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易地思之(역지사지)

  • 김동기 (한국양계농협, 월간양계)
  • Published : 2017.03.01

Abstract

Keywords

작년 11월 16일 이후 HPAI로 인해 우리 양계산업은 사상 유래의 큰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상 최대 수천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당하였고, 급기야 계란의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미국, 스페인 등지에서의 계란 수입 과정 중 정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인과 소비자의 생각 차이로 인해 농가들은 계속 속앓이를 하였다.

HPAI 확산의 주요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에게 더 책임이 있는지, 향후 조치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러한 환경에서 양계업을 계속할 수는 있는지, 백신을 실시해야 하는지 등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나, 서로 간의 입장 차이로 인한 자기중심적인 주장들만 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방역회의나 관련 포럼에 나가보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각자 자기의 주장만 쏟아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답답하고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상대방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서로의 입장을 조금만이라도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

한편, 이미 살처분되어 입식을 준비하고 있는 농가들은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AI 보상금은 줄어들었고, 아직도 간간이 AI가 발생되고 있는 상황이라 입식 시기는 계속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입식을 하고 싶어도 현재 종계 50% 이상이 살처분된 이후라 병아리 구하기가 어려우며 병아리 가격 또한 2,000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70 일령 중추 가격은 7,000~8,000원까지 형성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AI로 인해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탄핵정국 문제로 인해 정치권은 커다란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고 있다. 탄핵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와 상관없이 후폭풍이 예상되는 것이 기정사실이다. 여러 곳에서 반목과 대립 속에서 상대방의 입장은 헤아리지 못한 채 평행선만 걷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우리의 현재 모습이다.

세계정세가 자국의 보호주의 및 국가주의로 대치되는 상황에서 정치집단의 이해득실로 인해 내부적으로 더욱 꼬여만 가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력 낭비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으며 일본, 중국, 미국 또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집요 하게 우리의 심기를 건드리며 불난 집에 부채질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다 할 것이다.

아놀드 토인비는 역사연구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응전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쇠퇴는 주로 내부적인 원인에서 온다. 창조적 소수가 현재의 성공에 만족해 자아도취에 빠지고 이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안이하게 대처해 문명이 쇠퇴의 길을 겪게 된다”고 말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매정 한국 제정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절실한 때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여 본다는 의미의 易地思之가 실제 상황에서 잘 실천되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성경에도 황금률(the golden rule)이라 불리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성구가 있다. 이것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덕목이요 도리임을 일깨워주는 말씀이라 할 것이다.

‘소통(疏通)’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 시대에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으로 내 욕심만 독식할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태도가 절실하다. 이제 봄이 오고 있다. 양계산업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며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버리고 소통과 화합의 자세로 한발 한발 내딛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