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양계산업 현황과 과제 - 14/15 HPAI 발생과 예방대책

  • 이윤정 (농림축산검역본부 조류질병과 조류인플루엔자연구실)
  • Published : 2016.02.01

Abstract

Keywords

세척 후 소독으로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자

2014년 1월 16일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생한 H5N8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2015년 11월까지 야생조류에서 58건, 가금류에서 405건이 발생하여,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였던 HPAI 중 가장 긴 기간 동안, 가장 많이 발생한 기록을 남겼다. 비록 H5N8형 HPAI 발생을 우리나라가 처음 국제사회에 보고하기는 하였으나, 논문 등 자료에 의하면 2013년에서 2014년경 이미 중국 동부의 가금류에서 존재하였던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에 의해 우리나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가발생의 경우 야생조류에 의한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발생된 사례도 있으나, 많은 경우 사람, 동물, 차량 등의 이동에 의해 농가 간 전파가 이루어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또한,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총 14건으로 이례적으로 많은 H5N3형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가 야생조류 예찰과정에서 분리되었던 상황에서, 12월에 전남 해남의 육용오리 농가에서 우리나라 가금류에서는 처음으로 H5N3형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야생조류에 의해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유입되어 가금류 농가로 전파될 수 있는 위험성이 상존하며, 농가 간 전파 가능성도 높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14/15년 발생하였던 H5N8형 HPAI 발생상황을 돌이켜보고, 가금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를 예방하기 위하여 지켜야할 방역수칙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1. 우리나라 H5N8형 AI 발생현황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1월 16일 전북 고창의 종오리농가에서 H5N8형 HPAI가 처음으로 신고 되었다. 다음날 인근 부안의 육용오리 농가에서의 추가 신고를 시작으로 많은 가금류 농가에서 H5N8 바이러스가 분리되었다. 발생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역학조사반이 인근 동림저수지를 방문하였을 때 물위에 떠 있는 가창오리폐사체를 발견하고 수거한 결과 약 100여수의 가창오리 폐사체를 수거하였다.

야생조류 폐사체에서 분리된 H5N8형 HPAI 바이러스는 유전자 분석결과 2종류(고창주 및 부안주)로 구분되었다. 첫 신고농가인 고창 종오리농가에서 분리된 “고창주”는 가금류 농가에서는 유일하게 분리되었으며, 야생조류에서도 단 한 번 분리되었다. 반면, 부안 육용오리 농가및 이후 우리나라 모든 가금류 농가에서 분리된 일명 “부안주”는 야생조류에서도 주로 분리된 일종의 우점종 바이러스로 분석되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보아, 당시 우리나라에 도래한 야생조류 무리에는 유전적으로 구분되는 2종류의 H5N8 바이러스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주종인 “부안주”가 야생조류 및 가금류 사이에서 크게 유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우리나라 야생조류에서 H5N8 바이러스가 분리된 종류를 살펴보면, 가창오리, 큰 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흰뺨검둥오리, 쇠오리 등 주로 오리과에 속한다(도표 1). 이들 오리과에 속하는 야생조류들은 HPAI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증상을 나타내지 않고 바이러스는 배출하는 경우가 많으며, 청둥오리의 경우는 실험실에서 감염 실험을 한 결과 이러한 사실이 증명되었다. 아마도 일부 오리과에 속하는 야생조류가 중국에서 감염된 후 임상증상 없이 바이러스를 보유한 상태로 우리나라로 도래하였고, 동림저수지에서 집단적으로 무리를 이루어 서식하는 가창오리 무리가 감염되면서, 야생조류 사이에서 바이러스 전파가 더 많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표1> H5N8 HPAI 바이러스가 분리된 야생조류 종류

(20151231 기준 자료출처 : 농림축산검역본부).

가금류 농가를 중심으로 발생상황을 보면, 산란율 저하를 이유로 조기에 처음 신고한 종오리농가에서는 추가적으로 다른 농가로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았고, 1월 17일에서 24일 사이 짧은 기간에 신고된 부안 및 고창지역의 육용오리 농가가 20농가가 넘는 것으로 보아 이들 농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인지 및 신고가 늦어 인근 농가로의 전파가 급격히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례는 조기 신고 및 빠른 방역조치가 질병 전파를 막는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겠다. 도표 2에서 나타나듯이 2014년부터 2015년까지의 야생조류에서 H5N8 바이러스 검출 양상을 보면, 1~3월에 많이 검출되던 바이러스는 철새가 번식지로 북상하는 3~4월 이후 줄어들었다가 다시 철새가 우리나라에 돌아오는 시기 이후인 12월에서 다음해 2월 사이에 검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표2> H5N8 고병원성 AI 발생건수

가금류에서도 야생조류에서 바이러스 검출이 많은 동절기에 발생이 많았다가 6~8월 사이의 여름철에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기온이 낮아지는 9월부터 다시 발생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전 H5N1형 HPAI 발생과는 달리 H5N8형 HPAI 바이러스는 2014년 여름철에 종식되지 못하고, 오리 등 가금류에 잔존하던 바이러스(유전형 I형)에 의해 다시 9월부터 발생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12월에 다시 유입된 H5N8형의 바이러스(유전형 II형 및 III형)에 의한 추가 발생까지 더하여져 발생하다가, 2015년 5월 이후에는 다시 유전형 I형의 바이러스만 잔존하여 간혹 검출되는 양상을 보였다.

문제가 되는 유전형 I형의 잔존바이러스는 주로 전남지역에서 검출되었고, 이는 우리나라 오리사육 농가의 50% 이상이 전남지역에 분포하는 것과 관련성이 깊다. 그 이유는 첫째, HPAI가 감염되어도 오리에서는 임상증상이 없거나 미약하고, 바이러스의 전파는 상대적으로 쉽게 이루어지는 특성 때문이다.

둘째, 오리농가의 사육환경, 차단방역 수준, 농가 의식 수준이 산업이 안정화된 닭농가 보다 아직은 낮은 상태인 것도 주요 원인일 것이다. 셋째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닭, 오리 등의 생축이 거래되고 이를 공급하는 중개상인, 공급하는 소규모 농가 등 연결고리 중 어느 한 곳에서 바이러스가 잔존하기 쉬운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추진한 주요 방역대책들은 국가예찰을 강화하여 임상증상이 없는 경우에도 국가 방역기관이 적극적으로 바이러스를 찾아내도록 하고, 차단방역을 강화하는데 역점을 두고 추진하여 왔다.

2. 가금농가에서 지켜야 할 방역수칙

다행히 2015년 11월 중순 이후 가금류에서의 H5N8형 HPAI 바이러스가 더 이상 검출되지 않고 있고, 지난 가을철 철새도래시기 이후 아직까지 야생조류에서도 HPAI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HPAI 상재국인 중국 및 동남아 등과 가깝고, 철새 이동경로를 공유하고 있어 야생조류에 의한 새로운 유입의 가능성이 항상 있는 국가이다. 따라서, 농가는 항상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체가 농가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요소들은 미리 차단하는 차단방역을 연중 실천하여야 한다.

차단방역은 농가 입구에서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 등의 세척 및 소독을 통해 일차적인 농장내 유입을 막고, 두 번째로는 축사 내·외부 환경의 주기적인 세척·소독을 하여 축사내로의 병원체 유입을 막는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단순 소독이 아니라 세척 후 소독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세척이 80%, 소독의 20%의 효과를 지닌다고 알려져 있으며, 아무리 좋은 소독제라도 세척이 되지 않아 분변 등 유기물이 많이 묻어 있는 상태에서의 소독 효과가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소독제가 어는 경우에는 농가 출입구에 생석회 등을 충분히 도포해 주거나, 소독 시설에 열선을 설치하는 등 소독효과를 높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장주 및 외부 방문자 모두 농장을 출입할 때는 전용 복장과 장화로 갈아 신고, 축사 내 출입할 때는 축사마다 전실에서 내부 신발로 갈아 신으며 소독조를 설치하여 매번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농장 진입로가 포장도로가 아니 거나, 축사에 전실이 없는 경우 등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시설개선을 하고, 위에 언급한 일들을 실천하여야 질병 발생을 막을 수 있으며 추가적인 농가 간 전파의 위험성도 줄일 수 있다. 이번 겨울철 HPAI 발생 없는 평화의 시기가 되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