에 의한 전파를 완벽하게 차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농장에서 농장으로 이동하는 설치류나 야생동물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려면 상당한 시설의 보완과 강화된 조치들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3) 원거리 전파

원거리 농장 간 AI의 전파는 주로 오염된 차량이나 물품, 그리고 사람 등에 의한 기계적인 전파가 많았다.

가. 오염된 차량이나 물품에 의한 전파

과거에는 육계농장에서의 AI 발생 사례가 많지 않았으나 이번에는 다수의 육계농장에서도 AI가 발생하였다. 과거에 육계농장에서 AI가 발생하지 않았던 주원인은 육계농장들이 올인올 아웃 시스템을 잘 지켜 출하차량에 의해 농장이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농장에 남아 있는 닭이 없어 AI의 발생이 없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육계농장에서도 AI가 발생하였는데, 발생한 농가의 대부분이 올인올 아웃 시스템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농장들이었다고 한다. 동일 령의 닭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한꺼번에 출하하지 못한 경우 남아 있던 닭에서 발생하였거나, 다일 령의 닭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한 일령의 닭을 출하하고 농장에 남아있던 다른 일령의 닭에서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농장 들은 주로 닭을 출하할 때 오염된 차량이나 물품에 의해 남아있던 닭에 바이러스가 감염되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으로, AI를 예방함에 있어 올인올 아웃 시스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된 셈이다. 산란계 농장에서의 AI는 주로 오염된 계란 수송차량이나 팔레트 등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어 이들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었다. 산란계 농장에는 계란 수송차량 외에도 사료나 계분을 운반하는 차량들의 출입이 많아 이들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였다.

나. 백신접종팀에 의한 전파

백신접종팀은 닭과 직접 접촉하는 인력으로 농장에 출입할 때 적절한 조치가 안 될 경우 질병을 전파시킬 위험성이 비교적 높다고 봐야 한다. 이번에 산란계 농장의 AI 발생 사례를 분석해 보면, 백신 접종 대상 주령의 계군에서 백신 접종 팀이 다녀 간 후 AI가 발생한 사례가 많았었는데 이는 백신접종팀에 의한 전파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공수정사도 닭과 직접 접촉하는 관계로 백신접종팀과 유사하게 AI를 전파시킬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대비하여야 한다.

4) 기타 전파

가. 랜더링(혹은 소각)에 의한 전파

랜더링에 의한 사체 처리는 매몰법과는 달리 처리 후 매몰지가 남지 않아서 사육농가나 지자체 모두에게 사후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으며, 퇴비화 등이 가능(현행법으로는 불가)하여 AI 발생 시 매몰법을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처리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번 AI 발생기간에 이루어진 랜더링에 의한 처리는 두 가지의 큰 문제들을 남겼다. 하나는 이동식 랜더링(혹은 소각처리)을 실시할 경우 처리용량의 한계로 완전하게 처리하는데 상당히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대규모 사육농장에 대한 이동식 랜더링 처리는 처음부터 처리용량의 문제점을 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하여 지연처리되는 동안 인근에 AI 바이러스를 지속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원거리에 위치한 랜더링 처리 업체로 살처분한 사체를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방역조치가 미흡하여 이동 간에 주변을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높았으며, 랜더링 기계가 고장 나서 폐사체가 장기간 방치되는 문제점들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랜더링 기법은 이러한 문제점 들만 보완한다면 향후 국가 재난성 질병 발생 시 매몰법을 대신할 수 있는 유용한 처리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 잔반급여 농장의 AI전파

남은 음식물을 처리하여 가금에게 급여하는 방법에는 습식법과 건식법이 있다. 대부분의 농가에서는 주로 습식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습식법은 음식물을 100℃에서 30분간 끓여서 사료로 사용하는 것이다. 끓인 음식물에 AI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으나 이러한 사료를 운반하는 차량에 의해 AI가 전파될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는 것이다. 매번 AI가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발생 원인으로 지적된 것 중의 하나가 잔반 급여로 인한 발생이었고, 이번에도 잔반 급여로 인한 발생 사례가 있었는데, 이번 잔반 사용 농가의 발생 건에서는 신고지연과 차량관리의 문제 등으로 인근 농장에 AI를 전파시켰다는 분석이 있었던 관계로 잔반을 사료로 사용할 때는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