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사양관리 포인트 - 봄철 육계 사양관리 포인트

  • 홍성철 (더원(The ONE) 바이오포텍)
  • Published : 2016.03.01

Abstract

Keywords

봄철 높은 생산지수 비결, AAR기록부

사육이 끝나면 해방감을 만끽하며 그 순간을 즐기는 사양가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는 목표한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다. 아쉽지만 다음 번에 더 좋은 결과를 기약하며 다시 한 해를 준비하는 사양가는 다시 자신과의 싸움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싸움의 모습이 사람에 따라 좀 다르다. 어떤 사양가는 새 마음 새 뜻으로 입추 준비를 한다. 힘들었던 과거를 깨끗하게 잊고, 협력소장과 사육부 담당자 말만 믿으며, 범람하는 축산 잡지의 좋다는 이론만 잔뜩 머리 속에 우겨 넣은 채, 오늘도 동네 동물병원 수의사가 아무개네 농장은 이걸 썼더니 홈런 쳤다는 말만 듣고 주문부터 해버린다. 반면에 정반대로 움직이는 사양가도 있다. 안타까운 기억이지만 이번 사육을 입추 전 청소부터 사양 기록부를 보면서 복기하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그 당시 미처 생각하거나 보지 못한 실패 요소가 무엇이었을까 찬찬히 꼼꼼하게 되뇌인다. 그리고 자기가 멘토로 삼거나 축산 잡지에서 그와 비슷한 내용을 언급했던 전문가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을 정리하여 찾아 전화를 하거나 만나러 가서 복기한 내용들을 상의한다. 

둘 중 어떤 사양가가 다음번 사육에서 웃을 확률이 높을까? 닭 좀 안다는 모든 사람들이 언급하는 봄·가을 환절기, 혹서기, 혹한기는 어김없이 되돌아 오고, 그 대답들은 필자를 포함하여 뻔하다. 결국 지면만 채우는 글자 매트릭스 뿐이다. 여러분의 농장은 같은 건축업자가 만들고, 급이기·급수기 브랜드가 같고, 다 같은 크로스 또는 굴뚝 환기라고 해도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한 곳뿐이다. 단언컨대 같은 곳은 없다! 아마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대개는 후자, 즉 실패한 요소를 자신만의 '오답노트'로 정리해 '이미지(상상) 사육'을 거쳐 복습해 본 쪽이 더 좋은 성적을 받는다. 실제로 만나는 A급 농장 사양가들은 성적비결에 관해서 다음 두 문장의 말만 한다. 시설이 좋던 나쁘던 “이 농장은 나밖에 사육 못해”와 “난 사료와 물밖에 주는 것 없어”이다. 그렇다. 이것은 매년 배출되는 수능 만점자의 인터뷰와 너무 똑같다. “특별한 과외는 하지 않고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고, 틀린 문제 유형을 정리해 반복해서 풀어본다 ”물론 거실에 사양 기록부, 즉 오늘 날짜, 폐사수와 오늘 남은 닭 숫자, 음수백신 투여량 정도를 적은 노트 한 권 있다고 성적이 오르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적고 활용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회사에 제출하기 위한 메모 정도의 것이 아니라, '왜' 문제가 생겼는지 이유를 분석해 보고 이를 어떻게 해결했어야 하는지 대책까지 수립하는 것이 완성이다. 

이번 글에서는 사양관리 방법은 소개하지 않는다. 3월 다른 축산 전문지와 인터넷 언론, 축산기술 연구소, 검역원 등 수많은 곳에서 봄철환절기 사양관리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홍수처럼 쏟아낼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제일 먼저 작년, 제작년, 더 있으면 더 옛날 3~4월 사양기록부를 꺼낼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커피 한잔 진하게 타서 카페인으로 뇌를 깨우고 그 날을 복기하면서 읽어 보기를 권한다. 시작한 지 얼마 안된 분들이나, 작성을 한번도 안 하신 분들은 빈 사양 기록부에 내가 무엇을 기록해야 할지 이미지 트레이닝(상상 사육)을 권한다. 이제부터 소개할 내용은 AAR(사후 강평, After Action Review)라는 미 육군의 교육훈련 성과향상을 위한 피드백 기법을 육계사육에 접목한 것으로, 대한민국에서는 필자가 유일하게 시도하는 것임을 밝힌다. 그리고, 각 농장의 개별적인 접목은 글 말미에 있는 연락처로 문의 바란다. 이유는 일반적인 이론은 각 개별 농장에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제발이 글을 읽을 때, 대한민국에서 여러분의 농장은 단 한 개(!)임을 꼭 기억하시길 바란다. 

1. BAR(Before Action Review) : 목표기준 점검

성공학의 제일 첫번째 요소는 목표 설정이고. 그 시작은 종이에 적는 것이다. 성공적인 성적을 위해서는 사양 기록부 맨 앞장에 유성펜으로 목표를 적는다. 목표는 내가 할 수 있는, 도달할 수 있는 성적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내가 할 수 있고 도달할 수 있는 것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병아리를 39g짜리 덤 3%로 받아, 99% 육성율에 FCR 1.50으로 생산지수 380이상을 찍는다…. 이것은 목표가 아니다. 꿈도 아주 흉몽에 가까운 꿈이다. 왜냐하면 여기서 사양가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협력소장은 히말라야 등정의 셀파와 같이 중요한 성공요소이다. 에베레스트 등정에서 산소 없이는 등반해도, 셀파 없이 한다는 말 들어본 적 있는가? 셀파는 단순히 짐꾼이 아니다. 가이드이자 짐을 운반해 주는 조력자이자 날씨와 지형등 난관을 헤쳐가는데 멘토이다. 이들은 계열회사의 최근 종계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다. 최근 분양되는 병아리 상태뿐만 아니라, 사료 원료 및 성적 등도 알고 있다. 지역별, 계군별 질병 발생 트랜드도 알고 있다. 

제일 먼저 이들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인 사실(fact)를 정보화 해야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유능한 협력소장 또는 양심있는 계열회사 사육부직원은 농장 사양가들에게 입추 준비 뿐만 아니라, 시세 예측이나 최근 질병 동향, 사료 상태를 고려하여 여러분에게 몇 일령에 세미, 하이로 갈지, 솎아서 대장균, 호흡기를 견디게 할 지 가이드 해준다. 이 말을 처음 듣는다면, 그만 이 글을 읽기를 권한다. 왜냐하면, 목표 설정조차 방법이없기 때문이다. 장담하거니와 아무리 노력해도 가을 닭외에는 300넘기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객관적인 정보를 기초로 리스크(병아리 평체 및 우열상황, 사료 성적, 종계 상태등)를 한정하였으면, 그에 대한 대응방안이 나와야 한다. 입추클리닝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그에 따른 각 주령말 목표 체중을 예측한 다음, 그에 따른 사료 섭취량을 계산하고, IB와 ND 백신 일령을 세팅한다. 그리고, 깔짚 상태를 보고 대장균과 호흡기, 스트레스, 전해질 제재 투여 시기를 미리 세팅하였다가 상황에 따라 밀(고)당(기기) 스케줄링을 해야 한다. 또한, 감보로도 중간독, 또는 중간독플러스로 할 지, 입추 병아리의 종계에 내성 가능성 항생제가 무엇일 지 파악하여 감수성이 있을 항생제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최근 국내 3월에는 큰 눈이 꼭 한번씩 오기 때문에 남쪽 농가도 예외없이 호흡기 대비 항생제 뿐만 아니라 계사 내부로 유입되는 눈 습기대비 팬 운용 프로그램도 머릿 속에 그려놔야 한다. 아무리 콕시듐이 없는 농장도 3~4월과 7월말 우기에는 꼭 터지므로, 급성으로 톨투라주릴을 쓸지, 암프롤리움이나 설파제로 누를 지를 미리 계획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이는 이럴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육계에서, 그것도 단기간 사육인데 문제부터 생각하고 목표로 임기응변을 가둬두면 농가에서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생산지수 360이상 A급 농가는 용어만 없다 뿐이지, 이와 같은 대응매뉴얼이 반드시 있고 이 필요성을 누구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문제 상황에 대한 사전 대응력을 높여 농장주뿐만 아니라, 사육부 관리자의 안심을 유도한 신뢰획득은 덤이다.

2. 3F: 실제 결과와 원인 분석

생떽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 이런 말이 나온다. “나는 지도를 보면서 길을 찾기 위해 하룻밤을 꼬박 세웠다. 하지만,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중요한 것은 현재 위치다. 사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27~30일 출하에서 내 닭이 지금 서 있는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 그게 시작이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출하를 할 수 있다. 

첫째 목표를 설정하였으면 두번째와 세번째 항목, 즉 실제 발생 결과와 그 원인을 적을 수 있다. 이 때는 3가지 원칙, 즉 3F(Fast, Free, Fact)를 지켜야 한다. 이것은 미군이 습관처럼 지키는 원칙이기도 한다. 첫번째 원칙은 신속함(Fast)이다. 사육은 매일 매일 진행된다.폐사가 몇 마리가 났건, 사료를 파헤쳤건, 연변을 누었건 오늘의 결과는 내일 저절로 개선되지 않는다. 이미 매일 매일의 30일 프로그램이 설정되어 있으므로, 위에 말한 AAR(사후 강평)을 매일 진행할 수 있다. 신계군 34g 병아리가 1주일 후 140g이 되어야 하는데, 입붙임 사료 미니 펠렛이 딱딱하여 4일이 되었는데도 많이 남았다면 얼른 전기C을 가루 많게 하여 들여와야 한다. 그리고, 각 동마다 출입구 쪽으로 1/3지점에 섹터를 쳐서 약추를 몰아 돋아 먹여야 한다. 이 알고리즘이 중요한 것이다. 

목표는 2가지로 설정되어져 있다. 병아리가 7일령에 140g이 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려면 4~5일에 입붙임 사료 섭취가 끝나야 한다(현재). 그 중 입붙이 사료 섭취 지연이라는 요소가 미달(결과)되면, 원인을 파악해서(미니 펠렛이 길고 딱딱하다) 빨리 예상했던 방안(전기-C을 가루 많게)으로 대응한다는 이 알고리즘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때, 신속하게 대처하게 되어 성적을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다. 두번째 원칙은 자유로움(Free)이다. 흔히, 사양 기록부에 사료 섭취량과 일령별 체중이 없다. 사양 표준에는 다 있는데, 농장은 측정하지 않으니 꿈속이고 안개 속이다. 그렇다고 ICT사업으로 F/B저울을 달아도 고장 나는 것 다 똑같고, 정확도를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사료 섭취량을 왜 알려고 하는가? 궁극적인 것은 닭이 제대로 잘 크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사양가가 하도 닭 체중을 안 측정하니까, 기업이나 정부에서 몇 천만원짜리 자금 지원해 주며 설치하는 것이다. 하우스 저울(앉음뱅이 저울)이나 닭전용 디지털 저울 사서 들고 다니며 동별 20여마리만 재면 다 끝나는 것인데 참 어렵게 일을 처리한다. 그냥 재서 손바닥이건, 포스트잇 메모지이건 동별로 체크하고 끼워놓고 출하 후 기입하면 되는데…. 이 AAR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러한 비본질적 요소를 무시하고, 효과적으로 자유롭게 일하면 된다. 

세번째 원칙은 사실(Fact)에 근거한 리뷰이다. 위에도 쓴 것처럼 체중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바로 그것이 사실(Fact)이다. 육계는 닭고기를 생산하는 산업이다. 즉, 체중이 모든 것의 기준인 셈이다. 체중이 미달되면, 원인을 찾고 이를 해결하면 된다. 사료 섭취 측정을 위한 F/B저울도 환기팬도 니플 급수기도 백신 프로그램도 사료의 기호성이나 물리적 품질도 결국은 닭을 살찌우기 위해서이고 그 근본은 체중이다.

3. SMT: 향후 보완 사항

AAR이 진정한 “사양관리의 오답노트”로써 의미를 가지려면 앞으로 유사한 문제 상황이 생길때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구체적 언급이 나와야 한다. 이 단계가 중요한 이유는 필자의 경험상 그 농장에서 발생한 문제는 반드시 다시 발생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의 대부분 회사 관계자, 즉 협력소장이건, 사육부 직원이건, 수의사이건, 사료회사 지역부장이건 농장 문 밖에 나가면 까맣게 다 잊는다. 가족처럼 생각하고, 고객의 입장으로 일한다고 하는 말 다 거짓이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수금과 월급이고, 수수료 뿐이다. 그들은 하루하루 그때밖에 살아가지 않기 때문에 사양가처럼 모든 것을 다 걸고 하는 경영자와 생각 자체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AAR 기록부는 농장 사양가에게 마지막 남은 보루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같은 문제를 마주 대하고 직접 작성하기에 심리적 저항감이 매우 크다. “바쁘다”라는 말로 변명하고, 병아리 때문에, 사료 때문에, 계사가 부실 공사라서 등등 남탓으로 일관한다. 그 결과는 내 농장 수익 감소로 이어지고, 성적 저하도 서러운데 B급, C급으로 평가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여담이지만, 막말로 유명한 미국 대통령 후보자 도널드 트럼프는 술, 담배, 마약을 하지 않는다. 지금 69살이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입에 댄 적이 없다고 한다. 아버지의 조그만 부동산 회사를 우리 돈 10조원 넘는 재벌로 키운 것에는 이와 같은 삶의 자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을까? 보완 사항을 정리할 때, 추상적인 것이 아닌 보다 정확한 행동 약속으로 뽑아낸다. 

이를 위해서 3가지 방법, 즉 구체적(specific)이고, 측정 가능(Measurable)하며, 정확한 기한(timed)으로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눈 습기 또는 사료 연변 등으로 깔짚이 질어졌을 때, ‘왕겨를 더 부을 것’이라던지‘팬을 돌려 습기를 뺀다’라는 식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이것은 축산 전문지에 기고할 때 모든 독자를 대상으로 두리뭉실하게 쓰는 말이다. ‘3동은 제일 바깥쪽에 논과 접하여 있으므로, 환기창(air-inlet)을 닫고 천장 팬을 음압으로 빼며, 벽면 결로 현상과 바닥 습까지 감안하여 3일에 2가마니 왕겨를 도포할 것(구체적, 측정가능, 기한)’와 같이 기술하고, 여기에 위에 쓴 3F가 객관적인 정보로 뒷받침해줘야 1년 뒤 사육에서 같은 실수를 방지하고 더 나아가 성적 상승과 수익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 우리가 겪는 많은 일에는 대부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이걸 그냥 흘려 보내느냐, 이를 또 다른 계기로 삼아 배움의 기회로 바꿔내느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이게 수익과 직결되는 사업, 특히 육계사육과 같이 단기적이고 예민하며 변수가 많은 것이라면 생각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성공을 했더라도 완벽한 것이 아니고, 실패를 했더라도 사양가의 잘못만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다음 번에도 비슷하거나 더 높은 성적, 이번과 비슷한 문제 상황에서 조금은 수월하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디딤돌을 놓아주는 것. 사육에서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AAR기록부와 같은 프로젝트 리뷰 도입이 필요하다. 사양기록부이든, 오답노트든 이름은 상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