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AI 예방,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 정석찬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 Published : 2016.03.01

Abstract

Keywords

2016 년 1월 16일에 시작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는 약 2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390여 농가에서 발생하여 약 1,900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매몰시켰다. 이로 인해서 많은 농가가 큰 피해를 입었고, 인체 감염 우려로 인한 소비자의 식품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우리 사회가 떠안은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면 그 피해는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다. 

다행히 지난 2015년 11월 15일 이후에 AI는 발생하지 않고 2월 28일 청정화가 선언되어 한시름 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현재의 농장 현실이나 매년 도래하는 철새, 그리고 주변에 AI 상재국이 위치한 우리나라의 지리적 위치로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 AI는 닭, 오리, 메추리 등 조류에게 나타나는 바이러스에 의한 전염성 질병이다. 고병원성 AI는 식욕부진, 설사, 산란저하, 청색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닭에서는 거의 100% 폐사를 일으키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지금까지 유효한 치료법이 없는 가축의 제1종 법정전염병이다. 물론 AI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감염된 가금류가 모두 죽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오리류는 고병원성 AI에 걸리더라도 특별한 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경우도 많다.

AI는 감염된 야생조류와의 접촉이나 감염된 조류의 배설물 또는 분비물에 직접 노출됨으로써 전파된다. 사람(신발, 의류), 축산 기구, 차량 등에 오염된 매개물의 이동을 통해 확산된다. 더구나 감염된 가금류에서 배출된 바이러스는 1개월 이상 환경에 살아남아 있으면서 전염원이 되기 때문에 확산을 완벽하게 차단하기가 쉽지는 않다. 

최근 우리나라의 구제역 발생상황을 지켜보면서 “AI 만큼은 백신접종을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아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다만, 만약의 비상사태에 대비하여 ‘긴급백신’개발은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AI는 구제역보다 백신접종으로 예방하기가 훨씬 어렵다. 백신접종은 AI의 확산을 저지할 수는 있지만 완전하게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첫째, 백신접종을 하여도 임상증상이 없거나 완화되게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바이러스의 감염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AI 바이러스는 종류가 많고 변이가 쉽게 일어나, 백신을 개발하기도 어렵지만 개발된 백신과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유입된다면 방어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가금은 사육형태나 종류가 다양하고 사육기간도 짧아서 모든 개체에 백신을 접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더구나 우리나라에서 고병원성 AI가 많이 발생하였던 오리의 경우는 백신효능을 기대하기가 더 어렵다. 따라서 백신접종을 하더라도 예찰이나 차단방역은 물론, AI가 발생하면 또 다시 살처분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최근 유행한 메르스, 사스 등은 모두 동물에서 사람으로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이제 인간의 건강과 동물의 질병을 따로 떼어 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AI는 조류에서 사람으로 감염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인수공통전염병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전염병이 국경을 넘는데 몇 년이 걸렸지만 이제는 몇 주일에서 몇 달 내에 전 세계로 전파될 수 있다. 더구나 AI는 철새가 전파할 수 있어서 국경이 없는 질병이다. 그리고 AI 상재국인 중국 등 인접한 동남아국가에서는 H5N1, H5N6, H7N9 등 인체감염예가 발생하고 있어서 우리나라도 AI가 지속해서 발생한다면 앞으로 인체감염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실정이다.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H5N1은 유럽지역의 야생조류에 존재하고 있던 저병원성 H5형 바이러스가 변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또한 미국의 칠면조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H7N8은 감염되어 있던 저병원성 H7N8 바이러스가 변이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겨울 국내 야생조류에서는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저병원성 H5 및 H7 바이러스는 지속적으로 분리되고 있다. 이들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으로 변이되어 AI가 발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5차례나 AI가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어서 안이한 대응으로는 예방이 불가능하다. 실패로부터 얻은 많은 가르침과 교훈을 바탕으로 과거의 절망보다는 미래의 희망을 선택해야한다. 앞으로 가금 산업의 행복한 미래 일터를 위해서는 AI 발생에 따른 피해를 방역정책이나 철새를 탓하기보다는 냉정하게 내 농장의 방역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에서 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AI 예방을 위해 농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농가에서 AI의 전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농장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다. “소를 잃은 후에라도 외양간은 고쳐야한다”외양간을 고쳐서 AI가 농장으로 침입할 수 있는 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다른 것은 몰라도 농장의 차단방역 시설만은 제대로 갖추어야 한다. 나중보다는 지금에 해야 할 일은 AI가 발생한 후의 방역조치가 아니라 ‘상시적인농장 차단방역’으로 AI 침입을 사전에 막는 것이다. 

AI가 외부로부터 농장내로 들어올 수 있는 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감염된 가금을 입식하는 경우로서 AI가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 가금을 구입하지 않으면 쉽게 막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차량이나 사람이 AI 바이러스를 묻혀서 농장내로 전염시키는 경우이다. 이것은 가금을 사육하는 농장에서는 항상 전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철저하고 상시적인 차단방역으로 막아야 한다.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차단방역은 농장 출입구와 축사 출입구에서의 철저한 통제와 소독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농장입구에서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하는지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농장에서는 분변 속의 병원체를 파괴할 수 있도록 유기물 기준으로 소독을 실시해야한다. AI 뿐만아니라 다른 전염병의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농장 입구에서의 소독과 통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AI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인 계사의 전실이 있는가? 만약에 전실이 없다면 AI의 예방은 예초부터 거의 불가능하다. 전실에서 전용 장화를 갈아 신고 소독을 하는 것은 농장 차단방역의 핵심이다. 특히 AI가 발생하고 있는 위험한 시기에는 반드시 실천해야한다. 

내일 불행해 지더라도 오늘 이익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더 큰 불행을 낳는다. 제대로 막지 않으면 골키퍼가 있어도 골은 들어간다. 미래 가금 산업에서 AI 예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하고, 내 농가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농장 차단방역을 제대로 실천해야 한다. 질병을 예방하는데 비법은 없다. 평소에 쉬워 보이는 길 보다는 어려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장에는 힘들지만 미래는 밝다. AI 예방은 가금 산업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